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87)
087 가짜 공주와의 혼담
“나, 나, 나, 공왕의 딸이었어요. 공국에서 스승님이 구출해온 거예요. 엄청나죠, 우리 스승님은. 아! 그러고 보니 예지의 마녀도 만났어. 맙소사! 예지의 마녀면, 그, 그 예지의 마녀인가. 맙소사, 맙소사, 정말로 나 그녀를 만났어요. 스승님하고 아는 사이였나 봐요. 우리 스승님 정말 대단하죠! 그런 대단한 마녀와도 아는 사이였던 거예요, 우리 스승님은!”
타티아나가 굉장히 흥분한 것 같다.
눈이 반짝반짝한다.
내 걱정을 돌려줘.
왠지 기운이 빠져서 나는 그녀를 뒤엎은 채 축 늘어졌다.
“무거워요! 라파 씨!”
내 몸 아래에서 타티아나가 꼼지락거린다.
그녀가 살아있다는 실감이 나서 나는 잠시 그렇게 있었다.
한동안 나를 밀어내려고 하던 타티아나가 힘겨웠던 모양이다.
헥헥 숨을 쉬면서 잠잠해졌다.
흥분도 조금 가라앉은 걸까.
그녀가 가만히 있다 말했다.
“당신이 수호의 별이래요, 나의. 후후후후후.”
이상한 말을 한다.
마녀는 점성술도 하는 건지.
어쨌든 됐어, 그딴 건.
수호니 별이니 그딴 점성술은 마음대로 갖다 붙여도 된다.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야.
“걱정했어, 타티아나. 꼬박 하루 동안 기절해 있었다구. 얼마나 걱정했는지.”
“어… 미안해요.”
타티아나가 작게 말하며 꼼지락거렸다.
무거운가.
살짝 몸을 띄웠지만 물러나지는 않는다.
조금 더 네가 살아있다는 실감을 하게 해줘.
속으로 생각하며 그녀의 체온을 느끼고 있는데 타티아나가 말했다.
“스승님이 내 기억을 덮어놓으셨어요. 아마 사무관이 말한 단어들이 열쇠였을 거예요. 그런 단어나 어떤 상황이 되면 기억할 수 있게 하신 거죠. 나는 그렇게 여러 가지 열쇠를 만들 수 없지만 스승님은 가능하니까요. 우리 스승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에요.”
그녀는 마녀 도로테를 정말 좋아하는 모양이다.
말끝마다 자랑스러움이 묻어나서 조금 질투가 났다.
타티아나가 몸을 조금 움직였다.
고개를 쭉 들어 내 뺨에 입술을 댄다.
부드러운 것이 살짝 닿았다 떨어졌다.
“!”
깜짝 놀라 아래를 보자 새빨개진 타티아나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 하루 동안 정신을 잃은 건 안전하게 기억이 되살아나기 위한 장치였을 거예요. 열쇠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억도 겹겹이 숨겨지거든요.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요….”
“별일 없이 깨어났으니까 괜찮아.”
그렇게 말하고 이마에 살짝 입을 댄다.
따뜻한 피부가 입술에 닿아 정말 안심이 되었다.
정신을 잃고 있을 때는 체온도 조금 낮았다.
살짝 차가운 기분이 들어 진짜 진짜 무서웠다.
독 사과를 먹은 백설 공주인가 싶었어.
무서웠다.
이마를 살짝 대고 타티아나를 보자 얼굴에서 목까지 새빨갛다.
왠지 입술도 조금 내밀고 있는 모습이 꼭 키스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라, 눈도 감겨있네.
“….”
진짜인가.
나는 단지 걱정이 되었을 뿐인데 뭔가 그런 분위기인가.
그렇다면 기대에 부응해야지.
입술을 그녀의 얼굴에 더 가까이 댔을 때였다.
꼬르르르르륵.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 어… 저… 배가… 배고픈가 봐요.”
타티아나가 다 죽어가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얼굴은 이제 빨간색이 아니라 검붉어져 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니, 당연히 배고프겠지. 하루 동안 아무것도 안 먹고 잤으니까.”
나는 몸을 일으켜 미리 달여두었던 깃털 물을 내밀었다.
아픈 건 아니지만 일단 먹여두자.
혹시 어딘가 아플지 모를 곳도 싹 다 치료해 주고 어쩌면 예방까지 해줄지 모른다.
잠시 뒤에는 사무관이 타티아나가 먹을만한 음식을 들고 달려왔다.
어이, 어떻게 이토록 딱 맞는 시간에 알아차린 거야?
설마 이 세상에 망원경 같은 게 있는 건 아니겠지.
그걸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던가 아니면 몰래카메라를 달아두었다던가.
아주 약간의 의심이 생겼지만, 사심 하나 없는 얼굴로 음식을 내미는 사무관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왠지 그런 말을 하면 내가 나쁜 사람이 될 것 같아.
사무관이 가져온 음식은 이 근처에서는 본 적 없는 것이었다.
“저는 잠시 물러가 있겠습니다.”
음식만 놓고 사무관은 밖으로 나갔다.
우선 나와 타티아나가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주섬주섬 먹으면서 타티아나가 약간 두서없이 되찾은 기억을 말했다.
정확한 상황은 모르지만 아버지가 그녀를 빼앗길까 두려워 발에 사슬을 채웠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잘못하면 침대를 부술 뻔했다.
그녀는 당시의 나이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지만 아무리 많아도 다섯 살은 넘지 않았다.
마녀 도로테와 살 때 이미 네 살이나 다섯 살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린아이한테 사슬을 채워?
미친놈 아니냐.
아니, 물론 어른한테 채워도 미친놈인 건 맞지만 아이는 정말 아니다, 아이는.
매료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라고 해도 그런 발상이 나온다면 애초에 정상적인 놈이 아니겠지.
타티아나는 최면이 깨질 우려가 있어서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그런 게 아니라도 절대로 만나게 해서는 안 될 놈이다.
“근데, 타티아나.”
내가 부르자 타티아나가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네.”
나는 약간 주저하면서 입을 열었다.
묻고 싶지는 않지만 알아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혹시 아버지나 어머니를 보고 싶지는 않아? 그립다거나 뭐….”
“어.”
타티아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는 잠시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 거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쩌면 그녀의 스승이 뭔가 했을까.
그렇게 생각한 모습이 비쳤던 모양이다.
타티아나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스승님이 뭔가 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요, 음, 가족에 대한 갈망은 있어요. 혼자는 외롭다고 계속 생각해왔고, 가족이라는 존재는 갖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계속 원하던 거죠.”
“….”
“하지만.”
타티아나가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했다.
“그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네요. 스승님한테로 버려졌을 때 그런 생각이 끊어진 게 아닐까요? 어쩌면 스승님한테 마녀와 사람은 조금 다른 존재라는 식으로 배웠기 때문일 수도 있구요.”
마녀가 인간인 것은 맞다.
하지만 같은 고양잇과라 해도 호랑이와 고양이가 다른 것처럼, 마녀와 인간 사이에는 어떤 경계 같은 것이 그어져 있다.
타티아나가 딱히 그렇게 설명한 건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공왕과 공왕비한테는 정말 아무 생각도 없어?”
“네.”
타티아나의 너무 맑은 얼굴을 보면서 이건 다르구나, 생각했다.
실제 부모라는데 너무 감정이 없다.
분노도, 그리움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완벽한 무관심이다.
아주 약간만이라도 감정이 보인다면 몰라도 이건 너무 무덤덤하지.
그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아마 스승인 도로테가 뭔가 했을 것이다.
“….”
인간이 마녀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이 변해 있다면, 한데 그것조차 전혀 깨달을 수 없다면, 그건 좀 무섭다.
“어, 뭐예요?”
내가 타티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가 이상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귀여워.”
“….”
내 말에 그녀가 새빨개졌다.
귀엽고 가엾다.
그래도 도로테가 그렇게 했다면 당시의 그녀에게 필요한 조치였을 것이다.
나는 잠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타티아나, 내 얼굴을 보고 파괴력 있다고 말한 데에는 나도 약간 상처 입었다.
“….”
뭐, 그걸로 내가 수호의 별이라고 생각했다면 내 얼굴의 험상궂음도 아주 나쁜 건 아니지만.
타티아나의 말을 모두 들은 뒤에는 다시 사무관을 불렀다.
그는 계속 방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문을 열자 어두컴컴한 복도에 우두커니 서 있어서 깜짝 놀랐다.
사무관은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정말 죄송합니다.”
타티아나를 향해 비장한 목소리로 말한다.
“괘, 괜찮아요. 이건 당신이 잘못한 게 아니니까요.”
타티아나가 괜찮다고 해도 사무관은 고개를 떨군 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나는 의자를 그의 옆에 놓았다.
나와 타티아나는 침대에 앉는다.
“사과는 필요 없으니 이전에 하던 이야기를 계속해 주세요.”
내 말에 사무관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예, 도련님. 우선 현재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죄송하지만, 공작가 후계자가 평민과 혼인했다고 생각하면 왕가에서는 무리하게 결혼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혼인 시장에서의 내 처지는 조금 애매하다고 한다.
공작가의 직계, 그것도 후계자의 아들인 나는 확실하게 다다음 후계자가 된다.
당주인 할아버지를 아는 사람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라고 한다.
“….”
아니, 조금 기다려봐라.
나도 내가 공작가로 들어가게 될 거라는 사실은 이해하고 있다.
혈통적으로 매우 귀중한 젖소를 풀어놓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공작가의 후계자 따위를 할 생각은 없다.
그런 귀찮은 걸 하다니, 내가 미쳤니.
내 꿈은 전사였다.
지금은 이미 그딴 꿈은 버리고 모험가로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어 아들딸 열둘 낳고 잘 살 생각밖에 없지만, 그래도 일단 어릴 적 내 꿈은 전사였다.
그건 공작가 후계자와는 백팔십도 다른 방향이다.
백번 양보해서 내가 공작가 안으로 들어가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울타리 얘기지 직업에 관한 것이 아니다.
나는 직업은 좀 편한 걸로 하고 싶어.
전생이 괴엥장히 힘들었기 때문에 조금 편하게 가고 싶다.
후계자는 아니야.
당연히 다른 가문과 혼인할 예정도 없다.
혼인 시장의 이야기가 나올 이유가 없는데.
아니, 나는 이미 혼인했고 그건 할아버지도 알고 있는 일이니, 외부에서 나를 보는 시선이 어떤 건지 말해주는 것뿐이다.
알아.
알지만 조금 당황했다.
사무관은 시퍼렇게 변한 내 얼굴을 살짝 확인한 뒤 다음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국내 귀족과의 혼담은 현재 상황에서는 그리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언젠가 당주가 될 후계자의 정부인이 너무 낮은 가문의 출신이어서는 곤란하다.
어느 정도 가문과 혈연이 출중한 집안이 요구되었다.
하지만 내 어머니가 문제다.
내 피의 절반은 고귀한 공작가의 것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사람들이 야만인이라고 얕잡아보는 에노르토스 혈통이다.
체면과 혈통을 중요시하는 고위 귀족은 꺼릴 가능성이 있었다.
공작가보다 낮은 집안이라면 쌍수 들고 환영할 지 몰라도, 공작가와 맞먹는 정도의 품격 있는 가문에서는 꺼릴 가능성이,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크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귀족이라는 건 체면 빼면 시체고, 고위 귀족은 특히나 그렇다.
흔히 체면이 밥 먹여주냐는 말을 하는데, 귀족은 정말로 체면으로 밥을 먹는 족속이니까.
야만인이라고 폄하되는 에노르토스 혈통을 후계자로 받아들이겠다는 공작가는 아마 귀족사회에서 변태 정도로 경악스러운 가문일 것이다.
그건 공작가 특유의 사정 때문이지만.
‘아, 그런가.’
이제 여기에 얽힌 상황이 조금 눈에 들어왔다.
왕가에서는 내가 평민과 결혼했다고 하면 그걸 애첩 정도로 밀어버리고 정부인으로 왕족을 밀어 넣을지 모른다고 사무관은 말하는 것이다.
혈통에 관해서는 일반 귀족보다 왕가 쪽이 훨씬 엄격할 텐데 그래도 나한테 혼담을 넣을지 모른다니.
‘그만큼 절실하단 거겠지.’
귀찮네, 이거.
내가 작게 한숨 쉬자, 사무관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거기에서 공국이 유효한 열쇠가 됩니다. 그 나라는 공국치고는 영토가 제법 넓지만 가난하고 무력이 없어요. 나라 자체가 안고 있는 상황도 있기 때문에, 이쪽에서 혼담을 제시하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사무관이 타티아나에게 시선을 주었다.
“게다가 타티아나 님은 공국의 왕비를 매우 닮았다고 합니다. 누가 봐도 혈연인 것을 알 정도로요. 공작께서 보시고 공주에 대해 조사하라고 명령하실 정도였으니까요.”
나는 팔짱을 꼈다.
“그 말은 누군가, 공국의 왕비를 만날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타티아나를 알아볼 거란 말인가요?”
“바로 그렇습니다.”
“… 그러면 타티아나를 보고 공국 쪽에 뭔가 할지도 모르겠군요.”
예를 들면 공국의 가짜 공주에 혼담을 넣어 타티아나를 갈취한다든가.
타티아나는 공국의 공주이니 저쪽에서 먼저 혼인해버린 뒤에 자기 부인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거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사무관의 얼굴에 자랑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아, 이 표정 안다.
아버지가 가끔 이걸 천 배 정도 희석한 얼굴을 하곤 했다.
내가 아버지의 문제를 잘 맞히면 아주 조금 자랑스럽게 생각해 주셨지.
하지만 그건 어릴 때의 일이다.
지금은 이런 얼굴을 대해봤자 자랑스럽기보다는 부끄럽다.
그러니까 하지 마, 그런 얼굴.
나는 흠, 소리를 내 주의를 상기시키고 물었다.
“그래서, 할아버님은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원래는 혼담을 진행하면서 타티아나님의 존재를 은근히 밝히신 뒤 정식으로 인연을 맺을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타티아나와 공왕을 만나게 할 수는 없다.
사슬로 연결할 만큼 집착하고 있었다면 진짜 타티아나가 나타났을 때 놓지 않는다.
최면이 깨질 확률도 있다고 하니 절대로 안 되지.
만나지 않더라도, 타티아나의 존재를 알면 공작가와의 혼담을 거절할 가능성이 크다.
나와 결혼했다고는 해도 현재는 평민의, 저쪽에서 보면 가짜 신분으로 혼인한 것이다.
이 세계의 여성은 아버지 혹은 남편에게 그 결정권이 있다.
딸에게 집착하는 공왕이 타티아나의 존재를 알면 백 퍼센트 그 나라로 끌려간다.
내가 남편이라고 해도 그걸 막을 법적인 권한은 현재 없었다.
공작가의 위협도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미친놈한테 무슨 말이 통할까.
‘그렇게 되면 약탈혼으로 마의숲 행인가.’
최악의 경우에는 그렇게 되겠지.
나는 곰곰이 생각한 뒤 고개를 들었다.
“할아버님께 혼인은 그대로 진행해달라고 말씀드려 주세요. 혼인은 이쪽에서, 가짜 공주가 이 나라로 오게끔.”
“앗!”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타티아나가 깜짝 놀라 외쳤다.
“안 돼요!”
큰 소리로 그렇게 말한 뒤 작은 목소리로 덧붙인다.
“… 그, 그건 바람이죠. 이중 혼인이에요. 나 말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다니… 그건 싫어요.”
“아니, 그럴 리가 없겠지.”
내가 씨익 웃자, 사무관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가짜는 가짜일 뿐이니까요. 가짜가 정식으로 혼인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대역을 맡는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나는 타티아나의 어깨를 안았다.
“혼인 전에 가짜와 바꾸면 돼.”
공왕의 마음이 현재 어떤지, 왜 가짜 공주를 궁에 두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타티아나가 아닌 가짜 공주에게 집착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무관 말에 따르면, 처음에는 가짜 공주의 곁에도 몇 번 찾아갔지만 그뿐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오랫동안 발길을 끊어 어쩌면 가짜 공주의 얼굴조차 모를 가능성도 있다.
나라에 이익이 되면 그대로 보낼 가능성이 클 것이다.
나중에 공왕이 뭔가 말할 수도 있지만 애초에 가짜를 내보낸 건 저쪽이다.
잘못은 공국 측에 있다.
가짜 공주는 두문불출하고 있었다니 얼굴을 아는 사람도 없을 테고 공왕비와 똑같은 얼굴의 타티아나를 의심할 사람도 없다.
공왕 부부와 가짜 공주 본인 외에는.
“일단 저쪽의 공주가 가짜라는 증거는 잡아주세요.”
“그건 당연히 증거와 증인이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도련님.”
사무관이 히죽 웃었다.
‘뭐,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쓰면 되니까.’
최악의 경우에도 마의숲 행이 있다.
아버지 어머니 옆에서 살지 뭐.
괜찮아.
나는 그런 마음을 담아 다시 한번 타티아나의 어깨를 안았다.
다음 날, 공작가에서 의사가 도착했다.
의사는 정중하게 타티아나를 진찰한 뒤, 아직 아기는 없다며 왠지 나를 위로하고 공작가로 돌아갔다.
뭔 소리야.
할 일은 하고 있으니 언젠가 생기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둘이 좋다.
괜히 플래그 세우지 마라, 의사.
나는 아직 신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