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16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15화
바남 수도원에 있는 기도실.
바남의 에페소 대성당에 비하면 절반정도 크기에 불과한 곳이지만, 두 사제의 바쿠라를 벌이기엔 충분한 곳이다.
“바쿠라라 표현하시지 말아 주시겠습니까, 그래도 엄연히 마르두크님을 섬기는 행위인데.”
“원래 대결 따위가 아니란 말일세,이건. 하지만…….”
기도실 벽에 있는 거대한 앙크 십자가를 바라보며 선 캠벨 수도원장이 말했다.
“누가 더 마르두크님을 잘 섬긴다는 지를 겨룬다는 점에선, 야만인들의 결투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웃는 캠벨은 나란히 선 카이란을 보았다.
“자, 그럼 어떤 기도회를 해 볼까? 일천 철야 기도회는 어떤가?”
“천 번의 절로는 마르두크님을 향한 저희의 심신을 모두 드러내기는 좀 부족하지 않습니까?”
“훗, 많이 컸구나 카이란. 마르두크님의 은총이 내게 깃드니!”
후우웅!
그러자 갑자기 캠벨의 몸에 빛이 일어나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저건……!”
“헤에, 저게 고위 사제만 할 수 있다는 그 신성력의 응용이네.”
“신성력의 응용이라?”
그걸 지켜보고 있던 세일럼이 말했다.
“고위급 사제가 되면 신성력을 몸에 깃들게 해서 피로와 힘의 한계를 모르게 만드는 응용법을 쓸 수 있다고 들었어……요.”
“뭐야, 이젠 신성력 도핑인가?”
“자기들 말로는 마르두크의 은총이 몸에 깃든다고 해……요.”
“저희들이 대지의 정령을 통해 신체를 강화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일까요?”
“방식만 다르고 결과는 똑같은 거 아니겠어? 흥, 어쩐지 배만 뒤룩뒤룩한 사제들이 왜 그리 쎈가 했네.”
“어느 쪽이건 도핑이란 말이로군.”
하지만 이것은 사제로서의 능력을 겨루는 자리다.
사제로서의 능력으로 신체를 강화한다면 그건 정당한 방법이다. 인정할 수밖에.
“카이란이 불리하긴 하겠네. 아직 그 정도의 신성력을 다루진 못하잖아.”
“아직도 모르는군, 세일럼.”
“응?”
“카이란은 그걸 다루지 못해서 안 쓰는 게 아니다.”
나는 훗 하고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카이란을 보았다.
젠장, 기분 나쁠 정도로 잘생겼네.
“카이란, 삼천 오체투지 기도회는 어떠냐.”
오오오오…….
그 말에 미사실에 모인 수도사들이 낮게 소리를 내었다.
“삼천 오체투지라니…….”
“그걸 해낸 수도사들이 수도원 역사상 두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는!”
“일천 기도회도 하고 난 뒤 며칠을 기어 다녀야 했는데…… 절대 무리야!”
라는 한심한 소릴 하고 있군. 겨우 천 번 정도로.
‘하나같이 코어가 비리비리한 녀석들이니 겨우 그 정도지.’
나는 한심하게 여기며 카이란의 태도를 기다렸다.
“삼천 오체투지 정도론.”
“음?”
“마르두크님을 향한 저의 신앙심을 모두 다 드러내 보일수 없습니다.”
오오오오!!
그 순간, 참지 못한 탄성이 수도사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카이란……!”
“1만, 에페소의 오체투지.”
“……!”
이번에는 캠벨이 경악하며 눈을 부릅 뜰 때였다.
“그것이야말로 제 신앙심을 모두 내보일 수 있습니다!”
“크윽!”
“카, 카이란 사제님 제정신인가?”
“1만 에페소의 오체투지라니, 선지자 에페소 외의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그 기도회를!”
“그 기도회를 벌인 끝에 마르두크께서 내려주신 은총이 바남을 공격해온 마수들을 물리쳤다고 하는!”
지들 끼리만 아는 소릴 하지 마라 이 마르두크 덕후 녀석들.
“카이란, 네놈 진심이냐? 괜히 질 것 같으니 무리한 방법을 내세워서 그 핑계를 댈 속셈이냐?”
캠벨도 상상도 하지 못한 수준이었는지 눈에 띄게 당혹스러워하며 말했다.
‘로헨.’
‘카이란.’
‘당신에게 배운 방법을 지금 쓰겠습니다.’
‘그래, 지금이 바로 그 방법을 쓸 때다!’
카이란과 나는 눈빛, 그리고 떨리는 승모근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캠벨 수도원장님.”
“뭐냐. 지금이라도 잘못된 말을 했다고 말한다면-.”
“쫄리십니까?”
“……!!”
그렇다, 혓바닥이 길어지는 상대를 한방에 제압하는 마법의 한마디, ‘쫄?’을 시전한다!
“네 이놈 카이란……!”
캠벨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꽉 쥔 주먹이 부들거렸다.
“좋다! 어디 한번 네놈의 마르두크님에 대한 신앙심을 보여봐라! 내 신앙심이 더 깊다는 것을 보여주마!”
“네, 겸허히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게다가 전.”
불끈!
사제복 너머로도 알 수 있다. 카이란은 자신의 코어근에 힘을 주어 혈류를 증가시키며 대결을 준비하는 것을.
“자아, 정오의 햇빛이 앙크 십자가의 원 안에 들어올 때 시작 한다!”
두 사제는 1만회의 오체투지를 준비하며 집중했다.
“정말로 괜찮은 건가? 1만회라니.”
“괜찮다.”
세일럼은 걱정했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카이란의 코어라면, 충분하다.”
번쩍!
정오의 햇빛이 앙크 십자가의 원형을 비추며, 원형 안에 있는 보석이 빛을 냈다.
“시-작!”
수도원장 보좌관의 선언과 함께 둘의 오체투지가 시작되었다.
“하앗!”
“흠!”
둘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뒤, 몸을 완전이 엎드리고 두 손을 위로 펼쳤다.
그것은 마르두크 신 앞에 납작하게 엎드려 겸손을 표함과 동시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는 오체투지다.
‘솔직히 이거 기독교가 아니라 불교잖아.’
내가 속으로 딴죽을 거는 사이 둘은 동시에 다시 무릎을 꿇은 자세로 몸을 일으킨 뒤, 다시 손을 모으고 일어났다.
이것이 한 번. 보좌관과 수도승들은 이 횟수를 기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두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10회의 오체투지가 지나갔다.
“흐음!”
오오오?
갑자기, 탄성과 함께 캠벨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카이란, 난 너를 높이 평가했다. 수도사 중에서도 너는 가장 신실하고 믿음이 깊으며, 마르두크님의 말씀을 깊이 탐구하던 사제였으니까.’
그런데, 그런데!
캠벨과 다시 만난 카이란의 모습은 최악이었다!
‘그 더러운 이종족의 꾐에 빠져서! 그 순수한 마음이 더럽혀지고 눈이 흐려졌다! 마르두크 신의 가르침을 왜곡해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나는 반드시, 흐려진 너의 눈을 다시 돌려놓을 것이다! 마르두크님의 눈에 옳게 보이는 사제로 다시 돌려놓을 것이다!”
오오오오!!
속도를 더하며 카이란이 두 번의 오체투지를 할 동안 캠벨은 세 번의 오체투지를 했다.
‘사실상 이건 장거리 레이스나 다름없는 경기다.’
마라톤, 사이클 로드 레이스 경기 등 몇 시간이나 계속되는 초장거리 유산소 경기와 유사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페이스.
‘상대가 강력한 신체 능력으로 먼저 하이 페이스를 오래 유지하면 그 상대는 심리적으로 흔들린다.’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 무리하다가 결국 자멸하게 된다.
캠벨은 자신의 신성력으로 강화된 신체의 능력을 믿고,
초반에 강력한 페이스로 카이란의 페이스를 흐트러뜨리려 하는 것이다.
‘애초에 캠벨은 1만의 오체투지를 전부 할 거라고 생각 하지 않은 것이다.’
카이란의 페이스를 무너뜨려 그가 1만 번을 다 하지 못하고 자멸하도록 만드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카이란, 거기에 말리지 마라. 그렇다면.’
네가 절대로 질 일은 없다!
‘그렇습니다, 로헨. 마르두크님을 향한 신앙심은 누구보다 강하게 하는 것이 아닌, 마치 숨 쉬듯 당연히 유지하는 것에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르두크님을 섬기는 이 오체투지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이봐, 이거 괜찮은 건가?”
“수도원장님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데, 이대론 카이란 사제가 질 거야.”
“카이란 사제도 속도를 더 올려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어!”
“역시 이게 한계란 거야?”
모두가 현격히 차이가 나는 둘의 오체투지 횟수를 보며, 그러면서도 페이스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카이란을 보며 멋대로 떠든다.
“……이겼군.”
“네?”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거기, 수도승!”
“네, 네에…… 카, 카이란 사제님을 대신해서 여러분들을 안내할 아드소라고 합니다.”
조금 어린 수도승이 긴장한 듯 나를 보며 말했다.
“점심 먹을 시간이 아닌가?”
“네, 네에 그렇습니다만…….”
“긴 여정에 지쳤다. 빨리 영양을 근육에 공급해야 하니 식사하러 가자.”
“아, 아 알겠습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며 앞장서 갔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이봐, 괜찮은가?”
“계속 지켜보지 않아도 돼?……요? 아, 물론 난 사제가 뭘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계속 지켜보며 응원해야 하지…… 않을까요?”
“카이란, 배 나온 인간 사제보다 느렸다.”
일행들이 저마다 한마디씩을 던졌다.
“어차피 전부 다 하려면 하루 내내가 걸릴 거다. 그거 계속 지켜보고 있을 거냐? 제시간에 영양을 섭취하지 않으면 근손실 난다.”
“으…….”
“그리고 걱정마라. 카이란은 지금 누구보다 잘하고 있다.”
“네?”
명백히 캠벨에 비해 뒤처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 것에 그렇게 평하자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저것은 이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된다. 평정을 유지하는 자가 이기게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응원한들 그건 오히려 카이란을 힘들게 만들 뿐이다.”
그러며 난 그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그저 카이란의 승리를 기다리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것뿐이다.”
*
수도원 수도승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대식당에 모인 우리들.
“저희 수도원의 식사입니다.”
“음…….”
“…….”
“으응…….”
지금 우리 앞에 수도원의 식사랍시고 나온 것을 내려다보며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귀리와 호밀을 주재료로 만들어진 말라빠진 흑빵, 절인 오이나 야채 조금, 구워서 내놓은 감자.
그야말로 단백질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최악의 식사다.
“아니, 원래 우리 엘프들도 이렇게 먹고 사긴 하는데요…… 그래도 견과류라던가, 과일이나 채소는 여러 종류로 많이 먹거든요?”
“이따위로 먹고 다니니 여기 인간들은 죄다 그 모양이지.”
“으, 뭐냐 이 푸성귀는 들자마자 녹아내린다.”
“죄, 죄송합니다. 저희 마르두크 교단은 검소를 미덕으로 삼아서, 식사가…… 저도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릴 안내한 아드소는 꽤 귀티 나는 외모였다. 귀족집 자제인가?
“로헨, 그냥 우리 음식 먹으면 안 되겠냐?”
“나도 동감이다. 그냥 나가지. 그래도 내준 음식은 아까우니까 챙겨나가자.”
그러며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아드소란 어린 사제는 당황했다.
“그, 그래도! 오늘은 특식이 나오는 날입니다! 기대해주십시오!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러며 아드소는 헐레벌떡 식당의 부엌 쪽으로 향했다.
“뭐, 그렇다고 하니 일단 기다려보자. 아무리 그래도 우릴 대접한 걸 무시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니.”
“그건 그렇지.”
“남이 주는 단백질은 소중한 거니까.”
그래도 다들 예의 바른 오크들이다. 내 말에 수긍하며 일단 기다린다.
“기, 기다렸습니다!”
그러며 아드소는 뭔가를 들고 왔다.
“오, 이건?”
“저건 뭐냐?”
“돌?”
“앗, 저건!”
“어머나.”
오크들은 어리둥절한 가운데, 나와 세일럼, 프로테나는 그것이 뭔지 알고 탄성을 질렀다.
노란색의 딱딱하고 납작한 원형의 일부를 잘라낸 덩어리. 그것은-.
“저희 수도원에서 만들어낸 치즈입니다!”
“치즈……!”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보는 치즈다!
“저희 수도원에도 안식일인 일요일에만 한번 나오는 겁니다. 제가 부탁드려서 특별히 가져온 거예요! 이, 이걸 이 흑빵 위에 올려서 드시면 됩니다! 맛있어요!”
그러며 아드소는 치즈를 얇게 잘라 흑빵 위에 올리는 시범을 보였다.
“음.”
우적.
나는 그걸 한입 물었다. 확실히 이건, 내가 기억하는 바로 그 치즈다.
[스킬 : 섭취분석.] [대상 : 치즈] [영양 성분 : 단백질, 지방, 수분, 염화나트륨]역시나 영양으로도 치즈 그 자체다. 게다가, 이건……!
‘단백질 함량이 무려 30%가 넘어 간다고?! 뭐야, 이 엄청난 고단백질은?!’
내가 알고 있는 전생의 치즈보다 훨씬 더 높은 단백질 함량이다!
확실히 이 정도라면 수도승들에게는 좋은 단백질 공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만 먹는다고 하니…….
“글렀군.”
‘그래도 치즈는 지방질이 많은 음식이다. 단백질 함량이 아무리 높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많은 지방을 같이 흡수하는 꼴이니, 썩 좋다고 할 순 없겠어.’
“으음, 맛있다! 아카데미의 말라비틀어진 치즈보다 훨씬 좋은데! 아아 술 생각난다!”
“헤에, 인간의 치즈도 제법 괜찮네요.”
“신기하군, 고기는 아닌데 고기 같은 향이 난다. 그러면서도-.”
“그냥 맛있다!”
치즈를 알고 있는 프로테나와 세일럼은 호평, 에이크와 카카도 좋아하는 눈치다.
물론 기호식으론 좋지. 전생의 우리나라처럼 아무데나 막 뿌리지만 않는다면야,
치즈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건강한 기호식품이니까.
‘음? 잠깐…… 그런데, 치즈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치즈를 만들며 분리된 우유의 ‘유청단백’이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후후.”
나는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세계에서 드디어! 단백질 보충제를 만들 수 있는 실마리가 생겨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