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83
284화 지구의 드루이드들
대한민국은 근래 들어 경제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호황을 누리는 중이었다.
보통의 경우 이러한 것은 사회적인 현상.
일개 개인에 불과한 영향으로는 쉽게 발생하지 않을 일이지만 그 대상이 SSS등급의 헌터.
그것도 농부에다가 수십에 달하는 드워프를 보유하고 있는 인물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걸로 끝난 건가?”
“어이구 삭신이야. 죽겄네, 죽겄어.”
“이 정도로 부려 먹었으니 두둑하게 받아먹어야지. 끌끌끌.”
각자 유럽이나 중동 등.
거의 파견 나가듯이 이동하여 교도소들의 건축 작업을 깔끔하게 완료하고 하나둘 복귀한 드워프들.
허나 머지않아 드워프들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으니,
“음? 원래 공기가 이렇게 좋았던가?”
“진우 녀석의 농장이잖냐. 당연한 거지.”
“그, 그런가?”
꽤나 오랫동안 파견을 나갔던 영향이랄까?
아무리 과학적으로 환경을 조성했다고 한들,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을 기준으로 편의성을 최적화한 결과물의 인프라였다.
그러한 곳에 있다가 대지모신의 가호가 깃든 진우의 농장에 도착하니 차이점이 확연히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아니야.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그루트 이 영감탱이가 노망이 들었나. 대체 왜 그래?”
“그룩. 너야말로 잘 느껴 봐라. 이게 어딜 봐서 진우의 농장의 공기라는 거냐? 물론 대지모신님의 기운도 느껴지긴 하지만, 함께 느껴지는 익숙한 이 느낌을 모르겠냐?”
“함께 느껴진다니……어라? 이게 왜 여기서 느껴지는 거래?”
점차 다가갈수록 느껴지는 ‘고향’의 향기.
그리고 새삼스럽지만 토르산 일족의 천둥 바위산이 속해 있는 고향은 이제는 사라졌을지라도 여전히 ‘어머니의 숲’이었다.
지구와는 차원 자체가 다른 그 기운이 느껴지는 원인이라면 오직 하나뿐일 것이다.
“……어머니의 세계수.”
“김진우. 이 녀석이 또 사고를 쳤구만!”
원래대로라면 어머니의 숲에 있는 게 정상이었을 거대 세계수.
현재 그것이 미니 버전인 상태로 진우의 농장 한가운데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 * *
“출장 고생하셨습니다.”
“아니, 지금 그게 문제인가? 어머니의 세계수가 왜 여기에 있는 거냔 말이야?”
“그게…… 설명하려면 사정이 좀 깊어서요.”
복귀한 드워프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연배가 높은 편에 속하는 그루트 토르산의 호들갑은 상상 이상이었다.
죽지만 않았다면 로열 엘프인 피트리안과 함께 가장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답게 아는 것도 많을 터.
허나.
“이 치사한 녀석. 네 녀석들만 이 좋은 곳에서 살고 있었던 거냐?”
“피, 피트리안. 설마 네놈도 온 거냐?”
“오고 자시고 간에 다 넘어왔어. 저기 안 보여?”
“…….”
차원, 어머니의 숲.
아니, 이제는 사라져 버렸으니 지구로 좋든 싫든 이사를 오게 된 숲의 종족들.
잔나비와 여우, 너구리 일족 등의 엘리트들은 물론이요.
브락시온처럼 각자 살아가는 드루이드들도 모두 다 지구에 오게 된 마당이다.
뭐, 처음에는 솔직히 걱정도 되었다.
진우의 농장이 아무리 특별하다고 한들 기본적으로 적게는 수백 년.
많게는 수천 년을 숲에서 살아온 자연인(?)들에게 있어서 생태계가 상당량 파괴된 지구는 썩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을 터.
하지만 그 문제는 뜻밖에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어째서냐고?
[어머니의 숲의 증표(초월)가 해당 차원에 뿌리를 내립니다.] [차원, 지구의 환경이 상당 부분 개선됩니다.]진우의 농장 한가운데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어머니의 숲에서 보았던 세계수.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지구의 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이었다.
물론 이제 막 심은 탓에 그 크기는 상당히 작아진 상태인 만큼 그 영향력은 한창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미미한 편.
라타토스크를 타고 올라가던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지경이니 오죽할까?
그러나 어찌 되었든 간에 중요한 것은, 큰 마찰 없이 안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다만 아직 인간 사회와 대놓고 교류할 수는 없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 부분은 각자 정체를 숨기는 방식으로 살아가면 그만이었다.
일단은 자연인 특이라고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각자 환술이라거나 둔갑술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나 개중에는 동물, 나아가서는 식물의 형태를 한 종족도 있으니 말 다 했을 정도.
추가로 덧붙이자면 동물과 식물.
다양한 종족이 있는 만큼 농작물에도 은근히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자면…….
위잉~
위에에에엥~
거대한 꽃이 인상적인 플라워 엔트의 머리에 핀 꽃에 앉아서 꿀을 빠는 꿀벌 무리.
그리고 그렇게 채집한 벌꿀의 양과 질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
“각자 원하시는 환경의 거주지를 말씀해 주시면 어떻게든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솔직히 툭 까놓고 말해서 계속 자신의 농장에 있어 준다면 더욱 좋겠지만, 거의 원치 않게 끌려온 이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아니, 그럴 필요 없네. 우리는 여기가 마음에 드니까.”
“다른 곳 어디랑 비교해도 이곳만 한 곳이 또 없지. 암.”
“대지모신과 어머니의 세계수의 가호가 함께하는 곳이라니. 지금 당장은 미약할지라도 결실을 맺으면 분명 더욱 좋은 땅이 될 테지.”
“다른 인간들은 몰라도 너는 그나마 그럭저럭 믿을 만한 녀석이니까.”
“어머니의 선택에는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고 있네.”
“…….”
숲의 일족.
드루이드들은 굳이 진우가 나서서 빌붙어 달라 하지 않아도 이미 찰싹 붙을 준비가 완료된 상태였다.
* * *
“나도 거들도록 하지.”
“가만히 받기만 하는 건 내 성미랑 안 맞아.”
당연한 말이지만 다양한 숲의 일족의 드루이드들이 추가된 이후, 진우의 농삿일은 더욱 수월해질 수 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성실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기도 한 법.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아니, 그걸 그렇게 심으면 어떡하나!”
“우리들은 이게 맞는데?”
“지금 내가 천 년 전부터 해 오던 방식을 부정하는 거여, 뭐시여?”
……물론 종족도 다른 데다가 살아가는 방식도, 섭취하는 먹이도 다 제각각인 숲의 일족이다.
각자 살아가는 데 있어서 행동하는 방식도 다르거니와 오랜 세월 동안 쌓아 올린 탓에 굳게 고정된 삶의 방식이 있으니, 고집도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위에에에엥!
위이잉~
“야! 이런 정신나간 새끼. 꿀벌을 먹으려고 하면 어떡하냐!”
“……먹어도 되는 거 아니야? 이렇게 많은데?”
“이, 이런 야만인 같은!”
누군가는 초식만을 하기도, 누군가는 육식을, 또 누군가는 가리지않고 잡식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육식을 하는 이들 중에는 ‘꿀벌’을 먹이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심지어 죄다 진우보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것을 넘어서 전부다.
가장 갓 태어난 막내조차 세자릿수의 100살 이상인 경우가 태반.
이들 전부에게 하나하나 다 가르치는 것도 일이겠지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진우에게는 이러한 것을 고민할 필요 없는 선생님.
아니, 정확하게는 ‘군단’이 존재했으니,
꾸왁, 꾸와아악!
꾸와아아아아악!
삐삐! 삐삐삐삐!
꿀벌들을 위협하는 행동에 우르르 몰려오는 팜오리들.
뭐, 수백 년의 삶을 족히 살아온 드루이드들에게 기껏해야 팜오리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진우네 농장’의 팜오리는 격이 달랐으니,
꾸와아아아아앙-!!!
드래곤 피어와 비벼 봐도 전혀 꿀리지 않을 수준의 거친 포효.
그도 그럴 것이, 초창기부터 함께해 온 10마리의 먼치킨 팜오리.
진우의 농장에서 갖가지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영약을 먹으며 매일매일 뛰어다니면서 놀았다.
어찌 보면 극한의 노동 그 자체였으나 받아들이는 이의 기분에 따라 다른 법이라고.
팜오리에게는 그 모든 것이 놀이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군단의 핵심이자 그야말로 헬창 그 자체인 먼치킨 오리가 되어 버린 상황.
제아무리 날고 기었다던 드루이드라고 해도 이러한 팜오리님 앞에서는 설설 길 수밖에 없다는 말씀.
“히, 히익. 미, 미안해. 안 잡아먹을게. 안 그러면 되잖아.”
“무슨 오리의 함성이 저래…….”
압도적인 힘의 격차에 더해 이곳 농장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는 양보의 미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일 터.
허나 사람에게도 인간 군상이 여럿 존재하듯.
드루이드라고 해서 모두가 다 순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었다.
“이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조류 녀석들이!”
“제 주인을 닮아서 건방진 것도 똑같군!”
의도하고 저지른 일은 아니었으나, 어찌 되었든 어머니의 숲이 붕괴된 가장 큰 원인이 진우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일.
당연히 거기에 대해서 불만을 가진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을뿐더러, 특히나 그중에서도 고집불통의 엘프들이 가장 중증이었다.
물론 가장 웃어른이라 할 수 있는 피트리안이 넘어간 마당에 무어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지만.
그렇기에 다소 추하지만 이 기회에 팜오리에게 화풀이라도 하려던 생각이었다.
뭐라고 하면 먼저 이 짐승들이 자신들을 공격했다는 핑계를 대면 그만일 뿐.
너무나도 화난 탓에 힘의 격차를 생각치도 않은 오만함.
자칫 엘프들에게 일방적인 유혈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던 그 순간이었다.
“아서라. 피 보기 싫으면 미안하다고 사과해. 그 정도로 융통성 없는 친구들은 아니니까.”
“브, 브락시온!? 신경 쓰지 마라. 고작해 봐야 한낱 미물에 불과한 조류들.”
“쯔쯧. 뭘 생각하는지 몰라도 반대다, 이 멍청아. 당장에 나도 승부를 점치기 힘들 정도로 괴랄한 성장력을 지닌 오리들인데 나보다 약한 네가 이길 리가 없잖아?”
“어, 어디서 허, 헛소리를…….”
“저 순둥순둥한 부리에 피 묻는 꼴 보기 싫어서라도 마지막으로 전하는 말인데. 사과하고 얌전히 생활하자. 응?”
“…….”
조류 성애자 브락시온.
피트리안이나 시드 등과 같은 부족의 장을 맡고 있는 이들을 제외한다면 그다음으로 강력한 드루이드의 제지.
심지어 그런 브락시온도 승부를 장담하기 힘든 오리라고?
꿀꺽.
그러고 보니 이제야 깨닫는 한 가지.
눈앞의 오리들의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것은 자신보다 한없이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브락시온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말대로 오히려 반대.
너무나도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는 탓에 역으로 느끼지 못하는 꼴.
“미, 미, 미…….”
그렇다고 사과를 하자니, 자존심 빼면 시체나 다름없을 고집불통의 엘프로서는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오리와 엘프.
그 밖의 몇몇 드루이드들이 대치하는 장관이 펼쳐지고 있을 때였다.
“저건 또 무슨 꼴깝이라냐?”
“뻔한 거 아니겠나. 자존심 싸움이지.”
“킬킬킬. 저거 저거 꼴깝을 떠네, 꼴깝을 떨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둘 모여드는 드루이드들.
쉽게 볼 수 없는 엘프의 사과에 때아닌 구경꾼들도 몰려드는 상황.
차라리 죽음이 더 편하지 않을까 싶은 엘프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그 순간이었다.
꾸와아악.
“……어?”
꾸왁, 꾸왁. 꾸와아아아악!
오리어(?)를 모른다고 해도 알아들을 수 있을 법한 사과의 표현.
그리고 그와 함께 내밀어진 뽀송뽀송한 오리발.
“에잉, 쯔쯔. 오리들이 너무 착해서 탈이라니까.”
“그러니까 말이여. 나이를 헛먹었지. 오리들이 더 어른이야.”
자존심과 인성.
그 모든 것을 두루두루 갖춘 갓 먼치킨 팜오리들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