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182)
182 가자, 가자, 적의 머리를 따러 우리가 간다
아버지는 매우 아름다운 사람으로, 얼핏 봐도 자세히 봐도 장식품처럼 예쁜 삶이 어울릴 것 같은 유형이다.
곱고 안전한 모형 상자 속에서 먼지 하나 없이 잘 닦인 인형처럼 사는 게 딱 맞을 것 같아.
조금이라도 거친 건 안 맞을 것처럼 보였다.
숲에서 살 때도 생활은 투박하고 검소했지만 아버지는 사냥이나 거친 것과 전혀 관련 없이 지냈다.
어머니가 준비해 놓은 도구로 그림을 그리고 소일거리로는 작은 바구니를 만들면서 나를 교육하고, 숲속의 소박한 왕자님처럼 살았다.
왕자님치고는 너무 누추한 삶이긴 했지만.
어머니와 나처럼 손으로 누군가의 목을 꺾고 사냥으로 손에 피를 물들이는 삶은 아버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게 곱기만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설마 이렇게 호전적인 사람일 줄이야.
“자네는 왕도로 사자를 보내게. 오늘 에크빌로 떠난다고 아버님에게 전해. 자네는 공작가에 연락해서 주보 상인에게 서두르라고 하게. 아, 그리고 포로를 데려갈 준비를….”
주보 상인은 전쟁할 때 따라다니는 상인이다.
약탈한 물건을 돈으로 바꿔주거나 여자, 음식, 술을 판매한다.
그들이 없으면 약탈한 갑옷이나 무거운 쇠붙이, 돈, 곡식 등을 모두 들고 다녀야 하니, 다른 나라로 쳐들어가 전쟁할 거라면 주보 상인은 필수다.
에크빌 왕국도 아마 주보 상인이 따라다녔을 것이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하루 정도 거리에 있는 게 아닐까.
아버지가 에크빌 군을 유인하기 위해 자주 기습했다고 하니 거리를 떨어뜨려 쫓아오는 거겠지.
우리도 에크빌에서 침략할 거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공작가 어용상인을 통해 주보 상인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그들은 나중에 우리 왕국에서 보복 전쟁에 나서면 합류할 예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보복 전쟁은 내가 아는 대로라면 분명 왕국 전체가 함께 가는 거다.
이렇게 공작가, 그것도 소수밖에 안 되는 병력이 쳐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나는 눈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상황을 따라잡지 못하고 어쨌든 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내 얼굴은 분명히 멍청해 보일 것이다.
실제로 머릿속이 멍청하니 어쩔 수 없다.
아버지, 왜 그렇게 호전적이세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아버지 모습에 나는 혼란스럽다.
어머니는 평소처럼 무표정하지만 왠지 기쁜 것처럼 보였다.
아버지가 원래 이런 성격이라는 걸 알고 계셨을까.
‘아니, 그건 아니지.’
숲에서의 생활을 떠올려 보면 어머니는 과보호 일직선이었다.
뿔토끼밖에 오지 않는 마당에 나가는 것도 어머니나 내가 있을 때 아니면 안 된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어쩌면 아버지와 함께 전쟁에 나간다고 생각하니 기뻐진 걸지도 모르겠다.
“클라우스 님, 마차가 준비되었습니다.”
보좌관이 달려와 보고하자, 아버지가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를 쫓는 나처럼,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타티아나를 본다.
생각해 보니 이것도 우습다.
아버지 뒤에 나, 내 뒤에 타티아나, 그 뒤에 만드라고라와 렐라, 그리고 수많은 정령나비와 벌.
무슨 줄줄이 사탕 같아.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보랏빛 눈동자가 부드럽게 누웠다.
소리 없이 웃는다.
내가 어릴 적 자주 보았던 표정이다.
조금 그리워졌다.
아니, 이게 아니고.
아버지, 정말로 에크빌로 지금 갑니까, 우리끼리?
내가 눈을 껌벅거리는데 아버지가 타티아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가, 이번에는 정말 수고했다. 이제 됐으니 너는 공작가로 돌아가거라.”
아버지 말에 타티아나가 깜짝 놀란다.
전쟁을 하면 자기도 함께 가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버님! 저도 힘이 될 수 있어요. 아까는 조금 당황했지만 이제 더 잘 죽일 수 있….”
타티아나가 주먹을 불끈 쥔다.
자기가 잘 못해서 쫓겨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아버지가 빙그레 웃으며 타티아나와 눈을 맞췄다.
“그게 아니야. 너는 정말로 잘해 줬다. 네가 없었다면 우리 백성한테 피해가 갔을지 몰라. 네 공이 크다.”
“….”
“하지만 앞으로 가는 전장에는 네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있어. 이곳은 우리나라지만 앞으로 가는 곳은 적국이다. 우리 병사들의 모습은 지금까지와 다를 거야. 그건 전쟁을 모르는 네가 감당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아버지가 말하는 건 아마 약탈과 관련된 걸 거다.
우리나라에서는 따로 보급을 받았지만, 적국으로 들어가면 약탈이 주가 된다.
당연히 여자와 아이도 죽일 것이다.
… 그러네.
숲에서 자라 세상을 모르는 타티아나가 그걸 보면 반드시 트라우마가 된다.
그런 것도 미리 생각하지 못하다니 남편 자격이 없다.
아니, 그게 아니고.
지금 그럴 상황이 된 건 아버지 탓이잖아.
“아버지, 진짜로 갑니까?”
내가 참지 못하고 결국 묻자, 아버지가 큰 소리로 웃었다.
“라파, 간이 작구나. 남자라면 크고 강한 뜻을 가져야지. 넌 전사가 되고 싶었던 거 아니냐? 기쁘지 않아?”
“하지만 이건 나라와 나라의 전쟁이잖아요.”
전사가 되고 싶었던 건 단순히 사냥하고 싸우는 모습 자체가 멋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람한 남자가 그 강함을 전면에 내밀어, 목숨을 걸고 서로 피튀게 싸우는 거야.
죽고 죽이는 살벌한 세계, 우람한 팔뚝과 우뚝 선 다리, 내 손으로 잡은 동물로 생명을 유지하고 강한 자가 모든 걸 차지하는 세계가 멋져 보였다.
그러나 전쟁은 사람과 사람의 대결이 아니다.
개인이 중요한 에노르토스 부족의 전사와 달리, 군이라는 커다란 유기체 속에 개개인이 묻힌다.
전사는 멋있지만 군의 일부분이 되는 건 전혀 멋있지 않아.
나는 가족이 무사하고 이쪽 일이 제대로 끝난 걸 확인하면 공왕을 잡으러 사라문즈로 갈 생각이었다.
공왕이 자알 왕국과 내통했다면 쳐죽여야지.
그 작자가 이제 와서 타티아나한테 해를 입히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공왕의 시체가 눈앞에 있어야 안심될 것 같았다.
게다가 난생처음 에노르토스 부족의 전사로 싸우는 거라고, 나는 조금, 아주 조금 들떠 있었다.
“아버지, 에크빌로 가는 건 나중에 할아버지나 다른 귀족이 준비되면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면 며칠 만에 끝날 일이 대규모가 되어버릴 거다.”
아버지가 히죽 웃었다.
“라파, 적은 아직 자기들이 진 걸 모른다. 하지만 주보 상인이 머지않아 알아차리고 에크빌에 알릴 가능성이 있어. 그렇게 되면 헛된 저항이 생길 거야.”
아,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거구나.
주보 상인을 죽여버리면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나는 곧바로 그건 아니라고 머리를 저었다.
우리는 적국이지만 상인끼리의 관계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자알의 상인을 죽였다가 잘못하면 엉뚱한 나라의 상단을 적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원래 주보 상인은 웬만하면 죽이지 않는다는 것 같다.
그래, 지금 생각하니 어릴 때 아버지한테 들은 기억이 있었다.
하아아아아, 어쩔 수 없나.
결국 지금 진군하는 건 결정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아버지 혼자 보내는 것도 곤란하지.
“그런데 아버지, 며칠이라고 하셨나요? 여기에서 자알의 왕도까지는 꽤 멀지 않아요?”
“너와 철갑 기사단이 있으면 이동 시간만 걸릴 테니까 충분히 가능하지. 여기 있는 병사들의 사기도 상당하니 지금이라면 조금 무리해도 괜찮을 거다.”
“….”
아버지는 해 떠서 해질 때까지 진군할 생각인 것 같다.
‘그런 걸 아버지 몸이 견뎌낼 수 있을까.’
병사가 아니라 아버지 체력이 문제인 것은….
조금 걱정됐지만 아버지도 남자다.
아들이 그런 말을 하면 자존심 상하겠지.
나는 조용히 입 다물고 타티아나를 배웅하기로 했다.
마차는 타티아나가 이곳으로 오면서 탔던 것이라고 한다.
공작가에서 우리가 타던 화려한 마차가 아니라 아무 무늬 없이 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이었다.
전쟁할 때 물자를 나르거나 부상병을 운반할 때 사용한다고, 옆에 있던 무관이 설명했다.
“승차감은 좋지 않지만 대신 튼튼합니다. 지붕까지 가득 짐을 담아도 견뎌내죠. 적의 공격도 웬만한 건 막아낼 수 있습니다.”
마도구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평범한 마차와는 다르다고 한다.
마도구사의 손길이 약간 들어간 모양이다.
호위로는 마법사 두 명과 병사 100명을 붙였다.
타티아나는 자기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사양했지만,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이곳에서 공작령까지 아주 먼 거리는 아니어도 절세 미녀가 혼자인 거야.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서 나쁠 건 없다.
적국에 쳐들어가는 병사를 쪼개는 건 원래라면 안 될 테지만, 내가 있으니까.
100 아니라 500명도 상관없지.
병사들이 출발할 준비를 갖추자 타티아나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라파 씨, 조심하세요.”
“타티아나도.”
“나는 걱정 말아요. 이번에 확실하게 실력을 키웠으니까요.”
타티아나가 과장되게 주먹을 치켜올려 보인다.
얼굴은 절색의 미녀인데 하는 행동은 아이 같다.
그게 너무 귀여워.
게다가 한동안 안 보다 봤더니 더 귀엽다.
귀여운 내 아내.
이 여자가 바로 내 부인이야.
내 인생 최대 업적이다.
기쁜 마음에 나도 모르게 꽉 끌어안자, 타티아나가 품속에서 꽥 이상한 소리를 냈다.
“아, 미안.”
내 힘이 센 걸 깜박했다.
안 그래도 어머니를 닮아 괴력인데, 정령이 더 늘어나는 통에 흐르는 바람의 양이 늘어났을 것이다.
아마 그 영향도 있겠지.
평소와 똑같은 농도로 바람을 조정하면 안 된다.
지금까지는 의식하지 않고 바람을 흘렸지만, 거기에서 더 줄여야 해.
하아.
타티아나는 만드라고라와 그녀에게 붙여 두었던 정령나비, 그리고 이번에 새로 태어난 하얀벌 을 몇 마리 데리고 마차에 올랐다.
나는 마차가 멀어질 때까지 잠시 바라보다 곁에 있는 무관에게 물었다.
“혹시 저런 마차가 한 대 더 있나?”
무관이 고개를 저었다.
“부인 것으로 한 대만 준비했습니다. 아무래도 마차는 평탄한 길이 필요하고 속도 면에서도 불리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가.”
내가 실망하는 것 같자, 무관이 조금 주저하면서 물었다.
“도련님, 혹시 말이 거북해서 그러십니까?”
“아니, 아니야.”
말 타는 게 힘들면 내리면 된다.
말을 타지 않아도 나는 걷는 게 괴롭지 않다.
오히려 더 빠르고 쉽다.
나는 남는 게 체력이니까.
마차가 있는지 궁금했던 건 아버지 때문이었다.
혹시 아버지 몫으로 한 대 있으면 중간에 힘들 때 타고 가면 좋겠다 싶어서.
‘없으면 어쩔 수 없지.’
아버지가 힘들어하면 내가 업고 가자.
아버지 자존심이 조금은 상하겠지만, 어머니 등에 업히는 것보다야 체면상 나을 것이다.
“….”
아니, 가만 생각해 보니 아버지는 어머니 등에 업혀서도 잘 다녔구나.
숲에 있을 때도 가끔 피크닉처럼 가족끼리 어디론가 가곤 했다.
물론 숲 안에서이기는 했지만.
그럴 때마다 체력이 약한 아버지는 어머니가 업고 뛰어다녔다.
지금은 다른 사람의 눈이 있어 약간 다를지 몰라도, 왠지 아버지는 크게 상관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그사이 병사들은 다시 진군할 준비를 마쳤다.
항복한 적군은 모두 포박해 이곳에 두고, 관리할 병사만 약간 남긴 채 떠난다.
나머지는 공작령에서 사람이 와 처리한다고 들었다.
아버지가 병사들 사이로 말을 몰아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
“오늘 밤 너희들의 잠자리는 적의 성안이다. 지금까지의 노고는 그 성에서 풀어! 가족을 위해 가장 좋은 물건을 찾아 빼앗아라. 우리 땅에 발 디딘 더러운 놈들에게 승자의 맛을 보여주자!”
에… 저거, 분명히 약탈하라고 부추기는 거지?
언제나 온화한 아버지의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우와아아아아!”
병사들이 요란하게 함성 지른다.
소리만 들으면 한 달 동안 온종일 걸으라고 해도 충분히 해낼 것 같다.
모두 힘이 넘쳤다.
방금까지 전쟁하고 있었던 자들의 피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전군 앞으로!”
무관의 호령이 울리자 병사들이 걷기 시작했다.
“가자! 가자! 적의 머리를 따러 우리가 간다!”
누군가가 노랫가락 비슷한 구호를 외치자, 병사들이 음을 맞춰 함께 노래하기 시작했다.
“간다! 간다! 발테르 공작군이 간다!”
구호는 이내 전체로 퍼졌다.
가자, 가자, 적의 머리를 따러 우리가 간다.
간다, 간다, 발테르 공작군이 간다.
비켜라, 비켜라, 모두 비켜라.
비키지 않으면 밟고 지나간다.
뚫어라, 베어라, 우리의 창과 칼이 바람을 가른다.
가자, 가자, 적의 머리를 따러 우리가 간다.
바람의 마법사 발테르 공작가가 간다.
병사들의 목소리가 요란하게 허공을 울렸다.
아버지까지 중간중간 따라 부른다.
공작가 공식 군가인 모양이다.
구호는 같은 게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외우기 쉬웠다.
어느새 나도 구호를 외치며 걷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는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성격인 것 같다.
뭐, 걷는 동안 할 일도 없으니까.
가자, 가자, 적의 머리를 따러 우리가 간다!
내가 큰 소리로 외치자, 근처에 있는 무관과 병사들이 왁자지껄 웃는다.
나를 따라 허공을 메우며 날아오는 정령나비와 하얀벌도 웃는 것처럼 몸을 흔들었다.
아버지가 말에 탄 채 못 참겠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이상하네. 왜 다들 나를 보고 웃는 거지.
대항심이 생겼는지 렐라가 꽥꽥 목청껏 주위에 맞춰 소리내기 시작했다.
삐비빗삐빗!
왠지 병사들 구호에 맞추는 것 같은데 음정 박자가 안 맞는다.
렐라, 너 음치구나.
“….”
어라, 왠지 나랑 렐라가 좀 비슷한 것 같은데… .
설마, 나, 음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