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32)
032 인기기가 도래했다
드래곤이 있다는 산기슭까지는 5일이 걸렸다.
그 정도 걸릴 거라고 하더니 딱 예상대로였다.
마차와 수레가 많아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됐지만 일반적으로는 3, 4일 정도 거리일 것이다.
이 정도로 멀면 드래곤이 자리잡아도 도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서둘러 토벌에 나섰을까.
왠지 좀 이상해서 물어보자 늙은 대머리가 후후 웃었다.
“산 너머에 도시가 또 하나 있네. 거기 때문이지. 사람이 걸어서는 꽤 가야 하지만, 드래곤이 날아서 가면 순식간이니까.”
“그렇군요.”
도시가 근처에 있다는 건 처음 들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늙은 대머리의 표정이 굳었다.
그의 시선이 먼 하늘을 향해 뻗어있다.
고개를 올려 시선을 따라가자, 아주 먼 하늘에 생물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작게 보였다.
거리가 너무 멀다 보니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꼬리가 길게 뻗어있었다.
드래곤이다.
“생각보다는 작군요.”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자, 근처로 다가온 애꾸가 내 등을 툭 쳤다.
“멀리에서 보니 작아 보일 뿐이야. 가까이에서 보면 집보다 큰 놈이다. 방심하면 놈한테 잡아먹힐 거야. 이제 산으로 올라가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구.”
애꾸의 시선도 먼 하늘을 향했다.
처음에는 나한테 반경어를 쓰는 모험가가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없다.
모두가 나를 신참, 막내라고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말도 놓게 되었다.
그게 왠지 조금 낯간지러우면서 기뻐.
실제로는 이 사람들보다 커서 도저히 막내로는 보이지 않지만, 험한 면상과 덩치들 속에 있으니 머리 하나둘 큰 나도 보통 사람이 된 것 같고, 동료로 받아들여진 느낌이 들었다.
다시 사회생활하던 때로 돌아간 것 같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말도 있잖아.
동물원 호랑이 보듯 멀리에서만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게 솔직히 말해 즐겁지만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어머니가 조금 존경스럽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머니는 나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을 거다.
어쨌든, 모처럼 사회생활하는 느낌이라, 이들이 뭔가 얘기하면 나는 열심히 듣는다.
그 모습이 또 막내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대부분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라 며칠 동안 진짜 동생처럼 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한쪽 눈으로 날아다니는 드래곤을 노려보면서, 애꾸가 이를 으드득 갈았다.
“드래곤을 우습게 보면 안 돼. 잘못하면 깨닫기도 전에 죽어버리지. 내 동료가 몇 명이나 당했어. 내 눈도 드래곤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그랬었구나.
여기 있는 모험가들은 모두 한 번 정도는 사경을 헤맨 경험이 있는 모양이다.
며칠 동안 함께 있으면서 정말 숱한 이야기를 들었다.
개중에는 어머니나 내가 깜짝 놀랄만한 경험담도 있었다.
그게 정말이면 어머니는 병아리 모험가지.
“….”
그게 가능한 일이냐구.
하아.
허풍도 웬만하게 쳐야지.
제니 말대로, 모험가 말을 다 믿으면 만나는 사람 절반이 S급 아니면 A급 모험가다.
그래도 그 부분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게 사회생활이다.
나는 적당히 맞장구치며 애꾸를 보았다.
애꾸는 으드득으드득 이를 계속 갈면서, 계속해서 허공을 노려보고 있었다.
정말로 드래곤이 미운 모양이다.
적어도 애꾸가 된 건 드래곤 때문인 것 같다.
빠득 이를 씹는 소리와 함께 애꾸의 말이 흘러나왔다.
“그건 내가 한창 모험가로 경험을 쌓아 자신감이 넘치던 때였어. 아마 5년차였을 거야. 의뢰만 받았다 하면 성공하고, 마수 퇴치에 나가면 하루도 안 걸려 단칼에 죽여버렸지. 실패를 모르고 성공만 쌓다 보니 자만심이 강해졌었네.”
애꾸의 말에 근처의 모험가가 이크, 하며 어깨를 움찔했다.
“또 시작됐구만. 난 그 얘기를 백 번은 넘게 들은 것 같아. 이제 귀에 못이 박힐 정도야. 아니, 벌써 박혔나. 신참만 오면 또 얘기를 해대니 그것까지 합하면 천 번은 훨씬 넘게 들었어. 지겨워 죽겠네.”
그렇게 말하고 도망치는 시늉을 한다.
애꾸가 그 등을 향해 소리쳤다.
“이게 얼마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담인데 그따구로 말하는 거야. 신참한테 이 얘기를 들려주는 건 내 호의라구!”
“호의 다 얼어 죽었네.”
멀리 가면서 모험가가 말하자, 애꾸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나를 보았다.
“드래곤을 만난다고 들떠 있는 자네 마음은 알아. 나도 예전에 그랬으니까. 하지만 저건 괴물이야. 우리와 같은 생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돼.”
그 뒤는 길었다.
드래곤을 만나기 전에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가 조금 과장하면 삼박사일 걸릴 만큼 길고, 드래곤과 맞닥뜨렸을 때의 이야기가 나올 때쯤에는 나도 모르게 졸고 있었어.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이 얘기.
아직 드래곤과 싸우려면 먼 것 같은데.
그래도 이 사람이 나를 신참으로 대해주는 게 왠지 마음에 기뻐서 계속 듣는데, 식사 준비가 되었다는 소리가 들렸다.
쇠솥을 땅땅 두드린다.
식사 신호였다.
맨바닥에 앉아 이야기하던 애꾸가 벌떡 일어났다.
“밥 먹으면서 이야기해 주지.”
“….”
밥은 편하게 먹자.
그렇게 생각하는 게 눈에 보였는지, 옆에서 무기를 손질하던 모험가들이 크게 웃었다.
땅땅땅땅 울리는 쇳소리를 따라가면, 띄엄띄엄 밝혀진 모닥불에 커다란 솥이 걸려 있었다.
애꾸와 다른 모험가들과 함께, 나는 그중 한 곳에 가 자리 잡고 앉았다.
이 시대 모험가의 식사는 간단하다.
말린 고기에 스튜가 기본으로, 거기에 딱딱한 빵이나 햄 혹은 절인 생선, 그리고 때때로 어딘가에서 막 뽑아온 풀 같은 게 약간 추가되었다.
오늘의 스튜는 유난히 풀이 많이 들어가 있다.
“이게 뭐야. 고기가 적잖아. 풀이 더 많아.”
누군가가 투덜거렸지만, 야채가 들어가서 그런지 국물 맛이 평소보다 깔끔하다.
나는 마음에 들었다.
은근하게 끓는 스튜를 각자가 챙겨온 그릇에 담아 먹는 동안, 주변에서는 산에 올라갈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곳은 드래곤이 있는 산기슭의 작은 마을이다.
여기까지 마차를 끌고 온 사람들이 짐을 내려 정리하면, 짐꾼들은 그걸 다시 작게 나누어 짊어질 준비를 했다.
내일 새벽 산지기의 안내를 받아 올라간다.
토벌 책임자인 파울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장비를 확인하고 있었다.
물론 본인이 직접 하는 건 아니고 장비 담당자가 따로 있다.
그 사람들한테 제대로 준비는 되었는지, 빠진 건 없는지 질문하거나, 모험가를 만나 뭔가 이야기하거나, 굉장히 바빠 보인다.
그가 이야기하는 모험가 중에는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9인 파티도 있었다.
“저 사람들은 드래곤 토벌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하더군. 아홉 명 말이야. 그래서 뒤늦게 합류한 거라고 들었어. 뭐, 진짜 잡은 건지는 모르지만.”
“보증을 받았을 거야. 누군가 다른 모험가나 단체 같은 곳에서.”
오늘 식사에도 술이 나왔지만 모두 한두 잔 정도에서 그쳤다.
이 사람들도 자제할 수 있었구나.
왠지 이상한 기분이다.
그때 한 곳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울렸다.
“하아, 또인가.”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나도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불 마법사라는 여자, 이름이 리라였던가, 아무튼 그녀가 또 뭔가 트집을 잡는 모양이다.
지금까지 오는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
토벌대에 오면서 주렁주렁한 드레스를 입는 것도 골 보기 싫은데, 음식이 맛없네, 길이 안 좋네, 불평이 너무 많아서 지금은 모두의 미움을 사고 있었다.
그래봤자 귀족이라 아무도 말은 못 하지만.
파울도 동생 때문에 골치가 아픈지, 가끔 음울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오후가 되자 모두 모여 드래곤 토벌에 대한 작전을 들었다.
작전이라고 해 봐야 별것 없다.
우선 드래곤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 그물을 던진다.
그렇게 해서 날지 못하게 한 뒤 죽인다.
요약하면 그런 것이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애꾸가 불쑥 입을 열었다.
“모두 몇 마리인지는 아십니까?”
“처음 출발할 때만 해도 두 마리라고 들었지만, 지금 도착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세 마리일세.”
파울의 말에 늙은 대머리가 입을 열었다.
“최소 네 마리입니다. 저와 몇 명이 계속 하늘을 확인하고 있었어요. 거의 비슷하게 보이지만 미세하게 다른 걸로 보아 네 마리인 인 것 같습니다.”
“뭐!”
“그건 너무 많잖아!”
“처음 얘기와 달라.”
사람들이 웅성거리자, 파울이 당황해서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조용! 조용히! 아직 그렇게 확정된 건 아니니 진정들 해요. 네 마리일지 모른다는 추정일 뿐, 확실한 게 아니요.”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한 듯 웅성거린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드래곤이 네 마리쯤 되면 굉장히 위험한 모양이다.
“토벌대에는 A급 모험가가 1명 참가하고 있소. 거기에 B급 모험가만 250명. C급도 거의 500명에 가까워요. 네 마리라고 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요. 불 마법사와 바람 마법사도 있으니까.”
불 마법사.
설마 저 여자도 산에 올라가는 건 아니겠지?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본다.
하지만 나는 저 여자보다 다른 게 더 궁금해졌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봐도 괜찮습니까?”
내가 입을 열자, 사람들의 시선이 나한테 몰렸다.
파울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말해 보시오.”
“내가 드래곤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 녀석들은 영역 동물이라고 들었습니다. 한데 왜 갑자기 세 마리, 네 마리, 그렇게 한곳에 몰리는 거죠?”
“….”
파울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어라, 하는 얼굴이다.
드래곤이 나타났다는 점에 신경이 쏠려 그 이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건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파울이 말하는데, 문득 애꾸가 중얼거렸다.
“혹시 번식기 아닌가?”
“뭐라구?”
“아니, 그건.”
“계절이 맞지 않잖아.”
“그렇지. 나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드래곤은 봄에 번식하는 거야.”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어라, 번식기면 뭔가 문제라도 있나.
내가 고개를 갸웃하는데 애꾸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아직 어린 암컷의 경우에는 드물게 번식기 이외에도 그런 일이 생기는 경우가 있네. 그런 시기에는 수컷들이 굉장히 난폭해지지.”
아아,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어릴 때 어머니도 꽃이 막 필 무렵에 드래곤을 잡으러 갔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마다 바람으로 꽃송이만 자르는 훈련을 했던 기억이 남아있었다.
어머니한테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꽃을 모조리 떨어뜨렸다고 혼났지만, 내 생각에 아버지는 내가 그럴 때마다 기뻐했던 것 같다.
아마 바람 마법이 강해지는 걸 기쁘게 생각하셨던 걸 거다.
나는 꽃만 자르는 미세한 작업에 서툴러서 나무를 뿌리째 뽑아버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던 것 같아.
단순히 재미있었던 걸 수도 있긴 하지만.
“….”
내가 추억에 잠겨있는 동안 사람들의 분위기는 상당히 심각해졌다.
경험 많은 모험가가 700명이나 있는데 고작 드래곤 네 마리 잡기가 어려운 건가.
어머니는 혼자서도 한 마리는 우습게 잡았는데.
잘은 몰라도 어머니가 두어 마리 정도는 쉽게 잡았을 거다.
‘그렇다면 나도 가능하겠지.’
물론 실제로 맞부딪쳐보니 도끼질도 안 통한다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한테는 바람 마법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그냥 날려버리면 된다.
이래 봬도 평소에 전혀 쓸 수 없을 만큼 강한 거야, 내 바람은.
너무 강해서 못 쓴다니, 좀 바보 같지만.
어쨌든 전혀 질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어느새 모험가 중 몇 명이 나는 포기하겠다, 돈을 돌려주겠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흠, 분위기가 더 심각해지네.’
여기에서 더 가면 빠지겠다는 사람이 순식간에 불어날 것 같다.
그러면 좀 곤란하겠지.
혹시라도 인원이 너무 적어져서 토벌이 중지되면 모처럼 생긴 일자리가 무산되어버린다.
파울은 모험가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사람들의 분위기는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불길해지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일어서니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잠깐 나를 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말한 뒤, 나는 사람들 사이를 이리저리 빠져 나가 외곽으로 향했다.
“뭐 하는 거야.”
누군가가 등 뒤에서 중얼거렸다.
이 목소리는 대머리 같다.
젊은 대머리.
하아, 나도 알아. 지금 별로 폼 나지 않는 거.
그 자리에서 팍, 하고 힘을 보였어야 멋있어 보일 텐데, 이렇게 쫄레쫄레 구석으로 걸어가는 건 바보 같을 거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힘을 보이겠다고 사람을 날려버릴 수는 없는 거잖아.
나는 작게 한숨 쉰 뒤, 사람들이 없는 외곽에 섰다.
사람들이 멀다.
다들 바보 아니냐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숨 쉰 뒤, 손에 바람을 모았다.
주위 공기가 내 주변으로 몰려드는 느낌이 든다.
기분 좋은 상쾌함이 내 몸을 채웠다.
마치 주위의 모든 것이 나한테 공명하는 것 같다.
나는 손에 모인 바람을 도끼에 둘렀다.
공기가 도끼 주변에 몰리면서 우웅, 우웅, 작은 바람 소리가 울렸다.
그대로 도끼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는다.
콰콰콰쾅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나를 중심으로 쭉쭉 땅이 갈라져 사방으로 뻗는다.
보이지 않는 번개가 땅을 기어간 것 같다.
“….”
허공에 바람을 뿌리면 너무 강하게 퍼질 것 같아서 땅에다 주입한 건데, 이러면 저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사람들에게 시선을 주자, 눈이 굴러떨어질 것처럼 모두가 나를 보고 있었다.
늙은 대머리가 구를 것처럼 달려와 바닥을 보았다.
“이, 이거, 자네가 한 건가? 이게 바람 마법이야?”
“네.”
다행히 내 힘이 강하다는 걸 알아준 모양이다.
멀어서 잘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나는 자신 있는 표정을 만들어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보신 바와 같이 바람 마법은 어느 정도 쓸 수 있습니다. 드래곤이 네 마리라도 문제없을 거예요.”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이었다.
갑자기 모험가들이 와아아, 함성을 질렀다.
응? 갑자기 왜 그래?
내가 깜짝 놀라자, 늙은 대머리가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드래곤 두 마리는 영주의 것이 되네. 하지만 그 나머지는 모험가 몫이지. 자네가 대부분 가지더라도, 일부를 우리가 나누면 엄청난 금액이 될 거야.”
어라, 그런 계약이 있었나.
내가 멀뚱한 표정을 짓자, 늙은 대머리가 팔을 올려 내 어깨를 꽉 잡았다.
“이건 관례야. 처음 예상한 위험보다 일이 커지면 그만큼의 몫이 모험가에게 돌아가도록 해주는 걸세. 안 그러면 누가 위험한 일을 하겠나.”
“하긴 그렇군요.”
모험가들이 모두 이렇게 기뻐할 정도면 정말 큰돈인 모양이다.
문득 나 어릴 때 어머니가 잡은 드래곤이 조금 아까워졌다.
그걸 팔면 엄청난 떼부자가 되었을 텐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초상집 같던 분위기는 일변해, 모험가들은 저마다 어떻게 조를 짜고 드래곤한테 접근해 그물을 던질지 의논하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더 토벌에 힘을 더해야 자기 몫이 늘어나기 때문인 모양이다.
모두 의욕이 대단해졌다.
‘좋았어.’
조금 특이한 건 9인조 파티도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주변이 하는 대로 조용히 흘러가는 분위기였는데, 자신들이 어떤 부분에 강점을 가졌는지 어필하기 시작했다.
특히 조 짜기에 열성이다.
모험가 모두가 나와 조를 짜고 싶어 하는데, 그들도 그 경쟁에 끼어들었다.
“….”
이 세상에 와서는 사람들한테 좋은 시선을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는데 인기가 생긴 것 같아 조금 기뻤다.
알아, 내가 바보 같은 거.
그래도 기쁜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