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134)
134 오늘 그는 죽을 테니까
“설마 도끼 던져 잡으려는 건 아니죠? 기르던 새잖아요.”
저쪽은 그걸 기억하고 사람을 그리워하는데 다짜고짜….
내 엄마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다.
“아무리 식용으로 길렀어도, 일단은 손으로 음식을 주며 오래 봤던 놈인데.”
내 말에 어머니 눈이 둥그레졌다.
“불사조를? 누가 길러?”
“어머니가.”
“불사조는 사람이 기르는 새가 아니다.”
“어….”
“사람과 여러 번 보면 공격하거나 도망치지 않는 경우도 있을지는 모르지. 전승에서는 불사조와 자주 마주치던 사람이 깃털을 얻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니까. 하지만 사람이 불사조를 길렀다는 말은 들은 적도 없다.”
“어… 그러면 내가 어릴 때 먹었다는 깃털은.”
그건 저 불사조가 주거나 둥지에서 얻은 게 아닌가.
어머니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했다.
“당연히 사냥했지. 네가 먹은 국물이 불사조랑 깃털을 통째로 삶은 거야.”
“….”
“덕분에 효과가 정말 좋았다. 죽은 줄 알았던 네가 살아났으니까.”
“그러면 렐라는요?”
“렐라가 뭔데?”
“… 불사조 새끼요.”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어라… 그러면 렐라랑 저 불사조는 뭐지.
문득 시선을 돌리자 불사조는 이미 나한테서 뚝 떨어진 곳에 내려앉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아있던 양은 이미 죽은 모양이다.
렐라가 그 위에 올라가 인디언처럼 빙글빙글 돌며 승리의 춤을 추고 있었다.
“….”
렐라, 너는 대체 어디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와 나를 쫓아다니는 거냐.
아니, 내가 주웠으니까 최초는 그냥 넘어가고, 어미 만났는데 왜 아직도 따라다녀.
게다가 불사조 저 녀석도 그렇다.
아무리 새끼 때문이라지만 인간 사회에까지 들어와 사는 건 이상하지 않아?
게다가 인간 사회에서 너무 잘 지내고 있다.
매일 밤 요리사한테 이런저런 걸 받아먹고 있는 걸 내가 알거든.
어머니가 먹이 주고 길렀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야?
“….”
설마 내 몸에 불사조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있어서 그런가.
그래서 혹시 나한테서 불사조 냄새가 나?
나는 옆으로 시선을 돌려 작은 소리로 물었다.
“타티아나, 나한테서 혹시 불사조 영혼 같은 게 느껴져? 저주라든가.”
“풉!”
타티아나가 손으로 입을 막고 웃는다.
아니, 웃을 일이 아니야.
저주의 정령이나 갑옷 쇳덩어리에, 불사조까지 들러붙는 걸 보면 저주받았을지도 모른다.
“걱정 마세요. 아무것도 없으니까.”
타티아나가 가슴을 불쑥 내밀며 장담했지만, 글쎄, 마음속에 진 그늘은 쉽게 맑아지지 않았다.
“라파, 너는 가끔 엉뚱해서 걱정이다.”
어머니가 불쑥 말하더니 등을 쾅쾅 쳤다.
아파요, 엄마.
아버지는 뭔가 생각하는지 눈을 가늘게 뜨고 불사조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뒤돌아 갑옷기사를 본다.
갑옷기사들은 우리가 마차에서 내려 저택 입구에 서 있는 동안 약간 떨어진 곳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반강제로 나와 아버지를 쫓아오는 것치고는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다.
왠지 불사조와 렐라 눈치를 보는 것 같다.
고개를 돌려 보지는 않아도 불사조와 렐라에게 신경이 가 있는 듯 보였다.
“….”
이상하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도 렐라한테 놀라 도망치려고 한 놈이 있었다.
‘갑옷기사와 불사조는 궁합이 좋지 않은가.’
승리의 춤을 다 마친 모양이다.
렐라가 부리로 양을 콕콕 쪼았다.
하지만 워낙 털이 북실북실해서 렐라 몸 대부분이 양 속에 파묻힌다.
어쩌면 겨우 피부 정도나 건드렸으려나.
아마 제대로 입에 넣지는 못했을 것이다.
어미가 발톱으로 양을 붙잡고 부리로 잡아당겼다.
양은 종잇조각처럼 쉽게 찢어졌다.
불사조가 강한 건 알고 있었지만 괴력이다.
렐라가 날개를 퍼덕이며 다시 한 바퀴 빙 돌았다.
삐삐삐삐 소리가 요란하다.
어미가 한 것도 자기가 한 셈 치는 것 같다.
‘너무 뻔뻔하잖아.’
기막혀 쳐다보는데 아버지도 그 모습을 봤던 모양이다.
싱글싱글 웃는다.
“재미있는 새구나.”
“….”
동감이에요, 아버지.
몇 조각 정도 먹었던 모양이다.
렐라가 작은 양고기 조각을 입에 물고, 구르는 것처럼 내 앞으로 달려왔다.
“….”
왜 먹지 않고 물고 있는 거야.
게다가 이상한 동작으로 내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타티아나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기… 라파씨, 렐라가 먹으라고 하는 것 같지 않아요?”
“….”
내 눈에도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한데 왜 갑자기 생고기를 먹으라는 거지.
“아!”
타티아나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손뼉 쳤다.
“렐라가 사냥 가기 전에 말이에요, 라파 씨가 승마 연습 때문에 엉덩이가 아팠잖아요. 그때 너무 힘들다며 아무것도 못 먹는 걸 보고 렐라가 영양식으로 양을 잡아 온 게 아닐까요?”
“설마.”
내가 웃자, 타티아나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 보면 그렇잖아요. 렐라랑 어미는 원래 마수를 더 좋아하는데, 굳이 인간이 먹는 양을 잡아 온 건 이상하죠.”
“….”
어라, 진짜인가.
이 쬐끄만 떽떽이가 설마.
여전히 작은 양고기를 입에 문 채 렐라가 다시 내 주위를 돈다.
내가 쪼그려 앉아 손을 내밀자 렐라가 양조각을 그 위에 뱉어냈다.
손톱보다도 작다.
어쩐지 타티아나 말이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 그런 거니, 렐라야?”
“삐빗?”
렐라가 작은 머리를 갸우뚱하더니 내 손바닥을 콕콕 쪼았다.
“뭐, 간에 기별도 안 갈 만큼 작은 조각이기는 하지만… 고맙다.”
내가 렐라 머리를 쓰다듬자, 타티아나가 감격한 듯이 중얼거렸다.
“렐라가 자기만 아는 것 같아도, 역시 불사조죠. 정이 깊어요.”
흐뭇한 마음에 다시 한번 쓰다듬어준 뒤 나는 살짝 주먹을 쥐었다.
나중에 버리려고.
하지만 렐라는 의외로 예리하다.
갑자기 내 다리를 콱콱 미친 듯이 쪼았다.
“….”
아무래도 자기 눈앞에서 먹으라는 것 같다.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선물을 받으면 그 앞에서 개봉하고 기뻐하는 게 예의다.”
그 말은 여기에서 먹으라는 거죠?
“….”
원래 익히지 않은 고기는 먹으면 안 되지만.
‘남자는 배짱이지.’
내가 작은 양고기 조각을 입에 넣자 렐라는 만족한 듯 삐삐 울며 뛰어갔다.
갑옷기사들을 향해.
철커덩 철커덩, 갑옷기사들이 당황하며 서로 부딪힌다.
피하려는 것 같다.
어이, 덩치가 부끄럽지 않냐.
어째서 손바닥보다 작은 새를 무서워하는 거야.
메뚜기한테도 지는 녀석인데.
렐라가 갑옷기사를 쫓아다니는 걸 보며, 나는 슬그머니 양고기 조각을 뱉었다.
아무리 남자는 배짱으로 산다지만, 그래도 건강은 소중한 거다.
어머니가, 남자답지 못하구나, 말하는 것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집사장과 하인들이 모두 나와 있다.
아버지의 개인집사라던 로빈은 눈이 뭉개지도록 울고 있었다.
아버지가 이 집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나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저 사람들에게는 사랑받았던 것 같다.
모두 눈시울이 젖어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저택에 도착했을 때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에 새기려는 것 같아, 왠지 내 마음이 먹먹해졌다.
아무래도 나는 이곳 사람들을 정말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정이 들었을까.’
이런 부분이 아버지를 걱정하게 한 거려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그 뒤를 아버지와 어머니가 따른다.
아버지가 집사장과 사용인들을 지나칠 때, 모두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
아버지가 문득 발을 멈추고 빙긋 웃었다.
“그동안 걱정을 끼쳤다.”
코 훌쩍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하지만 어머니가 그쪽으로 시선을 주자, 훌쩍이는 소리는 순식간에 얼어붙은 것처럼 멈췄다.
“….”
코 훌쩍임은 원래 저렇게 금세 뚝 그치는 게 아닌데, 어머니는 역시 대단하다.
갑옷기사는 들어오지 않을 모양이다.
여전히 렐라에게 쫓겨 다니고 있었다.
아버지에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타티아나, 렐라, 어미, 그동안 익숙해진 사용인들과… 아, 만드라고라도….
이 세계에서 조금이라도 나한테 소중해진 것들이 모두 공작가에 모여 있다.
나는 여전히 귀족보다는 자유로운 야만 전사에 마음이 가지만, 그래도 이제는 이 사람들이 있는 장소를, 이 가문을 버리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어떻게 된 거야! 아무리 양을 조절했어도 저렇게 멀쩡한 모습은 아니었어야 하는데.”
에블린이 비명처럼 소리 지른다.
물건이 벽에 부딪혀 떨어져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부딪쳤다.
이럴 때는 말려도 소용없다.
다닐은 차가운 눈으로 날뛰는 아내를 보았다.
왕의 연회에서 라파를 보고 돌아온 뒤부터 계속 저 상태다.
지치지도 않고 계속해서 소리치고 물건을 던졌다.
그녀의 언니도 비슷했다.
다만 그녀는 그런 성격을 다 감안해도 매력적인 여성이었지만.
아름답고, 무엇보다 뛰어난 마도구사였다.
그녀만큼 뛰어난 마도구사는 백 년 이내에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마도구에 관해 이야기하는 그녀에게는 외모 이상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외모만으로 따진다면 에블린도 아름답지만 그뿐이다.
언니와 달리 에블린에게는 그 이상의 것이 없었다.
늙으면 사라지는 외모를 가졌을 뿐의 보통 인간.
영혼의 반짝임이 없다.
지금은 이미 젊을 때의 미모도 잃어 단순히 추한 살덩이에 불과하다.
‘그러면 그저 성격 나쁜 여자일 뿐이지.’
다닐은 그런 여자와 묶인 자신의 처지가 한심해 작게 한숨 쉬었다.
모든 일의 발단은 클라우스였다.
그의 아름다움에 천재가 미쳐 평범한 여자가 되었다.
반짝이는 지성의 눈동자는 어느새 빛을 잃고 추한 질투가 대신 자리 잡았다.
마도구를 비추던 눈동자에는 그곳에 없는 클라우스만이 떠오른다.
뛰어난 마도구사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추악한 질투로 뒤범벅된 여자만 남아 있었다.
마치 정령이 인간을 바꿔치기해놓은 것처럼, 사랑에 빠진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 남자는 악이다. 사람을 홀리는 요물이야.’
인간을 특정한 한 사람이게 만드는 것은 영혼이다.
똑같이 팔 둘 다리 두 개 가지고 있는 인간이 모두 같지 않고 다른 이유다.
한데 영혼이 달라지면 그 인간은 과연 과거의 그 사람일까.
아닐 것이다.
같은 몸이라 해도 전혀 다른 인간이 된다.
‘클라우스….’
그 아름다운 남자는 인간의 영혼을 통째로 흔들어 다른 사람이 되게 만든다.
그렇게 된 사람을 다닐은 여러 명 알고 있었다.
그 남자를 단 한 번 보았을 뿐으로 인생이 망가지는 거다.
그 남자만을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그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골몰하게 된다.
그 남자만을 원하게 된다.
클라우스가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렸다.
다닐은 오늘 본 클라우스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남자가 귀족 사회를 떠날 무렵으로부터 벌써 삽십 년 가까이 흘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똑같은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늙지 않는다.
‘인간이라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아니요.
그렇지 않다.
어떤 사람도 그토록 오랫동안 젊은 미모를 간직할 수 없다.
그 남자의 정체가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절대로 평범한 인간은 아닐 것이다.
‘제거해야 해.’
에블린은 다닐이 언니의 복수를 원해서 자신에게 협력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런 사사로운 원한 때문에 에블린에게 협력하는 것이 아니다.
다닐은 인류를 위협하는 요물을 퇴치하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마도구사가 해야 할 진정한 의무이니까.
클라우스라는 괴물과 그걸 수호하는 악의 가문을 이 세상에서 없애버려야 한다.
다시는 그런 괴물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도록.
에블린도 지쳤을까.
정신없이 물건을 집어 던지더니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고 있다.
소란스러움이 잦아지자, 시종이 물건을 치우러 들어왔다.
다닐은 손을 저어 시종을 나가게 했다.
아직이다.
에블린의 감정이 가라앉으려면 아직 멀었다.
그녀가 하는 행동을 의자에 앉은 채 바라보면서, 다닐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을 더듬었다.
에블린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다닐은 먼 옛날 죽은 천재가 남긴 물건을 가지고 있다.
보기에는 그저 손톱만 한 철조각일 뿐이다.
하지만 거기에 뭔가 있었다.
마도구로 감정해 봤지만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다.
잘라도 다시 붙고, 마도구로 완전히 분해하더라도 다시 재생된다.
에블린의 언니는 그 존재를 은폐하고 있었다.
다닐도 전혀 몰랐다.
그녀가 죽은 뒤 서둘러 연구 자료를 정리하면서 겨우 알게 되었다.
‘그 조각을 이용하면….’
준비는 되어 있다.
언젠가 클라우스가 나타나면 사용할 생각으로 계속 연구하고 있었으니까.
분노에 미쳐 다시 날뛰는 에블린을 보면서, 다닐은 문득 웃었다.
그 남자를 보았을 때 아내가 볼을 붉히던 모습이 생각났다.
에블린은 이 가문이 마법사 가문을 누르고 강해지면 클라우스를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오늘 그는 죽을 테니까.’
오늘 클라우스를 다시 보기 전까지는 아주 조금 망설이는 마음이 있었다.
혹시라도 그가 평범한 인간이라면, 하는 생각이 어딘가에 남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삽십여 년 전과 똑같은 미모를 가지고 있는 그가 보통 사람일 리 없다.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아도 돼.’
이건 정당한 일이다.
인간이 아닌 괴물을 죽이는 거니까.
다만, 그 괴물을 죽인 것이 누구인지 아무도 모를 거라는 사실이 조금 안타깝게 느껴졌다.
에블린이 다시 물건을 던지자, 다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가는 그의 등 뒤로 날 선 에블린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신이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래! 이 무능!”
지겨운 그녀의 목소리가 복도로 흩어진다.
다닐은 대꾸하지 않은 채 자신의 연구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