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199)
199 쥬인님 츄카드립니다
“올돈, 언제까지 그렇게 침울해할 거야?”
호르지가 웃으며 강하게 어깨를 쳤다.
주먹이다.
아프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이제 귀찮다는 표시일 거다.
그런 마음이 담겼다는 걸 알 정도로는 강했다.
하지만 그걸 되돌릴 마음조차 생기지 않았다.
이전이라면 한 대 맞으면 두 대 치고, 그러면 상대가 다시 네 대 치고 하여 금세 큰 싸움이 됐지만, 지금은 그럴 기운도 없다.
오직 우울하고 절망스러울 뿐이다.
‘이제 죽을 때까지 혼자인가.’
헬가가 아니면 누가 아내로 와준단 말인가.
그렇게 덩치 큰 여자는 이 세상에 없다.
“빌어먹을 세사아앙!”
크게 고함치자 몇몇 사람이 길게 한숨 쉬었다.
“진짜로 그만해, 올돈. 귀가 썩을 것 같다.”
“나는 벌써 썩어 떨어졌어.”
“이제 적당히 길가 돌이라도 주워 와서 결혼해라.”
사방에서 우울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대꾸하고 싶지도 않다.
올돈은 고개를 숙였다.
말고삐를 잡지 않았기 때문에 말은 제 맘대로 걸었다.
그걸 막지 않은 채 말이 가는 대로 향한다.
다른 전사들과 멀어졌지만 귀찮아서인지 아무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잠시 한가롭게 걷던 말이 문득 귀를 쫑긋했다.
뭔가 이상한 소리를 들었는지 타닥타닥 걸음을 빨리한다.
올돈은 그제야 말고삐를 잡았다.
살짝 당기자, 말은 금세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걸음을 멈췄다.
지금은 부족이 정착한 호수 근처에 위험한 것이 없는지 확인하는 중이다.
정착지에서는 약간 떨어져 있지만 이 거리에 뭔가 있다면 확인하고 위협이 되면 제거해야 할 것이다.
우선 뭔지 확인하기 위해 말에서 내린 뒤 올돈은 조용히 나무 사이를 걸었다.
가슴까지 자란 풀이 그의 몸을 스치고 지나간다.
잠시 걷자, 작은 부락이 하나 보였다.
이곳으로 오면서 들었던 토착 부족인 모양이다.
에노르토스 부족과는 달리, 나무로 만든 벽에 풀을 엮어 지붕을 만들었다.
저렇게 하면 이동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 나라의 토착 부족은 정말로 절반 왕국 사람들 같다.
올돈은 입술을 뾰족하게 모아 새소리를 냈다.
피유, 피유, 새소리가 멀리 퍼진다.
여러 번 그렇게 반복한 뒤 귀를 기울이자, 멀리에서 똑같은 소리가 돌아왔다.
조금 있으면 부족 남자들이 도착할 것이다.
그때까지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으려고, 올돈은 부락을 둘러싼 숲에 몸을 숨긴 채 조금씩 이동했다.
부족의 분위기가 왠지 심상치 않다.
부서진 집이 몇 개 있고, 바닥에는 핏자국이 군데군데 보였다.
성한 집 중에도 일부에 도끼 자국 같은 게 남은 곳이 많다.
집과 집 사이에는 누군가가 짓밟아 뭉개진 밭도 있었다.
부족 간 전쟁이 있었을까.
대부분의 부족은 대체로 남자와 여자가 비슷하거나 여자가 더 많은 편이지만, 이곳은 여자가 매우 적었다.
아마 여자가 다른 부족에 끌려갔기 때문일 거다.
어쩌면 남자들이 없는 시간을 노려 습격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식의 전쟁을 할 정도라면 토착 부족의 수는 의외로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봤자 우리한테는 상대가 되지 않겠지만.’
겉에서 얼핏 본 것만으로도 이곳을 쓸어버리는 게 어린애 손목 비트는 것보다 쉽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부족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아무도 그가 있는 걸 깨닫지 못했다.
‘다른 부족에게 침략당한 직후인데도 경계가 이 정도라니.’
피유, 피유, 새소리가 가까이에서 울렸다.
부족 남자들이 곧 도착한다.
올돈은 등에 메고 있던 도끼를 빼 들었다.
그 여자가 눈에 들어온 건 그 순간이었다.
“!”
크다.
헬가만큼은 아니어도 헬가의 눈썹 정도까지는 될 만큼 덩치 큰 여자였다.
허리나 다리의 두께도 상당하다.
‘저 여자 정도면.’
그렇게 생각한 순간 올돈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여자를 향해 달린다.
토착 부족 남자들이 뭔가 외치면서 허둥지둥 무기를 찾고 있었다.
바보 놈들.
여자는 깜짝 놀란 얼굴로 올돈을 보더니 공포에 질려 주저앉았다.
손으로 머리를 감싼다.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생각했을까.
덩치는 커도, 느리고 완만한 행동은 그저 평범한 여자였다.
헬가와 달리 전사로서 자라지는 않은 것 같다.
좋았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토착 부족 남자들이 무기를 들고 싸울 채비를 갖췄을 때, 올돈은 이미 여자를 덥석 잡아 한쪽 어깨에 둘러멨다.
이 여자를 자기 것으로 한다는 뜻으로 신발을 벗겨 떨어뜨린다.
에노르토스에는 말이 통하지 않는 부족도 종종 있지만 여자의 신발을 벗기는 게 청혼 내지는 약탈혼을 나타내는 건 비슷하다.
어떤 부족에서는 신발 대신 모자나 팔찌 같은 걸 떨어뜨렸다.
어쨌든 여자가 착용하고 있는 물건의 일부를 떨어뜨리면 된다.
이 부족에 통할지는 모르지만.
이 방식은 부모를 통하지 않는 거친 청혼이고, 상대 부모나 부족이 거절하면 그대로 약탈혼이 된다.
“나 올돈, 이 여자를 아내로 삼는다. 이 여자를 걸고 싸울 놈이 있다면 나와라!”
올돈은 으르릉거리는 것처럼 외치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남자들이 깜짝 놀라 서로를 바라보고, 쳐들었던 무기를 아래로 내렸다.
적이 아니라 청혼자라고 이해한 모양이다.
물렁하다.
이대로 다 죽인 채 여자를 빼앗아 갈수도 있는데, 이 부족은 정말로 물렁하구나.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늙은 남자가 달려왔다.
그 남자는 올돈과 여자를 번갈아 보고 혼란스러운 듯 뭔가 중얼거렸다.
어쩐지 거절당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약탈혼까지 가지 않고 그냥 청혼이 인정될 것 같다.
그때 동료의 목소리가 들렸다.
“올돈!”
“야 이놈아!”
무기를 든 에노르토스 남자들이 곤란한 것처럼 그를 보고 있었다.
“뭐야, 드디어 여자를 발견한 건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혼자 나서면 어쩌자는 거야.”
“이렇게 되면 이 부족을 밀어버리는 건.”
호르지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올돈은 그를 향해 울부짖었다.
“이 부족은 내 처가가 된다! 여기를 공격하면 나도 싸울 거야! 아내한테 미움받아 결혼 생활이 엉망이 되다니, 그런 일이 되도록 놔둘 수 있을까!”
실제로 눈물도 날 것 같다.
모처럼 가능성을 발견했는데 여기에서 물러날 수는 없다.
호르지가 짧게 한숨 쉬고 앞으로 나섰다.
올돈은 여자를 내려놓고 도끼를 쳐들었다.
죽을 때까지 싸운다.
“흥분하지 마, 올돈. 우선 족장님의 허락을….”
호르지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차기 족장이 나타났다.
아마 멀리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거다.
지금까지는 멋대로 외치고 마음 가는 대로 행동했지만, 족장이나 차기 족장 앞이 되면 그렇게 할 수 없다.
일단, 반항하며 도끼 들이댔다간 죽는 건 확실하고.
족장 자리가 혈연에 크게 영향받는 건 맞지만, 실력이 없는 사람은 족장이 되지 못한다.
족장과 차기 족장은 우리 부족에서 가장 강한 전사였다.
올돈은 도끼를 내리고 울상이 되었다.
“모처럼 찾아냈어요… 나는… 정말로….”
차기 족장이 힐끔 여자를 보았다.
올돈은 슬그머니 그녀 앞에 섰다.
분위기를 보고 어떤 상황인지 대강 깨달은 것 같다.
토착 부족 사람들이 경계하며 슬금슬금 물러섰다.
차기 족장이 토착 부족 사람들을 휘둘러보자 숨 막히는 비명이 작게 울렸다.
차기 족장이 평소에는 웃고 물렁물렁해도, 몸집부터 얼굴까지 상당히 무섭다.
과연 헬가의 가족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만큼은 무서웠다.
지금 그의 몸에서는 살기와 같은 패기까지 풀풀 풍겨 나오고 있으니 당연히 처음 보는 사람은 두려울 거다.
올돈은 잠시 긴장했지만, 다음 순간 차기 족장이 씨익 웃었다.
“뭐, 아버지도 올돈 너의 일은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하셨으니 괜찮을까. 어차피 우리한테도 다른 부족과 소통할 수 있는 부족 하나쯤은 필요하고.”
“감사합니다!”
좋았어!
올돈이 두 팔을 높이 들고 우오오, 외치자, 여자는 깜짝 놀라 주저앉고 토착 부족 사람들은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차기 족장과 호르지 등 동료는 바보 쳐다보듯이 웃고 있었다.
그래도 좋아.
드디어 결혼이다.
그때 숲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어라.”
작은 새였다.
잿빛이 절반쯤 남아있지만 전신이 태양처럼 반짝이는 붉은 깃털이다.
저런 깃털을 가진 새 종류는 하나 밖에 모른다.
“설마… 불사조 새끼?”
어떤 병도 고친다는 불사조는 귀중한 약재다.
하지만 워낙 강한 데다 깊은 숲에서만 살기 때문에 매우 드물었다.
우리 부족에서는 발견하는 대로 조를 짜 사냥에 나섰다.
‘하지만 왜 새끼가 여기에.’
불사조는 새끼가 다 자라 독립할 때까지 소중히 기른다.
새끼가 혼자 나돌아 다니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
이유야 어쨌든 지금 잡아야 한다.
어미가 나타나기 전에.
‘이걸 잡아 족장한테 올리면.’
처가가 되는 부족의 대우도 좋아질 거다.
처가에서도 좋은 사위라고 기뻐할 테고, 그러면 아내가 될 여자한테도 우러러 보이겠지.
그렇게 생각했을 때는 이미 다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도끼를 들고 새끼를 향해 뛴다.
왠지 모르지만 불사조 새끼도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이상하네.
막 새끼 앞에 도착했을 때, 뒤늦게 이쪽을 본 호르지가 달려오며 외쳤다.
“야, 올돈, 그거 라파 거 같다. 죽이면 안 돼!”
응?
동시에 피이이, 하는 울음소리가 허공에서 울렸다.
고개를 들자 거대한 불사조가 쏜살같이 올돈을 향해 내려꽂히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언제 날아온 건지 모르겠다.
엄청 빠르다.
“우왓!”
자기도 모르게 비명 지르는데, 호르지가 올돈을 끌어당겨 함께 바닥을 굴렀다.
날카로운 불사조 발톱이 아슬아슬하게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잘못하면 머리 가죽이 벗겨질 뻔했다.
다시 공격하려는지 불사조는 허공을 한 바퀴 돌아 이쪽으로 날아왔다.
“큰일 났다. 완전히 표적이 됐어.”
다른 전사들이 이쪽으로 달려온다.
라파 것이든 뭐든 어쨌든 살려면 저 불사조를 죽여야 한다.
불사조가 올돈을 향해 곧바로 날아왔다.
그 순간, 삐비비비비, 요란한 소리가 호르지 몸에서 울렸다.
“으앗! 내 바지!”
호르지의 외침과 거의 동시에 가까이 날아온 불사조가 방향을 바꾸며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공격을 그만둔 모양이다.
원인은 호르지 때문인 것 같다.
고개를 돌려 보자, 불사조 새끼가 호르지 옷을 문 채 쭉쭉 잡아당겨 찢어버리고 있었다.
삐비비비, 요란하게 소리치는 모습이, 왠지 굉장히 화난 것 같다.
아, 그리고 보니 저건 라파가 우리 부족에 머물 때 호르지가 빌려준 바지가 아닌가.
족장 부인이 옷은 준비했지만 충분하지 않아서 호르지 것까지 빌렸다고 들었다.
라파가 입으니 좀 껴서 모습이 우습다고 우리가 조금 놀렸다.
아무래도 저 바지에서 라파 냄새가 나 새끼가 달라붙은 것 같은데, 왜 화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 새는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이상하네.
라파의 새는 잠시 동안 호르지 바지를 물어뜯으며 잔뜩 화내고 나서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하늘의 불사조도 어느새 보이지 않게 되었다.
“죽는 줄 알았네.”
하마터면 결혼도 하지 못하고 죽을 뻔했다.
올돈은 그날 저녁 무사히 혼인식을 올리고 아내가 생겼다.
*
어머니는 웬만해서는 아프지 않다고 할까, 솔직히 어머니가 아픈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기억을 더듬어 봐도 정말 한 번도 없었다.
어머니 얼굴색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똑같다.
한데 아무리 봐도 지금은 얼굴이 조금 붉은 것처럼 보였다.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평생 같은 얼굴색이던 어머니가 살짝 붉어진 거야.
한겨울에도 한여름에도 언제나 일정한 피부색이었는데, 아무래도 이상하지.
“저기, 어머니, 혹시 감기 걸린 거 아니세요?”
“응?”
어머니가 눈을 껌벅였다.
아버지가 고기를 입에 넣다 고개를 돌렸다.
가만히 어머니를 보더니 뒤에서 대기하던 집사장을 불렀다.
“의사를 불러주게.”
“알겠습니다.”
집사장이 눈짓하자 곧바로 다른 집사가 식당을 나갔다.
“나는 어디도 아픈 데가 없는데….”
어머니가 곤란한 듯 말하자, 아버지가 조용히 어머니 손을 잡았다.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몸이 무쇠는 아니니까.”
어쩌면 괜한 말을 한 걸까.
아버지 표정이 조금 심각한 것 같다.
그날 오후 집사장이 흥분한 얼굴로 우리 방을 찾아왔다.
“도련님,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부인께서 회임하셨습니다.”
“진짜인가?”
“예, 의사가 두 번이나 진찰하고 자기 목을 걸 수도 있다며 확언한 것입니다.”
집사장이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아니, 하지만, 진짜 진짜야?
어머니 나이가 지금 4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데 임신이라고?
“….”
아무래도 내게는 자식만큼 나이 차 많은 동생이 생길 모양이다.
옆에 있는 타티아나도 입을 떡 벌린 채 놀라고 있다.
문득 걱정이 되었다.
아들이라면 몰라도, 만일 태어나는 게 딸이라면.
“타티아나.”
“… 어, 네.”
“혹시 어머니를 닮지 않게 하는 저주나 주문 같은 게 없을까?”
“….”
그 말을 듣고 집사장이 드물게 소리 내어 웃었다.
집사장도 웃을 수 있구나.
그만큼 기뻤던 거겠지.
하지만 나는 진심이다.
진심으로 심각해.
어머니 닮은 딸이라니, 그건 너무 불쌍하잖아.
그러나 외모를 닮지 않게 하는 주문 같은 건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신에게 비는 수밖에 없는 거겠지.
… 신전에라도 가서 기도해야 하나.
급히 왕도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연락이 가고, 저택 안은 온통 축제처럼 떠들썩해졌다.
그날 저녁, 어린 개인집사 모겐이 아장아장 나를 찾아왔다.
“쥬인님! 자식 추카드립니다!”
“….”
누군가가 한 말을 모겐은 잘못 알아들은 모양이다.
내 아이가 아니라 형제가 생기는 거라고 설명하자, 모겐이 다시 반짝거리는 눈으로 말했다.
“쥬인님! 형제 추카드립니다!”
아마 뭐가 뭔지 모르고, 단순히 이게 축하할 일이라는 것만 아는 것 같다.
뭐, 어린아이니까 당연한가.
“고맙다, 모겐.”
내 말에 모겐이 활짝 웃었다.
“아프로 열씨미 하네요.”
흠, 그게 왜 그쪽으로 연결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 뭔지 몰라도 열심히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