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10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09화
“교활하다라?”
“네. 말 그대로에요. 만티코어는 교활하고, 지능이 높아요. 첫째로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서 희생양을 유인하죠.”
오랜만에 자기가 아는 이야기를 하게 되자 신난 듯 프로테나가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지능이 높아서 어느 정도 엘프나 인간이 하는 말을 알아들어요. 그래서 어느정도 대화가 통해서, 어쩔 땐 ‘협상’이 통하기도 해요.”
“허어.”
그 정도면 오크 잼민이와 동급 아닐까? 말이 통하고 협상이 된다면-.
“아 그런데, 그 협상이란 게 ‘나 대신에 재를 먹어요!’ 수준이라 별 기대하면 안 돼요.”
“흐음. 그렇군.”
이래 봬도 난 대화가 통하면 가급적 대화로 해결하려는 주의다. 문명인이라고.
‘하지만 그런 녀석들이라면 협상이란게 의미가 없군. 확실히 위험한 녀석들이야.’
“그런 녀석들이 지금 저 숲 밖에 얼쩡거리고 있다라…….”
“이곳 화전민 촌에 들른게 정답이었군요. 어설프게 지나갔다간 만티코어에게 숲속에서 습격당할 뻔했습니다.”
“내가 아무리 강력한 근육을 가지고 있다 한들 무적은 아니다. 알 수 없는 적의 습격까지 완전히 대처할 수는 없지.”
그런 면에서 확실히 카이란의 말 대로, 운이 좋았다.
“그리고 이 인간들의 마을도 운이 좋은 거예요.”
“뭐?”
“만티코어는 일단 잡기 좋은 사냥대상 집단이 있다면 그 근처에 교활하게 도사리며 한 마리씩 사냥해요. 그 집단이 아예 사라질 때까지.”
“…….”
그 얘기는, 이 화전민 촌은 만티코어에게 조금씩 사냥당하듯 먹힐 운명이었단 건가?
“끔찍하네 정말.”
“그렇군. 정말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운명이 우리를 이곳으로 인도했다.
그리고 이 화전민 마을 사람들의 운명도 그 때문에 변할 것이다!
“하지만, 로헨……님이 말했듯이 저 숲속에 들어가서 만티코어와 싸우는 건, 솔직히 자살행위야……예요.”
세일럼의 말이 맞다. 숲에서는 도저히 근육의 최대 근력을 발휘하며 녀석과 맞싸울 순 없다.
‘내가 유리한 곳은, 최대 근력을 발할수 있도록 방해되는 곳이 적고, 적 또한 숨거나 하는 잔재주를 부릴 수 없는 개활지.’
바로 이곳, 화전민의 마을이다.
주민들은 집안에 대피한 채, 우리만 싸운다면 주민들의 피해 없이 온전히 우리들만의 싸움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그 교활한 녀석들을 어떻게 마을 안으로 유인하지?’
교활하다 평 받는 녀석인 건, 녀석들이 아직 마을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단 걸 듣고서 확인되었다.
녀석들이 맘먹으면 힘없는 화전민들쯤 얼마든지 사냥할 수 있을 터지만, 그럼에도 녀석들은 화전민이 숲에 있을 때 습격을 하지 마을을 직접 습격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조심성 있는 교활함을 가진 놈들이다.
어설프게 유인을 해봐야 당장 알아차릴 거다. 그리고 숲에 발을 들인 순간 위험한 건 유인을 시도한 사람이 될 거다.
“흐음…….”
내가 잠시 고민을 하는 와중에,
“음?”
문득 레나에게 시선이 갔다.
“음……?”
나는 남의 감정에 꽤 무덤덤한 사람이라는 평을 듣지만,
그래도 상대가 평소와 다른 기색을 보이는 건 금방 알아차린다.
여기에, 나의 근심안까지 동원하면?
[스킬 : 근심안 발동] [근태창 페이즈2의 영향으로 스킬 : 근심안의 랭크가 상승합니다.] [스킬 : 근심안으로 상대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그렇지. 근육은 많은 것을 알려주지.’
사람은 심리상태에 따라 자기도 모르는 근육의 움직임을 보인다.
거짓말을 할 때 눈가를 떨거나, 억지미소를 지을 때 입만 미소를 짓는다던가.
이제 근심안으로 그것을 알 수 있게 되겠군!
[대상이 뭔가를 생각합니다.] [대상의 심리가 불안합니다.]“이봐, 엘프.”
“!……레나라는 이름이 있어 나는.”
“내게 적대적인 상대에게 이름을 불러줄 정도로 마음이 넓진 않다.”
“큿…… 그런데, 왜…….”
“아니, 만티코어라는 위험한 마수가 돌아다닌다니. 괜히 숲쪽에 어슬렁 거리지 말라고.”
“언제부터 우릴 그렇게 생각해 줬다고…….”
“우리도 만티코어에 대비해서 마을 안쪽에 모여 있을 거다. 위험하니 늑대들도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할 거다.”
“……!”
“그러니 괜히 밖에서 어슬렁거리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고.”
나는 미끼를 던져두었다. 그리고-.
“……그래. 나도 마수따위에게 사냥당하고 싶진 않으니까.”
[대상이 거짓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대상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상이 애써 미소를 참고 있습니다.]저 허영으로만 가득한 레나라는 엘프는 보기 좋게 내 미끼를 물어버렸다.
*
일단 저녁 운동을 끝낸 뒤, 밤. 잠자리에 들기 전 모두를 모아놓고 브리핑을 열었다.
우선 스카에게 명령을 내린다.
“주군, 진심이십니까? 이럴 때일수록 저희가…….”
“위험하다고 하니 숲에 가까이 가진 마라. 대신 마수가 침입하는걸 대비해서 횃불을 들고 마을을 순찰하고.”
“하, 하지만 그래선-.”
나는 그저 스카를 지긋이 바라보는 것으로 답했고, 스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래, 혹.시.나 만티코어란 녀석이 이곳에 들어오는 걸 대비해두고. 마을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말이야.”
스카는 묘한 강세를 준 내 말에 순간 응?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겠습니다 주군.”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역시, 똑똑한 녀석이다.’
세상 모든 고블린이 스카처럼 강하고 똑똑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싸움이 어려웠을 거다.
이것도 내가 근육을 키워준 덕분인가? 지능과 근육의 상관관계를 좀 더 알아봐야겠군.
“그렇게 되었다. 늑대들도 일단 숲에서 철수시켰고, 그렇다고 주민들 불안하게 안으로 들일 수도 없으니까.”
네-엣.
일행은 내 브리핑에 한 목소리로 답했다.
“녀석은 어두울 때 주로 습격을 많이 해온다고 한다. 아직 마을을 습격한 예는 없지만 뭐, 세상 무슨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르니까.”
“우리가 이렇게 대비하고 있으면 녀석들이 겁먹고 도망칠지도 모르죠.”
“마을 사람들도 우리를 보고 안심할 거다!”
“흥, 고기도 없는 인간 따위 도와줘봐야 뭐가 좋다고.”
“그럼, 쉬되 긴장을 완전히 풀지 않도록. 이상.”
내 브리핑을 끝으로 모두가 잠자리에 든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선 충분한 휴식과 잠이 중요하지.
그래서 가급적 내 회원들에겐 불침번을 서지 않도록 한다.
나는 운동 후 미쳐 날뛰는 호르몬 때문에 잠을 좀 덜 잔다고 호르몬이 적게 나올 염려도 없겠다.
하루 네 시간 정도 꿈도 없이 자는 정도로도 충분. 그래서 보통 첫 불침번은 내가 선다.
“오늘은 좀 일찍 자야겠군.”
내 오크-잔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
그리고 한밤 중.
“……기척이 없지?”
“네, 없습니다.”
“좋아.”
달칵-.
한방에서 지내던 세 명의 엘프는 늘 느껴지던 고블린들의 기척이 없음을 알아차리고 나무 창문을 넘어갔다.
‘활을 들어봐야 우리는 위협조차 되지 않는단 건가?’
레나는 자신들의 방에 방치된 자신들의 활을 챙기며 속으로 울컥했다.
엘프 특유의 소리 하나 없는 발걸음으로 한밤중의 화전민 마을을 가로질러 갔다.
“고블린이다!”
“쉿!”
그런데다 로헨이 스카를 비롯한 고블린들이 횃불을 들고 순찰을 돌도록 시켜서 한밤중에 뻔히 보였다.
덕분에 레나와 세 엘프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마을을 나와 숲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레나, 이렇게 그냥 도망칠 건가요?”
“프로테나를 버리고요?”
“…….”
“알고 있어요. 프로테나가 타락했다, 어떻다 해도.”
“레나는 프로테나를-.”
“시끄러! 마수 고기까지 먹고 타락해빠진 녀석 따위!”
레나의 짜증스런 목소리에 두 엘프는 윽 하고 움츠러들었다.
“……그래, 그 말은 맞아. 프로테나 그년을 그냥 두고 갈 순 없지.”
레나는 엘프라고 생각하기 힘든 사악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 더러운 오크 놈도, 우리들의 숲을 태우고 자리 잡은 이 건방진 인간들도, 그리고…….”
뿌득, 그녀의 하얀 이가 소리를 냈다.
“자기가 좀 세진 줄 알고 기고만장해진 방구석 프로테나에게 현실을 알려줘야지…… 이대로 그냥 두진 않아……!”
그러며 레나는 앞장서서 숲속으로 향했다.
“하지만 레나, 우리 힘으론 도저히 그 오크들에게는…….”
“그래, 우리들의 힘만으론 이기지 못하지. 그래서…… 도움이 필요해.”
그러며 레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바람의 정령이시여. 당신에게 추악한 짐승의 냄새가 어디에 있는지 묻습니다!”
후우웅!
레나의 말에 일순 숲 안쪽에서 바람이 불었다.
“윽…….”
그 바람을 타고서 비릿하고도, 추악한 짐승의 냄새가 풍겨왔다.
“레나, 설마-.”
“그, 그 마수를?”
“마침 가까운 곳에 도움이 될 만한 녀석이 있잖아?”
“하지만 그건!”
“애초에 마수가 우리 말을 들을 리가 없잖아요!”
“아니, 그 녀석이라면 들을 거야.”
레나는 이미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않는, 광기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자아! 어서 와 이 추악한 마수야! 거기 있는거 알고 있어!”
레나의 외침에 순간 숲이 스산하게 흔들렸다.
“앗!”
화악!
그 순간, 소리도 없이 검은 형체가 그녀들의 앞에 다가섰다.
끼르르르르…….
까르르르…….
마치 사람이 비웃는 것 같은 기분 나쁜 울음소리와 함께,
만티코어 세 마리가, 그녀들의 앞에 나타났다.
“으, 으으…….”
“히이이…….”
위협적으로 휘두르는 독침이 달린 꼬리, 칼날같은 날카로운 이빨.
그리고 그들은 명백히 낄낄 웃고 있었다.
게다가 마수 특유의 마의 기운이 흘러나와 피부가 바늘에 찔리는 것 같았다.
다른 두 엘프들이 다리를 떨며 얼어있을 때, 오직 레나만이 움직였다.
“거기, 마수들!”
그녀의 망집에 가까운 뒤틀린 마음이 두려움조차 잊게 만들었다.
까르르?
만티코어는 대담하게 나오는 레나에게 흥미를 느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에 인간 놈들의 마을이 있어! 그건 너도 알지?”
끼르르르…….
만티코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을 알아듣는단 증거였다.
“나는 그 인간 마을에서 도망쳐 나온 길이야! 놈들이 마을을 어떻게 지키고 있는지! 어디에 위험한 녀석들이 있는지 전부 다 알아!”
……끼르르.
만티코어는 마치 더 말하라는 듯 소리를 내었다.
“내가 다 알려줄게! 그러니까, 인간 마을로 쳐들어가자! 인간이고 오크고 네가 다 먹어! 난, 나는!”
그 순간, 프로테나는 로헨에게 그동안 당해온 수모와 설움이 복받쳐서 눈물을 그렁거렸다.
“그 놈들이 전부 죽는 꼴을 봐야겠어!”
끄르르르르…….
그녀의 일그러진 마음이 마음에 든다는 듯 만티코어는 기분 나쁘게 웃었다.
*
피유웅!
퍽!
“끄억!”
다시 마을로 돌아온 레나는 마을에 돌아다니는 횃불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화살이 횃불을 든 그림자에 꽂히자 비명과 함께 횃불이 떨어졌다.
퍽!
“끄억!”
퍼억!
“끄아악!”
그렇게 횃불을 들고 순찰하던 고블린들을 저격해서 모두 쓰러트렸다고 생각한 레나는.
“이제 들어가. 저 뒤쪽으로. 거기 있는 집 안에 오크들이 있으니까 그놈들부터 먼저 잡아야 해.”
끼르르르…….
“단, 우리와 똑같은 금발 머리카락에 귀가 긴 엘프만큼은 남겨줘. 그게 조건이야.”
레나는 자신의 머리카락과 귀를 가리키며 말했다.
끼르르르…….
만티코어는 그녀의 말에 기분 나쁘게 웃었다.
그 모든 걸 이해하지만, 동시에 교활하게 생각했다.
[어차피 너희 놈들도 다 같이 잡아먹을 것이다.]스오오오-.
두 마리의 만티코어는 발걸음 소리도 없이, 마치 검은 연기처럼 마을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로헨 일행이 있는 집에 도착했다.
그들은 레나가 가리킨 벽을 향했다.
그곳에 로헨과 오크 들이 자고 있는 방이 있다.
그곳만 공략하면, 나머지는 만티코어에게 손쉬운 먹잇감들 밖에 없으리라.
크르르르-.
끼아아아악!
퓨퓨퓨퓩!
콰지직!
만티코어들은 괴성과 함께 그 벽을 향해 독침을 쏘았다.
독침은 벽을 부수고 로헨 들이 자고 있을 방을 고슴도치처럼 만들었다.
콰콰앙!
독침에 꿰뚫려 약해진 벽을 만티코어의 앞발이 내리쳐 부섰다.
그 안에는 분명 독침을 맞고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는 사냥감들이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했는데-.
크르르륵?
그 안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먹잇감이 온데간데없단 사실에 만티코어 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순간,
“라잇 웨잇!!”
콰지직!
빠카아앙!
케에엙!!
갑자기 바닥을 부수고 은빛의 원판이 먼저 들어온 송곳니가 긴 만티코어의 턱에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