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52)
052 모두 죽여버린다
“오빠… 오빠… 무서워….”
동생 주가 훌쩍훌쩍 운다.
울고 싶은 건 바인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미 울음은 혓바닥까지 나와 있었다.
‘우, 울어서는 안 돼. 나는 오빠니까.’
바인은 입술을 꽉 씹어 울음을 삼키며 작게 말했다.
“괜찮아, 주. 아빠가… 아니… 병사들이 우리를 찾아낼 거야.”
“… 하지만… 하지만….”
주의 목소리가 기어이 큰 울음소리로 변했다.
“… 아줌마가 없어졌을 때도 아무도 찾지 않았잖아… 오빠랑 나도 놀다 집을 나갔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해. 아무도 찾지 않으면.”
“그건….”
바인은 입술을 꽉 물었다.
할 말이 없어졌다.
몇 달 전 옆집에 사는 아줌마가 없어졌다.
그 집의 아이는 넷.
첫째는 바인과 주보다 훨씬 나이 많은 형이었다.
그 밑으로 두 명 더 있었지만 죽었다고 한다.
밑의 세 명은 바인과 나이가 위아래로 몇 개 차이가 났기 때문에 종종 함께 가축을 먹이러 다녔다.
그 집 아저씨는 술을 많이 먹어서, 부부는 거의 매일 싸우다시피 했다.
한 번은 한밤중에 아줌마가 우리 집으로 도망쳐 온 일도 있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아줌마가 어느 날 사라졌을 때 아무도 찾지 않았다.
남편인 아저씨만이 사방을 돌아다니며 아줌마를 찾아 헤맸지만, 그것은 걱정해서가 아니었다.
어머니가 아버지와 하는 말을 들었다.
저렇게 잡아 죽일 듯 화내는 사람한테, 혹시 거처를 안다 해도 누가 가르쳐 주겠느냐고.
어른들은 아줌마가 도망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바인은 자신보다 어린 옆집 아이가 엄마를 찾으며 울고, 그러다 아저씨한테 맞는 걸 보고 화가 났었다.
도망갈 거면 아이도 데리고 가지, 라며.
바인도, 주변 사람 누구도, 설마 아줌마가 이런 곳에 끌려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바인은 고개를 조금 옆으로 돌렸다.
많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그의 몸에는 잘 알 수 없는 끈적한 것이 붙어 몸을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처음에는 조금 달싹거릴 수 있었지만 며칠 지나자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개미 괴물은 굳은 걸 확인하면 다시 끈적한 물질을 바른다.
벌써 여러 번 덧발랐기 때문에 지금은 상당히 두툼해졌다.
바인은 눈물로 흐린 눈을 여러 번 감았다 다시 떴다.
또르르 눈물이 굴러떨어지면서 겨우 시야가 다시 보였다.
약간 떨어진 곳,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장소에 아줌마가 앉아 있다.
개미 괴물이 발라주는 물질이 아줌마 몸 전체를 덮고 있었다.
얼굴만 겨우 빼꼼히 나와 있을 뿐이다.
마치 벌집에서 머리만 내민 사람 같았다.
아줌마는 고개조차 돌릴 수 없다.
하지만 죽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아파… 아파… 그렇게 울고 있었다.
‘알이… 알이 부화하는 걸 거야.’
바인의 눈에서 눈물이 다시 솟구쳤다.
무섭다.
정말 무섭다.
아직 바인과 주의 몸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괴물들이 두 사람 속에 알을 넣는 것도 머지않았을 것이다.
아마 몸을 덮고 있는 물질이 아줌마처럼 두꺼워지면, 어쩌면 놈들이 자꾸만 먹이는 이상한 것들이 우리 몸을 튼튼하게 하면, 그러면 알을 넣는다.
하지만 아줌마의 몸속에 뭐가 있는지, 주는 모른다.
눈을 감으라고 바인이 소리쳤기 때문에, 개미 괴물이 다른 사람의 몸속에 허연 알을 넣는 장면은 보지 못했다.
‘나도 보지 않았으면 차라리 나았을까.’
쭉쭉 흐르는 코를 빨면서, 바인은 소리 죽여 울었다.
아프다, 아프다, 비명 같은 그 소리는 아줌마한테서만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다.
바인과 벽 중간쯤에 자리 잡은 동생에게는 그의 등과 아줌마의 일부분만 보이겠지만, 그 너머에도, 안쪽의 안쪽에도, 이 거대한 괴물의 방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있었다.
모두 벌집에 갇혀 얼굴만 내민 것처럼 몸이 굳어져 있었다.
바인에게도 너무 먼 곳은 보이지 않는다.
소리만 들렸다.
그래도 근처에 있는 사람이 모두 그런 모습이니 알 수 있다.
모두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 오빠… 우리 아빠 말 듣지 않고 놀아서 벌 받은 걸까….”
주가 훌쩍훌쩍 울며 말했다.
어쩌면 그런지도 모른다.
가축이 풀 먹는 동안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아버지가 몇 번이나 말했었는데, 바인은 옆집 아이에게 일을 맡기고 동생과 놀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에 잡혔다.
소리를 지를 사이도 없었다.
엇, 하는 순간 두 사람은 캄캄한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 이 방으로 끌려 왔다.
‘벌 받았어.’
참고 참던 울음이 기어이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흐느낌이 새 나오자, 주가 따라서 운다.
“…오빠… 오빠… 무서워….”
나도 무서워, 주. 하지만.
“주… 울지… 흑… 울지 마… 괴물이 온단 말이야….”
놈들은 사람이 울거나 큰 소리를 내면 자꾸 이상한 걸 먹인다.
배가 고파서 그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걸 먹으면 뱃속이 뒤틀어진다.
쭉쭉 물처럼 설사가 나오고 기분이 이상해졌다.
멍하고 기운이 빠진다.
“… 오빠….”
겁에 질린 주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구석에 있던 개미 괴물 몇 마리가 울음소리를 듣고 다가온다.
안 돼, 안 돼, 오지 마, 오지 마라.
“주… 주… 조용히 해… 제발… 괴물이 오고 있어….”
바인이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지만, 오히려 주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무서워… 오빠… 무서워….”
엉엉 우는 주의 목소리 사이로 바인의 작은 울음소리가 섞였다.
제발, 누가 좀 도와주세요.
*
횃불을 들고 긴 통로를 달린다.
‘대체 어디야.’
초조한 마음에 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소리는 이상하게 여기에서 울리는가 하면 저기에서 울리는 것 같고, 종잡을 수 없었다.
분명 이쪽이라고 생각해서 달리다 보면 전혀 엉뚱한 통로에서 소리가 울려왔다.
아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래쪽으로 향하면 위에서 소리가 울리는 거다.
금방 찾을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지만 어디에 소리의 근원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개미굴이라는 게 인간의 도시와는 다르다.
평면으로 같은 깊이에 나란히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통로는 아래로, 또 어떤 통로는 위로 뻗어 있었다.
그리고 통로 여기저기에 다른 길로 가는 구멍이 무수히 나 있다.
그런 곳으로 끝없이 가다 보면 어느 통로는 너무 좁아 앞으로 갈 수 없는 경우도 생겼다.
바로 지금처럼.
나는 정령의 갑옷을 펼쳐 굴 벽을 깎으며 앞으로 나갔다.
그냥 뒤로 돌아가고 싶지만 소리가 앞에서 들리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이상한 울음소리 같은 것만 들렸는데, 지금은 아이가 우는 소리로 변해 있었다.
마음이 초조해진다.
하아.
‘그런데 정말 앞으로 가면 되는 거 맞을까.’
아무래도 또 조금 가면 소리가 다른 방향에서 울릴 것 같다.
이제는 내 귀를 내가 믿을 수 없어.
‘어쨌든 표식을 해야지.’
나는 벽에 화살표를 새기며 어깨를 떨궜다.
길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벽에 표식을 새기며 진행했지만, 몇 번 통로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이제 나도 어디가 어딘지 전혀 모르겠다.
아무래도 길을 잃어버린 모양이다.
딱히 내가 길치라서가 아니다.
이 동굴 자체가 문제다.
통로가 너무 많다.
“….”
나는 무심코 천장을 보았다.
한참 헤매도 길을 찾지 못하면 나중에는 도끼로 천장을 부수면서 땅 위로 향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정말로 지하 미로가 무너질지도 모르는데.’
개미는 건축에 일가견이 있으니 자금 상태로 두면 괜찮을 테지만, 내가 그걸 건드리는 순간 지상에 있는 건물에도 영향이 갈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그럴 것 같아.
작게 한숨 쉬며 달리는데, 아무것도 없던 동굴 벽에 커다란 그림자가 비쳤다.
더듬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개미가 옆 구멍에서 튀어나왔다.
얼굴을 물어뜯으려는 건가.
개미 입이 벌어지면서 다가온다.
징그러.
나는 바람 두른 주먹으로 놈의 머리를 두드렸다.
파삭.
단단한 개미 머리가 쪼개지면서 동굴 안으로 묘한 소리가 퍼졌다.
개미의 외피는 철갑처럼 단단하다.
작은 개미도 손가락으로 누르면 바삭 손에 느껴지는 것이 있는데, 덩치가 엄청 커진 개미의 피부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
굉장히 굉장히 단단하다.
식인개미의 외피가 인간의 갑옷보다는 훨씬 단단하지 않을까 싶다.
나한테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금쯤 위쪽에서 싸우는 사람들은 상당히 곤란한 상황일 것이다.
나는 다시 개미 머리를 두드리면서 작게 한숨 쉬었다.
빨리 끌려온 사람, 특히 지금 울고 있는 저 아이들을 구해야 할 텐데, 내가 길치라서인지, 아니면 귀가 나쁜 건지, 도무지 가까이 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답답함을 개미한테 풀듯이 땅땅 두드리자, 동료를 구하려는 듯 거대한 개미 몇 마리가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길드 직원이 말하던 병정개미인 모양이다.
지금까지 만난 개미보다 몸집이 많이 컸다.
그러고 보니 옆으로 난 이 통로는 지금까지 온 통로보다 조금 큰 것 같다.
어쩌면 병정개미용의 통로일지도.
그렇게 생각하다 문득 귀를 기울이니, 이 통로에서 울리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상당히 크다.
지금까지 들렸던 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명료하지 않고 먼 느낌이 들었는데, 이 통로로 들어온 순간 소리가 명확해진 느낌이었다.
‘드디어 찾았나.’
이 길도 위쪽 방향이다.
먹이방은 아래쪽 깊숙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식인개미는 뭔가 다른지도 모른다.
마수니까 일단 완전히 개미라고 하기에는 좀 이상하고.
나는 정령의 갑옷과 주먹을 적당히 사용해 개미를 처리하면서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향해 달렸다.
위로 올라갈수록 개미가 많아진다.
병정개미보다 몸집이 작은, 아마 일개미가 늘어났다.
그리고 울음소리도 점점 가까워진다.
‘거의 다 왔어.’
위로, 위로, 계속 달린다.
하지만 어느 순간 소리가 조금 멀어졌다.
나는 다시 되돌아가며 귀를 기울였다.
옆으로 난 통로에서 소리가 흘러들어왔다.
몇 번 정도 통로로 들어갔다 다시 나와 길을 더듬어 가던 중, 나는 드디어 소리의 방향을 다시 잡았다.
그 소리를 따라 옆 통로로 빠지자 조금 전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명확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잠시 달리자, 위쪽을 향하던 통로가 다시 수평으로 변했다.
오빠… 무서워….
어린 여자의 목소리다.
그 소리가 명확하게 들린다고 생각한 순간 통로가 끝나고, 나는 넓은 공간에 도착했다.
초등학교 운동장 정도는 될 것 같다.
둥근 형태의 공간은 지상에서 멀지 않은지, 천장 몇 군데에서 미세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래도 굉장히 어둡지만, 횃불 없이도 어렴풋이 사물을 분간할 정도는 되었다.
나는 망연히 사방을 둘러보았다.
약간 습한 기운이 나는 공간에는 이끼와 풀 같은 것들이 나 있고, 사람의 얼굴이 띄엄 띄엄 공중에 뜬 것처럼 놓여 있었다.
자세히 보면 벌집 같은 것으로 몸이 둥글게 감싸져, 얼굴만 나와 있다.
거의 움직이지 않아 한순간 죽었나 생각했지만, 가만히 보면 입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 아파… 죽고 싶어… 죽여줘….
꺼지는 것 같은 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 얼굴이 수백, 아니 천이 넘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처럼 개미들이 왔다 갔다 한다.
“…먹이방… 인가….”
개미 몇 마리가 입구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이 향하는 방향에서 내가 들은 울음소리가 악을 쓰는 것처럼 퍼졌다.
“… 으앙… 오빠… 무서워….”
아이가 둘.
남자와 여자아이다.
둘 다 어렸다.
열 살도 되지 않았을 거다.
나는 도끼를 움켜쥐었다.
이 정도의 공간이면 도끼를 움직일 수 있다.
개미 몇 마리가 그제야 나를 발견한 듯 더듬이를 움직이며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모두 죽여버린다.”
나는 으르렁거리는 것처럼 말하며, 넓은 공간 속으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