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60)
060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
피이이이이이.
맑은 울음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커다란 날개가 부드럽게 움직일 때마다 화려하게 튄 불꽃이 허공에서 흩어져 사라져갔다.
더 이상은 의심할 수 없다.
저건 태양이나 유성 따위가 아니라 새다.
온몸이 불타는 새.
“타티아나,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불사조가 항상 불에 휩싸여 있는 건 아니지?”
내 말에 타티아나가 숨넘어가는 것처럼 대답했다.
“당연하죠. 그러면 숲이 모두 불타 없어질 거예요. 온몸이 불로 휩싸이는 건 적과 싸울 때뿐이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그런 일은 굉장히 드물어요. 스승님 말씀대로라면 그전에 불사조가 이길 테니까요. 엄청나게 강하다구요, 저 새는.”
타티아나는 등에 지고 있던 배낭을 내려 내용물을 꺼내 한 번 본 뒤 바닥에 던졌다.
약초 주머니와 나무 인형, 뱀 껍질, 말린 두꺼비 같은 물건이 눈 깜짝할 새 바닥에 쌓인다.
“어, 어디 갔지? 불을 막아주는 저주 인형이 분명히 여기에 있었을 텐데. 아, 마음을 진정시키는 약초다. 이거 새한테도 효과 있었지. 이거 하고… 필요한 게, 음, 이 경우에는 사냥꾼 효과인가 아니면 주인 효과가 나을까, 아니, 그건 시간이 걸리니까 우선은 마음을 진정시키는 약초를….”
타티아나도 굉장히 당황한 것 같다.
이걸 들었다 저걸 들었다 우왕좌왕하며 당황을 말로 풀어내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나는 우뚝 선 채 계속 하늘을 보았다.
진짜 어쩌면 좋지.
렐라는 계속 내 머리 위에서 삐빗 삐빗 소리 내고 있다.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겠다.
다만 녀석도 굉장히 흥분하고 있는 건 알 수 있었다.
어쩐지 곰 사체나 여왕개미한테 덤빌 때와 비슷한 기분도 드는데, 어쨌든 지금은 불사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할 때다.
죽이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렐라만 집어던져 주고 도망칠 수도 없다.
깃털은 필요하니까.
잡아서 깃털 한 개만 뽑을까 싶어도 지금의 불사조는 불덩이고, 내가 아무리 바람 마법을 사용한다 해도 몸 자체가 불덩이인 저 녀석을 맨손으로 잡을 자신은 없다.
그렇다고 바람으로 불을 끄려고 하면, 불이 꺼지기 전에 그냥 죽어버릴 것 같고.
타티아나는 불사조가 강하다 강하다 말하지만, 어머니가 깃털을 뽑았는지 주워 왔는지 몰라도 가져왔으니 내가 질 리는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할지 결정을 못 내리는 중에도 불사조는 점점 가까이 오고 있었다.
렐라가 작기 때문에 성체도 기껏해야 비둘기나 닭 정도 크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하늘에 떠 있는 불사조는 독수리나 매보다 큰 것 같다.
아직 거리가 있는 데도 상당히 크다.
특히 꼬리가 길었다.
긴 꼬리가 리본처럼 매달려 우아하게 흔들린다.
그때마다 반짝거리는 불꽃이 허공으로 흩날려 가느다란 불꽃 길을 만들었다.
‘예쁘기는 정말 예쁘네. 우리 렐라도 크면 저렇게 되려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불새와 눈이 마주친 듯했다.
피이이이이이이.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번개처럼 내게로 쏟아진다.
아, 이건 소리는 예쁘지만 역시 화난 거구나.
틀림없이 새끼 납치했다고 화내고 있다.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그냥 이해했다.
그리고 아마 렐라가 내 품에 있는 동안은 계속 화낼 거다.
‘일단 돌려주자.’
그렇게 생각하고 손을 머리에 올리는 순간이었다.
불사조의 날개가 약간 뒤로 접히는 듯하면서 몸이 길어졌다.
아직 거리가 있는 것 같은데 화살처럼 나를 향해 꽂히듯 떨어진다.
거대한 불꽃 화살이 적진에서 쏘아져 내려오는 느낌이었다.
내가 새끼한테 손대는 걸 보고 격노한 모양이다.
돌려주려고 한 건데 오해받았나.
옆에서 타티아나가 짧은 비명을 질렀다.
곧이어 주문을 외운다.
“물의 숨결!”
사람 얼굴보다 조금 큰 물방울이 여러 개 떠올라 내 앞으로 몰려왔다.
불이 쏟아질 거라 생각해서 나를 보호하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렐라가 여기 있기 때문인지, 불새는 불을 내뿜지 않았다.
오직 화살처럼 긴 부리를 내밀며 나한테 꽂힌다.
렐라를 건드리지 않고 날 부리로 꿰뚫을 생각인 것 같다.
어쩌면 불사조가 내뿜는 열은 새끼조차 녹일 정도로 강할지 모르겠다.
‘진짜라면 장난 아니잖아, 그거. 엄청 위험한 놈이네.’
넋 놓고 망설일 때가 아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셨지.
늑대는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고.
지구에도 비슷한 말이 있는 걸 보면, 사람의 생각은 어딜 가나 다 비슷한 것 같다.
불을 상대하는 건 처음이고, 나도 설렁설렁한 마음을 버리고 진심으로 상대하자.
일단 나와 타티아나가 죽거나 다치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둬야겠다.
나는 왼팔에 바람을 둘렀다.
평소보다 훨씬 두껍게 바람을 불러들인다.
그 상태에서 오른손으로는 주먹을 쥐었다.
후읍, 숨을 들이마시는데 불사조가 바로 코앞까지 닥쳐왔다.
불사조에는 닿지도 않았는데, 타티아나가 만들어준 물방울이 수증기가 되어 사라졌다.
불사조가 두르고 있는 열기가 너무 뜨거웠던 것 같다.
‘무슨 용암 덩어리냐!’
이놈 정말 위험하구나.
닿기 전에 열에 타 죽겠다.
어쩔 수 없네.
나는 불사조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 바람을 더욱 주먹에 둘렀다.
그대로 막 올려 치려는 순간이었다.
별안간 렐라가 삐빗 소리 지르며 머리에서 뛰어내렸다.
짧은 날개를 퍼덕이며 아주 조금 위로 떠올랐지만, 항상 그렇듯이 렐라는 더 이상 그 위치를 유지하지 못한다.
파닥거리는 날개와 작은 몸뚱이 아래에서, 짧은 다리가 휘적휘적 정신없이 움직였다.
어떻게든 허공을 날려는 렐라의 몸부림이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수면 밑에서 미친 듯이 움직이는 백조 다리 같다.
“….”
렐라가 끼어드는 바람에 나와 불사조의 몸이 거의 동시에 멈췄다.
나든 불사조든, 잘못하면 둘 중 누군가가 렐라를 죽일 뻔했다.
“삐빗! 삐빗!”
렐라가 요란하게 소리치며 파, 파, 입을 벌렸다 다물고 다시 부리로 쪼는 듯한 행동을 한다.
그러면서 점점 바닥으로 떨어져 갔다.
내 머리에 올려달라고 했던 건 이 공격을 하기 위해서였던 모양이다.
아니, 기다려 봐.
왜 공격하는 거야?
어미가 아니었나.
피이이이이… 피이이이이이.
슬픈 울음소리와 함께, 불사조의 몸에서 사방으로 뻗던 열기가 조금 누그러졌다.
그 모습이 너무 슬픈 걸 보면 어미는 맞는 것 같다.
불사조는 커다란 날개를 부드럽게 펄럭이며 요령 있게 허공에 멈춰 있었다.
피이이 피이.
불사조가 다시 한번 슬픈 목소리로 운다.
땅에 떨어진 렐라가 눈에 힘을 잔뜩 준 채 팔딱팔딱 뛰면서 공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사조의 날개가 퍼뜨리는 바람에 밀려 데구루루 구른다.
“삐비비비비!”
저만치 굴러갔던 렐라가 벌떡 일어나 다시 달려왔다.
화가 난 듯 팔딱팔딱 뛰어 다시 불사조를 공격한다.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이 녀석, 만날 때부터 좀 맹한 것 같더니 바보였던 것 같아.
어미를 잊어버린 모양이다.
새끼를 찾아 깊은 숲에서부터 이 먼 곳까지 더듬어온 어미가 불쌍해졌다.
큐우.
문득 불사조가 작게 운 뒤 크게 날개를 저었다.
단 한 번의 날갯짓으로 한 단 정도 위를 훌쩍 올라간다.
렐라가 팔딱팔딱 뛰는 위에서, 불새의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
“위험해요!”
타티아나의 목소리와 함께 물방울이 여러 개 날아왔지만 순식간에 말라버렸다.
새끼가 자기를 잊었다는 사실에 격노해, 렐라가 내 몸에 없는 틈을 타 죽여버릴 생각인 것 같다.
오렌지빛 색으로 물든 부리가 벌어지면서, 하얀 불이 쏟아져 나왔다.
순간적으로 오른팔을 든다.
불이 내 몸에 닿기 직전 공기막 같은 것이 펼쳐졌다.
정령의 갑옷이 내 몸 전체를 감싼다.
불사조가 날린 불꽃이 미끄러지듯 방어막을 따라 흘렀다.
방어막을 펼친 상태 그대로 팔을 앞으로 휘두르자, 불사조는 공간을 사이에 둔 채 공에 튕긴 것처럼 뒤로 밀렸다.
분노한 불사조의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새끼를 되돌려주려고 며칠을 걸어왔는데 이 대접은 좀 심하지.
그런 마음을 담아 바람 두른 주먹을 내지른다.
정령의 갑옷은 어느새 접혀 팔의 형태로 되돌아간 것 같다
보이지 않으니까 잘 모르지만 손에 걸리는 게 없는 걸 보면 그렇겠지.
실제로 불사조를 때리는 손에 뜨거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주변 공기에서 전해지는 공기는 용암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후끈후끈 뜨거웠지만 내 오른손은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평상시와 같았다.
주먹을 맞고 불사조가 훌쩍 날아간다.
힘은 빼려고 노력했지만 역시 강했던 걸 거다.
불사조는 보기 흉하게 바닥에 나동그라져, 상당한 거리를 데굴데굴 굴러갔다.
하지만 녀석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붙지 않는 것 같다.
벌떡 일어난다.
타티아나의 말과 단단한 렐라의 부리로 짐작은 했지만, 정말로 불사조는 튼튼하구나.
목이 공작처럼 가느다랗고 긴데도 그 충격 속에서도 부러지지 않았다.
불사조가 날개를 퍼덕여 날아오르려는 걸 보며 나는 놈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몸이 튼튼한 것도 확인했고, 적당히 두들겨서 기를 죽여놓는 게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막 달리는데 다리가 벌레에 물린 것처럼 따끔했다.
문득 내려다보니 렐라가 달라붙어 있었다.
“뭐 하는 거야.”
내가 중얼거리는데, 렐라가 삐비비 소리치며 부리로 쫀다.
또 올려달라는 건가 싶어 손을 내밀자, 이번에는 손바닥을 쪼았다.
“….”
타티아나가 가까이 달려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저… 기억났나봐요. 저게 어미라고. 라파 씨한테 화내는 것 같아요.”
아프다.
손바닥을 쪼는 렐라의 부리가 평소보다 많이 아팠다.
불사조가 가까이 날아온다.
렐라와 함께 있으니 공격은 하지 못한 채 허공을 빙글 돌고 있었다.
여전히 나를 쪼며 화내는 렐라를 잡아 작은 녀석의 몸에 한 줄기 바람을 감는다.
요령은 무기에 바람을 두르는 것과 비슷하다.
그 뒤 렐라를 훌쩍 허공에 던졌다.
혹시 어미가 잡지 못하면 뛰어오르려고 준비하고 있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삐빗, 소리를 내며 렐라가 하늘을 향해 쏘아지자, 불사조가 재빨리 발로 새끼를 잡아챘다.
피이이, 불사조가 길게 울면서 허공을 한 바퀴 돌았다.
그 발에 렐라가 확실하게 잡혀 있는 걸 보고, 나는 작게 한숨 쉬었다.
잘 가라, 렐라야.
“… 가버리는군요.”
서운한 듯 타티아나가 중얼거렸다.
“그러네. 앞으로는 좀 허전하겠어.”
타티아나가 팔을 번쩍 올려 내 어깨를 두드렸다.
정확하게 말하면 팔 위쪽을.
까치발까지 하면서 두드려 줄 필요는 없는데 말이야.
“그런데, 정말 다행이에요. 깃털… 많이 떨어졌네요.”
타티아나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조금 전에 불사조가 처박힌 지점에 깃털이 여러 개 떨어져 있는 게 보였다.
타티아나가 돌아다니며 깃털을 줍는다.
“의뢰는 깃털 한 개였는데, 모두 일곱 개나 있어요. 두 개는 조금 상처가 있지만 나머지는 깨끗하고… 와우… 엄청난데요.”
타티아나의 눈이 동그래져있다.
이번 의뢰의 보수는 80000리라다.
지구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2억 8천만 원 정도.
깃털 한 장 가격으로는 너무 높은 것 같지만, 불사조의 깃털은 죽어가는 사람도 되살리는 만병통치약이다.
의료가 발달하지 않은 이 시대에서는 왕이나 고위 귀족밖에 손에 넣을 수 없는, 이 세계의 엘릭서.
그게 일곱 개라고 하면 타티아나가 아니라도 휘둥그레지겠지.
나도 속으로는 기뻐 난리법석이다.
머릿속에서 작은 내가 일곱 명 정도 춤추며 외치고 있었다.
축하합니다! 당첨 깃털 로또! 그대의 인생은 이제 만발한 꽃밭, 얼굴은 안돼도 얼마든지 돈으로 극복 가능해요! 돌진, 라파 씨! 물론 그게 난데! 아무튼 이제 청혼하고 결혼합시다! 모험? 이세계 판타지? 그딴 거 미녀를 얻기 위한 방편이겠지. 이제 발판은 생겼다. 이 세계의 1억은 지구 1억보다 대단하니까, 얼굴이 무서워도 2억 8천 곱하기 7이면 충분히 결혼할 수 있어! 가라, 라파! 용기를 내는 거야!
두꺼운 피부 덕분에 간신히 무표정을 관철하고 있지만 내 마음은 기쁨과 갈등으로 복잡하다.
청혼해도 되나.
아니, 청혼 전에 우선 사귀자고 말해봐야겠지.
두근두근 뛰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타티아나를 보는데,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굉장히 놀란 것 같다.
“….”
나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타니아나가 당황한 것처럼 입을 열었다.
“이상해요. 다시 오고 있는데요?”
고개를 돌리자, 분명히 조금 전에 사라졌던 불사조가 이쪽의 낮은 허공에서 빙빙 돌고 있었다.
“어라.”
이상하다 불사조 발에 렐라가 없다.
어쩌면 둥지에 두고 온 걸까 생각하는데, 수풀 밑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삐빗!”
렐라다.
내가 본 어떤 때보다도 빠르게 렐라가 달려오고 있었다.
너무 서둘러서 발이 엉켰는지 데굴데굴 구른다.
“저 녀석 뭐 하는 거야?”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자, 타티아나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스승님이 그러셨는데 불사조는 굉장히 정이 깊대요. 한 번 정을 주면 잊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
“혹시 라파 씨하고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돌아온 게 아닐까요?”
아니, 제 어미도 금세 잊어버리는 녀석이 정이 깊다고 해 봐야 그리 공감이 가지 않는데.
반은 구르면서 달려온 렐라가 화내는 것처럼 내 다리를 콕콕 쪼았다.
하늘에서는 계속 빙빙 불사조가 돌고 있고, 내 다리는 구멍 뚫는 딱따구리처럼 렐라가 열심히 쪼고.
게다가 점점 하늘을 나는 불사조의 위치가 낮아지고 있다.
아무래도 내 머리 위까지 내려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타티아나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 에… 불사조는 원래 정이 깊고 새끼를 아끼는 새니까… 아무래도 저 어미가 떠날 것 같지는 않은데요… 음… 어미도 우리를 따라오려는 게 아닐까요?”
“….”
불사조 깃털은 만병통치약이다.
그런 새가 사람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겠지.
어머니 일만 해도 문제인데, 거기에 불사조까지.
하아, 정말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