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160)
160 기억해냈다
공주의 초상화는 긴 원통형의 상자에 담겨 도착했다.
최대한 빨리 리아나 공주의 초상화를 구해오라는 명령에, 시종장은 아레논 왕국의 거리 화가를 이용한 모양이다.
이곳에서 화가를 보내 공작가에 있는 공주의 초상화를 그리는 것은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공작가에 사람을 보내는 것 자체가 무리다.
명령을 내린 건 공왕 자신이지만 불가능한 일이라는 건 자신이 가장 잘 알았다.
‘한데 이렇게 빨리….’
용케 방법을 생각해냈다 싶다.
“고맙네, 수고했다.”
공왕의 말에 시종장이 깊이 고개 숙였다.
공주의 초상화는 화가한테 받은 즉시 포장되어 그대로 왔다고 한다.
이 안에 있는 모습이 어떤지 아무도 본 이가 없다.
원통형 상자를 바라보는 눈 안쪽이 화끈해졌다.
알 수 없는 희열이 공왕을 덮친다.
‘저 안에….’
자 작고 길쭉한 상자 안에 공주가 있다는 사실에 심장이 불탄다.
심장 깊은 곳에 있는 뭔가가 장작처럼 활활 타올랐다.
뭔가가 있다.
단순히 딸의 모습을 확인하는 이상의 것이 저 안에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확실하던 것이 뇌 속에서 불을 밝힌다.
공주의 모습을 바로 앞에 두자, 그래, 이제 알겠어.
저 상자를 여는 순간 뭔가가 바뀐다고 확실하게 알았다.
공왕은 점점 빨라지는 호흡을 누르며 손을 가볍게 저었다.
“물러가라.”
“….”
“아무도 들여보내지 마. 잠시 혼자 있겠다.”
“예, 전하.”
시종장은 뭔가 말하고 싶은 표정을 지었지만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시종장이 나가자 어두운 침실에서 소리가 사라졌다.
조용하다.
촛불만이 소리 없이 공간을 휘두르며 타오르고 있었다.
침을 삼키자 그 소리가 크게 퍼지는 느낌이 든다.
공왕은 원통형의 상자를 들었다.
상자에 자물쇠 같은 건 없다.
하지만 상자의 이음새 위에는 밀랍 봉인이 붙어 있었다.
밀랍은 깨지지 않은 상태 그대로였다.
아무도 보지 않았다는 증거다.
심장이 깨질 것처럼 크게 팽창한다.
원통형 상자의 위아래를 어긋나게 비틀자 파삭 밀랍이 깨졌다.
상자는 부드럽게 밀리며 열렸다.
상자 안에는 질 나쁜 종이 몇 장이 둘둘 말려 있었다.
꺼내 펼치자 남자와 함께 있는 여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거친 야만인의 옆에 작고 화사한 여성이 서 있었다.
실력이 괜찮은 화가가 그린 것이 아니다.
여자의 얼굴은 현실성을 잃고 죽어 있었다.
뛰어난 화가라면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렸을 모습이 가난한 실력의 화가에 의해 뭉개져 있다.
‘하지만….’
공왕은 그녀의 모습을 못 박힌 듯 보았다.
분명 본 적 없는 여성일 텐데 이 얼굴을 안다.
원래의 그녀는 이 모습보다 훨씬 아름답다.
본 적 없지만 분명 그렇다.
‘그래… 나는 이 얼굴을… 알아.’
파삭.
파삭.
파삭.
뭔가가 내부에서 깨지기 시작했다.
삭은 자물쇠가 끊어지는 것처럼 뇌 속, 심장, 혈액에 있는 것들이 깨지고 부서져 떨어졌다.
공왕은 떨리는 손으로 여성의 얼굴에 손가락을 놓았다.
살짝 그 얼굴을 쓰다듬는다.
손가락이 종이를 미끄러질 때마다 머릿속에 드리워져 있던 투명한 막이 조금씩 녹아내리고, 그 안에 숨어 있던 것처럼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잊어라… 그 아이를 잊어… 그 뇌 깊은 곳에 잠들어 깨우지 마라….]낯선 여성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지금 생긴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그 소리는 뇌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을 알겠다.
이제야.
그동안은 왜 몰랐을까.
이렇게 가득 내 머리를 채우고 계속 속삭이고 있는데.
여자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뛰어다녔다.
[… 잊어라… 그 아이는 당신의 딸이 아니야. 낯선 타인이다. 영원히….]“헛소리!”
공왕은 크게 외치며 원통 상자를 집어던졌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벽에 부딪친 상자가 튀어 바닥을 굴렀다.
“그 아이는 나의 것이다! 내 딸! 내 사랑하는 딸이야!”
그렇게 말하는 순간 쏟아지는 것처럼 기억이 밀려왔다.
목소리의 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여전히 기억나지 않지만 딸의 얼굴은 정확하게 떠올랐다.
하얀 아이의 얼굴이 튀는 것처럼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여러 번 납치될 뻔했던 일, 딸을 잃을지 모른다는 현실에 겁먹어 공포에 질렸던 것, 자신이 낳은 딸을 싫어하던 아내의 얼굴도 똑똑히 기억났다.
“….”
그 낯선 여자.
그에게 잊으라고 명령하던 그 여자를 데려온 것은 공왕비였다.
가장 믿었던 아내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에 머릿속이 화끈해졌다.
그녀의 짓이었어.
‘내 딸을 숨긴 건….’
공왕은 딸의 얼굴이 그려진 종이를 손에 움켜쥔 채 방을 뛰쳐나갔다.
아내는 근래 이곳에서 약간 떨어진 왕비궁에서 지내고 있다.
지금은 비어 있지만, 왕비궁에는 공주나 왕자가 머무는 방이 여러 개 있다.
원래 그의 어린 딸은 그곳에서 살고 있어야 했다.
그런 나날을 아내가 빼앗았다.
유모가 딸을 납치했다고, 사랑한다며 웃던 그 입술로 속삭였다.
“전하! 전하! 왜 그러십니까!”
시종장과 호위기사가 당황해 쫓아온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물처럼 흘러 지나갔다.
들리는데 인식되지 않는다.
머릿속은 오직 아내의 미운 얼굴뿐이었다.
그녀가 딸을 빼앗아 갔다.
별궁에 있던 것이 원래 딸이었는지, 아니면 가짜인지는, 이제 와서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단순히 딸의 얼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가짜라고 생각했던 걸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공왕비가 그를 속였다는 사실.
그녀 때문에 생명보다 소중한 딸을 야만인에게 주어 버렸다.
공왕비의 방 앞을 지키는 호위 기사가 눈을 크게 뜨며 놀라는 것도 아랑곳 않고, 공왕은 시종을 밀치고 스스로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잠자리에 들려고 했던 듯, 아내는 무거운 드레스와 코르셋을 벗고 있었다.
몇 명의 시녀가 아내를 둘러싸고 있었다.
“전하.”
의아한 표정으로 공왕비가 그를 부르는 순간, 머리끝까지 올라와 있던 분노가 터졌다.
저 순진한 얼굴로 오랫동안 그를 속여왔다.
믿었는데.
그녀를 믿고 있었는데.
공왕은 주먹으로 아내의 얼굴을 힘껏 쳤다.
가녀린 공왕비의 몸이 처박히듯 바닥으로 쓰러진다.
시녀들의 비명소리, 뒤에서 그를 껴안으며 외치는 시종장의 목소리.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뒤섞인 가운데, 공왕은 울부짖는 것처럼 외쳤다.
“네가 그랬다! 네가 내 딸을 빼앗았어! 네년이!”
다시 달려들어 치려 했지만 시종장이 그를 부둥켜안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전하! 이래서는 안 되십니다. 고정하십시오, 전하!”
시종장의 목소리가 귀를 치고, 공왕비를 지키려는 것처럼 시녀들이 그녀 위를 덮는다.
분노는 여전히 몸속에서 뛰어다니는데 풀 수 없었다.
머리가 뜨겁다.
“어째서 내 딸을 빼앗았느냐! 너는 어째서 내게 거짓말을 했어! 왜! 왜! 그 아이는 너의 딸이기도 했을 것이다! 한데 왜 그랬느냐!”
“….”
시녀들한테 포개지듯 싸여있던 공왕비가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
“전하…. 기억이…”
그렇게 말하고, 공왕비는 입을 다물었다.
순식간에 눈물이 차올라 쏟아진다.
전이었다면, 몇 분 전만 되었어도 그녀의 그런 모습에 마음이 흔들렸을 것이다.
그의 아내는 이 작은 나라에 시집온 것이 이상할 만큼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어릴 때부터 약혼되어 있지 않았다면, 원래 이 나라 왕족과 혼인이 잦았던 가문이 아니라면 분명 다른 대국의 아내로 갔을 거라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그녀를 사랑했다.
더욱 아껴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 아름다운 얼굴이 아무리 비통하게 이그러져도 공왕의 마음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밉기만 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소리치고 윽박질러 물었지만, 공왕비는 입을 꼭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을 휘저어 거짓을 심은 여자가 누구인지, 별궁에 살던 공주는 가짜였는지, 아니면 진짜 딸이었는지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눈물만 흘리며 입을 다물 뿐이었다.
그녀가 대답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공왕은 분노 속에서 명령했다.
“그녀를 겨울궁전에 보내라.”
“전하!”
시종장이 깜짝 놀라 만류했지만, 공왕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겨울궁전은 죄를 지은 왕족이 갇히는 곳이다.
궁전 주변은 가시나무가 우거져 외부와 거의 단절되어 있었다.
출입구만 겨우 한 곳 뚫어져 있을 뿐이다.
그곳에 들어가면 하루에 한 번 물과 빵, 수프만 제공되고 일체의 음식이 금지된다.
추운 계절에도 벽난로에 불 넣는 것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겨울 궁전에 들어가면 남자라도 살아남기 어렵다.
“살아남고 싶다면 모든 사실을 고하면 된다.”
그렇게 말했지만 공왕비는 그저 울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겨울 궁전으로 들어갔다.
그것도 공왕의 마음을 자극했다.
그 차분한 얼굴을 고통으로 일그러뜨리고 싶다는 충동이 치솟았지만, 그녀는 국모다.
그녀를 고문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건 아무리 공왕이라도 할 수 없었다.
공왕비가 겨울 궁전으로 쫓겨 들어간 뒤에도 그의 마음을 밝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초조해진다.
어떻게 하면 딸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그것에만 마음이 쏠렸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그는 문득 자알 왕국에서 얼마 전 사자가 왔던 일을 떠올렸다.
사라문즈 공국은 혈연 판매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이곳저곳의 가문에 외모 좋은 공주나 왕자를 혼인으로 보내고 있다.
가난한 사라문즈는 그렇게 맺은 혈연관계를 이용해 원조 받는다.
어떻게든 아름다운 왕비를 맞아 혼인을 맺는 것도 그걸 위한 것이다.
자알 왕국의 귀족에도 사라문즈의 왕녀가 혼인으로 들어가 있는 가문이 몇 곳 있었다.
한데 최근 몇 년간 그 가문에서 연달아 사자가 오고 있다.
큰 원조를 약속하면서 접근해와, 아무리 가난에 허덕여도 그런 수상한 원조는 곤란하다고 생각해 은근히 거절하는 중이었다.
아레논 왕국의 공작가와 인연을 맺었으니 더더욱 그 가문과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참이다.
자알 왕국은 아레논 왕국과는 매우 사이가 나쁘다.
오래전 자알 왕국이 해상으로 아레논을 침략한 이래 국교도 거의 단절되어 있었다.
한데 공작가와 혼인을 맺자 그 소식을 입수했는지 이번에는 귀족이 아닌 왕가에서 사자를 보냈다.
그때는 정중히 대접하고 그냥 돌려보냈지만.
“….”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일이 아니다.
여기에서 자알과 손을 잡으면 아레논 왕국과 원수가 될 것은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밖에는 길이 없다.
공작가에는 여러 번 편지를 보내 공주를 만나고 싶다는 말을 해봤지만 무시당하고, 공왕비가 아프다고까지 해도 반응이 없다.
이대로라면 공주와, 그의 사랑하는 딸과는 영원히 만날 수 없을 거다.
공왕은 며칠간 고민한 끝에 시종장을 불렀다.
“자알 왕국에 은밀히 사자를 보내야겠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공주를 되찾기 위해서는 자알 왕국에 의지하는 수밖에는 없다.
그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되찾고 만다.’
내 딸, 내 사랑하는 공주야.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는데, 딱히 고래가 아니라 정령이어도 그 말은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정령나비한테 잘한다 잘한다 몇 번 칭찬하니 그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녀석들이 경쟁적으로 정전기를 내기 시작했다.
다만 이 정령나비의 정전기는 내 머리에 몰려 있는 어항 놈들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선택적 정전기라고 할까.
타티아나의 물이 닿으면 감전을 일으키지만, 일반적인 물에 닿으면 아무 일도 없다.
한데 또 허공에서 정전기가 일어나면 왠지 모르지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정도의 위력이 나왔다.
내 생각에는 이 정령 나비가 어항 정령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머리가 있는 것 같다.
내 머리에서 가끔 튀어나오는 어항정령은 뭐랄까, 그냥 어항이야.
팔에 장착되어 있는 방어구처럼 생각하지 않고 위험하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것 같다.
무엇보다 어항과는 대화가 안 되지만, 정령 나비와는 뭔가 감정의 교류가 된다.
칭찬하면 통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항은 칭찬해도 안 해도 똑같다.
뭔가 반응은 하는 것 같은데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 느낌이다.
어쨌든 뭔가 대화 비슷한 게 통하니 좋다.
나는 갑옷기사 안에 정령 나비를 모두 집어넣은 뒤 고개를 돌렸다.
“타티아나, 다시 한번 불러봐.”
“알겠어요.”
내 말에 타티아나가 고개를 끄덕이고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정령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내 기도에 답하라.”
타티아나의 목소리는 작지만 정령에게는 들리는 것 같다.
갑옷기사 속에 있던 정령 나비 몇 마리가 눈구멍으로 나온다.
호랑나비 닮은 놈과 분홍색으로 몸 전체가 칠해진 놈, 그리고 노랑 얼룩이….
역시 처음에 타티아나한테 반응해 정전기를 뿜었던 놈들이 반응해 나왔다.
몇 번 반복해도 마찬가지로, 다른 놈들보다 이 녀석들이 타티아나한테 가장 빨리 반응한다.
녀석들이 타티아나 주위로 몰려들자, 나는 갑옷기사와 함께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꽤 멀어졌지만 정령 나비는 쫓아오지 않았다.
다른 나비는 내가 시야에서 멀어지면 곧바로 따라오지만 이 녀석들만큼은 다르다.
굉장히 멀어진 채 한참 기다렸지만 정령 나비는 내게 날아오지 않았다.
내가 타티아나한테 돌아가자 녀석들은 얌전히 타티아나 주위에 머물다 내게로 날아왔다.
칭찬해달라는 듯 내 주위를 맴돌며 빙글빙글 날아다닌다.
“이런 게 정말 필요할까요?”
가만히 쳐다보던 타티아나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타티아나의 의문은 당연할지 모른다.
그녀의 물마법도 상당한 수준이다.
적은 물로도 사람의 숨을 막아 죽일 수 있으므로 웬만한 상황에는 대처할 수 있을 테고, 이번에는 함께 하지 않았지만 공작가의 호위도 대부분 곁에 붙어 있다.
위험할 일은 보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이 그렇지 않아.
타티아나는 아직 모르지만 공국으로 내가 가게 될 가능성은 크다.
그때는 타티아나를 데리고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혼자 남아있을 그녀를 생각하면 내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 간다.
혹시라도 그녀가 위험해지거나 다른 남자한테….
나는 타티아나 대신 정령 나비를 올려다보았다.
‘얘들아, 내 아내를 잘 지켜줘. 그리고 혹시 남자가 접근하면 그놈들을 다 죽여버려라.’
타티아나는 모른다.
내가 밤마다 그녀에게 붙이려 하는 이 정령 나비에게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미안하지만 내게 NTR 속성은 없다.
“몸을 지킬 방법은 더 있어서 나쁠 게 없으니까.”
나는 타티아나에게 그렇게 말한 뒤 정령 나비한테 손가락을 내밀었다.
호랑나비, 분홍나비, 노랑얼룩나비….
정령 나비들이 내 손가락 위에 빼곡하게 앉는다.
“잘했어. 착하구나.”
그렇게 말하며 나는 또다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내 아내를 잘 지켜줘. 위험하지 않도록. 내가 혹시 자리를 비워도 절대로 안전하도록. 그리고 다른 남자가 혹시 접근하면 모조리 튀김으로 만들어 버려라. 죽여버려.
마치 알아들었다는 것처럼 나비들이 날개를 바르르 흔든다.
… 너희들 정말로 알아듣는 거 맞냐.
조금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나는 주문처럼 다시 중얼거렸다.
낯선 남자가 접근하면 진짜 죽여버려라.
진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