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159)
159그만해 이놈들아
공작가 저택에 머문 지 벌써 두 달이 넘었습니다.
마그리트는 다시 본가인 볼크 백작가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돌아가는 길은 몇 명의 선생님과 함께입니다.
앞으로 마그리트의 교육을 담당해 주실 분들입니다.
남자 선생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이번 여행에는 함께 가지 않습니다.
남자 선생님은 백작가에 곧바로 간다고 합니다.
마그리트가 아직 어리지만 백작가 영양이기 때문이에요.
레이디는 함부로 남성과 가까이하지 않는 법입니다.
앞으로 남자 선생님과 수업할 때는 반드시 시녀가 함께 동석해야 한다고 대모님한테 몇 번이나 당부를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훌륭함이나 고결함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사회적인 시선 때문이라고 해요.
레이디의 평판은 소중한 것이니까요.
마그리트는 백작영양이지만 공작 부부의 대녀이기 때문에 거기에 준하는 엄격함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
마그리트도 엄격하게 생각했어야 한다고 지금은 깨닫고 있습니다.
라파 님이 마법의 단어를 가르쳐 주었을 때 마그리트는 그 대가가 어떤 것인지 생각했어야 합니다.
마그리트가 그렇게 말하자 대모님이 굉장히 기쁘게 웃으셨습니다.
마그리트는 똑똑하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마그리트의 마음이 또 살짝 흔들렸던 것은 비밀입니다.
대모님의 칭찬을 받으면, 선생님이 늘어나고 공부도 많아지지만 그래도 대녀가 되어서 잘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라는 부모님의 말씀이 새록새록 마음에 스며듭니다.
인생이란.
하아.
물론 공작 부부의 대녀가 되어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일은 공작가에 오면 남자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백작가의 어머니가 질색하는 바지를 대모님은 허락해 주십니다.
아, 물론 허락이라고 해서 입어도 좋다고 말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모른 체해주는 거예요.
그건 허락받지 않은 것 같지만, 마그리트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른은 안 된다고 생각하면 감추거나 확실하게 안 돼, 라고 말합니다.
모른 척하는 건 해도 된다는 뜻이지요.
그 덕분에 마그리트는 종종 남자 옷을 입고 저택 안을 몰래 돌아다닙니다.
아주 가끔은 집사한테 들키지만, 보통은 잘 숨을 수 있습니다.
몰래 돌아다니는 건 마그리트의 특기니까요.
백작가로 출발하기 전, 대모님과 대부님이 선물을 주셨습니다.
공작가 문장과 비슷하게 생긴 보석 브로치와 이국의 옷감, 술과 예식용 검 같은 것입니다.
일부는 마그리트 것이지만, 반 이상은 백작령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의 거라고 합니다.
특히 술은 아버지가 매우 좋아하는 것이죠.
기뻐하실 거라고 말하자, 공작님도 기쁘다고 하셨습니다.
편지를 배달하는 임무도 받았습니다.
대부님이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와 대모님이 어머니한테 보내는 것 두 가지입니다.
편지는 예쁜 상자에 들어 있습니다.
함께 가는 시녀가 대신 받아 마차 안에 있는 비밀 공간에 넣어주기로 했습니다.
시녀가 들고 있지만 그걸 전달하는 책임자는 마그리트예요.
공작이 백작한테 보내는 편지는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보통이라면 관리들이 맡아서 할 일인데 이번에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라 마그리트가 맡게 된 거죠.
마그리트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책임감에 짓눌린다고 오라버니가 가끔 중얼거렸는데 그게 바로 이런 거겠지요.
이럴 때는 심호흡입니다.
후, 하, 후, 하, 커다랗게 숨을 쉬자 대부님과 대모님이 웃으셨습니다.
“괜찮아요, 마그리트. 마그리트는 잘 해낼 겁니다.”
대모님이 마그리트를 보고 말할 때 생각났습니다.
이전에 후작가 어쩌고저쩌고하는 남자들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일을 아버지한테 말해도 될까요?
그렇게 생각해서 물어보자, 대모님과 대부님이 서로를 쳐다보았습니다.
약간 놀란 것 같습니다.
“마그리트는 정말 똑똑하구나. 그 일을 부모님한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다니.”
대부님이 칭찬하는 것처럼 마그리트 손을 잡고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말해도 좋단다. 편지에는 그 일에 대해서도 쓰여 있으니까. 아, 하지만, 그렇지. 마그리트 그대에게도 말해두는 게 좋겠네.”
대부님은 마그리트의 손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준 뒤 말을 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조심해야 한다. 몰래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절대로 저택 밖으로 나가서는 안 돼. 앞으로 슈테인 후작령 주변은 거칠어질지 모르니까. 백작령에도 영향이 없지는 않을 거야. 나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
대부님은 그렇게 말하고 마그리트 눈을 보았습니다.
“보통 모르는 사람은 당연히 경계하지. 하지만 아는 사람한테는 마음 놓게 된단다. 그건 조금 위험할 수도 있어. 아버지, 어머니가 괜찮다고 말한 사람 외에는 아는 사용인이라도 항상 주의하도록 해라. 함부로 따라가거나 외딴 장소에 둘이 있어서는 안 돼. 알겠니?”
“네, 대부님.”
마그리트는 똑똑한 레이디이므로 위험한 사람은 따라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님이 말하는 아는 사용인에는 어떤 사람이 포함되는 걸까요?
유모와 어머니의 시녀는 제외일 것 같지만, 그 외의 사람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묻지 않습니다.
나중에 어머니에게 물어봐야겠습니다.
이미 마차와 병사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나쁜 주인이 됩니다.
대부님과 대모님한테 배운 건데, 사용인이 주인한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 주인 측에서도 존경받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합니다.
그걸 제대로 하지 않으면 좋은 주인이 될 수 없대요.
그렇게 생각하면 다시 백작가의 앞날이 걱정됩니다.
오라버니는 제대로 사용인에게 존경받고 있는 걸까요?
도저히 그렇게 생각되지 않습니다.
대부모님께 배운 것들은 오라버니에게도 가르쳐 줘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 대부모님이 마그리트의 선생님으로 불러주신 분 중 몇 명은 오라버니도 가르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공작가와 인연 있는 집안의 후계자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오라버니가 똑똑해지면 마그리트도 안심입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려 마그리트는 백작령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마그리트가 공작가에서 지낸 이야기를 듣자 매우 기뻐하셨습니다.
대부모님이 오라버니한테 선생님을 붙였다는 말에 특히 기쁜 것 같습니다.
오라버니는 그 말을 듣자 얼굴이 하얗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공부했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고 몰래 중얼거리는 걸 들었지만, 걱정 마십시오, 오라버니.
마그리트가 멀쩡하게 살아있는 걸 보면 공부를 많이 한다고 죽지는 않습니다.
나이가 많은데도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다니, 오라버니한테 맡겨질 백작가의 미래가 정말로 걱정입니다.
언젠가 마그리트도 혼인으로 이 집을 떠나야 하는데 그때까지 오라버니가 한 사람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요.
마그리트는 정말 걱정입니다.
아, 그리고 임무입니다.
마그리트는 마차에서 내릴 때 이미 상자에서 편지를 빼내 치마에 넣어두었습니다.
상자째로 드려도 된다고 들었지만, 그렇게 하면 시녀나 집사가 마차에서 가지고 내리게 됩니다.
마그리트는 숙녀이기 때문에 상자 같은 건 들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마그리트의 임무입니다.
당연히 마그리트 손으로 드리는 게 맞겠지요.
시녀가 자꾸만 제 뒤를 살피며 걷던데 아마 주머니에서 편지가 흘러나오지 않았을까 살펴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드레스의 치마가 겹치는 부분에 주머니가 있는데 잘못하면 물건이 흘러나오기도 하거든요.
마그리트도 매우 아끼던 손수건을 잃어버린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바보 같은 일은 하지 않습니다.
마그리트는 자랑스럽게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각각 편지를 전달한 뒤, 임무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내일부터 공부한다고 하니 오늘은 푹 쉬어야 합니다.
공부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우울해지네요.
잠을 자서 행복의 기운을 끌어내야겠습니다.
마그리트는 잠을 잘 때마다 행복이 뿜어 나옵니다.
자는 게 좋아요.
최고로 좋습니다.
하지만 너무 일찍 잔 것 같습니다.
깨어나 보니 아직 사방이 캄캄했습니다.
오랜만이라 유모가 침대 옆에서 마그리트를 지켜봐 준 것 같습니다.
침대에 엎드려 자고 있네요.
오라버니를 기르고 마그리트까지 돌봐준 유모는 이제 늙었기 때문에 해가 지면 꾸벅 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감기에 걸리면 큰일이므로 이불을 끌어 유모한테 덮어준 뒤, 마그리트는 오랜만의 저택 안을 돌아다니기로 했습니다.
우선은 아버지, 어머니가 계실 것 같은 응접실이네요.
어두운 복도를 달려가다 사용인의 모습이 멀리에서 보이면 얼른 숨습니다.
밤이 되면 초의 개수를 줄이기 위해 사용인이 돌아다닙니다.
지금은 그 시간인 것 같아요.
긴 막대기를 이용해 높은 곳의 촛불을 죽이는 사용인의 모습은 캄캄할 때 보면 아주 멋집니다.
둥실둥실하고 언젠가 본 신전의 엄숙한 장면을 닮은 것 같아요.
사용인이 지나가면 다시 달립니다.
마그리트의 생각대로 어머니, 아버지는 항상 머무는 작은 응접실에 계셨습니다.
문에는 하인이 있기 때문에 마그리트는 비어있는 옆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방과 응접실 사이에는 작은 문이 있거든요.
그곳을 살짝 열고 가만히 귀를 기울이자, 어머니 아버지가 한숨을 쉬며 뭔가 말하고 있었습니다.
“… 하지만 정말 곤란한 일이군요.”
“그러게 말이오. 만에 하나 전쟁이 되면 힘들어질 거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빌어야지요. 공작가에서도 알고 있다면 그렇게 큰일이 되지는 않을 거예요. 하아… 마그리트가 대녀가 되어 정말 다행이에요. 안 그랬으면 전혀 모르고 있었을 테니.”
전쟁이요?
마그리트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칠 것 같아서 두 손으로 입을 꽉 막았습니다.
‘전쟁이라니….’
전쟁이 되면 가장 필요한 것은 병사입니다.
어쩌면 공작가에서 온 병사들이 돌아가지 않고 백작가에 머무는 건 그래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마그리트도 당장 검을 배워야겠습니다.
마그리트는 백작가의 딸.
영민을 지키는 건 백작가 피를 잇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해야 하는 겁니다.
당장 내일 오라버니를 졸라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마그리트는 어머니 아버지의 대회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행하느라 피곤했는지 마그리트는 모르는 사이에 잠들고 말았습니다.
꿈에서 마그리트는 라파 님에게 마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손을 내밀 때마다 엄청난 바람이 쏟아져 적을 날려 버립니다.
사람이 개미처럼 날아가는 모습은 매우 통쾌하고, 오라버니는 마그리트가 이렇게 강할 줄 몰랐다며 놀라고 있었습니다.
후후후후.
매우 즐거운 꿈이었어요.
하지만 아침이 되자마자 마그리트를 찾아다니던 유모와 시녀한테 발견되어 혼났습니다.
꿈과 현실은 다른 거죠.
꿈에서는 굉장히 강한 마법사였지만 현실에서의 마그리트는 아직 일곱 살 어린 레이디일 뿐입니다.
하아.
인생이란.
*
마수 사냥은 순조롭다.
타티아나는 사냥에 대한 경험이 아무래도 적어서 이번 기회에 차근차근 가르치기로 했다.
스승한테 배운 건 많지만 지식에 비하면 실전이 압도적으로 부족하다.
주변에 돕는 사람이 있거나 보조적인 역할이라면 괜찮을지 몰라도, 혼자 다수의 마수를 만나면 죽기 딱 맞았다.
가르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별것 없다.
주로 내가 지켜보면서 혼자 마수를 상대하게 하는데, 이번에는 긴 뿔을 가진 토끼가 상대였다.
토끼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지구의 토끼와는 많이 다르게 생겼다.
지구 토끼는 토실토실 귀엽지만 이 세계의 뿔토끼 마수는 지구와는 전혀 닮지 않은 흉포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뿔토끼 마수에서 뿔만 제외하면 이 세계의 토끼다.
근육질의 몸에 얼굴도 조금 홀쭉하고 길어, 처음 봤을 때는 그게 토끼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어쨌든 이 뿔토끼 마수는 크게 위험한 놈은 아니지만 빠르다.
타티아나의 연습 상대로는 딱 알맞다.
뿔토끼가 그르르 낮게 소리 내면서 타티아나를 노려보았다.
귀가 실룩거리며 사방으로 움직인다.
녀석의 몸이 잔뜩 긴장되어 있었다.
“이제 공격할 거야. 준비해.”
내 말에 타티아나가 침을 꿀꺽 삼켰다.
너무 긴장해서 대답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
타티아나가 노리는 건 뿔토끼가 공격하는 순간 물마법을 이용해서 숨을 막는 것이다.
타티아나 주변에는 정령 나비 몇 마리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왠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마수와 싸울 때면 항상 십여 마리 정도가 나와 그 주변을 돌아다닌다.
별다른 걸 하는 것도 아닌데 구경하는 게 재미있는지.
타티아나가 다시 한번 침을 삼켰을 때였다.
정령 나비가 웃는 것처럼 날개를 흔들며 타티아나와 뿔토끼 사이로 날아갔다.
그 때문에 아마 시야가 아주 잠깐 막혔을 것이다.
그 틈을 노린 것처럼 뿔토끼가 힘차게 튀어 나갔다.
처음에는 뿔토끼도 도망치려고 했지만 몇 번 나한테 막히자 공격밖에 길이 없다고 알아차린 것 같다.
녀석은 이 공격에 모든 것을 건 것처럼 결사적으로 타티아나의 머리를 노렸다.
어, 조금 위험할지도.
그렇게 생각해 도끼를 쥐는데, 이미 물방울을 손바닥에 내고 있던 타티아나가 재빨리 손을 뿌린다.
찰나의 순간에 승패가 결정 날 거다.
잘못하면 타티아나가 다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손에서 땀이 났다.
타티아나의 물방울이 뿔토끼의 얼굴을 막 감싸고, 둘 사이의 거리가 팔 하나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다.
갑자기 정령나비가 파르르 몸을 떨었다.
파직!
파직!
파직!
나비의 몸에서 전기가 튄다.
“어라.”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순간, 뿔토끼가 몸을 뒤집으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백만 볼트 전깃줄이라도 만진 것처럼 몸 전체가 떨린다.
타티아나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어, 어, 소리를 내며 뿔토끼를 보고 있었다.
흠, 이거 괜찮은데?
아무래도 타티아나한테 강력한 무기가 생긴 것 같다.
정령 나비가 칭찬해달라는 것처럼 나한테 날아와 빙글빙글 내 몸을 돌기 시작했다.
좋았어.
너희들도 도움이 되는 게 있구나.
그냥 반짝거리는 것밖에 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잘했다.”
내가 말하자, 갑옷기사 안에 있던 나비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녀석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는 모르지만, 마치 밖에 있는 나비를 통해 내 말을 들은 것 같다.
밖으로 나온 정령나비가 허공을 가득 메운다.
녀석들 몸에서 파직 파직 정전기가 나기 시작했다.
“우, 우왓!”
타티아나가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나도 놀랐다.
한꺼번에 이것들이 단체로 미쳤나.
그만해 이놈들아!
잘못하면 우리까지 다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