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
프롤로그
철컹! 캉! 철컹! 캉!
쇠 부딪치는 소리가 마치 음악처럼 리드미컬하게 울려 퍼진다.
자정에 가까운 늦은 시간임에도 요란한 소리는 실내에 그칠 새가 없다.
[위대한 오크의 명예를 위하여!]철컹! 캉!
[승리, 아니면 죽음을 택하겠다!]철컹! 캉!
[핏빛함성 부족의 위용을 보라!]“아! 씨! 야! 거 시끄러 죽겠네!”
좌우 원판과 탄력봉 합계 180kg의 바벨로 벤치 프레스를 하던 남자가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벤치에서 일어났다.
“야! 석구! 너 지금 이 신성한 쇠질의 전당에서 그딴 거 꼭 틀어야겠어?”
그의 앞에는 다른 남자가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게임 영상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둘 다 기본적으로 근육 덩치였지만, 벤치 프레스를 하던 남자는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남자보다 배는 더 많은 근육 양을 자랑했다. 다만 키는 좀 많이 작아서 머리 하나 가까이 차이 나는 편이었다.
벤치에서 일어난 남자, ‘김제이’가 게임을 하는 후배 석구에게 가까이 다가가 확하고 스마트폰을 빼앗았다.
“야, 게임이나 하려면 걍 집에나 가라!”
“아, 거 형! 폰 줘요! 나도 형 혼자 쇠질하는 거 보조해 주려고 이 좋은 주말에 여태까지 남아 있던 거잖아! 감사는 못 할망정!”
석구가 볼멘소리를 하며 김제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김제이는 마지못해 폰을 돌려주었지만 그의 얼굴엔 짜증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니 게임 하는 소리에 집중이 안 된다고! 그리고 게임이나 줄창 하면서 뭔 보조야?”
“우씨, 섭섭하네 거! 그럼 나 가요?”
“그래, 가라. 걍 나 혼자 할 거야!”
“알았어요. 근데 형도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아무리 대회가 얼마 안 남았다 해도 그러다 되려 근손실 올라.”
“근손실? 지금 누가 어디서 근손실 같은 소리를 했냐? 이게 진짜, 졸라 무서운 소리를 하고 있네? 걱정 마, 다 회복 주기랑 맞춰서 하는 거니까! 게다가-.”
남자는 잠시 물통의 마시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처럼 작은 녀석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캬! 여~윽시! 헬창 오크 ‘김제이’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단 거네요.”
그 말에 김제이가 길게 탄식의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아아-! 아니 내가 진짜 오크였으면 이렇게까지 운동을 할 필요도 없었겠지만. 후.”
‘헬창 오크.’
그것이 생긴 게 오크를 닮았다고 붙은 김제이의 별명이었다.
김제이도 첨엔 그 소리를 듣고 길길이 날뛰다시피 했지만, 이내 받아들이고 본인도 즐기기 시작했다.
‘차라리 진짜 내가 저런 오크였다면…….’
김제이는 석구의 폰 화면으로 다시 시선을 던졌다.
녹색의, 근육 그 자체인 도끼 든 괴물이 적들을 쳐부수고 있었다.
전설적인 보디빌더, 로니 콜먼, 제이 커틀러를 넘어서는 엄청난 매스의 근육, 그러면서도 체지방률 5%에 가까운 선명함.
아아! 크고도 아름다운 근육, 근육!
‘저런 몸을 가질 수 있다면…… 정말 영혼이라도 팔 텐데!’
김제이가 스마트폰 속의 오크에게 눈을 떼지 못하며 옆의 석구를 불렀다.
“석구야.”
“재미있어 보이죠? 어때요? 형도 같이 할래요? 그럼 제가 쩔 해드리-.”
“근데 저 오크 캐릭터는 3대 몇 치냐?”
“…….”
‘안 되겠어, 이 형. 진짜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새삼 그렇게 다짐하는 석구였다.
*
석구가 떠나고, 김제이는 홀로 벤치 프레스를 다시 이어갔다.
‘좀 더 바벨을 내려서 근육에 자극을 줘야겠어.’
그러며 제이는 벤치의 세이프티 바를 좀 더 내렸다.
“흐읍!”
철컹! 캉! 철컹! 캉!
그와 같은 체급의 보통 사람이라면 진즉에 한계를 넘어섰을 운동량, 무게, 반복 횟수였다.
하지만 헬창 오크 김제이에게는 그것은 일상 같은 일이었다.
키도 작고 왜소한 체격에, 숨만 쉬어도 근육이 붙는다는 소위 ‘근수저’라는 것을 타고나지도 않았다.
그저 남들이 다섯 걸음 걸을 때, 여섯 걸음.
남들이 5X5 세트를 할 때, 6X7 세트를 하는 것.
그런 성실함과 피를 토하는 노력이 지금의 헬창 오크 김제이를 만들었다.
하지만-.
“큭……!”
‘마지막…… 하, 하나만…… 더……!’
그것이 시너지를 겹쳐 최악의 효과를 만들어 냈다.
무리한 훈련 연장, 마지막 1RM의 욕심.
더 강한 자극을 위해 바벨을 더 아래로 내리고자, 세이프티 바를 그날따라 더 낮게 설정한 것.
더 강하게 쥐어짜 바벨을 밀기 위해서 소위 ‘자살 그립’이라는 ‘썸리스 그립’을 쓴 것.
그 모든 것이 모인 결과였다.
스윽- 쾅! 퍼억!
“커헉…….”
그는 밀어 올리던 바벨을 놓쳐버렸고, 떨어진 바벨은 정확히 그의 목을 강타했다.
아무리 강한 근육으로 무장한 그라도 총 무게 180KG의 바벨을 목으로 견딜 수는 없었다.
‘야, 이 씨……. 아, 안 돼. 이, 이렇게 허무하게…….’
순식간에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김제이는 주마등 대신 다른 걸 보았다.
[위대한 오크의 명예를 위하여!]‘아, 나도, 오크 같은 근육을 가지고 싶었는데…….’
판타지 게임의 오크의 근육을 연상하며, 마지막으로 김제이는 하나 더 간절한 소망을 떠올렸다.
‘발견한 누구든 내 바에 원판 하나씩만 더 올려 주라…….’
헬창 오크, 김제이의 삶은 그렇게 끝났다.
[튜토리얼 퀘스트 시작]‘어?’
[퀘스트 목표 : 근육을 키우십시오.]화악!
“……응?”
빛이 돌아왔다.
환한 빛에 눈을 찌푸리며 김제이는 다시 시야를 되찾았다.
그리고 자신이 웬 허름한 천막 같은 곳에 누워 있는 것을 깨달았다.
“뭐야, 나 안 죽었어? 그보다, 여긴 대체…….”
김제이는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뭐야? 내 손이…….”
그는 자신의 손이 녹색으로 변해 있음을 깨달았다.
거기다 손톱과 뼈마디, 피부도 투박하고 굵었다.
‘내 몸이?’
얼굴을 더듬어 보니 머리카락은 적고, 귀는 뾰족했으며 아래턱에서 위로 솟구친 송곳니가 느껴졌다.
‘잠깐! 잠깐만…… 설마?’
급하게 주변을 돌아보니 무슨 인디언 천막 같은 실내의 한쪽 기둥에 조악한 금속제 거울이 달린 것이 보였다.
그 앞으로 간 김제이는 평평하지 않아 일그러진 거울 속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거기엔 경악하여 입을 쩍 벌린, 그래서 한 쌍의 두꺼운 엄니가 아주 잘 보이는……, 그런 오크 한 마리가 비쳐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와씨, 이거 실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