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91)
마법소녀 아저씨 91화(91/671)
91. 대참극의 끝. 술을 나누며.(1)
“아빠. 지금이라면 뇌신을 되살릴 수 있어.”
그녀가 속삭였다.
새까만 어둠 속. 뒤틀린 시간선 위 언젠가의 밤에.
계속해서 변하는 달은 아직도 우리가 이계침식의 범위 내에 있음을 알려왔다. 누군가가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시간선으로 가기 위해.
누구의 시간일까.
이미 뇌신은 쓰러졌고, 여기 있는 것은 나뿐.
머리가 터진 뇌신을 부여잡고, 하늘을 바라보는 나뿐.
수많은 시체 사이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나뿐.
그렇다면 말을 건 것은 누구인가.
까맣게 불탄 모래 안쪽에서 솟아 나오는 검은 점액.
천천히 웅덩이를 만들어낸 그것은 둥근 원을 그리고.
퐁.
청아한 소리와 함께 진흙 안에서 린슈아가 나타났다. 검은 진흙을 온몸에 두른 흙색 형상으로.
진흙 속에 잠긴 그녀의 모습에서 유일하게 빛을 띠는 것은 미친 듯이 회전하는 보랏빛 눈.
“…린슈아냐.”
마음속 깊은 곳으로 떨어져 잠긴 감정을 걷어내고, 최대한 반가운 분위기로 딸을 맞이하였다.
그녀의 행동으로 이런 결말을 맞이했다고 느끼고 싶지 않았기에.
조용히 다리 사이로 뇌신의 최후를 내려놓고, 등을 돌려 그녀가 린슈아의 눈에 띄지 않도록 만든 후, 그녀에게 입을 열었다.
“집에 가서 쉬어라. 오늘은 힘들었을 테니. 일이 다 끝나면…. 날 잡아서 어디 같이 놀러 가자꾸나.”
그래, 린슈아는 나를 위해 이런 일을 하지 않았던가.
밝게 살아야 할 아이가, 내 아집으로 이런 어둠 속에 잠겼으니, 더 어두운 것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가자. 린슈아. 뒤처리는 결사….”
그런 내 제지에도 불구하고, 린슈아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모래사장으로 다가와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빠. 울어?”
“…아빠도 슬플 때는 운단다.”
몸을 숙여 뇌신을 껴안는 자세를 취해, 뇌신의 피가 흘러나오는 목의 단면을 숨겼다.
아이들은 잔인한 것을 보면 안 된다는 단순한 이유. 이런 상황에서도 그리 행동하는 것을 보면, 내가 너무할 정도로 냉정하단 사실이 마음속으로 떠올랐다.
그와는 별개로, 눈에서 흐르는 것을 숨길 수는 없었지만.
“그래서. 내가 그 아빠 눈물 멈추게 할 수 있어! 맡겨줘!”
“….”
아무래도, 잘못 들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뇌신을 살릴 수 있다는 건, 린슈아가 말한 거니?”
될 수 있는 대로 차분한 어조로. 그녀에게. 독특한 생명관을 보유한 그녀에게. 절대로 화내지 않기 위해.
천천히 시체를 뒤로 숨기고, 린슈아의 살짝 끈적거리는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설령 기억이 이어지고, 몸을 그대로 쓰고, 성격이 같다고 해도. 그건 다른 사람이야. 린슈아.”
그래. 절대로 같은 사람이 아니다.
“나와 유밀이 다르듯, 그렇게 만들어진 뇌신도 본래의 뇌신과 다른 존재란다. 마음 써준 건 고맙구나.”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며 대화를 나눴기 때문일까. 흐르는 눈물이 멈추고, 마음이 가라앉았다.
수많은 사건처럼. 마음에 품고 나아가자. 절대로 잊지 말고, 내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저 깊은 어둠 속으로 품어버리자.
그런 마음가짐으로 린슈아의 등을 떠밀어 돌려보내려는 찰나.
“응? 그런 거 아냐. 아직 본질이.”
그녀가 손을 뻗어 허공을 가리켰다.
어두운 허공 속, 내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장소를 향해.
“저렇게 남아있으니까, 본래 그대로의 뇌신 아줌마야!”
린슈아에게서 어떤 거짓도 느껴지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기쁜 얼굴과 분위기.
그리 말한 린슈아는 허공의 무언가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금속 막대는 친구들이 돈을 모아서 만든 선물? O급 괴수의 뼈를 갈아서 만들었다고?”
정말로 뭔가 있는 듯, 생동감이 느껴지는 대화. 그 대화 속에서 린슈아는 알 수 없는 정보가 흘러나왔다.
“….”
너무 갑작스럽다. 사건이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간다.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은 당연한 흐름인 거라고.
그것을 이해하자, 생각이 이어져 나갔다. 내면에서 휘몰아치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들,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하나의 결정.
내. 소망.
“린슈아.”
“왜?”
화사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리는 그녀. 모래사장을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니는 린슈아는 이 칠흑 같은 밤에서 빛나는 유일한 빛.
그것을 바라보며.
“뇌신을 살리려면 뭘 해야 하지?”
나는 선택을 하였다.
그런 내 결단에도 불구하고.
“응? 아빠는 따로 뭔가 하지 않아도 돼. 그런데 아빠가 싫어할 것 같은 게 몇 개 있어서 물어본 거야!”
그녀는 모래사장을 파헤치며, 나를 바라보지도 않고 답을 되돌렸다.
“그게 뭔데?”
“음. 우선 살아나면 뇌신 아줌마는 다른 괴인 아저씨들처럼 괴인이 될 거라는 거랑….”
뭔가 더 있나.
“아! 찾았다!”
말을 끊은 린슈아는 모래 속에서 뭔가를 발견해 잡아들었다.
검디검은 둥근 구슬. 뇌신이 토해냈던 그것.
그것을 든 린슈아는 쪼르르 나에게 달려와 내 눈앞에 치켜들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게 예쁘지 아빠? 이건 나도 못 만드는 거야! 아주 귀한 거!”
그녀는 이 심각한 분위기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세상에서 그렇게 떠들었다.
그런데도 그리 반감이 생기지 않는 이유는 린슈아가 내 딸이기 때문이리라.
“이걸 이용하면, 새롭게 육체를 만들어서 괴인으로 되살릴 수 있어! 아직 본질도 저기 있고, 재료도 충분해! 단지….”
아까 말했던 내용을 다시 말하는, 어린아이다운 중구난방인 대화의 끝에서, 린슈아의 얼굴이 흐려졌다.
“화 안 낼 테니까 말해 보렴.”
나는 치켜든 린슈아의 손을 끌어 내린 후,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행동으로 진정된 것일까.
“평범하게 살리면, 다시 끌려갈 거야. 그래서 나와 연결해야 해 아빠.”
린슈아가 심각한 표정과 목소리로 그리 말하였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겠니?”
“으으… 그러니까.”
자신의 머리를 틀어쥐고 빙빙 흔드는 린슈아는 겉보기에 귀여웠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 중요한 일인 만큼 확실한 답변을 받아야 했다.
“사역마. 응. 게임에서 본 사역마처럼 내 직속 부하가 돼야 해! 생각도 나누고, 말도 나누고, 내 앞에선 거짓말도 제대로 못 하고. 친구가 아니라 부하처럼….”
그런 것이었나. 어쩐지 이야기를 질질 끌더니.
아무래도, 린슈아는 괴인이 되는 것보다. 친구가 아닌 부하로서 되살리는 것이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잠깐 생각할 시간을 주겠니?”
“응. 하지만, 빨리 정해야 해. 곧 수정자가 올 거야. 그러면, 내 힘으로도 되돌릴 수 없어.”
수정자? 그건 또 뭐야. 그런 생각을 가지고, 어딘가를 바라보는 린슈아의 시선을 쫓아가 보자.
그것이 느껴졌다.
보랏빛 하늘을 가득 채우고, 세계를 왜곡시키려는 무언가.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날카롭게 갈고닦은 감각기관이 저기에 뭔가가 있음을 알려왔다. 절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다른 현실을 인지할 수 있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그것.
나조차도 린슈아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던 그것은, 하늘에 달라붙은 검은 진흙을 조금씩 뜯어내며 이쪽은 향해오고 있었다.
“린슈아가 막아주고 있는 거니?”
“응. 그러니까 빨리. 본질을 저기에 뺏기면 이미 돌이킬 수 없어져. 힘을 빌린 대가를 회수하러 오는 거야.”
린슈아는 그런 걸 어떻게 아는 걸까. 부모로서 한 번 이야기를 해봐야 하나. 그런 이상한 생각이 섞인 수많은 의문과 생각 속에서.
나는 내 생각을 구체화해 나갔다.
잠깐의 숙고.
마음을 정하고 린슈아에게 고개를 돌리자, 시야에 불안에 떨고 있는 작은 아이가 보였다.
자신이 내뱉은 말이 마음에 걸리는지, 양손으로 구슬을 굴리며 꼼지락거리고, 내 표정을 살피는 린슈아를 향해 팔을 벌려 껴안았다.
바보 같기는. 고작 그런 걱정으로 말을 이어 나가지 못하다니.
린슈아의 등을 토닥여 주며, 나 또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린슈아가 저리 격정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내가 난리 피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린슈아를 끌어안은 채, 입을 열었다.
“아빠는 괜찮으니까 뇌신에게 전해주렴.”
이제부터는 단순한 내 아집이다.
정의나 그런 것과는 관계없는, 내 순수한 욕망. 어쩌면 내 정의에 어울리지 않는 실책일지도 모른다.
뇌신에게 미리 사과해야 한다.
나는 내 욕망을 위해, 네가 바라지 않는 일을 할 것이라고.
“아마, 너는 괴인으로 되살아나고 싶지 않겠지.”
타락을 겪은 그녀라면 더더욱.
“그리고, 누군가의 속박에 묶이는 것을 싫어할 거야.”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그녀라면.
변명을 싫어하고, 명분을 싫어하고, 치장된 선을 싫어하던 그녀라면.
나와 그녀의 입장이 바뀌었다면, 이러지 않을 것이다. 조용히 죽게 놓아두라고, 설령 10년이 지나 후회로 고통받더라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리할 수 없기에.
“나는 네가 곁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쾅.
하늘이 찢기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우리를 향해 손을 뻗어온다.
“여긴 맡기마.”
“완벽하게 할게!”
기뻐하는 린슈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수정자를 향해 뛰어올랐다.
하늘을 향해 뛰어오른다고 밤하늘에 닿을 수 있는 것도 아니건만, 나는 당연히 닿을 수 있으리라 믿으며 뛰어올랐고. 그것과 마주하였다.
보랏빛 밤하늘을 몸 삼아, 검은 이계의 힘으로 옷을 차려입고, 구불거리는 손을 뻗는 거대한 무언가를.
수정자라, 저것도 이야기의 끝에 있는 존재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런 생각을 떠올리자 호승심이 피어올라 견딜 수 없어져,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이렇게 빨리 싸우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모든 일의 원흉.
악몽의 시작.
세계를 박살 낸 악당.
순수한 악.
정의의 역위상.
그것이 눈앞에 있지 않은가.
말도 안 되게 강하다는 것이 마주한 순간부터 느껴지지만, 이상하게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빠루는 안 된다.
‘저것을 막기 위해서는’
내면의 목소리에 따라, 무기를 바꿔 들었다. 이것이 정의를 위한 행동이 아님은 알고 있다.
정의의 망치를 휘두를 자리가 아니며, 아집의 빠루를 휘둘러야 할 자리란 것 정도는.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탁.
빠루를 버리고, 망치를 손에 쥐었다. 몸을 감싼 어둠이 사라지고, 밝은 흰색의 마법소녀 복장이 내 몸을 뒤덮어나갔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무거운 망치의 감촉을 느끼며.
“미안하지만, 힘 좀 빌려다오.”
긴 시간을 함께해온 파트너에게 부탁을 건넸다.
철컹. 철컹. 철컹.
그런 내 부탁이 통한 것일까.
망치는 미친 듯이 마력을 빨아먹으며 그 형태를 변화시켰다.
손잡이에서 풀려난 천은 손에 얽히며 절대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망치의 후방은 수많은 애프터버너를 생성하여 몸집을 불렸으며.
평소의 변형과 다르게, 과도한 열기와 증기를 뿜으며 변형하였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눈앞의 존재를 꿰뚫기 위한 형상으로.
내가 이 모습을 떠올리지 않았음에도, 저것을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이 형상이 올바르다는 것처럼.
그리하여 완성된 망치의 모습은 참으로 이상하였다.
아무리 이상한 변형이라도 본래 존재하던 디자인처럼 유려하게 번쩍이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닥치는 대로 고철을 긁어모아 만든 것 같은 거대한 말뚝 창이 남았다.
표면에 튀어나온 밸브는 스팀을 뿜으며, 대롱거리는 전깃줄은 스파크를 뿜고, 애프터버너는 향하는 방향이 제각각이라 제대로 불꽃이 뿜어질지나 의심되는 데다, 중요한 중앙의 말뚝은 여기저기 장갑이 뜯겨나가 내장이 보이는 처참한 모양새.
작동할 거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처참한 형상의 무기였지만, 나는 그것을 들고 허리를 비틀었다.
콰아아아아아아.
수많은 애프터버너가 각자의 불꽃을 뿜어내었다.
통제되지 않고 자기 멋대로 뻗어 나가는 막대한 에너지는 정상적으로 궤도를 그리지 못하게 만들었지만, 나는 그것을 힘으로 붙들어 궤도를 수정함으로써, 말뚝을 적에게 인도할 수 있었다.
말뚝이 적에게 도달함과 동시에.
나는 입을 열었다.
“무시하지 마라.”
아까부터 나를 무시하고, 린슈아와 뇌신을 향해 손을 뻗는 수정자를 향해 말뚝을 내리쳤다.
【力는경이만객에닿을리아니하.】
콰득.
“잡았다.”
뭔가를 지껄이는, 그것의 본질을 향해 말뚝이 관통하였다.
약하긴 하지만, 손맛 또한 존재.
그리고, 처음으로 그것이 나에게 반응하였다.
당황한 듯, 몸 전체를 회전시키며.
【무어냐.】
어디선가 들어본 문장 구성.
분명, 린슈아의 눈을 보았을 때 느꼈던 말들이 저렇게 지껄였지.
린슈아는 이놈들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 같구만. 아버지로서 진득하니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어.
“꺼져, 쓰레기야.”
밤하늘에, 몸에 큰 구멍이 나, 어둠 속으로 산산이 흩어지는 그것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時! 장막. 언약. 대처. 본신.】
뭐라 지껄이고 있지만, 나로서는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뉘앙스로는 당황이라고 알겠지만, 도통 무슨 소린지 원.
그 등장치고는 너무나도 허무하게 사라진 그것의 마지막을 뒤로하고, 나는 모래사장에 내려섰다.
두 여인이 보인다.
노란색을 되찾고, 다시 나이를 먹어 예뻐 보이는 그녀와. 옆에 서자 비교되어 작달막한 검은 린슈아.
“살아 돌아온 기분이 어때?”
“기분 나빠. 꺼져.”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