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30)
030 나는 어느새 웃고 있었다
“오라버니.”
파울이 자신의 천막으로 향하자, 리라가 쫓아 들어왔다.
파울은 손을 흔들어 리라를 잡으라고 표시한 뒤 시종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 시종은 파울이 어릴 때부터 계속 옆에서 보살펴준 사람이다.
파울이 왕도에서 생활할 때도 따라와 헬가를 직접 본 적이 있었다.
“… 어떻습니까, 파울님.”
시종이 살피는 것처럼 그의 얼굴을 보았다.
파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 말대로야. 틀림없는 것 같다.”
시종의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구석으로 몰린 리라가 계속해서 뭔가 말했지만 거기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헬가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나타났다는 전언을 듣고 달려가 확인한 끝에, 바람 마법을 사용하는 야만인을 만난 것이다.
거기에 귀족의 억양이 묻어있는 사람이었다.
평민처럼 말하고 있었지만 스며있는 억양을 모두 없애지는 못했다.
‘분명해. 헬가의 아들이다.’
헬가와 똑같이 생겼다는 시종의 귀띔이 아니었다면, 귀족의 억양은 눈치채지 못하고 넘겼을지 모른다.
파울은 헬가를 본 적이 없다.
그 야만인을 헬가와 연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연히 야만인이 바람 마법을 사용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거다.
시종의 귀띔이 있었기 때문에 주의해서 보고 알아차렸다.
파울은 이마에 손을 올렸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 오는 것 같다.
‘어떻게 하지.’
헬가의 아들이 이 도시에서 모험가를 하고 있다.
그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원수들이 이 도시로 몰려올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이쪽으로 온다.
얼핏 봤지만 그자는 마법도 강한 것 같았다.
시전도 없이 사용하는 데다 사람을 날릴 정도의 위력이다.
거기에 만일 헬가처럼 무력도 강하다면.
‘잘못하면 도시가 쑥밭이 되는 거 아닌가.’
파울은 실제로 그 장면을 보지 못했지만, 헬가가 마의숲으로 들어가면서 들렀던 영지의 도시는 그야말로 천재지변을 만난 것 같았다고 들었다.
헬가와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를 떠올리고, 파울은 입술을 꽉 물었다.
잠시 대화한 걸로 미루어 보면 헬가만큼 난폭한 것 같지는 않아도, 여자를 향해 망설임 없이 도끼를 날리는 사람이다.
헬가보다는 덜할지 모르지만 평범한 성격은 아닐 것이다.
원수를 갚는답시고 사람들이 몰려오면 얌전히 말로 해결할 리 없다.
그렇다고 그를 이 도시에서 내쫓을 수도 없었다.
이 도시의 길드는 다른 곳보다 모험가와의 관계가 밀접하다.
그 남자가 헬가의 아들이라는 걸 알아도 네, 네, 하면서 우리 측 말대로 내다 버리려고는 하지 않을 거다.
게다가 만일 라파라는 남자가 강한 힘을 가졌다면 내쫓아서도 안 된다.
안 그래도 위험한 마수가 늘어나고 있는 중이니 강한 모험가가 있다면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모셔 와야 할 판이었다.
내쫓다니 말도 안 되지.
실제로 마수 퇴치를 전문으로 하던 헬가가 오랫동안 활동하지 않으면서 곳곳에 위험한 마수가 늘어나 난리였다.
마의숲과 가까운 우리 영지는 특히 강한 모험가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하다.
지금도 드래곤 때문에 난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 되었다.
파울은 의자에 앉아 머리를 감싸 안았다.
“오라버니 너무해요. 어떻게 그런 야만인의 편을 들고 리라를….”
시종과 호위에게 막혀 구석에 몰려 있던 리라가 기어이 사람들을 물리치고 파울 곁으로 달려왔다.
얼굴이 시커멓게 구정물로 얼룩진 채 귓가에서 울고불고 난리다.
마음이 복잡해 죽겠는데 시끄럽다.
“닥쳐!”
파울이 고개를 들고 외치자, 리라의 얼굴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어째서 리라한테… 아버지에게… 아버지에게 다 말할 거예요. 아버지가 아시면 어떻게 될지 알죠? 오라버니한테 맞았다고 다 말할 거야. 아버지한테….”
울면서 외친다.
쯧, 파울은 자기도 모르게 혀를 찼다.
리라는 아버지가 나이 들어 얻은 딸이다.
거기에 우리 가문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 마법사의 자질을 갖고 태어났다.
마법사 가문과 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아버지 눈이 흐려졌던 모양이다.
애지중지하며 오냐오냐 기르는 바람에 한 번 떼쓰기 시작하면 말이 통하지 않을 만큼 제멋대로 자라 버렸다.
지금은 아버지조차 저 아이의 성격을 감당하지 못한다.
하지만 기대했던 마법사의 자질도 별거 아니었다.
잘 모르는 일반 가문에서라면 놀랍다고 눈이 동그래지지만, 마법사 가문에서 볼 때는 일반인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정도의 능력밖에 없었다.
마법사 가문에서 마법사와 혼인을 맺는 건 후대를 위한 것이다.
강한 마법사를 배출하는 가문에서는 당연히 배우자로도 강한 마법사를 원했다.
저렇게 제멋대로인 성격을 감안하고도 리라를 받아들일 상위 마법사 가문은 없었다.
리라에게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
그렇다고 일반 가문에 시집보내자니, 이번에는 리라가 울고불며 싫다고 난리 쳤다.
집안에서 하도 추켜세우니, 리라는 자신이 대단한 마법사인 줄 안다.
현실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저 아이는 혼기를 넘겨 처치 곤란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어떻게든 가치를 높여 빠른 시간 안에 혼인시켜야 한다.
시집보내지 못한 채 시간이 계속 흐르면 리라에게는 더 조건 나쁜 혼처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후처 자리로 들어가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수도원에 가야 할 수도 있다.
늙어 죽을 때까지 집에서 저 아이를 길러줄 수는 없지 않은가.
성격이라도 얌전하면 모르겠는데,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면 몰라도 그에게는 저 아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고민 끝에 드래곤 토벌에 데려와 마법사로서의 실적을 붙여주려는 것인데 그것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제멋대로의 성격에 머리도 나빠, 거기에 외모도 특출나지 않다.
예쁘장한 편이지만 그 정도의 미모는 왕도에 가면 발에 챌 만큼 많았다.
‘발테르 공작가의 클라우스만큼 아름다웠다면 성격이 저래도 받아줄 곳이 있었을 텐데.’
답답한 마음에 파울이 조용하라고 다시 윽박질렀지만, 리라는 반미치광이처럼 소리치기 시작했다.
때려도 그때뿐이다.
오히려 때리면 그 뒤에는 이렇게 폭발해서 손도 못 대게 된다.
파울은 지끈거리는 이마에 손을 대고 눈을 감았다.
“리라를 자기 천막으로 데려가라.”
그렇게 말하다 손을 젓는다.
“아니, 여기에 있게 해. 내가 나가는 편이 낫겠다.”
파울이 일어서 천막을 나오자, 리라가 발악하듯 울면서 그를 불렀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어딜 가시는 거예요.
‘하아…. 어릴 때는 귀여웠는데.’
그에게도 나이 차 많이 나는 리라는 귀여운 동생이었다.
그게 어쩌다 저렇게 되었는지.
파울은 길게 한숨 쉰 뒤, 옆에 붙어 서 있는 시종에게 말했다.
“나는 여기에서 움직일 수 없어. 내가 없으면 저 아이를 감당할 사람이 없지 않나. 자네가 아버지께 가서 말씀드리게. 편지를 쓰고 싶어도 저 아이 때문에 뭔가 앉아서 할 수가 없으니… 하아… 가서 본 대로 말씀드려줘.”
시종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파울님.”
허둥지둥 떠나는 시종의 뒷모습을 보며, 파울은 다시 길게 한숨 쉬었다.
천막 안에서 리라가 울부짖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대체 저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차라리 그 남자가 도끼를 내리찍은 뒤에 도착했으면.
무심코 그렇게 생각하고 파울은 깜짝 놀라 머리를 흔들었다.
그래도 그건 아니지.
아무리 처치 곤란해도 어릴 때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리라의 얼굴을 떠올리면 나쁜 마음은 먹을 수 없다.
마음이 약해진다.
매번 수도원에 보내버린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그렇게 하지 못하는 아버지나 그나, 결국에는 막내 리라가 마음 어딘가에서는 귀여운 거다.
‘그걸 아니까 리라도 저러는 거겠지.’
여동생의 목소리를 천막 너머로 들으며, 파울은 다시 한번 긴 한숨을 쉬었다.
*
등록은 금방 끝났다.
이름과 등급, 소속 길드 같은 것만 적으면 끝이었다.
한데 이 시대는 문서 위조가 쉬울 것 같다.
길드 직원이 내 신청서를 고쳐야 하니 달라고 하자 영주 측 관리가 그냥 내주는 거야.
신청서의 빈칸에 내가 바람 마법사라는 걸 적으면 변경 끝이었다.
‘이런 식이라서 나한테 숫자를 속이는지 확인해 달라고 한 건가.’
왠지 납득이다.
두 눈 시퍼렇게 부릅뜨고 잘 봐야지.
등록이 끝나자, 길드 직원은 관리에게 뭔가 확인한 뒤 나를 데리고 걷기 시작했다.
“출발은 내일 아침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모레였는데 하루 당겨졌다네요. 오늘은 우리 길드 모험가들이 있는 천막에서 자면 됩니다.”
“아까 나를 도와줬던 모험가들 말입니까?”
“하하. 도울 필요는 전혀 없었던 것 같지만, 뭐, 그렇습니다.”
우리 길드에서 토벌에 참여하는 숫자는 많지 않았다.
A급은 없고, B급과 C급을 합쳐 마흔 명을 조금 넘길 뿐이다.
D급은 이 토벌대를 통틀어 나뿐이라고 했다.
“기본 보수가 높은데다 부수입도 챙길 수 있는 일이라 경쟁이 치열했거든요. 굳이 D급을 뽑을 필요가 없죠.”
길드 직원이 격려하는 것처럼 말했다.
“괜찮아요. 라파 씨는 사실 B등급으로 등록해도 괜찮을 실력이니까요. 그건 충분히 어필했기 때문에 가슴을 펴도 됩니다. 심지어 마법사니까요.”
아니, 가슴은 펴고 있는데.
그다지 남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것 같아 미안하거나 다른 사람보다 등급이 낮아서 위축된다거나,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길드 직원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번 토벌에서 주의해야 할 일에 관해 이야기를 옮겼다.
잠시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걷다 보니 커다란 천막에 도착했다.
가까이서 보니 엄청 크다.
사람이 백 명은 넘게 들어갈 것 같은 대형 천막이었다.
안쪽에서 왁자지껄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곳은 처음이라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뛴다.
‘꼭 수학여행 온 기분이네.’
길드 직원이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왠지 웃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아마 계속 이렇게 시끄러울 겁니다. 밤에도 노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러면 이동할 때 힘드니까, 라파 씨는 그런 데 끼지 말고 꼭 잠을 자야 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휩쓸리지 마세요.”
길드 직원의 말끝에 누군가가 크하하 웃었다.
“어린 병아리 보호하는 어미닭인가? 그 녀석 엄마도 아니면서 뭔 잔소리가 그렇게 많아. 모험가는 늦든 빠르든 다 우리처럼 되기 마련이라구.”
돌아보니 아까 나를 막내 운운하던 모험가들이었다.
저마다 손에는 작은 항아리 같은 게 들려 있다.
술인 것 같은데 한 명이 그걸 들어 자기 입에 들이부었다.
벌컥벌컥 무슨 물 마시듯 먹는다.
입가로 줄줄 흐르는데 닦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길드 직원이 눈썹을 약간 찌푸렸다.
“라파 씨한테 이상한 건 가르치지 마세요. 그리고 라파 씨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하니까 혹시라도 강제로 먹일 생각은 하지 마시구요. 지난번처럼 이상한 곳에 데려가서 담력 시합 같은 거 하시면 등급을 깎아버릴 겁니다.”
“그런 걸로 등급을 내리면 우리는 다 E급이야!”
와하하 모험가들이 웃는다.
입에 있던 술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 사람들, 너무 더러워.
내가 얼굴을 찌푸리자, 가장 앞에 서 있던 모험가가 히죽 웃었다.
“곱게 자란 도련님이 오셨구만. 우리가 이번 기회에 진짜 모험가로 만들어주지. 당신 소문은 많이 들었소. 나는 대머리요.”
“대머리…요?”
“그래요. 이 옆에 있는 놈은 애꾸야. 눈이 하나 없으니까.”
내가 묘한 표정을 지었던 모양이다.
대머리가 크크 웃으며 말했다.
“이런 곳에서 싸울 때는 급해 죽겠는데 처음 만난 사람 이름 외워서 부르고 그럴 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누가 봐도 쉽게 외워지는 외형이나 특징으로 부르는 거요. 개인적으로 친해지면 그때는 이름으로 부르지만.”
“안에 들어가면 대머리가 한 명 또 있는데, 그 사람은 늙은 대머리라고 부르면 돼요.”
애꾸가 끼어들어 말한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라면 몰라도 대머리, 애꾸, 늙은 대머리, 그렇게 부르는 건 좀.
내가 곤란한 표정을 짓자, 대머리가 큰 소리로 웃었다.
“좋아, 오랜만에 신선한 사람 왔네. 자네 이름은 당분간 막내야. 야만인이라고 부르는 놈들도 있지만, 그건 너무 신경 쓰지 말게. 업신여겨서라기보다는 그냥 특징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뒤쪽에서 벌컥벌컥 술만 마시던 남자가 불쑥 말했다.
“그게 마음에 안 들면 야만인이라고 부를 때마다 때려눕히면 되지. 그러면 어느새 막내로 정착될 거요.”
아니, 막내도 싫다.
내 마음이 그대로 표정으로 나왔던 모양이다.
모험가들이 와하하 웃었다.
입 냄새 장난 아니네.
길드 직원이 작게 한숨 쉬었다.
“이분들이 성격은 좀 거칠지만, 그래도 경험이 많고 유능한 모험가세요. 라파 씨한테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걸 다 믿고 따라서는 곤란해요. 이 사람들은 뭐랄까, 좀 짓궂은 면이 있으니까.”
길드 직원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천막 안쪽에서 사람이 툭 튀어나와 바닥에 자빠졌다.
한 명인 줄 알았는데 두 명이다.
한데 엉겨 붙어서 서로의 얼굴에 주먹질하고 있었다.
하아, 깜짝 놀랐네.
갑자기 사람이 날아와 바닥에 처박혀서 나도 모르게 도끼를 날릴 뻔했다.
머리 위에서 꾸벅꾸벅 졸던 렐라도 조금 놀랐는지 파뜩 일어나 삐비거린다.
길드 직원이 뒤엉켜 싸우는 사람을 보고 작게 한숨 쉬었다.
“저 둘 중 한 명은 우리 길드 모험가예요. 오늘부터 토벌이 끝날 때까지 내내 이런 일이 벌어질 겁니다. 길드끼리는 그렇게 사이가 나쁘지 않은데, 모험가들끼리는 왠지 몰라도 엄청 싸우거든요.”
천막은 우리 길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다른 곳의 사람들도 머물고 있다고 한다.
대머리와 애꾸 등 모험가들이 준비운동처럼 어깨를 빙글빙글 움직였다.
애꾸가 술 항아리를 쭉 들이키더니 벼락같이 외쳤다.
“어디서 굴러 나온 개뼈다귀가 우리 모험가한테 주먹질이야!”
그대로 외치면서 바닥을 구르는 두 명 위를 덮친다.
말 그대로 붕 날더니 몸이 아래로 떨어졌다.
“….”
이봐, 그러다 우리 모험가도 죽겠어.
애꾸의 외침을 듣고 안쪽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어느 놈이 개뼈다귀래. 개새X야!”
안쪽에서 사람들이 더 쏟아져 나오면서, 순식간에 사방이 싸움터로 변했다.
대머리가 뿌드득 소리 나게 목을 움직이더니 중얼거렸다.
“그럼 우리도 끼어들어 볼까.”
말과 동시에 뛰어나가더니 아무한테나 부딪친다.
상대의 머리를 붙잡더니 그대로 이마를 들이받았다.
한두 명이 아니다.
다들 그렇게 싸우기 시작했다.
뭐야, 이 사람들.
내가 멍하니 쳐다보자 길드 직원이 내 손을 꼭 잡았다.
“라파 씨, 이런 거 배우지 마세요. 실력 좋은 사람들만 불러 모았더니 왠지 저런 인간들만 모였지만 모든 모험가가 저런 건 아닙니다.”
“….”
실력 좋으려면 저래야 하는 거냐.
그때 누군가가 나를 향해 외쳤다.
“네놈!”
“아까는 잘 도망갔겠다.”
“우리 막내는 코가 완전히 주저앉았다구!”
“죽여버린다!”
아까 자기네 막내 때렸다고 시비 걸던 벌거숭이 형제들이었다.
쿵쿵쿵쿵, 땅을 울리면서 놈들이 달려온다.
오오, 좋아!
왠지 모르지만 축제 분위기 왔다.
나도 끼자.
“라, 라파 씨!”
옆에서 길드 직원이 외치는 걸 무시하고, 나는 팔을 걷어붙였다.
그대로 앞으로 달려가, 바람을 두르지 않은 맨주먹을 날린다.
벌거숭이 형제 한 명이 붕 날아 바닥에 떨어졌다.
오, 이거 왠지 즐겁네.
두 번째 놈을 향해 주먹을 날리면서, 나는 어느새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