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05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04화
양팔부터 시작된 강렬한 무게감이 등줄기까지 짜릿하게 전해진다.
팔이 아니다! 등이다! 척추기립근이 버티고 광배근의 힘이 팔이란 다리를 통해서 바벨을 들어 올릴 힘을 전달한다!
“롸잇 웨잇!”
콰아! 철컹!
온 힘을 다해 배 쪽으로 바벨을 당긴다! 당긴다! 또 당긴다!
[등근육에 과부하가 걸립니다!] [등근육이 성장합니다!] [등근육이 성장합니다!]사실 최근 들어서 내게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다.
그동안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거치면서, 거기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혹시나 몸 까지 그 극한 상황에 익숙해져버린 게 아닐까,
그래서, 이런 웨이트 트레이닝 만으론 더 이상 근육에 자극이 오지 않는 것인가, 그런 불안이 있었다.
하지만, 역시 나의 근육이다.
“우오오! 마지막 1rm!”
철컹! 쿵!
나의 근육은, 역시 철과의 대화에 반응을 해 주고 있다!
“크아아아! 이거지!”
마음속의 불안이 다소 가시면서 올라오는 흥분이 목소리와 함께 터져 나왔다.
“뭔가, 흥분해있네요.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기뻐하는 거야.”
철컹!
세일럼이 마지막 1rm을 끝내고 케이블 손잡이를 놓았다.
“아직 운동으로 근육이 커질 수 있다는 걸 확인 했으니까.”
“오호…….”
세일럼이 한 말에 카이란은 한창 들던 십자가를 내려놓고 그녀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보았다.
“……뭐, 뭔데? 왜 그런 눈으로 날 봐 사제?”
“아뇨…… 뭐랄까, 역시 주종 관계인지라 서로 잘 알고 있다 싶어서요.”
“누가……! 저건 그냥 보면 알잖아!”
그 순간 세일럼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아뇨, 전 전혀 몰랐는데요? 저도 아직 근육에 대한 사랑이 모자란가 봅니다!”
“으, 시끄러! 내가 이래서 너희 같은 위선적인 사제 놈들이 제일 싫어!”
세일럼은 귀까지 새빨개져서 으르렁 거렸다.
“좋아! 이대로 계속 간다! 세일럼!”
“으…….”
그녀는 로헨이 부르자 끙 하는 표정으로 향했다.
“미안하군, 마지막 세트만 한계 무게로 하고 싶다! 중력으로 무겁게 해 줘라!”
“네, 네, 알겠습니다요.”
세일럼이 늘 하던 대로 원판의 무게를 더하기 위해 마법을 펼치려던 찰나,
“음?”
“……왜요.”
문득 로헨이 세일럼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얼굴에 홍조가 있다. 평소 운동할 때보다 더 빨갛군.”
“아, 이, 이건…….”
“운동을 하면 얼굴이 붉어지는 건 당연하지만, 지나친 홍조는 과호흡 증세거나 오버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봐 주지 못할 때는 과도한 운동은 삼가도록.”
“……아, 네 뭐.”
“자, 그럼 더 무게를 더해라!”
로헨이 모든 것이 운동 쪽으로만 머리로 돌아가는 오크란 것에 조금 안심함과 동시에,
‘어휴 진짜 내가 왜 이러는 거람!’
괜히 자신에게 심통이 나 세일럼은 짜증내며 평소보다 더 강하게 중력 마법을 걸었다.
“크아아! 최고다! 오늘은 내 1RM을 갱신하는 날이다! 크아아 라잇 웨이잇!!”
로헨은 그런 그녀의 속도 모르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바짝 긴장하게 만들 정도의 강렬한 무게감에 기뻐했다.
그리고 그 순간 로헨은 바벨 로우 1RM 기록을 갱신했다.
*
“하악! 하악!”
엘프들은 숲을 뛰어다니는 5주회의 유산소 훈련을 모두 마쳤다.
“흥.”
“겨우 이 정도 달리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지치다니.”
“역시 방구석 프로테나라니까.”
세 엘프는 숨을 몰아쉬며 거의 쓰러질 기세인 프로테나를 비웃었다.
“다들 수고했다.”
나는 그 엘프들 앞으로 나섰다. 당연히 세 엘프는 움찔 하며 주눅 들었다.
“역시 엘프라 그런지 유산소는 좋군. 조금은 지칠 줄 알았는데.”
“흥, 이 정도 뛰어다니는 건 우리에겐 매일 하는 일이야.”
“그리고 솔직히 도망을 시도하긴 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윽…….”
“뭐어, 너희 엘프가 불리한 상황에도 감히 도망칠 정도의 담력과 용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
로헨은 그동안 거의 보인 적 없는 ‘크크킄…….’하는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레나를 비롯한 세 엘프들은 그 말에 울컥 했다.
‘무슨 말을 하시는 거지? 주군은.’
곁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스카는 마치 엘프들을 도발하는 것 같은 로헨의 말에 의문을 품었다.
“뭐, 됐다. 가서 쉬도록. 조만간 식사를 줄 거니까.”
그러며 로헨은 아직도 무릎을 짚으며 헉헉 거리고 있는 프로테나에게 다가갔다.
“프로테나.”
“네, 네에…….”
“수고했다. 가서 쉬어라. 오늘은 여기 까지다.”
“…….”
그 말에 프로테나의 눈을 스쳐지나간 것은, 예전처럼 괴로운 운동이 끝났다는 ‘안도’가 아닌,
어째서 더 운동을 할 기회를 주지 않느냐 라는, 의아함과 약간의 원망이 어린 눈이었다.
‘강해지고 싶은 자의 눈이다.’
나는 그 눈빛을 읽고 훗 웃었다.
“서두르지 마라. 네게 필요한 것은 운동만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는 여러 가지가 필요한 법이지.”
“네?”
“가서 쉬어라. 세일럼이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알려줄 것이다. ……너에게만.”
“어?”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고 로헨은 그녀에게서 떠나갔다.
“운동보다…… 중요한 것?”
“자, 엘프. 자리 갈아줄 테니까 여기 드러누워.”
“엣.”
세일럼은 자리를 정돈하고 프로테나를 오게 했다.
“엘프들 옷차림은 딱히 옷을 벗거나 하지 않아도 되네. 하여간 노출증이라니까.”
“노, 노출증이라뇨! 이건 자연과 교감하기 위해서 맨살을 최대한-.”
“그걸 우리 인간들은 노출증이라 부르기로 합의했거든? 시끄럽게 굴지 말고 자리에 누워. 안 그러면 강제로 눕게 만든다?”
세일럼의 채근에 프로테나는 자리에 누웠다.
“자, 처음엔 좀 아플 거야. 그럼 우선 하체부터 시작하자.”
“네? 꺄,꺄아아악!!”
꾸우욱!
프로테가 눕자마자 세일럼은 그녀의 허벅지를 손으로 꽉 눌렀다.
“악! 아파요! 아파파파!”
“참아, 이건 세게 누른 것도 아니니까. 좀 참으면 아픈 것도 슬슬 즐기게 될 걸?”
“무, 무슨 트레이너 같은 말을 하고-갸아아악!”
프로테나는 허벅지를 짓누르는 세일럼의 손길이 아프지만, 이미 상체도 근육통이 일어나고 있어 제대로 몸부림치지도 못했다.
“과연, 확실히 많이 굳었네. 근육을 과도하게 써서 뭉쳤어. 지금은 괜찮아도 풀어주지 않으면 다음날에 더 아프고 몸도 제대로 못 움직일걸?”
“그, 그걸…… 알 수 있어요?”
“지금 하고 있는 게 그런 근육이 뭉친 부분을 풀어주는, 마사지라는 거야.”
“으갸악!”
세일럼은 프로테나의 근육결을 따라 쭉 손을 밀었다.
강하지만, 그래도 섬세한 손길이 그녀의 근육결을 따라 그녀의 뭉친 근육을 풀고, 혈액순환이 돌도록 도와주었다.
조금씩 아픔보다는 마치 돌덩이처럼 느껴지던 다리가 풀리는 감각을 느끼며 프로테나는 세일럼을 멍하니 보았다.
“이것도, 트레이너에게?”
“여자 회원님은 자기 손으로 만질 수 없으니까 내가 하라고 억지로 가르치더라. 이상한 데선 섬세하단 말이지.”
“그렇군요…….”
“자, 반대쪽 다리 내놔.”
그녀가 지켜보는 동안 세일럼은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정성들여서 그녀의 양 다리를 마사지해 주었다.
“……고마워요.”
“어?”
프로테나는 솔직하게, 그녀의 정성에 감사했다.
“신기하네. 엘프가 인간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적은 난 한 번도 못 봤는데.”
“역시 전 엘프 실격인가 봐요.”
“그러면 난 마법사 실격이게.”
세일럼은 흥 하고 가볍게 코웃음치며 말하고 프로테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난 어디까지나 로헨이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니까. 그리고.”
“그리고?……아얏!”
“네가 저 건방진 엘프 놈들이 박살내는걸 보는 건, 나도 꽤 재미있을 것 같아서.”
“엣?”
프로테나가 깜짝 놀라 본 세일럼은, 씩 미소 짓고 있었다.
“걱정 마. 그리고 로헨의 말을 잘 따라. 그러면 넌 분명히 강해질 테니까. 내가 그랬듯이.”
“……네.”
“자, 그럼 돌아 엎드려. 이번엔 등을 해 줄테니까.”
프로테나는 인간에게 처음으로 감사함이란 걸 느끼며 그녀의 말대로 엎드렸다.
인간의 마법사들은 대단히 사악한 존재라고 들어왔는데, 모두가 그런 건 아닐거다. 프로테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아…… 그럼 어디 한번 해 보자고. 국소에 약하게 연속적으로!”
치잉!
“엣.”
프로테나는 갑자기 자기 아래에 펼쳐지는 마법진에 놀랐다.
퍼버버버벅!
“끼야아악!”
그리고 안 그래도 근육통에 아픈 그녀의 등에 마치 주먹으로 마구 내려치는 듯한 충격이 전해졌다.
“끄어어어…….”
“앗차, 이것도 너무 쎘나?”
자신의 중력 마법을 국소부위에 정밀도를 높여 사용하는 연습 겸, 마법으로 두드리는 마사지를 해 보려 했지만.
위력조절에 실패해서 주먹질 연타가 프로테나의 등을 두드린 것 같은 결과가 되었다.
“미안, 좀만 더 살 살 해 볼게!”
“그냥 저 혼자 있게 해주세요…….”
역시, 인간 마법사는 전부 사악한 놈들이다. 그렇게 잘못된 선입관을 품게된 프로테나였다.
[세일럼 회원님이 프로테나 회원님에게 마사지를 합니다.] [프로테나 회원님의 상태이상 : 근육통이 완화됩니다.] [프로테나 회원님의 근성장이 빨라집니다]로헨은 근태창의 알림을 보며 훗 미소지었다.
*
그리고 식사시간이 되었다.
채소와 훈제 고기와 페미컨으로 국물을 낸 스튜, 숲에서 사냥해온 짐승의 고기, 챙겨온 마른 빵으로 치러지는 여느 때와 같은 식사였다.
“어떻게 숲의 아이를 먹을 수 있어!”
“우린 절대로 입에도 대지 않을 거야!”
레나를 비롯한 엘프들은 짐승의 고기를 먹는 것에 극렬한 반감을 보였다.
“그래, 그러면 먹지 마라.”
그리고 그에 대한 로헨의 반응은 대단히 쿨했다.
딱히 스튜에 들어간 것은 다른 곳에서 잡은 고기라는 것을 말해주지도 않았다.
“너희는 이 빵과 열매정도만 먹도록.”
대신 정말로 엘프들이 만족할 빵이나 산에서 구한 열매 과일 정도만 주었다.
“흐응…….”
“으흥.”
“크크…… 로헨도 참.”
“그래, 저런 귀쟁이들에게 단백질 나눠주는 것도 아깝다.”
그때가 돼서 모두가 로헨이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지를 깨닫고 속으로 웃었다.
“프로테나.”
“네, 네에…….”
로헨은 프로테나에게 구운 사슴의 뒷다리를 내밀었다.
“읏…….”
“나는 너에게 먹으라 강요는 하지 않겠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도 소중한 일이니까. 하지만 이것만큼은 말한다.”
나는 진지하게 프로테나를 바라보며 말했고, 그녀는 긴장한 표정으로 날 보았다.
“강해지고 싶다면, 먹어라.”
“……!”
“네가 정말로 강해지고 싶다면, 이 고기에 있는 단백질이 너의 근육이 되어줄 것이다.”
“단백질…….”
“전에도 말했을 거다. 운동만큼, 아니 어쩌면 운동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그것이 바로 단백질을 먹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맞다. 이건 생명을 먹는 것이다. 하지만 프로테나, 우리는 고기뿐만 아니라 언제나 생명을 희생시키며 살아간다.”
“앗…….”
“우리가 발을 딛는 이 땅에도 수많은 생명이 있다. 우리가 마시는 물에도, 공기에도, 그리고 숲의 식물들도 모두가 생명이다.”
“그건…….”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생명을 희생하며 살아간다. 그것을 부정하지 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불끈!
나는 바로 오른팔을 굽혀 이두근을 부풀렸다.
“내가 살아가기 위해 희생한 이들을 나의 근육으로 만들어,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앗…….”
그 말에, 프로테나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는 듯 놀랐다.
“다시 말하지만 너의 신념을 바꿀 생각은 없다. 뭣하면 다른 곳의 고기로 만든 보존식을 먹는 것으로도 어떻게든 된다. 하지만, 프로테나.”
“네…….”
“정말로 강해지고 싶다면, 먹는 걸 권장한다.”
나는 그녀에게 할 말을 다 전해주었다.
남은 건, 그녀의 선택이다.
그리고 프로테나는 고기를 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근육이 붙은 자신의 팔을,
그리고 다음엔 세일럼이 마사지를 해준 자신의 허벅지를 내려다보며 쓸어내렸다.
“나는…….”
그녀의 고민은 잠시 길어졌다.
내가 그녀에게 내민 사슴의 뒷다리는 잠시 치워두고, 사슴의 갈비를 뜯으려 하던 순간,
우적.
“……!”
조그만 입이 지방질이 거의 없이 단백질로 가득 찬 사슴의 뒷다리를 뜯어먹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프로테나…….”
“나는, 윽…… 강해지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익숙하지 않은 맛을 입 안 가득 느끼며 고기를 목구멍 너머로 넘겼다.
“으음.”
“좋은 선택이다.”
모두가 사슴의 뒷다리를 한입 문 프로테나를 보며 놀라워할 때, 나는 훗 미소 지었다.
‘넌 분명 강해질 것이다. 프로테나.’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사슴의 뒷다리를 씹는 프로테나의 눈은,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으로 모닥불처럼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