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12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11화
“프로테나!”
“어서 활을 들어! 활을 들지도 못한 상대를 쐈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으니까!”
“으……!”
레나는 프로테나의 기세에 두려움을 느꼈다.
지금까지 그녀는 방구석에 드러누워 게으름이나 피우고,
자신과 같이 잘나가는 다른 엘프들과는 눈도 못 마주치는 소심한 방구석 폐인이었는데.
‘대체 왜 이렇게 바뀐 거야?’
지금 그녀는, 사냥에 나선 사냥꾼의 눈빛을 하고 있었고,
레나 자신은 그 사냥감이 된 것 같아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너어! 방구석 프로테나 주제에!”
“감히 레나에게 활을 겨눠?!”
처억!
레나보다 먼저 네이나이와 하난이 활을 꺼내 그녀에게 겨눴다.
“방구석 프로테나, 봐주려 했는데!”
“죽어! 타락한 자!”
피유웅! 피유웅!
둘의 화살이 프로테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끼기기긱-피유웅!
그리고 프로테나의 화살이 그에 대응해서 날아들었다.
콰삭!
“어-.”
그녀의 화살은 네이나이의 화살을 정확하게 박살냈다.
게다가 훨씬 강력한 강궁에서 발사된 덕분일까.
프로테나의 화살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날아갔다.
“꺅!”
콰악! 퍽!
프로테나의 화살은 네이나이의 옷자락을 꿰고 나무 벽에 박아놓았다.
“핫!”
피융!
동시에 프로테나는 몸을 낮춰서 하난이 쏜 화살 한 대를 피했다.
“바람의 정령!”
[아, 알았어요! 힘 빌려 드릴게요! 빌려 드릴 테니까! 아프게 하지 말아줘요!]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중급 바람의 정령 ‘셀피’는 잔뜩 겁에 질린 채, 그녀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들었다.
“이번 건 못 피할 거야!”
피유웅!
하난이 재차 한 발의 화살을 쏜 순간,
화아아악!
“꺄악!”
프로테나의 뒤쪽에서부터 불어오는 엄청난 돌풍에 모두가 몸을 움츠렸다.
화악!
그 탓에 프로테나를 노리고 날아가던 하난의 화살이 힘을 잃고, 바람에 휘날려갔다.
“하앗!”
동시에 프로테나는 그 바람을 타고 하난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헉!”
갑자기 자신의 코앞까지 들이닥친 프로테나의 모습에, 하난이 숨을 삼켰다.
“이, 이게!!”
부웅!
하난이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프로테나는 그걸 간단히 피한 뒤, 그녀의 오른팔을 붙잡았다.
“로헨에게 배운! 업어치기!!”
“어, 어어어?”
콰앙!
프로테나는 전에 없는 힘으로 하난을 업어치기로 내던졌고, 하난은 땅에 메다 꽂힌 채 꺽꺽댔다.
“어, 어어?”
바람을 온몸에 두르고 선 프로테나의 모습에, 레나는 어리둥절했고, 직후 공포를 느꼈다.
“뭐, 뭐야 너 대체…….”
그녀의 눈에 비치는 프로테나는, 평소보다 더 거대해보였다.
단련되어 생기기 시작한 근육은 잔뜩 펌핑 되었고, 상승한 체온에 김이 피어올랐다.
전혀 다른 엘프가 되어있는 프로테나의 기세에, 레나는 공포감에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너 대체…… 누구야……?”
“난 프로테나야. 난 변하지 않았어. 단지…….”
그녀는 레나를 향해 활을 들어, 겨누었다.
끼기기긱!
강궁이 당겨지면서, 그녀의 전완근이 갈라졌고, 이두와 삼두와 삼각근이 펌핑되었다.
“근성장을 했을 뿐.”
“으, 으…… 으아아악!”
그러자 레나는 꼴사나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프로테나에 대한 시기와 혐오, 그리고 분노는 더 이상 원동력이 되지 못했다.
입버릇처럼 자랑하듯이 읊는 엘프의 자존심.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레나의 허둥거리는 모습은, 그녀가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하다는 것을 짐작하게 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프로테나는,
“……슬퍼.”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활시위를 더욱 당겼다.
활대에는 나무의 정령의 가호가 깃들며 빛이 나기 시작했다.
“히이! 히이이!”
“난 언제나 널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너처럼 되겠단 생각조차 못했었는데..”
피유웅!
그녀의 활에서 화살이 쏘아졌다.
콰악!
“꺄아악!”
화살은 도망치던 레나를 스치고 지나가, 그녀의 앞에 있던 나무 둥치에 박혔고.
콰아!
“으, 으아악!”
나무둥치에서 수많은 나무뿌리와 가지들이 자라나서 레나를 붙들었다.
“이렇게나 꼴사나운 모습이라니.”
“레, 레나 님!”
“지, 지금 제가 도와 드리…….”
“가만히 있어라 귀쟁이들.”
“꺄악!”
콰악!
두 엘프가 그녀를 도우려 했지만, 어느새 등장한 고블린들이 또다시 둘을 포박했다.
“어, 어떻게?!”
“이것이 우리 검은 송곳니 부족 오의, 지푸라기 위장술이다!”
“네놈들이 우릴 노리고 저격할 걸 예상해 짚단으로 만든 인형으로 위장해두었지!”
로헨이 횃불을 들고 순찰을 돌라고 했을 때, 그의 속내를 이해한 스카는 횃불을 든 인형으로 자신을 위장해둔 것이다.
이미 그녀들의 움직임도 모두 뻔히 보였다.
프로테나가 나서지 않았다면 그들이 엘프들을 제압했으리라.
“프로테나 공은 충분히 강해졌으니, 믿었을 뿐.”
그녀에게 맡긴 건 스카의 판단이었다.
“이, 이게! 이게!!”
“겨우 그 정도 나뭇가지도 뿌리치지 못하는구나?”
“히익!”
그리고 프로테나가 붙들린 레나를 향해 다가왔다.
“이렇게나 약했구나, 너.”
빠직!
프로테나는 레나를 붙들던 나뭇가지 하나를 맨손으로 부러뜨렸다.
그녀의 단련된 악력과 근력이 평범한 남자도 부러뜨리기 어려운 나뭇가지조차 한 손만으로 부러뜨렸다.
“레나, 지금 어떤 기분이야?”
“히익!”
프로테나는 옴짝달싹 못 하는 레나의 뺨을 어루만졌다.
“네가 그동안 방구석 프로테나라 부르고, 구박하고, 얕보고, 깔보고, 욕하던 애한테 지는 기분이?”
“히, 이…… 미, 미안…… 내, 내가…… 컥!”
프로테나는 레나의 가는 목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가져다댔다.
‘어찌도 이리 가늘고 근육하나 없는 목일까…… 얼마 전까지의 나도 그랬겠지? 이것보다도 더?’
속으로 생각하며, 프로테나는 눈물어린 레나의 눈을 내려다보았다.
‘지금 나라면, 조금만 힘을 주면…….’
꽈악!
손아귀 힘으로 레나의 목을 움켜쥐는 자신의 모습이 프로테나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어?”
그러다 문득 프로테나는 자신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또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건지를 자각했다.
“잘못했어…… 제발, 프로테나…….”
“어, 어라? 어?”
프로테나는 레나의 목을 움켜쥐려던 자신의 손에 깜짝 놀라 흠칫 손을 빼었다.
‘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뭘 하려고 했던 거야 난…….’
그녀는 레나의 목을 쥐려던 오른손을 왼손으로 붙잡고 물러났다.
넘쳐나는 아드레날린으로 인한 과흥분 상태를,
거기서 말미암은 공격성과 파괴적 충동을 생전 처음 겪어본 그녀였다.
‘나, 대체 왜…….’
자신이 그토록 파괴적인 충동을 느낄 수 있단 것에 프로테나는 자기 자신이 두려워졌다.
그 순간,
“로헨! 정신 차리십시오! 로헨!”
“……!”
다급한 목소리에 프로테나는 놀라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보았다.
“트레이너에게 무슨 일이?”
프로테나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급히 달려가려다 문득 붙들려있는 레나를 돌아보았다.
“좀 있다 풀어줄 테니까 기다려 레나.”
프로테나는 훌쩍이며 고개를 푹 숙인 레나를 뒤로하고 달려나갔다.
*
“무슨 일이예요!”
프로테나가 급히 달려오자 본 것은, 쓰러져있는 로헨과 그 주변에 모인 일행이었다.
“큰일 났습니다! 로헨이!”
“저 고양이 놈 독침 맞고 뻗었다!”
“에엣! 만티코어의 독침을요?”
“아니, 얘가 저 고양이놈 아가리를 찢어버릴 때까진 괜찮을 줄 알았는데!”
“끄으윽…….”
프로테나로서도 처음 보는, 보라색으로 질려서 끙끙거리는 로헨의 모습이었다.
“나,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로헨……님이…….”
그 옆엔 어쩔 줄 모르며 울기 직전인 세일럼도 있었다.
“아, 안돼…… 이, 이러면 근손실…….”
“악 진짜! 넌 대체 이런 때에도 그놈의 근손실! 근손실!!……에요!!”
하지만 로헨의 헛소리에 나오려던 눈물도 쏙 들어가 버렸다.
“카카…… 에이크…… 내, 내가 죽으면…… 그는 삼대 3000을 찍고 말았다…… 라고 길이길이 전해…….”
“헛소리가 나오는 거 보니 정말로 위험하군요.”
“아니, 이런 얘기할 정도면 의외로 멀쩡한 거 아냐?”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말고! 중독 치료를 할 생각이나 해!!”
“그렇지만, 어떻게 방법이…….”
“방법이 있어요!”
프로테나가 말했다.
그러더니 프로테나는 잡초가 잔뜩 자라있는 공터로 향했다.
“있다, 노랑 토끼풀!”
가끔 정말 쓴 맛의 노란색 열매가 열리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잡초였다.
비록 지금은 열매가 열리는 철은 아니었지만.
“나무의 정령이여, 알아서 하시죠? 안 그러면 죄다 뽑아버릴 테니까!”
[끼에엑!]완전히 변모한 프로테나의 ‘갑질’에 풀에 깃든 정령은 비명을 지르며 노랑 토끼풀의 열매를 키워냈다.
후드드득!
프로테나는 만족스러워하며 그 열매를 한꺼번에 가져왔다.
“열매를 짓이겨야 해요! 절구!”
“여기 있다!”
카카가 수레에서 절구 겸 무게추로 쓰는 돌절구를 서둘러 가져오자.
프로테나가 곧바로 그 열매를 짓이겨냈다.
“이것만으론 부족해요. 마수의 독은 마기를 가지고 있어요. 햇빛이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했겠지만…….”
“정령술이 필요합니까?”
“네. 가장 어려운…… 빛의 정령의 가호를 빌어야해요. 그것도 중급 정령……‘루민’의 힘을요.”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순간 그런 생각을 했지만.
“로헨, 정신 잃으면 안 된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으으으…… 상체에 구멍 뚫렸으니 오늘 루틴은 상체를…….”
“사실 멀쩡한 거 아냐 이 녀석?”
지금 숨이 넘어가려 하는 로헨을 살릴 수 있는 건 자신뿐이다.
“빛의 정령 루민이여!”
그녀는 손을 모으며 정신을 집중했다.
화아악!
그 순간, 허공에서 없던 빛이 생겨났다.
[나의 힘을 필요로 하는 건가, 프로렐라의 여식이여.]지금까지의 다른 정령과 전혀 다른, 고귀함이 외모에서부터 묻어나는 귀부인 같은 정령이 나타났다.
“제, 제 말에 대답해주시는군요!”
[과거의 너는 그럴 가치가 없었지만, 이제는 넌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구나.]“제, 가치요?”
[강함. 여러 가지 형태의 강함이 있겠지만, 너는 네 어미인 프로렐라와 다른 식으로 정령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강함을 증명했단다.]“아…….”
흥분 상태에서 온갖 정령들을 ‘힘으로’ 제압한 것을 상기하며 프로테나는 얼굴을 붉혔다.
[괜찮아, 어떤 식으로든 정령은 우리의 힘을 필요로 하는 이의 가치에 응한단다. 너는 너만의 힘으로 가치를 증명하면 되는 거란다.]“네, 네에…….”
[그래도 다음엔 좀 상냥하게 해주면 좋겠구나. 네 힘은 충분히 알고, 이제 네 강함에 모두가 민감하게 반응해줄 테니까.]“네, 네에에……. 아, 아 그렇지!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요!”
그제야 해야 할 일이 있단 것을 다시 상기한 프로테나가 말했다.
“만티코어의 독을 치료해야 해요! 당신의 빛의 가호가 필요해요! 힘을 빌려주세요!”
그러며 프로테나는 조금 망설이다, 주먹을 꽉 쥐고 들어보였다.
“안 그러면…… 정말로 제 ‘가치를 증명’해 버릴지도 몰라요……?”
[…….]빛의 정령 루민은 짐짓 웃고 있지만, 식은땀을 조금 흘렸다.
[알았다. 그대에게 삿된 마를 사르는 빛의 힘을 빌려주니.]화아아악!
그 순간, 프로테나의 손에 빛이 내려앉았다.
“됐어!”
프로테나는 그것을 노랑 토끼풀 즙에 내려놓자,
화아아악!
빛과 함께, 그것은 반짝이는 노란색의 신비로운 ‘엘릭서’가 되었다.
“자, 이걸!”
프로테나는 무거운 돌절구를 번쩍 들어다 로헨에게 향했다.
“이걸 로헨의 상처에 모두 흘려주세요!”
“음!”
“알았어!”
카카와 세일럼, 그리고 프로테나의 손이 엘릭서를 퍼다 로헨의 구멍 난 근육 위에 흘렸다.
“어우, 야 이 근육 탄탄한 거 좀 봐…… 그러면서도 누르면 정작 부드럽게…… 어맛, 내, 내가 무슨 소릴…….”
처음으로 로헨의 근육에 손을 대본 세일럼이 헛소리를 했다 허둥지둥 상처에 엘릭서를 흘려보냈다.
“트레이너! 제 말 들리시죠!”
“으, 음…….”
“이제부터 약효가 들려면 피가 잘 돌아야 해요! 트레이너! 펌핑! 펌핑을 하시는 거예요!”
“펌……핑!”
번쩍
헬스 용어가 나오자마자 로헨은 눈을 번쩍 떴다.
‘그래, 펌핑, 혈류량을 늘리란 것이지!’
[스킬 : 근육조작 발동] [내장근육 조작.] [심박을 증가시킵니다]두근! 두근! 두근!
두근두근두근두근!
독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심장을 내장근육 조작으로 움직이게 한다!
느려진 혈류가 다시 빨라진다!
“윽……!”
그 탓에 독이 퍼지는 속도도 똑같이 빨라져서 고통이 엄습해왔지만!
“됐어, 엘릭서가 흐르기 시작했어요!”
슈르륵!
로헨의 상처에 부어진 엘릭서가 빠르게 로헨의 혈관을 타고 흐르며 사라졌다.
“크, 으으윽……!”
“힘내요 트레이너! 트레이너라면 이까짓 독쯤! 금방 이겨낼 거예요!”
나의 회원이 저런 기특한 소리를 하는데, 내가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줄 순 없지!
“크오오……라잇……웨잇……!”
두근두근두근두근!!
쏴아아아!
혈관을 흐르는 피의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다.
마비되었던 사지에 힘이 돌아온다!
심장과 내장의 자유가 되돌아오고, 머리에 다시 피가 흐르며 정신이 맑아진다!
번쩍!
“헉!”
로헨이 눈을 부릅 떴다.
“라잇 웨잇!!”
불끈!
그의 상체 근육에 힘이 들어가며 펌핑되었다.
쭈우욱!
츄와악!
그 순간, 상체에 뚫린 구멍을 통해 피와 검보랏빛 독액이 뿜어져 나왔다.
“라잇 웨잇 베이베-!!”
부활을 알리는 우렁찬 함성과 함께 로헨의 상체가 벌떡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