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2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1화
“오오! 로헨과 우르가 왔다!”
“뭔가 잔뜩 들고 온다!”
생각보다 빨리 충분한 사냥감을 잡은 터라 일찍 아지트로 돌아오자 카카와 푸크가 반겼다.
“자, 단백질 공급원들 잔뜩 가져왔다!”
토끼가 세 마리, 족제비가 두 마리, 거기다 꿩이 두 마리.
이 정도면 오늘 하루 식사 정도가 아니라 저장해서 두고두고 먹을 단백질 공급원이다.
“이제 벌레들을 먹을 필요 없어. 훌륭한 단백질들이 이렇게 많아!”
“오오오!”
“너희는 할 일 다 했어?”
카카와 푸크는 까 놓은 콩을 보였다.
“그리고 이거!”
“오?”
다른 나무 그릇에는 무려, 보리의 낱알이 모두 분리되어 있었다.
“이 짧은 시간에 보리 낱알까지 다 털었다고?”
“저거! 카카가 저거로 했다!”
푸크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덩굴에 파묻혀서 알아보지 못했던 낟알 탈곡기가 나타나 있었다.
“저걸 썼다고?”
‘나도 대학 농활 갔을 때 아주 잠깐 써본 건데?’
그건 조선 시대 때나 쓸 법한 빗을 세워놓은 듯한 탈곡기 그 자체였다.
“그냥 왠지 그렇게 하면 될 것 같았다! 낟알 그냥 까는 거, 너무 싫었다!”
역시! 발명이나 기계의 사용은 귀찮음이 원동력이군!
하지만 그 귀차니즘을 운동에다 발하면 넌 죽을 것이다, 카카! 지금은 기특하다고 해주지!
‘네겐 특별히 1RM 강제 세트를 도와주는 은혜를 내려주지!’
“아주 잘했어. 앞으로 보리 낱알은 저걸로 빠르게 훑어내는 거야!”
“알았다!”
“카카. 넌 앞으로 이 아지트에서 쓸 만한 물건들이나, 이상하다 싶은 것들을 보게 되면 모두 나에게 보여줘.”
“응! 그러고 보니 하나 더 찾았다!”
카카는 덩굴을 걷어낸 마당 한쪽에 있는 돌로 만든 무언가를 가리켰다.
“저거도 넝쿨 안에 있었다!”
“오, 절구구나.”
“어디다 쓰는지 알겠나?”
“그럼! 지금은 넘어져 있지만!”
난 넘어진 절구를 붙잡았다. 팔은 찢어진 근섬유가 붙은 듯 아프지 않았다.
“이것이 플립 동작이다!”
타이어 플립과도 같이! 데드 리프트에 쓰이는 팔, 척추 기립근, 둔근, 대퇴근에 힘을 빡 주고!
“우오오!”
드드드드 쿵!
“오오오!”
거의 내 몸만 한 석재 절굿공이를 들어서 바로 세우는 데 성공!
역시, 난 강해졌다!
“대단하다 로헨! 난 움직이지도 못했는데!”
“역시 로헨, 쎄다!”
[당신을 향한 경외심이 느껴집니다.]“오?”
[퀘스트 획득] [당신이 가진 근육의 아름다움으로 저들을 매혹 시키십시오.] [퀘스트 보상 : ‘매력’ 능력치 해금]“허어?”
‘뜬금없이 무슨?’ 했는데. 날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는 녀석들을 보니 왜 퀘스트가 떴는지 이해했다.
그러고 보니, 근육 조작이라는 스킬이 생겼었지? 그렇다면!
“너희들에게 처음으로 보여주지! 근육의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다!”
나는 양팔을 들어 올렸다. 상체 근육을 선보이는 가장 왕도의 자세,
더블 바이셉스다!
꾸우욱!
[근육 조작 스킬 발동]그리고 근육 조작 스킬로 양팔의 이두와 삼두, 그리고 가슴과 상체 복근의 근육에 모든 힘을 보낸다!
불끈! 불끈!
“오오오오!”
오크 잼민이들이 보디빌딩에 대해 알 리는 없지만. 남자의 본능이 알려줄 것이다.
우월하게 부풀고 갈라진 나의 이두근, 삼두근, 대흉근과 복직근을 보고 느껴지는 동경심을! 경이로움을!
“로헨 멋지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우르, 푸크, 카카의 경외심이 당신을 향합니다] [카리스마 수치 증가] [퀘스트 완료] [퀘스트 보상 : ‘매력’ 능력치 해금]근태창을 확인해 보니,
[기본 정보]이름 : 로헨 코르막
종족 : 하프오크
체력 : 82/100
[근육 발달도]-골격근 : 25%(11%)
-체지방 : 5%(31%)
-목 : C-(15%)
-가슴 : C(6%)
-왼팔 : C(11%)
-오른팔 : C(9%)
-복부 : D+(33%)
-왼다리 : C(32%)
-오른다리 : C(35%)
-엉덩이 : C(35%)
[운동 능력]-최대 근력 : D+
-순발력 : C
-지구력 : C-
[특수능력치]-카리스마 : E+(9%)
-매력 : E-(13%)
[스킬]-근육 조작 : E
새롭게 스킬창, 특수능력 창과 카리스마 스탯이 열렸다.
‘허허, 아주 장마철 버섯 마냥 쑤욱쑥욱 근육이 느는군.’
엄청난 성장세와, 날 보고 환호하는 세 오크 잼민이들의 환호에 나는 더욱 아름다운 근육을 선보이고 싶었지만,
꼬르르륵!
[상태이상 : 배고픔, 영양부족, 체지방 부족.]‘아, 그렇지.’
[체지방 부족과 영양부족으로 인하여 성장이 정지합니다.]젠장, 그렇지. 아직은 체지방률을 낮춰선 안 되는 이유다.
이 몸은 아직 어린 성장기. 체지방도 성장에 필요하다. 지나치게 낮은 체지방은 성장을 방해할 뿐이다.
‘어른들이 말하듯이, 뭐든 가리지 말고 잘 먹어야 할 때란 말이지.’
“자, 그럼 우르, 카카, 푸크. 내가 시키는 걸 잘 들어.”
“알았다!”
“응!”
[카리스마 효과 발동.] [우르, 카카, 푸크가 당신의 명령을 잘 듣는다.]‘효과 확실하구만?’
“좋아, 일단 잡아 온 고기들을 해체하자. 푸크, 카카. 그 세 마리 늑대들도 가져왔지?”
“응. 근데 벌써 안 좋은 냄새 난다!”
“늑대고기는 먹는 게 아니라고 배웠다!”
쳇, 벌써 상했나. 됐어, 어차피 놈들 고기를 먹을 생각은 안했으니.
“전부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발라놔. 그 전에 목에 칼집을 내서 거꾸로 매달아 몸뚱이의 피를 전부 빼야 돼.”
“응!”
“일단 저 늑대 놈부터 먼저 가죽을 벗겨 줘.”
카카는 내게 받은 조그만 칼로 늑대의 사체 가죽을 가르기 시작했다.
“머리까지 끝까지 벗겨. 그리고 놈들의 대가리 뼈만 남겨놔.”
“아, 알았다!”
“우르, 푸크. 너희는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 토끼 고기는 냄비에다 넣고 콩하고 물을 넣어서 끓여.”
난 자세하게 녀석들이 할 일을 일러준다.
“보리는 안에 있는 저 방망이로, 이렇게!”
뻑!
보리는 아지트 안에 있던 절굿공이로 절구에 넣어 빻아 가루를 내고 겨를 벗겨내는 법을 알려주었다.
“이렇게 가루를 내고 물을 가볍게 섞어서 반죽을 내고, 이걸 타고 남은 재에다 넣어서 구워내면 돼.”
서바이벌 다큐멘터리, 영화, 뷰튜브 같은 데서 옛날 생존술을 봐온 덕을 보는군.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응! 우르, 할 수 있다!”
셋 중 제일 근육 발달이 좋은 우르가 자신 있게 절굿공이를 받아 들었다.
자 그럼 녀석들에게 할 일은 모두 시켜 놨으니까.
“그럼 난 잠시 다녀올게.”
“어, 로헨 어디 가나?”
“에이크가 아직 안 돌아오잖아?”
녀석들은 이제야 알아차렸다는 듯 서로를 돌아보았다.
“분명히 쫓기고 있을 테니까, 도와주러 가야지.”
*
“허억! 허억!”
“잡아! 에이크 놈이다!”
“놈이 돼지 뒷다리를 들고 갔어! 잡아!”
에이크는 로헨의 예상대로, 자신이 알고 있는 뒷길을 통해 사냥꾼들이 보관 중이던 돼지 뒷다리를 훔쳐 도망치다 발각되었다.
“으, 으!”
마구 도망쳐서 풀숲에 숨은 에이크는 거친 숨을 애써 억눌렀다.
“흑, 으윽…….”
“풀숲을 뒤져!”
“냄새를 따라가!”
에이크는 쫓긴다는 공포보다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을 편들던 오크들이, 지금은 사냥감을 찾듯 눈이 벌게져서 자신을 쫓고 있으니까.
“흑, 으흑…….”
결국 에이크는 자신의 처지에 서러워져 울음을 터뜨렸다.
“저쪽에 소리가 들린다!”
“으…….”
그 소리에 오크들이 에이크가 숨은 수풀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에이크는 그저 돼지 다리를 끌어안은 채 입만 막을 뿐이었다.
그 때,
“야, 에이크.”
“으헤엑?!”
갑자기 불쑥 로헨이 튀어나와서 에이크는 기겁했다.
“로, 로헨?”
“내 이럴 줄 알았지.”
돼지 뒷다리를 꼭 끌어안으며 울고 있는 에이크를 본 로헨은 피식 웃었다.
“고생했다. 짜식 남자가 돼서 우냐? 남자가 울어야 할 땐 딱 세 가지야.”
“뭐, 뭐?”
“부모가 죽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그리고…… 근손실이 왔을 때뿐! 아니, 눈물 흘리면 더 근손실 난다! 그냥 울지 마라!”
나는 에이크가 가지고 있던 돼지 다리를 뺏어 들었다.
“어?”
“내가 유인하고 있을 테니까 넌 얼른 아지트로 돌아가.”
“하, 하지만-.”
“내가 잡힐 것 같아?”
씩 하고 웃어 보이자 에이크는 날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본다.
[에이크가 당신에게 경외심을 느낀다!]“자, 가!”
“저기다!”
나는 에이크보다 먼저 수풀에서 뛰쳐나와 달려가고, 오크들이 쫓아온다.
‘좋아, 에이크는 반대편으로 잘 달리고 있군.’
나는 준비한 밧줄로 돼지 뒷다리를 몸에 묶었다.
“어디 한번 쫓아와 봐!”
대놓고 도발을 던진 뒤 호다닥 수풀 속으로 튀어가기 시작했다!
“로헨 저 에미 애비 없는 반쪽 새끼가!”
“쫓아!”
“잡으면 고기로 만들어 버려!”
‘아니, 여기서 패드립에 인종차별에 살해 협박. 삼단 콤보라고?’
이 새끼들 제대로 참교육 해 줘야겠는데!
“거의 잡았다!”
지금 내가 크로스핏 특화형 건강한 몸이라 한들, 성인 오크와의 걸음 차이 때문에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진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결초보은이다 새끼들아!”
콰악!
“허억?!”
날 쫓던 성인 오크들이 내가 미리 묶어놓은 풀에 발이 걸려 넘어진다.
조금 어둑해진 저녁 시간이라 알아차릴 수 없었을 거다!
“제기랄, 이런 장난질을!”
하지만 역시 사냥으로 노련한 성인 오크들 몇 명이 결초보은 트랩을 피해 쫓아온다.
하지만 마침 검은 숲이 슬쩍 보일 정도 거리까지 왔다.
‘다음! 작전명, 스킨워커!’
나는 허리에 두른 털가죽을 뒤집어썼다.
“젠장, 로헨 이 빌어먹을 자식이 어디로- 헉?”
크르르르…….
“느, 느느…….”
“늑대다!”
카우우우!
난 좀 전에 벗겨낸 늑대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검은 숲 인근의 어둠 속에서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늑대 가죽의 형상만으로도 이미 착각하기 쉬운데다,
‘근육 조작 스킬이다!’
불끈!
근육 조작 스킬로 등의 근육을 잔뜩 펌핑하여 더욱 늑대의 덩치와 비슷하게 흉내를 내었다.
“으, 으!”
“젠장, 우리 무기가 없어!”
“버려! 로헨 녀석 늑대한테 이미 먹혔을 거다!”
무기 없이는 성인 오크도 늑대를 상대하긴 힘들다.
더군다나 어둑한 데다 검은 숲이 인근이니 몇 마리가 더 있을지 모를 터.
‘자, 얼른 도망가라 도망가.’
“제기랄!”
내 계략대로 성인 오크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휴우.”
좋군, 스킨워커 작전 대성공이다!
크르르르-.
“……!”
그 순간, 내가 흉내 낸 것이 아닌 늑대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윽!”
검은 숲의 너머에서 날 노려보는 빛나는 안광.
놈이다. 날 덮친 하얀 갈기다.
놈이 덮쳐온다면 이번엔 나도 어찌할 방도는 없다.
하지만!
“그래, 어디 한번 덤벼 볼 테면 덤벼봐라.”
나는 오히려 상체의 근육을 극도로 펌핑하여 크게 부풀려 섰다.
그리고 보란 듯 뒤집어쓴 가죽을 앞으로 들어 보인다.
“자신 있으면 덤벼 봐. 너도 똑같은 꼴로 만들어 줄 테니까!”
누가 먹이사슬의 위에 있는지 알려줄 것이다. 당하더라도 쉽게 당해 주진 않을 거다.
‘너와 같이 죽을 각오는 되어 있으니까! 어디 올 수 있으면 와 봐! 하얀 개새끼야!’
크르르르…….
내 허세가 먹혔는지, 아니면 신중하게 기회를 노리는 것인지.
놈은 일단 검은 숲 너머로 물러났다.
“후…….”
긴장이 풀려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주저앉을 시간도 없다.
내겐 먹여 살려야 할 내 근육들과, 내 부하들이 있으니까.
‘저 녀석과는 언젠가, 결판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