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156)
156 전쟁하면 금이지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라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홍수를 막으면 그다음에는 흉작이 오고, 간신히 영민의 아사를 막으면 그 뒤에는 눈이 많이 내려 길이 끊긴다고 합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짐승이 민가에 내려와 사람을 해쳐 그걸 해결하고 나면 이번에는 마수가 쏟아져 나온대요.
그래서 영민을 먹여 살리고 가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쉴 새 없이 달려야 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마그리트는 아버지 어머니가 너무 과장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인생이 힘들 리는 없지 않을까 라고요.
하지만 이제 마그리트도 부모님의 말씀을 알 것 같습니다.
부모님과 오라버니는 영지로 내려갔지만 마그리트는 아직 왕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가문의 저택에 혼자 남아있는 것은 아니에요.
여기는 왕도의 공작가 저택입니다.
마그리트가 공작님 부부의 대녀가 되었기 때문에 거기에 알맞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거의 매년, 일 년에 한두 달 정도는 공작가에서 머물기로 했습니다.
올해는 처음이니까 교사를 부르기 전에 대모님이 마그리트와 지내며 현재 수준이 어떤지, 어떤 방향으로 공부시킬지 가늠해 볼 거라고 합니다.
제대로 방향을 정한 뒤에는 공작가에서 선생님을 백작가에 보내줄 거라고 들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정말 기뻐하셨습니다.
공작가의 후광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거기에 더해 공부까지 시켜준다면 최상이라고 합니다.
백작가에서 할 수 있는 교육의 그 너머를 바랄 수 있다고 하네요.
공작가는 상위 귀족 중에서도 최상위, 유일무이한 가문이고, 그런 가문에서 베푸는 교육은 일반적인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고 어머니가 특히 기뻐하셨습니다.
그런 가문의 교육과 뒷배가 있으면 외국 왕가로의 시집도 꿈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 거, 마그리트는 전혀 바라지 않습니다만.
마그리트는 이미 더 이상의 공부가 필요 없을 만큼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
네, 솔직히 말하면 마그리트는 공부가 필요하니까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공부는 싫다고 생각합니다.
마그리트는 더 이상 머리가 똑똑해지는 것보다는 힘이 강해지고 싶습니다.
마법사의 재능이 있었다면 정말로 좋았을 텐데요.
인생이란 정말로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아, 그리고 마그리트와 혼인할 뻔했던 후작님은 죽었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세히 말해주지 않고 그냥 그렇게 되었다고만 말씀하셨습니다만, 너무 궁금해서 오라버니한테 조르고 졸라 들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라파 님에게 결투를 신청했다가 죽었다고 합니다.
바보네요.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아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누구나가 라파 님과 결투하면 어느 쪽이 이길지 알 수 있습니다.
한데 거기에 결투를 신청… 하아… 마그리트라면 절대로 그런 바보짓은 하지 않습니다.
목숨은 소중한 거니까요.
아니, 지금은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마그리트는 현재 절찬 다도회 중입니다.
어른들의 다도회는 물론 아닙니다.
오늘은 귀족 아이들이 모이는 소규모 다도회입니다.
성인 전 나이의 소녀가 집안끼리 교류하는 소규모 다도회도 있지만 지금 마그리트가 참가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어린 아이들만 모아놓은 것입니다.
마그리트까지 다섯 명인데 모두 열 살 이하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머리에는 매우 비싼 천으로 만든 리본이 여러 개 달려 있고, 어른들의 보석보다 훨씬 작지만 귀여운 장식품으로 치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마그리트도 비슷한 모습입니다.
대모님인 공작부인이 어릴 때 사용했던 소품을 붙이고 나왔습니다.
대모님한테는 아드님만 있어서 어릴 때의 장식품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마그리트한테 준 몇 개는 옛 모습 그대로지만, 몇 개는 디자이너한테 맡겨 최신식으로 고쳤다고 합니다.
마그리트가 대녀가 되자마자 준비해준 것 같습니다.
시녀가 몰래 말해줬습니다.
대모님도 마그리트를 매우 기대하고 계셨다고.
마그리트는 매우 기뻤습니다.
그리고 지금 마그리트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대모님과 대부님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마그리트는 이 다도회에서 비웃음을 당하면 안 됩니다.
멋있게 보여야 해요.
물론 대모님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마그리트의 각오가 그렇습니다.
한데 지금 이 아이들이 하는 말을 마그리트는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체 어디의 언어인가요.
아니, 언어는 분명 우리 아레논 왕국의 것입니다.
아이 중에서 가장 키가 큰 아이가 고개를 높이 들고 말하고 있는데, 아무리 들어도 마그리트는 그게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 그러니까 우아한 품질인 거예요. 장인 정신과 혁신이 편안함을 만들어서 우리는 평범함을 초월하는 물건을 가지게 됩니다. 전통과 혁신이….”
“그래요. 그곳은 최전선에서 경계를 넓히고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하는 중이에요.”
“독창성이 중요한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개인화된 상품의 장점이 우리를 보통과 차별하게 해주는….”
약간 혀짧은 말투로 마그리트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이 말하고 있습니다만, 저건 무슨 마수어입니까.
시작은 분명히 ‘너의 리본이 참 예쁘다’에서 비롯된 것인데, 왜 이런 대화가 된 걸까요.
키 큰 아이가 마그리트를 보고 웃습니다.
콧구멍이 벌렁거리는 걸 보면 아무래도 자랑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마그리트 양은 어떻게 생각해요?”
“….”
뭘 어떻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자리에서는 아는 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머니는 모르겠으면 그냥 웃어라, 라고 말했지만, 상대가 말하라고 하는데 웃을 수는 없으니까요.
“여러분 의견에 동감이에요. 독창성은 개인화가 중요하지요. 예술과 기능성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그걸 메우는 게 개인화라고 생각합니다.”
마그리트 말에 다른 아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도 마그리트 양의 말이 옳다고 생각해요.”
뭐라구요?
너는 이 말을 알아들었습니까?
마그리트 자신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방금 한 말은 오라버니가 언젠가 한 말을 기억해서 대강… 아….
마그리트는 자기도 모르게 환하게 웃었습니다.
이 아이들도 비슷한 걸지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되돌아보면 방금 아이들이 한 말의 일부분은 오라버니가 말했던 거랑 매우 비슷하게 들렸습니다.
그렇군요.
이 아이들은 그냥 아는 척하는 것뿐입니다.
그렇게 알자 마그리트의 입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거나 오라버니와 아버지의 말을 기억나는 대로 말해봅니다.
후후후후.
역시.
아이들은 마그리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비슷한 말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즐겁네요.
아이들도 모두 즐거운 것 같습니다.
말뜻은 아무래도 서로 통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그게 대수인가요.
즐거우면 됐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가 흥분할 만큼의 상위 가문 아이들은 어떤지 속으로 조금 걱정하고 있었습니다만, 지금 보니 걱정할 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들 비슷해요.
어느새 우리들의 이야기는 자기가 좋아하는 과자나 음식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건 대화가 통하는군요.
각자 먹어본 걸 말하고 있는 게 확실한 것 같습니다.
마그리트도 영지에서 먹었던 것과 공작가에서 먹은 것들에 대한 감상을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말하는 음식의 일부는 먹어본 적이 없는 것입니다.
나중에 꼭 먹어봐야지 생각하는데, 대화는 다시 마법사에 대한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라파 님은 정말로 사람을 먹나요?”
파란 끈을 머리카락에 섞어 돌돌 말은 아이가 두근두근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다들 눈이 반짝거립니다.
마그리트는 목소리를 가다듬었습니다.
좋았어, 드디어 마그리트가 잘 아는 게 나왔습니다.
“라파 님은 사람을 먹지는 않아요. 먹는 모습은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라파 님이 데리고 다니는 마수 새는 사람을 쪼아 먹어요. 새끼인데도!”
“꺄아!”
“무서워.”
몇몇 아이들이 비명 지르자 근처에 서 있던 시녀들의 시선이 이곳에 집중됐습니다.
안 돼요.
숙녀 실격입니다.
숙녀는 비명도 전략적으로 지르는 것입니다.
비명에 기절은 세트이지요.
어머니가 몇 번이나 그렇게 말하며 강조했습니다.
도저히 처리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면 일단 기절하라고요.
마그리트는 아이들에게 조용하라고 손짓하고 얼굴을 조금 내밀었습니다.
여자아이들은 서로 눈짓하더니 마그리트처럼 테이블 중앙으로 얼굴을 모았습니다.
“라파 님은 놀랍게도 살이 엄청나게 빨리 새로 나와요. 새가 쪼아먹어도 줄어들지 않아.”
“맙소사!”
“괴물?”
파란 리본이 눈을 깜박이며 물었습니다.
괴물이라니, 실례군요.
“그렇지 않아요. 마법사이기 때문입니다.”
“강한 마법사는 살이 돋아나?”
“그렇지 않을까? 우리 아버지는 마수랑 싸우다 다쳤지만, 아주 강한 마법사는 다를 것 같은데.”
“진짜?”
“나도 잘 모르지만….”
말이 조금씩 편해지고 있습니다.
숙녀로서는 맞지 않은 태도지만, 뭐, 상관없을까요.
어차피 오라버니도 종종 저런 말투가 되어버리니까요.
마그리트는 숙녀라 그런 일이 없지만, 같은 숙녀끼리는 상관없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아이들은 눈을 반짝거리며 마그리트를 보았습니다.
그래요. 대답이군요. 대답을 기다리는 겁니다.
“강한 마법사한테는 살이 번개처럼 빨리 돋아나는 것 같아.”
라파 님의 렐라는 돌에도 상처를 냅니다.
쪼면 단단한 돌에 상처가 나요.
한데도 라파 님의 피부는 멀쩡했습니다.
사람 살이 돌보다 단단할 리는 없으니 결론은 하나뿐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빨리 돋아나는 거죠.
그렇게 설명하자 아이들이 꺄꺄 작은 비명을 질렀습니다.
마그리트도 함께입니다.
왜냐구요?
어머니의 기술입니다.
옆 사람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게 동료가 되기 쉽다고 해요.
우리는 라파 님 이야기로 그 이후 다도회를 보냈습니다.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헤어질 때 초반의 대화가 무슨 뜻인지 물어보자, 여자아이들은 모두 부모님이나 형제의 대화를 대강 말한 거라고 했습니다.
마그리트와 같습니다.
사람의 생각은 다들 비슷하군요.
파란 리본 아이가 헤어질 때 마그리트 귀에 살짝 속삭였습니다.
“어머니가 공작가 대녀한테는 지지 말라고 하도 뭐라고 해서. 미안해요, 마그리트.”
괜찮습니다.
어머니라는 건 항상 시끄럽죠.
마그리트의 어머니도 뛰지 마라, 숙녀답게 해라, 이겨라, 지지 마라, 기필코 획득하라, 말이 많습니다.
마그리트가 웃으며 손을 흔들자 파란 리본은 살짝 고개를 숙이고 시녀한테 이끌려 떠나갔습니다.
다도회 뒤에는 대부모님한테 불렸습니다.
대부님과 대모님은 꽃잎 응접실에 계셔서 그쪽으로 갔습니다.
아, 꽃잎 응접실은 마그리트가 붙인 이름입니다.
공작가에는 응접실이 여러 개 있고, 용도에 따라 사용합니다.
그중 가장 예쁜 곳이 꽃잎 응접실입니다.
크기는 작지만 대모님이 매우 좋아하는 곳이라고 해요.
마그리트도 좋습니다.
거기에는 예쁜 것들이 많으니까요.
꽃잎 응접실에 도착하자 마침 한 남자가 나가고 있었습니다.
흐릿하고 음침하게 생긴 사람입니다.
대부님과 대모님은 마그리트가 들어가자 오늘의 다도회에 대해 조금 물어보셨습니다.
아이들의 느낌은 어땠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무엇을 생각했는지.
시녀가 이미 모두 듣고 보고했을 텐데 왜 물어보는 걸까요.
이야기가 끝나자 대모님이 웃으면서 마그리트의 손을 잡았습니다.
“오늘은 아주 잘했다고 들었어. 처음인데도 응대가 매우 좋았다고. 앞으로가 매우 기대되는구나.”
“감사합니다, 대모님.”
“선생이 결정되었으니 앞으로는 조금 바빠질 거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부님.”
마그리트는 숙녀답게 대답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제 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완벽한 마그리트가 더 완벽해질 필요가 있을까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건 바보겠지요.
마그리트는 똑똑한 숙녀이니 바보 같은 말은 하지 않습니다.
다도회가 있었기 때문에 저녁까지 마그리트는 잠시 쉴 시간이 생겼습니다.
좋아, 이제 마그리트 혼자만의 치유 시간입니다.
마그리트는 백작가 영지에 있을 때도 그렇지만 몰래 돌아다니는 데 선수입니다.
그건 이곳에 와서도 변하지 않았어요.
마그리트는 그동안 몇 곳의 은신처를 발굴했습니다.
귀찮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은신처에 숨어서 잠시 쉬면 금방 나아집니다.
마그리트는 그동안 몰래 모아둔 간식을 작은 스카프에 싸고 드레스는 벗었습니다.
대신 입은 건 귀족 남자아이가 입는 옷입니다.
여기에는 대모님 아드님이 어릴 때 입었던 옷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몇 개 빌렸습니다.
물론 아무도 모르게요.
알면 빌려주지 않을 겁니다.
예전에 영지에서 오라버니 옷을 빌려달라고 했더니 절대로 안 된다고 거절할 뿐 아니라 모두 숨겨버린 경험이 있어서 말하지 않았습니다.
후. 후. 후. 후.
남자 옷을 입으면 굉장히 힘이 솟아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마그리트는 이렇게 옷을 바꿔 입을 때마다 마법사보다 더 강한 사람이 되는 느낌이 듭니다.
시녀가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출입은 창문으로 합니다.
다행히 여기는 1층이라 쉽습니다.
마그리트의 제3은신처는 방에서 10분 정도 가면 있는 작은 건물입니다.
공작님이나 부인을 위해 마차나 말이 대기하는 장소 같아요.
우리 가문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건물 안에는 지붕 없는 고급 마차가 한두 대 있거나 때로는 말이 있기도 합니다.
하인이나 마부가 자주 출입하지만, 후후후, 마그리트는 몰래 다니는 것이 특기입니다.
오늘도 몰래 건물로 들어가 숨어서 사람과 마차의 모습을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한데 아까 대부모님꼐 불렸을 때 보았던 흐릿 음침한 남자가 들어왔습니다.
다른 남자 몇 명과 함께입니다.
남자들은 뭔가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한데 문득 슈테인 후작가라는 말이 들려왔습니다.
‘응?’
슈테인 후작은 바보처럼 라파 님께 결투를 신청했다 죽은 사람입니다.
마그리트는 귀를 기울였습니다.
“… 계속 감시는… 있지만….”
“… 클라우스 님께도 보고는 했….”
“늘어나서….”
잘 안 들립니다.
더욱 귀를 기울이는데 등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가씨의 일탈은 그냥 두라는 명령이 있었습니다만 어른의 사정에 끼어드는 것은 곤란합니다.”
“흐아아아아아아!”
너무 놀라서 이상한 비명이 터졌습니다.
어두운 공간의 뒤에서 불쑥 나오는 건 매너 위반입니다.
유령 같잖아요.
뒤돌아보니 마그리트에게 배정된 집사였습니다.
마그리트는 숙녀이므로 시녀의 시중을 받지만, 기본적인 생활은 집사가 알아서 보살펴 줍니다.
드레스나 교육 시간, 방의 배정과 물품의 준비 같은 거죠.
한데 언제 온 걸까요.
소리 같은 건 전혀 듣지 못했는데요.
가슴이 벌렁벌렁한데 집사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마그리트 아가씨, 가시지요.”
문득 뒤돌아보니 아까 이야기하던 남자들은 어디론가 가버린 뒤였습니다.
집사한테 손을 잡혀 나가면서 마그리트는 문득 걱정되었습니다.
남자들의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공작가에서는 후작가를 감시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누군가가 드나드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알고 계신 걸까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아버지 어머니는 전혀 모르고 계실 것 같습니다.
뭔가 그 이야기에 관해 설명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공작님과 공작부인에게서는 아무런 말도 없었습니다.
어른의 일에는 끼어들지 말라는 걸까요.
나중에 백작가로 돌아가면 이 이야기를 아버지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체 후작가에 드나든다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정말 궁금합니다.
설마 또 마그리트한테 청혼하려는 건 아니겠지요.
그건 정말 곤란합니다.
이제 더 이상은 마법의 단어도 사용할 수 없으니까요.
마법의 단어는 한 번 밝혀지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마법이니까요.
흠, 정말 곤란한 일입니다.
*
본가를 나선 뒤 이틀째 되던 날이다.
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왔다.
후작이 나한테 죽어버렸기 때문에 슈테인 후작가에서는 새로운 당주를 분가에서 세운 모양이다.
한데 그 뒤로 이상한 사람이 출입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것 하나라면 특이한 건 아닌데, 후작가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나라의 상황이 아무래도 수상쩍은 모양이다.
특히 몇 년 전부터 그 나라의 철 수입이 늘었다고 한다.
무기를 만들고 있다는 의혹이 있는 것 같다.
원래 후작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다 이번 일 때문에 첩자를 급파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공작가한테 해코지하려나 생각해 감사하니 엉뚱한 게 걸려든 셈이다.
‘잘못하면 전쟁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건가.’
잘못해서 이웃 나라와 전쟁이 벌어지면 각 가문에서도 병사를 내 참전한다.
그 기간 동안 마수 사냥은 뒷전이 될 것이다.
그런 사정도 있고 하니 마수 구제는 철저히 하라는 당부였다.
아버지가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지만, 흠, 전쟁이라.
나는 고개를 약간 비틀었다.
전쟁이라고 하면… 일단 금부터 사둬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