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65)
065 3년 예정이었던 주인님이 돌아오지 않는다
로빈은 라파를 올려다보았다.
키가 너무 커서 얼굴이 하늘에 올라가 붙은 것 같다.
‘이분이 주인님의….’
진짜인가.
아주 잠깐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안 되지. 주인님을 향한 불경이다.
‘하지만.’
주인님의 모습이 하나도 없다.
머리와 눈동자 색을 보면 분명 클라우스 님의 핏줄일 텐데, 헬가의 쌍둥이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것이 불쾌하거나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분은 언제나 당신에게 힘이 없는 것을 한탄하고 계셨으므로.
들은 바에 따르면 이분의 능력은 역대 공작가 중에서도 최대일 거라고 한다.
이 모습을 보면 헬가의 재능까지 그대로 받았을 것 같고, 어쩌면 클라우스 님의 기도가 신에게 닿았는지도 모른다.
‘주인님, 당신께서는 아름다운 외모보다는 힘을 원하셨지요.’
그러나 곤란한 듯한 라파의 표정을 본 순간, 아, 싶었다.
‘눈매가 닮았어.’
아주 조금이지만 클라우스 님과 비슷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보면 닮은 곳이 구석구석에서 나타났다.
외모는 다르지만 문득 보이는 분위기나 표정이 닮았다.
역시 아드님이구나.
‘도련님.’
마음속으로 그렇게 부르자 눈물이 날 것 같다.
여자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외모이면서도 클라우스는 여성을 싫어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혐오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심지어 부친인 공작께도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다시피 한 로빈은 안다.
‘그런 클라우스 님이 자식을 남기겠다고 생각하시다니.’
언뜻 자식을 낳고자 한 건 클라우스 님이 아니라 헬가의 폭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떠오르자마자 곱게 접어 구석에 두었다.
지금은 도련님이 나타난 것만을 기뻐하자.
클라우스 님의 현황이 어떤지는 몰라도 자식이 태어났다면 그분의 뜻이었을 것이다.
계속 계속 언젠가 클라우스 님의 마음을 지지해 줄 뭔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기억도 하지 못할 어린 시절부터, 로빈은 계속 그렇게 바랐다.
‘내가 클라우스 님의 아드님을 보다니,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기쁘구나. 정말 기쁘다.’
혹시라도 클라우스 님에게 또 다른 아들이 있다는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도련님에게 설명하면서, 로빈은 먼 옛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처음 클라우스를 만난 건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기 시절이었다.
아버지에게 들었다.
태어나 외부로 데리고 나갈 수 있게 되자마자 그는 아직 어린 클라우스 님에게 보여졌다고 한다.
그를 본 클라우스 님의 첫 단어는 못생겼다는 말이었다고 들었다.
그 말에 틀림은 없다.
로빈도 이 세상 기준으로 보면 미남의 기준에 들어가지만, 클라우스 님에 비하면 당연히 못생겼다.
이 세상 누구도 클라우스 님의 눈으로 보면 못생겼다.
그래,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아이가 클라우스 님의 개인 집사가 됩니다, 라는 말을 듣자 클라우스 님은 가만히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말씀하셨다.
다시 보니 귀엽구나, 라고.
로빈이 어릴 때 아버지가 해준 이 말은 평생 잊지 않도록 되풀이해 기억하고 있다.
그 이후 차기 공작의 개인 집사가 되기 위해 받는 교육 시간을 제외하면, 그는 언제나 클라우스 님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쭉 그렇다.
그는 클라우스 님의 개인집사이기 때문에.
개인 집사는 로빈이 알기로는 공작가에만 있는 명칭이다.
전속이라는 개념과는 다르다.
전속 집사의 경우는 모시는 주인이 바뀌기도 하지만, 개인 집사는 한 번 주인을 정하면 죽을 때까지 그 사람만을 위해 살아간다.
집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주인으로 정해진 사람을 모시는 것이 개인 집사기 때문이다.
지금 공작가에 있는 개인 집사는 두 명.
아버지인 집사장과 자신뿐이었다.
아버지는 집사장인 동시에 원래 공작님의 개인 집사였다.
개인 집사로 있다 총집사장의 자리를 물려받은 것이다.
그의 가문은 대대로 공작가의 집사와 측근을 배출해왔다.
특히 집사장만큼은 그의 가문 사람만이 받을 수 있는 직책이다.
언젠가 아버지가 물러나면 로빈이 공작가 전체를 아우르는 집사장이 될 것이다.
아마 클라우스 님이 공작이 되고, 아버지가 집사장으로서의 모든 것을 자신에게 가르치는 시점 정도에서.
그리고 이후에는 다시 라파의 개인 집사가 총집사장이 된다.
집사장 자리를 반드시 공작의 개인 집사가 맡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그렇게 정해질 것이다.
‘아, 이제 도련님의 개인 집사도 물색하지 않으면.’
물론 아버지가 알아서 하겠지만, 로빈은 라파의 부친인 클라우스의 개인 집사다.
라파 님의 개인 집사에 대해서는 자신도 신경이 쓰였다.
‘우리 가문에 지금 태어난 아이가 있던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두서너 살 이상은 안 되는데.’
개인 집사는 능력이나 성격보다는 충성심이 우선이다.
그걸 위해 최대한 어릴 때 선택된다.
로빈은 재빨리 기억을 헤집어 가문의 어린아이를 몇 명 떠올렸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아이가 없었다.
도련님은 클라우스 님 이후 공작이 되는 분이다.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내가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만들어야 할까.’
아버지는 클라우스 님이 태어나자 서둘러 로빈을 만들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제 너무 늙어 아이를 바라기 어렵고, 만든다면 자신이 해야 할 것이다.
‘아니,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로빈은 머리를 약간 흔들어 잡생각을 떨쳤다.
일부러 여기까지 달려온 것은, 클라우스 님의 아들을 사칭하는 인물을 핑계 삼아 라파를 만나기 위한 것이다.
이번 클라우스 님의 아들이라고 주장한 인물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가짜라고 알았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나설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공작이 손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서둘러 만날 기회를 만들었다.
공작과 마주치기 전에 자신이 먼저 라파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작님도, 아버지 집사장도 모르는 일이지만, 클라우스는 원래 3년 안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3년.
그 정도 기간이라면 분명 마음속으로 불만을 가진 자들이 표면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런 자들을 확인해, 누구를 숙청하고 누구를 남겨둘 건지 선별하는 것이 그 당시의 목적이었다.
로빈이 그 일을 하는 동안, 클라우스는 마의숲에서 헬가라는 최강의 충복을 손에 넣는다.
그런 계획이었다.
헬가가 클라우스 님을 사랑하는 건 확실했고, 그녀의 마음을 좌지우지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지 않는다.
5년이 되어도, 10년이 되어도, 그의 주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죽을 만큼 걱정했다.
헬가가 추적대를 발견하는 족족 죽이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죽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클라우스 님이 감금된 거라고 생각했다.
헬가의 성격과 경향을 충분히 검토해 실행했지만, 그 여자가 예상외로 사랑에 미쳐 버린 거라고.
그런 여성이 한둘은 아니었다.
헬가만은 다르다고 클라우스 님이 단언했지만, 똑똑하신 그분도 실수할 때가 있을 것이다.
인간의 마음이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거니까.
마의숲으로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던 것이 몇 번이었나.
밤마다 걱정으로 초조해져 실제로 마의숲으로 갈 준비를 한 채 말에 오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주인은 헬가가 소동을 일으키기 전에 명령하셨다.
절대로 당신을 따라와서는 안 된다고.
주인의 명령은 절대적인 것이고, 로빈에게는 클라우스 님이 맡긴 임무가 있었다.
게다가 헬가가 클라우스 님의 측근이 되어 일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만든 원한을 무마할 필요가 있다.
그 협상의 토대가 될 것들을 모으는 것도 로빈의 일 중 하나였다.
정말 열심히 했다.
내일은 돌아오겠지, 다음 달에는, 아니 내년에는 분명 오시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게 자그마치 이십몇 년.
아직도 주인은 돌아오지 않는다.
대신 마의숲을 나온 것은 주인님의 아드님, 라파님이었다.
당연히 도련님이 전언을 가지고 계실 거라고 생각했다.
공작과 도련님이 만나기 전에 협의해야 한다고 당황했다.
그래서 서둘러 달려와, 개인 집사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어필했지만, 도련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는다.
어쩌면 전언은 없었던 걸까.
‘진짜로 아버님에게 아무 말도 듣지 못하셨습니까.’
주인님이 명하신 대로 정적의 리스트는 만들었다.
주인님이 부인과 애인의 말에서 얻은 단서를 이용해 여러 가문의 지저분한 추문이나 약점도 조사해두었다.
협박의 재료는 충분하다.
공작님과 아버지인 집사장은 가문과 가문의 문제로 헬가의 원한을 풀려고 하지만, 그런 정공법보다는 썩은 곳을 쑤시고 들어가는 편이 빠르다.
남은 것은 클라우스가 나와 숙청의 허가를 공작에게 받는 것뿐이었다.
로빈은 어깨를 축 내렸다.
아직은 라파를 도련님이라고 부를 수 없다.
도련님을 공작가에서 받아들일 예정이라는 건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명령이 있었다.
타인이 눈치채게 해서도 안 된다.
그러니 라파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로빈 역시 그저 지나가던 공작가 집사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로빈은 데려온 병사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 사기꾼을 포박하게.”
고귀한 신분의 도련님이 하찮은 사기꾼한테 직접 손을 댈 필요는 없다.
도련님의 손이 더러워진다.
공작가의 문장이 새겨진 단추를 훔치고, 그걸 이용해 공작가 핏줄을 사칭하는 건 큰 죄다.
착각해 진짜로 믿었든 사기를 친 것이든 상관없었다.
사칭은 사칭.
저자는 공작가로 끌고 가 정당한 벌을 받게 해야 한다.
로빈은 축 처진 어깨에 힘을 넣었다.
라파의 얼굴을 본다.
도련님, 정말로 주인님의 전언은 없으신가요.
눈으로 다시 한번 물어봤지만 도련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
이복형제라고 주장한 가짜는 손을 묶여 짐짝처럼 말에 태워졌다.
그대로 공작가로 데려가는 것 같다.
다리가 부러져 있는데 그대로 올렸기 때문에 비명이 터진다.
하지만 공작가 이름을 함부로 대고 혈통을 주장한 것은 중죄인 모양이다.
공작가 사람들의 눈은 굉장히 차가웠다.
비명을 질러도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시끄러웠는지 사기꾼 입에 재갈이 물렸다.
로빈은 몇 번이나 나를 쳐다보면서 눈빛으로 뭔가를 호소했다.
대체 뭐야.
이 남자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았다.
‘공작가에서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어.’
뭐, 당연한가.
어머니 얼굴은 공작가에서도 당연히 알고 있을 테니 내가 누구인지는 보는 순간 눈치챘겠지.
하지만 가문 총출동으로 나를 토벌하겠다는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어쩌면 내 몸에 아버지 피가 절반은 들어 있으니 놓쳐줄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다행이다.
이대로 조용히 모험가 생활을 하면서 살아가면 될 것 같아.
로빈은 여러 번 나를 쳐다보고 다시 보면서 떠나갔다.
우리도 슬슬 출발해야 하지만 마부가 움직이지 못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모양이다.
“마수는 여러 번 만났고 죽을 뻔한 일도 있었지만 머리 둘 달린 개가 이렇게 몰려온 건 처음이었습니다.”
부들부들 떨면서 말하는 마부의 얼굴 뒤로 삐빗, 울면서 돌아다니는 렐라가 보였다.
아, 어쩌면 이건 렐라의 냄새에 이두견이 몰려온 걸지도 모르겠다고 그제야 겨우 눈치챘다.
마부가 움직이지 못하는 동안, 나는 이두견을 해체했다.
시간이 없어서 피빼기는 하지 못했다.
아깝지만 맛있는 부위만 잘라 자루에 넣고 일부분은 마부에게 주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손님.”
마부는 이쪽이 미안해질 정도로 고마워했다.
렐라 때문에 마수가 몰렸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마부의 감사는 오히려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타티아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다.
마부의 눈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며칠간 더 마차를 달린 뒤, 우리는 겨우 목표로 했던 도시에 도착했다.
멀미는 처음보다 조금 덜해졌지만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나는 목적지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손가락 하나만 쿡 찔러도 죽을 만큼 약해져 있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지만, 그것보다 강한 건 멀미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