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13)
013 이 세계의 무희는 이상하구나
헬가의 아들이 완전히 골목 안으로 사라진 뒤, 뮤엘은 길드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 도시나 모험가들이 있는 곳은 대개 그렇지만 이곳 길드 사무실은 유난히 왁자지껄 시끄럽다.
“그놈 눈깔 봤어?”
“우와, 난 눈이 마주치는 순간 소변이 찔끔 나오지 뭐야.”
“글을 읽을 줄 알더라구. 난 아직도 대독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그건 좀 부럽드만.”
“건방진 거지. 야만인 주제에.”
모두 그 야만인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글을 안다고? 역시 그 남자, 헬가와 클라우스의 아들이다.’
발테르 공작가에는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사람이 종종 태어난다.
보통 사람은 물론 귀족도 잘 모르는 일이지만, 공작가에서는 그 눈동자가 매우 귀한 것 같다.
보라색이 왕족에서 나타나는 눈동자라 그런 건지도 모른다.
고위 귀족의 이야기는 그들끼리만 아는 경우가 많아서 한낱 음유시인인 뮤엘이 거기까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단 하나 명확한 사실은 왕족과 발테르 공작가가 아니면 그런 눈동자는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어도 뮤엘이 주워들은 바에 따르면 그렇다.
옛날 일을 떠올리자 또다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원래 이런 곳에서 떠돌며 노래할 사람이 아니었다.
귀족의 화려한 저택에서 사랑을 노래하고, 아름다운 귀부인, 고귀한 신분의 사람들과 교류하던 시인이다.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던 것 같다.
뮤엘은 슬그머니 손아귀의 힘을 풀고, 다시 주의를 사방으로 되돌렸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면서 접수대로 향하는데, 모험가 몇 명이 그를 보고 지저분한 웃음을 뿌렸다.
“오, 음유시인이구만.”
“몸매 죽이는 아가씨는 어디 가고 혼자 왔어?”
“그 여자는 하룻밤에 얼마야?”
“우하하하! 이놈아, 네 녀석은 금화를 내놓는다 해도 사양일 거다. 냄새나 좀 지우고 와. 몇 달 안 씻은 거냐.”
여러 도시를 떠도는 여자가 몸 파는 경우는 종종 있다.
유랑극단이나 음유시인 같은 경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그 지역 유지에게 몸을 내미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인의 인식은 보통 이런 것이다.
뮤엘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지나갔다.
머리를 빡빡 밀었는지, 아니면 아예 자라지 않는 건지, 험상궂은 남자가 그를 쳐다보았다.
움찔하는 마음을 숨기며, 뮤엘은 어색하게 웃었다.
험상궂은 대머리는 뮤엘을 지나쳐 다른 남자들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닥쳐, 이 더러운 놈들아! 머릿속에 그런 똥밖에 안 들어 있으니까 네놈들이 돈을 못 버는 거다!”
대머리가 소리치자 누군가가 불만스러운 듯 이상한 신음을 흘렸다.
이러다 자신에게 불똥이 튀는 건 아닐까 조마조마했지만 화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재미라도 없으면 하루 종일 뭐 하겠어. 심심하잖아.”
구석에 있던 남자가 말하자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웃는다.
“심심하면 우리 도시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잠자코 의뢰서나 처보고 있어.”
대머리가 다시 인상 쓰자 남자들은 원래 하던 잡담으로 되돌아갔다.
생긴 것과 달리 대머리는 인망이 있는 모양이다.
뮤엘은 꾸벅 고개를 숙이고 서둘러 접수대로 향했다.
접수원 중에서 가장 마음이 약해 보이는 사람을 골라 그 앞에 선다.
“안녕하세요. 저… 저는 며칠 전에 이곳에 왔는데… 죄송하지만 혹시 숙소를 구할 수 있을까 해서요.”
모든 도시가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길드에서는 유랑시인에게 자신들이 계약하고 있는 숙소를 알선해 주는 경우가 있다.
길드 계약 여관은 매우 저렴하지만, 싼 물건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대부분 허름하거나 후미진 지역에 있어서 손님이 오지 않는 곳이었다.
계약했다고 해서 길드가 여관에 돈을 주는 건 아니다.
그런 숙소에서도 손님을 받아야 돈을 벌기 때문에 종종 길드에서는 길드 소속이 아닌 사람한테도 알선해 준다.
뮤엘도 지금까지 여러 번 그런 숙소에서 머문 경험이 있었다.
“음… 글쎄요.”
접수원이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댁 혼자라면 상관없지만 여성 동반은 아무래도 좀….”
숙소에서 여자가 손님을 받을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모양이다.
“저희는 부부예요. 이상한 일은 하지 않습니다. 며칠 전에 이곳에 도착했지만, 지금까지 그런 소문도 없을 겁니다.”
“….”
그래도 조금 망설여지는 모양이다.
어쩌면 방금 나간 야만인 눈에 여자가 띄면 곤란한 일이 될 거라고 걱정하는지도 모른다.
“부탁입니다. 요즘 벌이는 안 좋은데 물가가 너무 올라서… 정말 힘들어요. 지금 있는 숙소도 저희 수준에는 비싸다 보니 오늘 밤에는 길거리에서 자야 할 형편입니다.”
뮤엘이 우는소리를 하자 멀찍이 서 있던 대머리가 끼어들었다.
“어차피 지금 숙소도 널널한데 들어주지 그래.”
“….”
접수원이 대머리를 보고 작게 한숨 쉬었다.
“당신은 마음이 너무 약해서 탈이에요. 그러다 언제 한 번 큰코다칠 겁니다.”
접수원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뮤엘을 보았다.
“사람이 적은 숙소가 하나 있기는 한데, 조금 곤란한 사정이 있어요. 에노르토스 쪽 모험가가 거기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괜찮습니다! 저희 부부는 그런 분들과도 어느 정도는 교류가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적어요. 떠돌아다니는 직업이다 보니 웬만한 일에는 잘 대처하는 편입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노래하면서 익힌 표정으로 최대한 불쌍한 얼굴을 하자, 접수원 대신 대머리가 다시 말했다.
“요즘 날씨도 추운데 밖에 쫓겨나면 얼어 죽을 거야. 게다가 그 사람은 내일이면 일하러 나가잖아. 이 사람이 공연하는 동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딱 좋지, 뭐.”
뭐? 그런 일이 있었어?
뮤엘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접수원이 눈썹을 치켜들며 대머리를 노려보았다.
“당신은 정말! 그렇게 남의 얘기를 아무 데서나 하면 어떻게 합니까.”
“… 그… 그렇지만 비밀도 아니니까.”
“아무리 그래도 여기저기 떠벌릴 이야기는 아니죠.”
“조심할게.”
“제발 그래 주세요.”
접수원은 잠시 대머리한테 잔소리한 뒤 뮤엘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 도시에는 얼마나 있을 예정인가요? 모험가가 오면 숙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너무 오래는 곤란합니다.”
“며칠이면 떠날 거예요.”
“좋아요, 그럼.”
접수원이 숙소 위치를 설명한 뒤 다시 그를 보았다.
“그 숙소에서 혹시라도 이상한 일을 하면 곧바로 퇴실하도록 조치할 겁니다.”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뮤엘이 너무 기뻐하자 접수원의 표정이 머쓱해졌다.
이렇게 고마워하는 사람은 드물었을 것이다.
뮤엘도 평소에는 그저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끝냈다.
“그렇게 곤란했었나요? 도움이 되면 다행입니다.”
미소 짓는 접수원을 뒤로하고, 뮤엘은 허둥지둥 길드를 나갔다.
미리 약속했던 골목으로 가자 무희가 기다리고 있었다.
부부라고 한 것은 거짓말이다.
동행인 무희와는 손 한번 잡아본 적이 없다.
끔찍해서 어떻게 잡아.
그녀는 마녀다.
이름을 대면 알 만큼 유명한 마녀는 아닌 것 같지만 그녀 스스로가 그렇게 칭하고 있었다.
마녀는 이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는 존재.
누구나 멀리하고 기피하는 것이다.
피로 연결된 가족이라 해도 마녀라는 게 밝혀지는 순간 용납해서는 안 될 존재로 여겼다.
그런 만큼 스스로를 마녀라고 말하는 사람은 마녀밖에 없다.
뮤엘 자신도 원수를 갚겠다는 집념이 없었다면 마녀 따위와 함께 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일이야? 그렇게 새파란 얼굴로.”
마녀가 놀리는 것처럼 그를 보고 웃었다.
“어디서 마녀라도 봤어?”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골목에 사람이 혹시 있는지 확인한다.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녀의 얼굴을 정면에서 보자,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함께 다닌 지 벌써 십 년, 그 긴 기간 동안 거의 눈을 마주치지 않았던 뮤엘의 행동에 많이 놀란 것 같다.
“무슨 일이야?”
“마녀야, 약속을 이행할 때다.”
굳은 얼굴로 말을 꺼내자, 마녀의 표정이 차분해졌다.
“… 찾고 있던 원수를 발견한 거야?”
“그래.”
정확하게 말하면 원수는 아니지만 오히려 잘됐다.
헬가에게는 자신이 죽는 것보다 클라우스의 아들을 죽이는 게 더 끔찍한 형벌이 될 것이다.
헬가의 얼굴을 떠올리고, 뮤엘은 으드득 이를 갈았다.
그 두툼한 근육 덩어리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 생생하게 과거가 되살아난다.
그가 자기 몸의 일부분을 잃어버린 그날, 이 세상의 모든 게 절망으로 물들어 버렸던 그날의 기억이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으….”
느껴질 리 없는 고통이 다리 사이에서 퍼졌다.
끔찍한 감각이 재생되면서 구역질이 몰려왔다.
“으으….”
허리를 구부리고 토하려 하자 마녀가 가까이 와 등에 손을 뻗었다.
“손대지 마!”
마녀의 손은 그의 몸에 닿기 전에 멈춰 허공에 잠시 머무르다 되돌아갔다.
“….”
그날도 이전과 똑같은 하루였다.
화려한 샹들리에 밑, 아름다운 옷을 입은 귀부인들이 떼를 지어 그의 앞에 모여 있었다.
남자들의 질투 어린 시선을 받으며 그는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했다.
그날의 노래는 악사와 귀족 아가씨의 은밀한 사랑이 주제였을 것이다.
한창 노래가 무르익어 클라이맥스였을 때, 여자들의 공기가 달라졌다.
발테르 공작가의 클라우스가 나타난 것이다.
그의 앞에 몰려있던 여성들이 대부분 빠져나가 클라우스 주위에 원을 그렸다.
그게 질투가 났어.
단순히 그것뿐이었다.
귀족의 연회에서 다른 이들은 몰라도 광대와 음유시인의 야유와 무례는 용서되는 것.
클라우스가 거느리고 온 호위에 야만인이 있는 걸 보고 노래하듯이 한마디 했다.
남자가 여자의 가죽을 둘러쓰고 있다고.
그래, 솔직하게 말하자.
한 김에 조금 더 나갔다.
야만인의 가슴은 근육이라고.
남자보다 더 납작하다고 야유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마 조금쯤 더 노래했을 것이다.
그 부분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연회장 안으로 울려 퍼지고, 여자들의 속삭임이 그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클라우스 님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을까.]어떤 여자가 유난히 큰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모두가, 남녀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이었다.
거대한 도끼가 허공을 날아 그의 앞에 떨어졌다.
한순간 목이 떨어진 줄 알았다.
하지만 머리도, 팔다리도 모두 온전히 붙어 있었다.
안도의 숨을 내쉬는 순간 뭔가 뜨끈한 것이 다리 사이로 흘러내렸다.
사람들의 비명이 터지고 여자들이 픽픽 기절해 쓰러지는 가운데, 헬가가 조용히 말했다.
“살상은 안 된다고 했기 때문에 다른 걸 잘랐습니다.”
클라우스를 향해 하는 말이라는 건 뒤늦게 알았다.
그게 자신의 거시기를 뜻하는 것도.
그날 이후 뮤엘은 웃음거리가 되어 귀족사회에서 완전히 쫓겨났다.
아무도 연회에 불러주지 않았다.
어쩌다 불려가면 그날의 일이 우스개가 되어 화제에 올랐다.
그를 에워싸고 때로 다투기까지 하던 귀부인들의 접근도 없어졌다.
누구나 그와 시선이 마주치면 웃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나았을 거다.
‘헬가…!’
몇 번이나 죽어버리려고 했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건 오직 원한을 갚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뮤엘은 한참 동안 구토한 뒤에 몸을 일으켰다.
마녀가 물었다.
“그래서… 당신은 뭘 원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하면 돼? 그 사람을 죽여주길 바라?”
“그를 잠시 동안 가만히 있게 해주면 돼. 잠들게 하든 망상에 빠지게 하든, 어쨌든 내가 그놈을 죽일 때까지만.”
“…알았어, 이것으로 내 빚은 완전히 없어지는 거야.”
“물론이다.”
누가 좋아서 마녀와 함께 다니고 싶을까.
뮤엘은 그녀가 위험에 빠졌을 때, 마녀인 줄 모르고 구해준 적이 있다.
그 이후 마녀는 그걸 갚겠다며 뮤엘을 따라왔다.
능력을 몰랐다면 동행하지 않았겠지만, 그녀는 진짜다.
그녀는 사람의 의식을 혼탁하게 해 자신의 말에 따르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
“당신의 원수는 어떤 사람?”
마녀가 묻는 말에, 뮤엘은 입술을 씹었다.
수백, 수천 번, 헬가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물어뜯은 입술은 이제 모습조차 일그러져 있다.
잠시 입술을 물어뜯고 난 뒤, 뮤엘은 씹어뱉는 것처럼 말했다.
“야만인이다. 아까 광장에서 본 놈.”
“….”
마녀의 한숨 소리가 아무도 없는 골목 안으로 작게 울려 퍼졌다.
*
도시 안에 있는 숙소는 그래도 그럴싸할 거라고 기대했었다.
하지만 하아, 이건.
낡은 매트리스 군데군데는 구멍이 나 뾰족한 지푸라기가 삐져나오고, 드르렁드르렁 코 골며 자는 남자의 몸에서는 썩은 내가 난다.
‘이런 곳도 돈 내고 자야 하는 건가.’
혹시나 하고, 나는 옆에 있는 제니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이 도시에 노숙할 만한 곳은 없습니까? 모닥불만 피울 수 있으면 되는데요.”
“….”
제니가 입을 막고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미안하지만 도시 안에서 노숙하기는 어려워요. 모닥불을 피우면 밤에 순찰하는 병사한테 걸립니다.”
“….”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자야 하는가.
저절로 작은 한숨이 샜다.
돈 벌자.
돈을 많이 벌어서, 정말로 깨끗한 숙소에서 한 번 자보자.
그걸 당분간 목표로 삼고, 어쨌든 돈을 버는 거야.
내가 속으로 다짐하는 동안, 제니는 배를 움켜쥔 채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가 밥은 맛있어요. 양도 많구요. 우리 길드에서 계약한 것도 그 부분이 크죠.”
제니는 위로하듯이 그렇게 말한 뒤, 내가 돈을 내고 숙소에 짐을 놓는 걸 보고 나서 길드로 돌아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숙소 뒤편에서 몸을 씻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건물 뒤쪽 공터에 커다란 물통이 몇 개 놓여 있었다.
대강 더러움을 떨어뜨린 뒤 방으로 돌아가는데, 광장에서 보았던 무희와 음유시인이 숙소로 들어왔다.
나를 발견하자 음유시인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 무희는 똑바로 나를 보았다.
먼젓번에는 나를 무서워하는 것 같더니 이번에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
아니, 너무 쳐다보는데.
무희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나를 보다 천천히 말했다.
“안녕하세5. 아까 뵈었을 때 4실은 이야기를 하고 3었는데 시간이 없었2요. 나는 당신하고 1야기 하고 싶어요.”
“….”
그리고 가만히 나를 쳐다본다.
목소리가 참 듣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치고는 상당한 저음이다.
그렇지만 이 여자는 말을 이상하게 배운 것 같다.
왜 숫자를 단어 속에 집어넣는 건지 모르겠네.
그리고 왜 이렇게 가만히 쳐다보는 거야?
어쨌든 대단하다, 이 여자.
눈을 전혀 깜박이지 않아.
먼저 눈을 피하면 왠지 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나는 그녀의 눈을 가만히 보며 말했다.
“미안합니다. 지금은 좀 바빠서.”
무희가 깜짝 놀란다.
옆에 있던 음유시인도 덩달아 놀란 표정이 되어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곁을 지나치면서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세계의 무희와 음유시인은 조금 이상하구나.’
길가는 사람을 붙잡아 뭘 하고 싶었던 건지.
어쩌면 예술가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는 감성 같은 게 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