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164)
164 나도 고문은 처음이라
마그리트에게 엄청난 일이 일어났습니다.
마그리트를 인질로 하자고 했던 사람들은 두 명뿐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 외에도 같은 편이 더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같다고 하는 이유는 마그리트에게 아무도 설명해 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그리트가 해낸 일인데, 마그리트는 어리기 때문에 자세하게 알면 안 된다고 합니다.
그건 너무하지 않나요.
마그리트가 일등 공로자인데.
게다가 마그리트는 여기저기서 엄청나게 혼났습니다.
수상한 남자한테 납치되지 않고 잘 숨었다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마그리트를 칭찬해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비밀 통로에 들어갔던 일이 완전히 들켰기 때문에 많이 혼났습니다.
마그리트 인생에서 그만큼 혼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진짜로 엄청나게 혼이 났습니다.
마그리트는 공작가에도 알릴 만큼 엄청나게 거대한 음모를 알아낸 공로자인데도 말입니다.
마그리트는 잘 몰랐지만 이번 일은 공작가의 대부모님한테도 알려졌다고 합니다.
뭔지 잘 몰라도 엄청난 일인 거죠.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해냈으면 혼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마그리트는 역대 최고로 혼난 뒤에 벌로 세 시간 동안 벽을 보고 서 있어야 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달콤한 간식을 못 먹는 벌도 받았습니다.
간식을 못 먹게 하다니, 그건 정말 너무하다고 생각해요.
마그리트한테 죽으라고 말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버지한테 울면서 애원했지만 어머니의 결정은 뒤집히지 않았습니다.
마그리트가 울면 아버지는 언제나 이제 그만 용서해 주자고 어머니한테 말해줬는데 이번에는 아버지도 굳은 얼굴로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마그리트는 인생의 절망을 이번에 알게 되었어요.
인생이란 정말, 하아.
유모는 3일 동안 마그리트만 보면 울었습니다.
울면서 잔소리를 해요.
같은 소리를 하고 또 하기 때문에 이제는 유모가 하는 말을 모두 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쓴맛이라는 것도 알게 된 느낌입니다.
이번에 가장 이상한 반응을 한 건 오라버니입니다.
오라버니는 마그리트를 보면 머리를 헝클어뜨리거나 벌레를 주는 대신, 가만히 쓰다듬어 줍니다.
그리고 가볍게 안아 주죠.
오라버니가 너무 이상한 행동을 해서 처음에는 아픈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왠지 기운도 없어 보였거든요.
오라버니는 우리 가문의 후계자입니다.
아프면 곤란해요.
마그리트가 오라버니한테 어딘가 아픈지 물어보자, 오라버니는 이상할 정도로 다정한 얼굴로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그 반응을 보고 마그리트는 즉각적으로 알았습니다.
오라버니는 진짜로 어딘가 아프네요.
아버지에게 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오라버니는 어디도 아프지 않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이 일의 중대함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오라버니는 우리 가문의 하나밖에 없는 후계자인데.
하지만 마그리트는 어리기 때문에 종종 발언이 가볍게 다루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죠.
마그리트는 한동안 오라버니를 잘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하 통로는, 하아, 정말 우울한 일인데, 마그리트의 비밀 통로는 폐쇄되었습니다.
들어가는 입구에 커다란 자물쇠가 걸렸기 때문에 이제는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어요.
다른 입구를 찾아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마그리트의 생각을 본 것처럼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이제 통로의 입구는 모두 닫혔으니 찾아봐도 소용없다구요.
마그리트가 다녔던 통로는 아버지도 알고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적이 침략해왔을 때 몰래 도망가는 길이래요.
아주 오래전 만들어진 통로라 낡고 곳곳이 무너져 있어 위험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라버니는 우리 가문이 가난해서 보수를 못 한 탓에 그렇게 된 거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볼크 백작가는 가난한 거죠.
불행한 일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되어서 마그리트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합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마그리트가 지하 통로로 다녔던 사실을 안 뒤부터 밤에도 시녀와 유모를 항상 붙여둡니다.
유모는 밤에 꾸벅꾸벅 졸기 때문에 괜찮은데 시녀는 조금 곤란하네요.
유모와 달리 시녀는 잠이 적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참으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볼크 백작가는 가난하기 때문에 시녀도 몇 명 없습니다.
마그리트를 밤에 감시하는 시녀는 원래 어머니 시녀이고, 행동 견습으로 와 있는 것입니다.
행동 견습은 나이가 어느 정도 된 레이디를 귀족 가문에 보내 이것저것 배우게 하는 것입니다.
마그리트가 정기적으로 공작가 가문에 가게 된 것도 행동 견습의 일종입니다.
지금은 아직 어려서 하지 않지만, 마그리트도 어느 정도 큰 레이디가 되면 대모님의 시중을 들면서 드레스 선택이나 행동, 화장법, 대화술 같은 걸 배우게 될 것 같습니다.
대녀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지만, 옆에 머물면서 보고 배운다는 점에서는 시녀와 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시녀는 그런 것입니다.
그리고 어머니나 대모님처럼 시녀를 데리고 있는 귀족 부인은 좋은 혼처를 찾아주는 것까지 하게 됩니다.
지금 마그리트를 감시하는 시녀는 어머니가 괜찮은 가문의 남자를 소개하려고 알아보는 중입니다.
얼마 전에 시녀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는데 조만간 만남을 가지게 될 것 같다고 하니, 얼마 안 있으면 집으로 돌아가 혼인할 겁니다.
작년에도 그런 시녀가 한 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마그리트는 무얼 해야 할까요.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마그리트는 심심한 것이 약합니다.
그렇게 우울한 심정이 되어 정원에 앉아 꽃을 보고 있는데, 오라버니가 찾아왔습니다.
요즘 들어 오라버니는 마그리트를 자주 보러 옵니다.
예전에는 공부하느라 낮에는 잘 만나지 못했지만, 비밀 통로를 들킨 뒤로는 거의 매일 만나고 있습니다.
이제 슬슬 귀찮네요.
하지만 요즘 마그리트는 조금 심심하니 아주 약간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마그리트, 좋은 소식을 가져왔다.”
오라버니가 히죽 웃습니다.
무엇입니까, 그 괴상한 웃음은.
레이디한테 하는 얼굴이 아닙니다.
당장 그만두십시오.
마그리트는 속으로 외쳤지만, 레이디는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과 우아함을 잃지 않는 법입니다.
마그리트는 허리를 펴고 우아하게 오라버니를 바라보았습니다.
“건방진 녀석.”
오라버니가 또 마그리트 머리를 헝클어뜨렸습니다.
그만두십시오!
소리치려고 했지만, 이건 어쩌면 오라버니가 조금 건강해진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마음이 갈등되어 하지 말라고 말할지 말지 마그리트는 고민중입니다.
“입 씰룩거리기는. 레이디가 되려면 멀었네. 진정한 레이디는 오라버니가 이렇게 해도 우아하게 웃으면서 감사합니다, 말하는 거다.”
웃기지 마십시오.
이 세상에 그런 레이디가 어디에 있습니까.
적어도 맨날 유모한테 혼나면서도 이런 행동을 그만두지 못하는 오라버니가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씩씩거리지 마, 심심한 너를 위해서 일부러 좋은 소식을 알려주려고 온 거니까. 발테르 공작가에서 라파 님이 올 거야.”
“엇!”
“너랑 힘겨루기하던 그 작은새도 오는 것 같아. 기쁘지?”
오라버니가 웃습니다.
작은새의 이름은 렐라입니다.
매우 귀엽고, 마그리트하고는 좋은 호적수입니다.
렐라가 온다고 하면 물론 기쁘지만 오라버니가 저렇게 말하며 웃으니까 왠지 인정하기 싫어집니다.
마그리트는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했지만, 역시 고마운 건 고마운 거죠.
오라버니가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다면 마그리트는 한참 뒤에나 알게 되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오라버니.”
마그리트 말에 오라버니가 또다시 머리를 잔뜩 헝클어뜨렸습니다.
고마운 마음이 싹 사라지네요.
아무튼 라파 님이 오신다니 매우 기쁩니다.
라파 님을 만나면 왠지 모르게 마그리트도 굉장히 강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강함의 기운을 받는 것 같습니다.
‘좋았어.’
이번 기회에 마그리트도 강해져서 다음에 나쁜 사람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해치워버려야겠습니다.
그러면 비밀공간을 들키거나 간식을 금지당할 일도 없겠지요.
라파 님과 만날 날이 너무 기다려집니다.
*
볼크 백작가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다.
지구처럼 고속도로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마차는 마수 사냥 때의 것에서 다시 고급의 커다란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다소 편하다.
그렇다고 해서 진동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여행에도 당연한 것처럼 불사조와 렐라, 만드라고라가 세트처럼 딸려 왔다.
이 녀석들은 공작가에서도 완전히 기본 장착 시스템 취급이라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데려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솔직히 그런 시스템이 되어 이번에는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공작가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만드라고라 머리에 꽃이 달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잠만 자던 시기에 꽃이 달릴 준비를 한 건지 공작가에서 출발하고 어느 날 보니 잎 사이에 불쑥 꽃망울이 올라와 있었다.
타티아나는 자기 양육법이 제대로 된 증거라며 매우 기뻐했지만, 내 마음은 갓 태어난 새끼 사슴처럼 매 순간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무서워.
타티아나는 내 마음은 전혀 모른 채 하루에도 몇 번씩 꽃망울을 들여다보며 기뻐하고 있었다.
“….”
저 꽃망울이 완전히 꽃이 되어 피면 대체 뭐가 나오는 거지.
타티아나가 꽃망울을 들여다볼 때마다 묘하게 부끄러운 듯한 만드라고라를 보면서 나는 남몰래 몸을 떨었다.
제발 부탁이니까 이제 씨앗은 그만두자.
아니, 씨앗은 어쩔 수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정령이 또 늘어나는 것만큼은 그만둬라.
볼크 백작가에 도착할 때까지도 만드라고라의 꽃망울은 꽃망울인 채 전혀 커지지 않았다.
뭐, 며칠 사이에 꽃망울이 갑자기 커질 리는 없지만.
아무튼 감시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렐라한테도 뭔가가 느껴지는 모양이다.
요즘 들어 만드라고라한테 더욱 가혹해졌다.
마치 질투하는 것 같아 보여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질투할 틈이 있다면 그 시간에 먹이 잡는 방법이라도 더 연습하는 게 좋지 않을까.
적어도 만드라고라가 꽃을 피우기 전에 1미터는 날아보자.
“….”
아니 꽃은 영원히 피지 않았으면 좋겠어.
마음이 이랬다저랬다 복잡하게 갈등하는 동안 마차는 볼크 백작령에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라파 씨.”
백작가에 가니 백작 부부와 후계자인 아들, 마그리트 양까지 총출동해 저택 앞까지 마중 나와 있었다.
볼크 백작은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조금 말랐다.
못 먹어서 말랐다기보다는 피곤해서 얼굴이 형편없어진 느낌이었다.
첩자 소동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 탓이려나.
백작가 일원은 마차 뒤에 따라와 있는 갑옷기사단을 보자 모두 깜짝 놀랐지만, 금세 표정을 되찾았다.
원래 귀족이라는 종족이 그렇다.
속으로는 놀라 죽을 지경이 되더라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는 데 도가 터 있다.
백작가 일원은 모두 갑옷기사들을 못 본 척하기로 한 것 같다.
애써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취급이다.
유일하게 마그리트만은 갑옷기사에서 눈을 떼지 못했지만, 의례적인 인사가 끝나자마자 그쪽에는 신경을 끈 모양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반짝이는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았다.
“라파 님, 긴 여행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피곤하실 텐데, 마그리트가 렐라와 만드라고라를 돌봐드릴까요?”
이건 완전히 놀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이구나.
“마그리트 양, 부탁해도 될까.”
“물론이에요. 우리 백작가에 오신 손님을 대접하는 건 마그리트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의젓하게 말은 하지만 손가락은 와그작와그작 움직이고 몸은 이미 렐라와 만드라고라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가 있다.
“잘 부탁해요, 마그리트 양. 너무 멀리 가지는 말고.”
“알겠습니다, 라파 님.”
말과 거의 동시에 마그리트는 마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볼크 백작부인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조금 숙였다.
이 세계에서는 아이가 성인의 축소판이라고 생각되는 면이 있다.
그래서 아이다운 모습이 드러나면 그걸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예의범절에 엄격한 귀족이 그렇다.
나는 오히려 마그리트의 저런 점이 마음에 들지만 부인에게는 조금 부끄러운 장면이었겠지.
나는 마그리트의 모습을 못 본 척하고 볼크 백작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번 일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들었습니다만 더 정확한 상황을 알고 싶습니다.”
“물론입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아, 이번에는 제 아내도 함께하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 예.”
볼크 백작은 의아한 표정을 했지만 의문은 접어둔 채 고개를 끄덕였다.
타티아나가 마법사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을 것이다.
귀족 가문의 마법사는 여성이라도 마수 사냥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실제로 타티아나는 마수 사냥에 참여하니까 틀린 것도 아니다.
‘타티아나가 물마법사라 다행이었지.’
타티아나가 마녀라는 사실은 외부에는 비밀이다.
이번에도 볼크 백작에게 알릴 생각은 없었다.
일이 마무리되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쪽에서 사실을 밝히는 일은 없다.
볼크 백작은 나와 타티아나를 외진 곳에 있는 건물로 안내했다.
첩자가 갇혀있는 곳이다.
볼크 백작가에 들어와 있는 에크빌의 첩자는 모두 일곱 명이었다고 한다.
돈을 미끼로 사무관 한 명과 마부, 허드렛일을 맡은 하녀 등을 매수했는데, 불행히도 사무관이 지하 통로를 알고 있었다.
만일 마그리트가 미리 알아내지 못했다면 큰일이었을 것이다.
“부끄럽습니다. 지하 통로는 원래 당주와 가족만 아는 비밀이었지만 몇 대 전에 보수를 위한 지도가 만들어졌어요. 사무관이 그걸 우연히 발견한 모양입니다. 결국 돈이 없어서 보수도 중단되었고… 여러모로 부끄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그건 너무 바보 같은 일이 아닐까.
설명을 들으며 첩자가 갇힌 건물에 도착하자, 문득 볼크 백작이 물었다.
“한데 첩자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부인께서 피는 괜찮으십니까?”
“….”
역시 고문을 한 모양이다.
정보를 알아냈다는 말에서 언뜻 그랬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세계는 사람을 고문하는구나.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실제로 맞닥뜨린 건 처음이다.
나도 사람을 죽이지만 어디까지나 싹둑 자르거나 목을 뚝 부러뜨리는 정도다.
잔인하다면 그것도 잔인한 일이겠지만 적어도 일부러 고통을 주기 위해 살려놓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뭔가 하면, 나도 고문은 처음이라는 뜻이다.
어떤 장면을 보게 되는 건가 싶어 나도 모르게 침이 꿀꺽 넘어갔다.
심장이 떨린다.
조금 무서워.
“먼저 상황을 좀 보고 올 테니까 잠시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어.”
나는 타티아나를 밖에 둔 채 볼크 백작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한 발 뒤에서 볼크 백작의 아들이 따라온다.
그 아들의 얼굴이 반쯤 핼쑥하게 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