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136)
136 갑옷기사가 어디론가 가버렸다
나는 진심인 어머니를 평생 뛰어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아무리 강한 마법을 구사한대도 어머니의 집념 어린 공격은 당하지 못한다.
본 적은 없지만 알 수 있다.
이 순간 확실히 깨달았다.
나는 어머니를 속속들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중요한 진짜배기는 평생 알지 못하는 거다.
어머니가 진심을 내는 순간은 아마 상대를 확실하게 죽이려는 때일 테니까.
그걸 본 사람은 그 순간 이미 저세상에 있겠지.
뛰어난 마법사, 강한 마수가 판치는 이 세상에서, 몸 하나로 최강의 명성을 거머쥔 내 어머니는 역시 강하다.
어린 시절 내 동경의 사람.
그리고 지금은 평생의 라이벌이다.
“….”
아니야!
지금은 이런 생각이나 하면서 한가로울 때가 아니다.
갑자기 날아온 정체불명의 뭔가는 다행히 어머니의 재빠른 대처로 튕겨 나갔다.
하지만 어머니의 도끼를 쪼개버렸다.
어머니는 도끼가 무기인데, 그게 없어져 버렸어.
그 물체는 다시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아버지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검은 안개 같은 것에 싸여 있어서, 뭔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조차 없다.
절체절명의 위기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조용히 원래 자리에 앉아있었다.
움찔도 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동작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거겠지만, 아버지, 너무 침착하지 않습니까.
나는 손으로 식탁을 짚고 뛰어올라, 아버지 쪽으로 미끄러졌다.
내 몸이 앞으로 나가면서 접시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정체불명의 물체는 이미 아버지의 귀를 파고들듯 쏘아지고 있었다.
조금 늦을지 모른다.
조급함에 일단 머리부터 들이미는데, 머리카락 한 올 정도 차이로 어머니가 팔을 들어 막았다.
주먹으로 후려친다.
무기조차 들지 않은 어머니 손에 막혀, 물체는 다시 바닥으로 패대기쳐졌다.
“….”
순간적으로 실내가 조용해졌다.
어머니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손의 일부가 깊이 패 뼈가 드러나 있었다.
“어머니가…”
어머니 얼굴은 변함없이 무표정하지만 사람이다.
아프지 않을 리 없다.
눈앞이 시뻘겋게 되는 것 같다.
“빌어먹을 개새끼.”
입술이 비틀어지며 저절로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바람이 내 주위에서 휘몰아친다.
지금까지 숨죽여 내 몸에 잠들어 있던 힘이 단박에 솟구쳐 사방으로 뻗었다.
물체는 바닥에 박혔다 다시 위로 솟구치고 있었다.
나는 그 빌어먹을 물체를 향해 몸을 쏘았다.
밟고 있던 식탁이 와지끈 소리 내며 무너졌다.
바람이 주변으로 휘몰아치면서 물건이 부서지는 것 같다.
제어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감정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 강한 어머니가, 어떤 마수도 맨몸으로 막아내는 어머니의 손이 뼈가 드러날 만큼 상처를 입었다.
“빌어먹을X새X개X끼야, 감히! 어떤 놈이 이딴 걸 보냈어, 당장 죽여버린다!”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치는 순간 천장에 매달려 있던 샹들리에 수십 개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흩어졌다.
“피해라, 헬가! 그 자리에서 클라우스를 데리고 가!”
소란스러운 가운데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다.
“우왓! 라파 씨!”
“아가, 안 된다. 이리로!”
타티아나와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순식간에 멀어졌다.
익숙한 어머니의 발소리도 순식간에 멀리 떨어진다.
나는 허공으로 튀어 오른 물체에 손을 뻗었다.
검은 먼지 같은 것에 손이 먹힌다.
저릿저릿한 감각이 손 전체로 퍼졌다.
치과 치료할 때처럼 뼛속이 지잉, 지잉, 울리고, 뇌에 둔한 아픔이 전해졌다.
두꺼운 나무젓가락으로 뇌를 찔러 휘젓는 것 같다.
싫은 느낌이다.
나는 그걸 무시하고 손에 힘을 주었다.
검게 뭉친 먼지는 꺼끌꺼끌한 모래 같은 감촉이었다.
눈으로 보이는 건 작은 덩어리인데, 막상 손을 넣으면 거대한 구덩이를 휘젓는 느낌이 들었다.
빌어먹을 것.
누가 보냈는지 어떤 건지 모르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격했다.
어머니를 상처 입혔다.
‘감히 그런 짓을.’
내가 용서할까.
먼지처럼 완전히 부숴 재생하지 못하게 해준다.
생각한 순간, 몸에서 바람이 넘친다.
머리카락과 옷이 바람에 휩쓸려 날아올랐다.
피부가 파르르 떨리며 바람이 흩어진다.
회오리처럼 쏟아져 나가는 바람에 검은 먼지가 쓸려나갔다.
하지만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휩쓸려 나가고 다시 밀려오는 먼지 속에서, 어느 순간 손가락 끝에 차갑고 딱딱한 것이 잡혔다.
뭉개지도록 꽉 잡는다.
뇌 속의 고통이 더욱 심해졌지만 나는 그것을 놓지 않았다.
그때 타티아나의 목소리가 울렸다.
“… 정령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나, 그대에게 명하노니, 세계의 법칙을 건너 내게 귀 기울여라. 네 힘을 빌려 내 뜻대로 움직이게 하라. 그대가 이 세계에 머무는 시간, 나는 네 소유자이니, 세계의 법칙을 넘어 내 말에 따르라. 네 힘은 곧 나의 것이요, 내 영혼은 너의 친우이리라. 들어라, 속하라, 따르라, 정령아… 정령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나, 그대에게 명하노니….”
뇌 속에서 울리는 건지, 아니면 귀를 통해 들리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건 정령의 축복이다.
정령의 축복은 이전에 저주의 갑옷 팔에 사용했던 것이다.
어쩌면 이것도 저주받은 물건이었을까.
타티아나는 이미 여러 번 정령의 축복을 되풀이하고 있었던 것 같다.
끊임없이 타티아나의 목소리가 울리더니, 검은 먼지 속에서 바람이 풍선 터지듯 한 번에 폭사되었다.
언제 그런 게 있었느냐는 듯 맑아진다.
검은 먼지가 사라진 내 손바닥에는 아주 작은 철조각이 잡혀 있었다.
내 손톱보다 조금 작은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팝콘 튀듯 이리저리 움직이던 철조각은 갑자기 얌전해졌다.
내 손바닥 위에 놓인 채 움직이지 않는다.
단순한 물건인 것처럼 보였다.
“….”
이 철조각과 아주 비슷한 걸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저주예요! 그거 저주예요, 라파 씨!”
타티아나가 멀찍이 서서 외치고 있다.
알아, 타티아나.
어쩌면 이 철조각이 저택에 들어온 순간 나도 약간은 영향을 받았는지 모른다.
조금 전까지 날뛰는 것 같던 분노가 어느새 사그라들어 있었다.
“….”
아, 어쩌지.
주변을 돌아보기가 무섭다.
하지만 계속 이러고 있을 수도 없다.
눈동자만 살짝 들어 디굴디굴 굴리자 주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일 났네.
완전 조각조각이다.
바닥 대리석은 흔적도 없이 파헤쳐지고 주변은 돌과 식기, 샹들리에 파편으로 지저분해져 있었다.
‘샹들리에가… 아마… 수정으로 되어 있었지….’
지구라면 가짜일 것이다.
싸다.
하지만 이 세계의 수정은 인공적으로 만든 가짜가 아니다.
진짜 수정이다.
공작가 샹들리에는 진짜 수정을 아낌없이 사용해 만든 것이다.
그걸 한두 개도 아니고 수십 개, 어쩌면 더 많이… 완전히 부숴버렸다.
어머니가 마차 옆구리 부쉈다고 웃을 게 아니었다.
어쩌지.
진짜 어쩌지.
고개를 올리지도 못한 채 땀을 뻘뻘 흘리는데, 타박타박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라파 씨! 이제 괜찮아요?”
“….”
안 괜찮아, 타티아나. 나 진짜 큰일 낸 것 같아.
“어머니는….”
어머니 다친 곳은 괜찮은가.
숲에 살 때도 어머니는 종종 다쳤지만 그때는 긁히거나 베인 정도였다.
지금처럼 뼈가 드러나게 다친 적은 없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돌리자, 처참한 실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런, 진짜 어쩌지.
성한 곳이 없다.
천정도 일부분이 무너져 있었다.
아니, 이 건물 천장이 적어도 4미터는 될 것 같은데 왜 저기까지 바람이 가 붙은 거야.
이렇게 난장판이 될 정도였으면.
“… 저기… 다친 사람은… 없어?”
내가 물어보자 타티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몇 명이 떨어지는 돌에 맞을 뻔하기는 했는데 용케 잘 피했거든요. 전에 할머님께 들었는데요, 공작가는 무가 계통의 마법사 가문이라서 사용인들도 싸움이 나면 재빨리 대처하는 훈련이 되어 있대요.”
“….”
그건 정말 다행이다.
타티아나가 얼굴을 조금 찌푸렸다.
“다만 실내가 괜찮다고는 못하겠네요.”
“….”
그건 나도 보면 알거든.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원래 저주라는 게 불안정한 정신에 간섭하는 거예요. 라파 씨가 날뛴 건 그래서지요.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말 놀랐어요. 바람이 그렇게 나오다니… 사람 몸에서 바람이… 처음 봤거든요, 그런 거.”
타티아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올려다본다.
존경인지 감탄인지 잘 모르겠다.
“… 아까 정령의 축복은 고마웠어. 그게 아니었으면 아직도 날뛰고 있었을 거야.”
“별말씀을요.”
타티아나가 쑥스러운 듯 헤헷 웃었다.
나한테 도움이 되어 기쁜 모양이다.
아까부터 그녀만 들떠 있다.
“….”
그나저나, 역시 내 정신력이 문제였구나.
어릴 때부터 진짜 엉덩이에 불이 나도록 열심히 노력한 건데, 순간적으로 감정이 제어가 안 됐다.
결국에는 이런 참사가….
멀리 떨어져 있던 발자국이 조금씩 가까이 온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인가.
어쩌면 어머니도?
발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아버지가 움직이면 당연히 어머니도 그 주위에 있을 것이다.
차마 확인하지 못하고 나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지만, 물건 깨진 건 다 어쩌지.
타티아나가 위로하는 것처럼 내 팔을 톡톡 쳐주었다.
고개를 내밀어 내가 쥐고 있는 철조각을 바라본다.
“그건가요? 저주에 걸린 물건은.”
철조각은 아까부터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다시 이상해지면 어쩌나 싶은 걱정은 약간 남아있지만, 아마 괜찮을 거다.
왠지 이제는 괜찮다고 느껴졌다.
“어… 근데 이거 갑옷 기사의 철이랑 같은 색….”
타티아나가 그렇게 말한 순간이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외부에 맞닿은 벽이 무너졌다.
철컹철컹철컹.
갑옷과 긴 창으로 무장한 갑옷기사들이 말을 타고 달려왔다.
와직와직 벽을 부수면서.
녀석들이 들어오는 동안 내내 벽이 부서져 갔다.
적어도 일렬종대로 들어오면 좋았을 것이다.
왜 몇 놈씩 옆에 나란히 서서 줄지어 들어오는 거야.
게다가 키보다 높은 창을 들고 있어, 상당한 높이까지 벽이 과자처럼 부스러지고 있었다.
그저 닿기만 해도 단단한 벽이 부서지는 걸 보면 이 녀석들에게 뭔가 특별한 힘이 있는 건 분명하다.
“….”
인간은 너무 기가 막히면 멍청해지는 모양이다.
갑옷기사들의 포악스러운 등장에, 나나 다른 가족은 아무 소리 못 하고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게다가 왠지 이 녀석들 화가 난 것 같다.
… 어쩌면 나… 아니, 이 쇳조각에…?
그 발칙한 놈은 어딨느냐, 하는 것처럼 화내며 들어온 갑옷기사의 시선이 모두 내 손바닥 위에 모였다.
쿵! 쿵! 쿵! 말굽 소리가 바닥을 울린다.
압박 포위라도 하는 것처럼, 갑옷기사가 나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모여 섰다.
갑옷기사들에게서 고오오오 분노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엄청나게 노려본다.
물론 눈 없지만.
갑옷기사의 눈 없는 시선을 받자, 단순한 물건처럼 손바닥에 놓여 있던 조각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 [….] [….]갑옷기사들의 분위기가 변한다.
손바닥에 놓여 있던 철조각이 팽그르르 돌더니 위로 떠올랐다.
순간적으로 몸에 바람을 둘러 공격할 준비를 마친다.
하지만 철조각은 천천히 갑옷기사를 향해 날아갔다.
갑옷기사 사이로 날아간 철조각은 세 번째 열에 선 갑옷기사의 투구 위에서 잠시 맴돌았다.
그리고 칼집에 들어가는 칼처럼 투구 위에 스며들었다.
“저거… 원래 투구 장식이었나 봐요.”
타티아나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쿵! 쿵! 쿵! 쿵!
갑옷기사들이 창으로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굉장히 화난 것 같다.
갑옷기사들 사이에서 뭔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바람이 웅웅거리는 분위기만 느껴졌다.
어쨌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들은 굉장히 화가 나 있다.
엄청나게 엄청나게 화내고 있다.
뭔가를 향해 분노하는 듯하던 갑옷기사들이 일제히 몸을 돌렸다.
몇 마리의 말이 화난 것처럼 앞발을 들어 올린다.
허공을 밟는 말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갑옷기사들은 나타날 때처럼 뚫린 벽을 통해 나가버렸다.
여기 3층인데.
뻥 뚫린 벽 너머로,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는 갑옷기사단의 모습이 보였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그들이 도착하는 곳은 분명 지옥일 것이다.
“라파.”
아버지의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렸다.
“….”
어쩌지.
이제 진짜 혼난다.
어깨를 좁히고 돌아서자, 어머니는 그새 붕대 같은 것으로 주먹을 대강 감고 있었다.
타티아나가 어디에 감추고 있었는지 불사조 깃털을 두 장 꺼내 들고 있다.
어머니 상처는 저 깃털을 사용하면 금세 복구될 것이다.
우리가 불사조를 키우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건 진짜 다행인데… 아버지가 가만히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 이건 밤샘 코스구나.
오늘 밤 잠은 다 잤다.
그나저나 이 난장판은 어쩌지.
안 그래도 내부가 엉망이었는데 갑옷기사 때문에 더 엄청나졌다.
내가 한 짓은 1만큼인데 갑옷기사 때문에 5정도 한 걸로 보일 것 같다.
이놈들! 돌아오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