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09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08화
“어떻게 할까, 죄다 처죽여? 근육 하나 없는 약해빠진 인간이라 몇 분 안걸릴텐데.”
“아서, 그냥 저 사람들은 겁먹었을 뿐이야.”
“뭐어, 누구라도 산속에서 오크를 만나면 겁먹겠죠.”
“그것도 이렇게 곰만한 오크를 말이지.”
거 뒤의 말 두 개는 필요 없지 않나?
“아무튼 대화로 풀어나가자고.”
그러며 나는 흉흉한 분위기의 화전민들 앞으로 나아갔다.
“다, 다가 오지마라 오크!!”
“다가오면 네놈의 그 빠, 빨래판 같은 배때지를 뚫어버릴 테니까!”
“뚜, 뚫을 수 있을까?”
“뭐, 뭐여 저 오크는…… 오크가 원래 저렇게 큰 겨?”
“아니 뭔 곰탱이처럼 크고…….”
“우리 소보다 더 튼실하게 생겼는디…….”
‘다 들린다. 거 남의 몸 가지고 너무 이러쿵저러쿵 하는 거 아냐?’
아무튼 일단 대화로 풀어야 하니, 늘 하던 대로!
“인간들은 들어라!”
“허억!”
“오크가 인간 말을 한다!”
“우리 일행은 너희들을 해치려고 온 것이 아니다! 그저 지나가는 길일뿐이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이야기를 들어라!”
불끈!
그러며 나는 더블 바이셉스 자세를 취했다.
[스킬 : 포징 발동] [인간들이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으, 읏…….”
역시 포징 효과 확실하군. 순식간에 사람들이 흥분을 가라앉혔다.
“자 그럼 카이란.”
“예엡.”
그리고 우리들의 외교담당 카이란 출격이다.
“마르두크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여러분, 저는 사제인 카이란이라고 합니다. 잠시 저의 이야기를 좀 들어주시겠습니까?”
상큼한 미청년의 미소를 지은 카이란은 화전민들과 한참 이런저런 말을 하더니,
“네, 됐습니다 여러분!”
마을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한 뒤 돌아왔다.
“어떻게 설득했나?”
“여러분들은 마르두크님의 위업을 알고, 마르두크 교단에 귀의하신 분들이십니다.”
“…….”
“좀 맞춰주세요. 스무스하게 설득하려니 어쩔 수 없습니다.”
상큼한 미소를 짓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군 이 녀석.
“뭐, 대화로 풀어지기만 한다면야 상관은 없지만.”
그러며 난 카이란과 함께 나이가 지긋한 촌장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일단은 촌장에게 부탁해서 사람이 없어진 집에 지낼 수 있게 됐다. 가급적 조용히 있다 가자고.”
“오케이.”
일행은 촌장에게 안내받은 집으로 향했다.
“저것 좀 봐. 오크 아냐?”
“세상에, 저렇게 큰 오크가 있어?”
“저가 귀 큰 것들은 숲의 엘프잖아?”
“저 녀석들은 왜 온 거지?”
“어쩌면 우릴 염탐하러 온 걸지도 몰라…….”
“야, 사제님이 저 이종족들 마르두크 교에 귀의한 녀석들이라잖아.”
우리를 보며 수군거리는 말을 들으니, 카이란이 마르두크 교단에 우릴 팔아넘긴게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이 든다.
‘그나마 종교에 귀의했다니 넘어갔지, 안 그랬으면 여기서 또 충돌이 일어날 뻔했지.’
인간들 보기에 불온한 종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귀찮고도 서러운 일이로군.
‘하지만 난 울지 않는다. 근손실 오니까.’
촌장에게 안내받은 집은 빈 집이라더니, 세간살이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치 갑작스럽게 사람이 사라졌던 것처럼.
“흐음.”
“왜 그러십니까?”
“이 집은 마치 살던 사람들이 갑자기 확 없어진 것 같군. 세간살이들이 그대로 있어.”
“그러게 말입니다. 뭔가 사정이 있는 걸까요? 나중에 제가 알아보죠.”
“음.”
그러며 나는 잠시 세간살이를 돌아보았다.
세간살이가 그대로 있기에 식료창고에 남은 식량이라도 있을지 봤는데.
“흐음…….”
몇 포대 안 되는 도정을 하지 않은 밀, 말라비틀어진 순무, 당근.
참 볼품없는 식료들로 가득하다.
‘식료가 털린 건가? 아니면 화전민이라서 식료 자체가 별로 없는 건가?’
그러고 보니 방금 만난 화전민들도 영양적으로 그리 풍족해 보이진 않았지. 근손실난 몸들이고.
“그 말이 나와서 말인데, 원래 대화라는 건 먹을 게 많이 있는 자리에서 잘 터지는 법이지 않나.”
“그렇죠?”
“그럼 일단 뭘 먹여야지.”
근손실 온 자들에겐 단백질의 은총을!
단백질은 함께 먹어야 근육이 크는 법이다!
*
“어어…….”
“어, 엄청나게 맛있는 냄새…….”
그렇게 화전민들을 모두 모은 자리에서, 우리는 평소에 먹던 대로 사냥한 돼지, 사슴을 굽고 염장육을 넣은 스튜를 끓였다.
빵은 여기 남아 있던 도정되지 않은 밀알로 밀가루를 내고, 단백질이 풍부한 잡곡과 견과류를 넣고서 잿속에 넣어서 구운 애시 케이크(Ash cake)
“자, 어서들 와라 인간! 더 먹고 싶으면 얼마든지 더 먹게 해 주겠다!”
처음엔 주뼛거리던 인간들도 한껏 향신료를 넣고 만들어낸 음식의 향에 침을 질질 흘리며 다가왔다.
‘역시 사람이나 짐승이나 먹을걸로 끌어들이는 것이지!’
“저, 정말로 먹어도 되나……?”
“소, 속지 마. 저 귀쟁이 놈들이 음식에 뭘 넣었을지도…….”
“안 먹을 거면 우리끼리 먹겠다!”
갸아아악!
구와아악!
매일매일 운동으로 늘 배고픈 우리 일행이 먼저 전부 먹어치울 기세로 식사를 하자,
“저, 저러다 저들이 다 먹겠어!”
“비켜! 차라리 먹다 죽는게 낫지!”
결국 하나 둘 급하게 식사 자리에 끼기 시작했다.
“으음!”
“세상에, 고기가 이렇게 많이!”
“이,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
“엄마! 나 이렇게 맛있는 거 처음 먹어봐!”
아아, 이것이 고기가 야채보다 많이 들어간 스튜란 것이다. 소중한 단백질 공급원이지.
갸아아악!
구와아악!
맛있는 식사에서 나오는 괴성이 여지없이 울려 퍼졌다.
“우, 우리 집 감자도 좀 넣어 먹지!”
“우리 집에서 난 순무도 넣으면 좋아!”
“남겨둔 마른 보리빵 전부 가져와!”
곧 화전민들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음식들을 가져와서, 간단한 식사 자리가 순식간에 연회처럼 변했다.
와하하하!
으하하하!
나중에 화전민들이 산의 체리 같은 열매로 담근 술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미안하다, 술 마시면 근손실 와서.”
“어, 음…….”
살짝 어색해지긴 했지만 우린 붉나무 드링크로 건배를 하면서 금방 어색함이 풀어졌다.
“설마 오크나 엘프와 이렇게 함께 식사를 하게 되는 날이 오다니.”
“이 숲에서 오크나 엘프를 보았나?”
“우리 마을에선 아직 오크나 엘프와 마주친 적은 없네. 단지, 우리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화전촌은 엘프들에 의해서 전멸했다는 소문은 들었네.”
“흐음…… 숲의 짐승들도 잡지 않는다는 엘프들이 인간은 잘도 잡아대는군?”
그러며 나는 괜히 레나를 비롯한 엘프 셋을 눈을 가늘게 떴고, 빵과 과일만 깨작대는 셋은 눈을 피했다.
“뭐어, 엘프들 입장에선 우리가 숲의 침입자라는 건 알고 있네. 우리라고 아마 똑같은 마음이었을 거야. 하지만 우리도 이 질긴 목숨을 연명하려면 어쩔수 없는걸세.”
“으음…….”
“…….”
그 얘기를 곁에서 듣는 프로테나는 조금 복잡한 심정이 되었다.
“우리에겐 엘프보단 다른 것들이 더 문제지만…… 오늘은 그런 꿀꿀한 이야기는 말고,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을 가져와준 자네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도록 하지.”
“음.”
“자네는 내가 봐온 그 어떤 인간보다 예의 바른 청년이니까. 과거 내가 함께 싸웠던 오크 대전사들이 생각나는군.”
그래도 이 영감처럼 과거의 오크를 기억하는 자들이 있군. 들을 때마다 신기한 기분이야.
“그런데 난 13살이다. 청년은 아닌데.”
“자네 같은 몸을 하고 청년이 아니라면 그게 잘못된 게 아닌가?”
젠장, 여기서도 노안 때문에 원래 나이 취급을 못 받는 게 반복되다니.
“아, 그러고 보니.”
울컥해서 돼지 뒷다리나 뜯으려다가 문득 물어보고 싶던 게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 집은 원래 살던 사람의 가재가 그대로 있었다. 마치 사람만 사라진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아아, 그것이…….”
촌장은 문득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안타까운 일이야. 부모와 아이들 까지 힘을 합쳐서 숲에서 먹을 걸 구하러 나갔다 그만 돌아오지 못하게 됐네.”
“짐승에게라도 습격당한 건가?”
“안 그래도 춘궁기라 숲에서 먹을 걸 구하러 가야 하는데…… ‘그것들’ 때문에 숲에 들어가질 못하고 있어.”
“그것들 때문에 이렇게 쫄쫄 굶고 있으니 원…….”
“흐음.”
들려오는 얘기를 보니 아무래도 숲 속에 뭔가 맹수 같은 게 있는 모양인데.
“정확히 뭐가 숲속에 있기에 그러는가?”
“그게…….”
쫑긋.
마을 사람들이 전하는 ‘그것’의 묘사를 들은 레나의 귀가 쫑긋거렸다.
“…….”
으적!
레나가 신경질적으로 깨문 잿빵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찢겼다.
*
“만티코어군요.”
“만티코어?”
운동할 준비를 위해 마차에서 케틀벨을 나르던 카이란이 말했다.
“호랑이처럼 날렵하고 소리 없이 움직이지만 발이 훨씬 크고, 낄낄거리며 웃는 듯한 소릴 내며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서 끌어들이고, 커다란 가시를 쏴서 사람을 죽인다. 네, 마수 중 하나인 만티코어의 묘사와 똑같습니다.”
만티코어라, 그러고보니 MMORPG 하면서 그런 몹 이름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마수라, 그래서.”
“그래서라뇨?”
“그 놈은 삼대 몇 치냐고.”
“……모든 상대를 삼대로 평가하는 건 안 좋은 버릇입니다. 애초에 짐승이 삼대를 칠 수도 없을 테고.”
농담도 못하나, 사제 답게 이럴 땐 눈치가 없이 고지식하네.
“사실 저도 문헌으로만 들었습니다. 과거 대전쟁 시대 땐 흑마련이 주력으로 부리던 마수라고 들었습니다만.”
“……뭐, 왜.”
나와 카이란이 세일럼을 보자 세일럼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난 몰라. 흑마련의 군세에서도 마수 따윈 없었으니까. 애초에 통제가 안되는 마수같은 짐승을 군대에서 쓸 리는 없잖아.”
“하긴.”
“오히려 마수에 대한 거라면 엘프 녀석들이 더 잘 알지 않겠어?”
하긴 그렇겠군. 그런데 마침 프로테나는 엘프 셋과 함께 크로스핏을 겸한 러닝을 하러 떠났다.
‘시간상 슬슬 도착할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한 순간.
“하앗! 하앗! 하앗!”
타타탓!
가볍지만 힘찬 달리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프로테나가 땀범벅이 되어서 도착했다.
“호오.”
“허억! 허억!”
“헤엑! 헤에엑!”
내가 감탄한 사이, 뒤에서 역력하게 지친 모습의 레나를 비롯한 세 엘프가 도착했다.
“아니…… 헤엑…… 어떻게…….”
“갑자기……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그들은 프로테나가 자신들보다 한참 빨리 푸시업과 풀업을 끝냈을뿐더러 더 빨리 달렸던 것이 믿기지 않는단 반응이었다.
그런데다 모든 루틴을 완수하고 도착하고 나서의 모습도 이제는 프로테나가 훨씬 여유가 있었다.
‘역시, 완전해지고 있다.’
프로테나는 이제 자신의 유산소력에 맞는 근육이 갖춰지고 있다.
그 근육의 힘을 제대로 내게 하는 신경계도 구축되고 있다. 심혈관계, 근력계, 신경계 삼위일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레나를 비롯한 세 엘프들은, 운동은 마지못해 시키는 대로 하면서 적절한 영양-단백질 섭취를 하지 않았다.
그러니 몸은 그저 축나기만 하고, 근육은 성장은커녕 퇴화되기만 할 뿐.
그러니 같은 운동을 해도 프로테나는 미친 듯이 성장을 하는 반면, 그녀들은 오히려 체력과 근력이 줄어든다.
그 격차가 드디어 나기 시작한 것이다.
“트레이너!”
“좋아 잘했다. 드링크 마시고, 30분 휴식 후 근력 트레이닝에 들어갈 거다.”
“옛!”
프로테나도 자신이 점점 성장하고 있단 것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것이 표정에서, 그리고 태도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렇게만 하면 되겠군.’
안 그래도 카카에게 그녀의 활을 좀 더 강하게 개조해 달라 부탁해놓은 참이다.
이제 슬슬 그녀에게 활 사격을 시켜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 그러고 보니 프로테나.”
“네, 트레이너.”
“혹시 만티코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나?”
“아아, 만티코어요. 네. 여기서도 나오는 마수예요. 하지만 보통 숲 깊은 곳 은신처에서 나오진 않는데…….”
여긴 오히려 프로테나와 처음 만난 곳보다 더 숲 바깥으로 나온 곳이니까, 이건 이상현상인 것 같다.
“만티코어는 위험한 마수죠. 저희도 상대하기 힘들어서 여러 명이 신중하게 사냥해요. 강한데다 재빠르고 독까지 있고, 무엇보다…….”
프로테나가 하는 말을 듣던 레나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교활한 녀석들이에요.”
크르르르-.
한편 숲 속의 어둠 속에서도 교활한 울음소리가 나지막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