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83)
083 가족
“이 나쁜 놈! 무책임한 난봉꾼! 무슨 낯짝으로 이곳에 버젓이 나타난 거야. 당장 돌아가! 아니! 여기에서 죽어버려. 땅속으로 기어 들어가라. 당신에게 양심이라는 게 있다면 당장 땅에 코 박고 죽어버려. 이 죽여도 죽여도 시원찮을 곰 같은 놈아!”
평소에 상냥한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할 만큼 거친 말이 쏟아졌다.
‘난봉꾼.’
두 사람은 예전에 연인이었을까.
가끔 나를 보고 제니가 그리운 표정을 하곤 했는데, 필시 외삼촌을 떠올렸던 걸 거다.
제니는 소리치면서 여전히 신발과 맨손으로 외삼촌을 두들겨 패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외삼촌에게 대미지는 없다.
하지만 외삼촌은 아픈 것처럼 몸을 움츠리고 얌전히 맞았다.
탁탁탁탁, 신발이 쉴 새 없이 두꺼운 피부를 때린다.
두꺼운 가죽 두드리는 소리가 허공으로 울렸다.
“오히려 제니 씨 손이 아프지 않을까요?”
타티아나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동의하며 타티아나의 작은 손을 본다.
이 작고 예쁜 손이 내 두꺼운 가죽을 때리면 당연히 그녀가 아프겠지.
어쩐지 조금 맞아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귀여울 것 같아.
왠지 모르지만 타티아나가 주먹을 불끈 쥐고 제니를 보았다.
제니를 응원하는 건가.
‘내 아내는 진짜 귀엽다.’
주먹도, 바짝 당긴 입술도 굉장히 굉장히 굉장히 귀엽다.
이렇게 귀여운 아내를 얻은 나는 이 세상 최고의 행운아지.
그런 생각에 실실 웃는데, 팍팍 살 때리는 소리에 섞여 외삼촌의 변명이 들려왔다.
“미안해, 제니. 하지만 나한테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거야. 동생이 위기에 몰려서 그걸 도우러 갔었어. 그 뒤에는 그 사정을 아버지한테 알리러 가는 바람에 이 나라를 나가게 된 거고.”
동생이라는 건 어쩌면 우리 어머니일까.
어머니에 대한 과격한 소문이 여기저기 떠도는데 그중에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홍길동 같은 이야기도 있었다.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적어도 세 군데에서 동시에 어머니가 추적대를 괴멸시켰거나 도시를 부쉈다고 한다.
순간 이동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어떻게 동시에 여기저기 나타나겠어.
괴담처럼 카더라 소문으로 퍼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과장이 아니라 진짜 있었던 일인지도 모르겠다.
“너한테 알리고 가려고 했지만 이 나라 말을 거의 모르니 다른 사람한테 전언을 남길 수도 없고, 글을 모르니 편지를 쓸 수도 없어서… 그렇지만 금방 올 생각이었거든. 의뢰 때문에 내가 도시를 나가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니까 괜찮다고. 내 생각에는 열흘도 걸리지 않을 예정이었어.”
외삼촌이 힐끔 제니를 보고 자랑하는 것처럼 말했다.
“이번에는 공용어도 제대로 공부해서 말도 잘한다구. 너를 위해서 배운 거야.”
“하! 백번 양보해서 그 말을 다 믿는다 쳐도 지금 20년이 훌쩍 넘었거든. 25년이야, 25년. 그 사이에 이 나라에서 저쪽까지 수백 번은 왕복했겠다.”
그렇죠.
옆에서 타티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니한테 동감하는지 외삼촌을 노려보는 타티아나의 눈이 매섭다.
문득 타티아나가 나를 보았다.
동감하는지 묻는 것 같아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애인인지 부인인지 몰라도 25년 동안 소식조차 없었다면 그건 정말 너무한 일이지.
그런데 몇십 년 만에 와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오랜만이야 돌아왔어, 라고 말한다?
저렇게 두들겨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다.
때리다 지쳤는지, 아니면 손바닥이 아픈지, 제니가 숨을 헐떡이면서 팔을 내렸다.
외삼촌이 엉거주춤 몸을 숙여 때리기 편한 자세를 만든다.
맘 풀릴 때까지 때리라는 건가.
그러면서 힐끔 제니의 표정을 살피고 말을 이었다.
“아니, 얘기를 좀 들어봐. 내가 고국으로 갔더니 부족 전쟁이 한창이더라구. 가족들이 다 싸우고 있는데 나만 돌아갈 수는 없잖아. 어쩔 수 없이 참전했는데 차기 족장이던 큰형님이 놈들한테 죽었거든. 그래서 놈들을 모두 잡아 죽이는데 20년이 넘게 걸린 거야.”
“뭐… 라구요.”
제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외삼촌이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몸을 숨긴 놈은 물론이고 다른 부족으로 피신시킨 애새끼까지 모조리 잡아 죽였지. 갓 태어난 아기부터 무덤에 발 하나 걸친 늙은 놈까지 한 놈도 놓치지 않으려고 추적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어. 형님이랑 동생들이 함께 나눠서 하기는 했지만 워낙 원수 놈들의 수가 많았으니까. 그래도 복수가 끝나자마자 달려온 거야.”
“….”
“복수하는 것 외에는 정말 한눈도 팔지 않고 곧바로 너한테 달려왔다. 늦어서 미안하지만 나로서는 최대한 노력했다구.”
제니의 얼굴색이 하얗게 변한다.
그녀가 문득 자기 손바닥을 쳐다보았다.
이제 와서 때린 게 무서워진 모양이다.
나도 무섭다.
형님이 한 명 죽었다고 이십 년 넘게 온 가족이 총출동해서 상대를 죽이러 다니다니, 그건 어디서 나타난 사이코패스야.
‘어머니는 정말 온화한 성격이었구나.’
저런 가족 속에서 정말 올바르고 곱게 잘 자란 셈이다.
어쩌면 어머니의 색깔론은 가족을 닮지 않으려는 노력의 산물일지도 모르겠다.
‘역시 그건 지켜야겠다.’
한 발 잘못 디디면 나도 외삼촌 같은 사람이 되고 말 거다.
하나 당하면 하나 되돌려 주는 게 좋지.
‘아니, 세 개까지는 괜찮지 않을까.’
내가 하나냐 세 개냐 하는 문제로 갈등하고 있는데 외삼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을 만큼 노력해서 서두른 거야. 나도 정말 다급했거든. 길드에 들어가 있는 돈이 굉장히 많은 거라고 네가 얘기했으니까 여자 혼자면 어느 정도는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25년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 기니까, 혹시 네가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건 아닌가 하고 정말 걱정했다.”
“당신 돈을 내가 쓰지는 않을 겁니다. 나는 길드 직원이에요. 함부로 모험가 돈에 손대지 않습니다.”
외삼촌의 표정이 조금 무서워졌다.
“무슨 소리야. 너와 나는 부부잖아. 그런데 한 푼도 꺼내 쓰지 않았다고? 나 없는 동안 생활은 어떻게 한 거야? 내가 이 나라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여자 혼자서 벌어 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제니가 굳은 얼굴로 외삼촌을 보았다.
불길하게 내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거 아무래도 좋지 않은 결말로 갈 것 같아.
여차하면 내가 나서서 이 두 사람의 싸움을 뜯어말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외삼촌이 혈육이기는 하지만, 여기에서는 제니 편을 들어야겠지.’
내가 신세를 많이 지기도 했고, 역시 나는 제니 쪽에 서는 게 좋겠다.
어느새 사방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만큼 조용해져 있었다.
주위 사람들도 숨을 삼키고 일의 추이를 지켜본다.
“….”
지금 알아차린 건데, 이거 치정이지?
이렇게 사람들 다 보는 데서 까발려도 되는 건가.
지금이라도 말려?
내가 고민하는데 제니가 작게 숨 쉬었다.
굳은 얼굴로 외삼촌을 똑바로 바라본다.
긴장감이 최고로 치솟아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신전에서 혼인 증서를 받은 적이 없으니까. 우리는 완전히 남이죠.”
“무슨 소리야. 달을 보고 서로에게 맹세하지 않았을까? 에노르토스에서 그건 죽을 때까지 깨지지 않는 부부를 뜻한다.”
아니,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에 따르랬다고, 에노르토스에서 아무리 그게 부부의 약속이라 해도 여기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다.
달 보고 둘이서만 맹세하는 게 낭만적일지는 몰라도 남들은 전혀 모르는 거잖아.
제대로 신전에 가서 혼인 증명서를 받았어야 했다. 나처럼.
처음에는 말이 거의 통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런 과정까지 나아가기는 어려웠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이건 백 퍼센트 외삼촌의 잘못이다.
다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여기에 한 명 있었다.
외삼촌이다.
그의 몸에서 냉기가 풀풀 나오기 시작한다.
폭발까지 1초 남은 에어컨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제니가 지금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새파란 얼굴로, 그렇지만 굉장히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에게 무슨 이유가 있었는지 관심 없습니다. 어쨌든 지난 25년의 내 인생에 당신은 없었으니까. 나한테는 내 인생과 아들이 있어요. 거기에 당신은 필요 없습니다.”
“아들?”
우와, 이건 정말 난리 났다.
잘못하면 대량 치정살인이다.
제니가 남자 이름을 대지 않으면 도시의 남자란 남자는 몽땅 찾아다니며 죽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외삼촌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이두박근 삼두박근이 옷 위로도 보일 만큼 불끈불끈 일어나고 있다.
나는 두 사람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갔다.
외삼촌이 으르렁거리는 것처럼 말했다.
“어느 놈의 자식이냐.”
“….”
“죽여버린다. 네 남자, 그놈 어디에 있어.”
그 순간이었다.
내 머릿속에 한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전에 외눈박이 개 때문에 길드의 조사원 얘기가 나온 적 있다.
그때 제니가 소개해 준 사람인데 옷 안쪽으로 얼핏 목걸이 하고 있는 게 보였었다.
그건 분명히.
“저기, 혹시 제니 씨한테 전사의 목걸이를 주지 않았나요?”
“….”
분명 전사일 텐데 외삼촌의 목에는 목걸이가 없다.
제니의 얼굴에 당황이 스쳤다.
좋았어!
내 생각대로구나.
“전에 길드의 조사원이란 남자를 본 적 있는데 그 사람 목에 전사의 목걸이가 있더군요.”
외삼촌의 얼굴이 더욱 험상궂어졌다.
“전사…. 너의 새로운 남자가 우리 동족이었나. 죽인다!”
나는 얼른 앞으로 몸을 내밀었다.
당장 뛰쳐나가려는 외삼촌의 목에 팔을 걸어 낚아챈다.
컥, 하는 소리와 함께 외삼촌의 몸이 뒤로 기울었다.
어머니한테 배운 기술로 꽉 조여 혈류를 막는다.
기절하지 않으면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아슬아슬한 한계까지 조이는 게 실력이다.
‘어머니한테 정말 많이 당했는데.’
나는 외삼촌이 침착해지는 걸 기다려 입을 열었다.
“기다려요. 성급하게 굴지 말고. 잘못하면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게 된다구요.”
“엉?”
외삼촌의 몸에서 일순간 힘이 빠졌다.
살기가 없어진 걸 확인한 뒤 팔을 푼다.
외삼촌이 눈을 껌벅껌벅하며 제니를 보았다.
이제야 겨우 전사 목걸이의 의미를 깨달은 모양이다.
“내… 아들인가.”
“….”
제니가 아무 말도 않고 고개를 팩 돌리자, 외삼촌이 독기 빠진 얼굴로 슬그머니 다가갔다.
멀리에서 일이 되어가는 걸 지켜보던 누군가가 손뼉을 친다.
그게 감동 때문인지, 아니면 살육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서 안도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어쩐지 후자일 것 같은데.’
가만히 일이 되어가는 걸 보던 타티아나가 문득 중얼거렸다.
“가족….”
작은 소리였다.
신경 쓰지 않았다면 듣지 못했을 만큼 꺼져가는 듯한 작은 목소리.
‘그녀는 혼자라고 했지.’
늙은 마녀와 거시기 없는 음유시인, 그렇게 셋이서만 살았다고 했다.
그것도 가족이라면 가족의 형태겠지만, 그래도 피로 연결된 혈연은 아니다.
꽃에 이끌린 벌처럼 흔들흔들 타티아나 곁으로 가 고개를 숙여 보자, 그녀의 눈동자에 습기가 가득했다.
타티아나가 내 얼굴을 보고 웃는다.
그녀가 작은 소리로 내 귓가에 속삭였다.
“지금 알았는데 나 당신하고 결혼했으니까 제니 씨하고도 가족이 되는 것 같아요.”
“….”
“헬가… 당신 어머니하고도… 아버지하고도… 나는 가족이에요. 혼자였는데 갑자기 늘었어….”
타티아나는 그렇게 말한 뒤 작은 소리로 웃었다.
그게 왠지 울음 같아서 조금 마음이 아팠다.
“앞으로 가족은 더 늘어날 거야. 아이도 낳아야 하니까. 많이 낳자. 세 명, 아니, 아홉 명은 있어야지.”
야구팀 만들려면.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타티아나가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 그건 너무 많잖아요.”
“그런가.”
“그래도 셋 이상은 있으면 좋겠네요. 형제가 너무 적으면 외로울 거예요.”
“그래.”
우리가 우리의 세계로 들어가 있는 동안 제니와 외삼촌은 완전히 화해한 것 같다.
아니, 그게 아닌가 보다.
제니가 다시 화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 마차는 어떻게 된 거예요? 무슨 짓을 한 거죠? 저기 쓰러져 있는 사람들은요?”
“야만인이라며 시비 걸잖아. 죽이지는 않았어. 팔다리만 조금 꺾었을 뿐이야. 너는 전부터 사람 죽이는 거 싫어했으니까.”
“당연하죠!”
둘이 옥신각신하는 걸 보며 나는 조금 안심했다.
이 도시에는 아는 사람도 많이 생겼기 때문에 내가 떠난 뒤가 조금 걱정이었다.
이곳에 도착한 뒤 얼마 되지도 않아 드레곤에 식인개미 같은 놈들을 만났으니까.
‘앞으로도 적지 않게 마물이 나타나겠지.’
하지만 외삼촌이 이곳에 정착한다면 괜찮을 거다.
내 주먹을 받고 멀쩡할 정도면 거의 어머니 급이다.
그런 외삼촌이 버티고 있어 주면 나와 타티아나가 무슨 일이 생겨 훌쩍 떠나게 돼도 이 도시는 괜찮아.
나는 타티아나의 어깨를 감싸 안고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날 저녁 해가 기울어 사방이 어두워질 무렵이었다.
아직은 좀 이르지만 우리는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외삼촌을 만난 뒤, 드물게 타티아나의 의욕이 생겼기 때문이다.
가족을 만들고 싶어 하는.
아니, 솔직히 말하자.
결혼하고 처음이다.
물론 결혼 전, 후를 통틀어 처음이다.
타티아나가 나를 유혹해 주다니, 여기에서 물러나면 남자가 아니다.
남자로서의 긍지를 담아 평소보다 열심히 해야지.
의욕만땅이 되어 만리장성을 세 개 정도 만들자는 각오로 막 침대로 뛰어들려던 참이었다.
누군가가 문을 쾅쾅 두드렸다.
,,,, 일단 죽이고 시작하자.
눈썹을 머리꼭대기에 붙이고 문을 열자 외삼촌이 서 있었다.
손에 술병을 들고서.
“….”
당신이 왜 여기에 있나.
우리는 내일 아침에 만나기로 했을 것이다.
나는 지금 막 타티아나와 만리장성의 시작점 돌을 올리려던 참이었다.
그러니 당신도 오랜만에 만난 제니 씨랑 만리장성 쌓고 와라.
그 말을 두리뭉실 온화하게 표현해 둘러말하자, 외삼촌이 크하하 웃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벌써 했을 게 당연하잖아.”
그러면 또 해라.
신혼부부 방해하지 말고 만리장성 열 개쯤 쌓고 와.
그걸 또다시 두리뭉실하게 표현하자, 외삼촌이 또 웃는다.
“아니, 그게 말이다. 너무 의욕이 지나쳐서 제니가 움직이지를 못해. 귀여운 개구리 기절한 것처럼 돼버렸지 뭐야. 실제로 반쯤은 기절 상태고. 그래서 우리 동생 얘기도 들을 겸 조카하고 조카며느리 보러 왔지.”
말하고 싶은 건 다양하지만 우선 여자를 개구리라고 표현하는 것부터 지적하고 싶다.
아무리 그렇게 생각했어도 개구리는 아니지.
타박타박 내 뒤에 와 서 있던 타티아나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개구리는 좀 아니죠.”
부부는 일심동체.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진짜 그렇구나.
귀엽다.
내가 타티아나를 보는데 외삼촌이 술병을 내밀었다.
“한 병 어때? 이거 제니의 비장품이라고 하던데.”
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타티아나가 왠지 외삼촌의 방문을 기뻐하는 것 같다.
어쩌면 이런 무례한 방문 자체가 가족만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지. 잠시는 가족놀이에 사귀어 주는 수밖에.’
나는 외삼촌이 들어올 수 있도록 옆으로 조금 비켜섰다.
그날 알게 된 것.
외삼촌은 술이 강하다.
나나 타티아나보다는 백 배 정도.
술이 술을 먹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