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23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22화
“호오, 그럼 자네가?”
쿠웅!
나는 카이란을 데리고 농장에 있는 스타인을 만나러 갔다.
“아아! 스타인이로군요! 오랜만에 봅니다. 저도 한 번밖에 뵙지 못했는데 말이죠.”
“나도 너는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군. 인간들은 다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음머, 음머어 음머!
나는 카이란에게 놈의 말을 번역해 주었다.
“뭐, 이젠 그러려니 합니다. 로헨이 하면 말이 안 되는 것도 말이 되니까요.”
그런 쿨한 태도라니 뭔가 좀 아쉽군. 예전처럼 ‘오오오 대단해!’라고 눈을 반짝이는 게 좀 더 흥이 나는데.
“그렇군, 카이란인가. 너는 다른 수도사와는 사뭇 다른 몸을 하고 있군.”
“그렇습니다.”
펄럭!
카이란은 당당하게 단련된 자신의 몸을 스타인에게 보였다.
“음머어…….”
스타인은 그 모습에 감탄한 듯 소리를 내었다.
카이란의 몸은 잠깐 사이에 눈에 띌 정도로 충만해졌다.
단지 3%의 근성장뿐만 아니라, 그 몸에 깃든 신성력이 어떤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으음, 과연. 잘 단련된 몸이구나. 거기다 신성력이 충만한 몸이야. 비록 몸의 수준은 아직 그에게 미치지는 못하지만…….”
“아.”
스타인의 커다란 손이 카이란의 어깨 위에 턱 올려졌다.
“그렇군. 이제야 나타났는가. 에페소의 진정한 후계자여.”
“……그렇게 말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아직 그 녀석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지만. 더 육질을 키워라.”
“로헨과 똑같은 말을 하시는군요.”
“난 근매스만 키우라고 하진 않는다. 뭐, 더 근력을 키우려면 근매스가 커져야만 하지만.”
“그렇군, 진정한 에페소의 후계자가 하는 말이라면 내가 따라줄 수 있지. 에페소와의 맹약대로 말이야.”
‘이 녀석, 역시나 나하고 얘기할 때 완전 분위기가 다르네.’
과거의 맹약 때문이라곤 하지만, 함께 근육을 맞댄 사이끼리 좀 섭섭하구만.
“당신이 준 우유에서 만들어진 영약 덕분에 제가 일만배를 끝내고 빠르게 몸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아, 내 젖을 치즈 만드는데 이외에 다른 용도가 있다고 하더니, 그런 좋은 걸 만들었군. 그러고보니 에페소도 비슷한 걸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그렇습니까?”
“전사 대 전사로서 경의를 표하는 마음에 우유를 나눠주긴 했지만, 본디 맹약을 맺은 에페소 이외의 말은 절대로 듣지 않지.”
“그렇다면 그 후손인 저를 위해서라면 제공해 줄 수 있으십니까?”
“얼마든지! 하지만 자네들이 필요로 한 정도의 우유를 만들기엔 나나, 나의 동료들의 몸의 부담이 꽤 크다.”
“그, 그렇군요.”
“그래서 그 문제를 내가 해결해 주겠다.”
여기선 이제 내가 나설 차례지.
“첫째, 너희들에게 단백질이 풍부한 식사를 하게 해 주겠다.”
“그 단백질이란 게 고기라고 들었다. 말했지만 우리는 고기를 먹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고기를 즐기는 것도 아니고.”
“괜찮다. 식물성으로도 얼마든지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으니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너희에겐 운동이 필요하다.”
“음머?”
내 말에 스타인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은 나태해졌다. 체지방함량이 30%를 넘어가고 있을 정도지. 이런 건강하지 않은 몸이니 우유를 생산하는 데 몸에 무리가 가는 법이다.”
“으, 음.”
“너희들의 그 나태한 육신을 다시 전사의 것으로 돌려놓고, 그 육신에 채워질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해 주지. 서로가 필요한 것을 채워주자는 말이다.”
나의 말에 스타인은 잠시 생각하다, 문득 카이란을 보았다.
“저도 그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해 보고 추이를 보며 추후를 결정해 봐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하긴, 우리 종족들이 너무 나태해져 있긴 하지. 에페소와 같은 소릴 하는군 너희 둘.”
“정말로 에페소가 있었다면 우리와 잘 맞았을 텐데.”
“저도 요즘 동감하는 바입니다.”
음! 머!머!머!머!
스타인은 우리 둘의 주고받는 말에 소처럼 웃었다.
“좋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음머어어!
길고 우렁찬 소리와 함께, 스타인은 나와 카이란과 악수를 나누었다.
“자아, 그럼 운동을 시작해 보자고. 가르쳐주겠다.”
“허, 정말 눈 돌아가게 빠르군.”
“머뭇거릴 틈이 없는 법이다! 근육은 머뭇거리는 자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역시 내가 인정한 전사로군. 좋다, 덤벼라! 어떤 무거운 것을 들면 되는가? 아니면 피가 튀고 주먹이 오고가는 스파링을-.”
“뭐어, 천천히 설명해 줄 테니까 너희 애들이나 모아봐.”
“후후, 새삼 나의 뿔이 근질거려오는군! 자아, 모두 모여라!”
음머어어어-!!
두두두두!
그의 긴 울음 소리에 수많은 워킹-젖소들이 우르르 달려갔다.
농부들은 여전히 그 적응 안 되는 광경에 끙 식은땀을 흘렸다.
음머어어-! 음머어어!
“자, 무엇을 시킬 생각이냐! 우리 타우러스들의 전사의 피를 다시 끓어오르게 만들 무엇을!”
“자 회원님들, 여기 보시고요.”
“……응?”
무리와 당당히 선 스타인은 그들의 앞에서 몸매가 드러난 옷을 입고 박수를 치는 세일럼을 보고 벙쪘다.
“인간 여자?”
“자, 여러분 자리에 있는 돗자리 하나씩 깔고요, 지금부터 제가 하시는 동작을 하나씩 따라하시면 됩니다!”
“뭐라……?”
“이건 필라테스라고 해서! 여러분들의 굳은 몸을 다시 펼치고 늘려서 부드럽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원래 오랫동안 운동을 하지 않은 몸은 굳고 유연성이 떨어져있다.
이런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근육 염좌, 근육파열, 관절과 인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래 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보다 원래 운동을 했기에 몸에 힘을 내는 요령을 아는 사람이 오히려 더 부상을 입기 쉽다.
그러니 그들을 제대로 된 운동을 시키기 전, 육질……아니아니, 근육을 유연하게 풀어줘야만 하고,
거기에 최적화된 게 세일럼이 하는 ‘필라테스’인 것이다.
“세일럼의 말 대로 해라! 이것도 다 재활 운동의 일부인 것이다!”
“어…… 음…….”
“얘기 들으셨죠! 자아, 그럼 첫 동작으로 이렇게 앉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손끝을 바닥에 대세요!”
으, 음머어어…….
그녀가 말하며 하는 동작을 타우러스들은 어설프게 했다.
아무래도 사족보행인지라 진짜 소들 보단 유연하긴 해도 짤막한 팔다리로 열심히 인간의 동작을 따라하는 것이,
으, 음머어어!
움머어어!
본인들은 정말 열심히 하는 거지만 보는 입장에선 좀…… 웃기다. 겁나 웃기다.
“좋아요. 이번에는 한쪽 다리는 세우고, 반대쪽 다리는 손으로 잡고 당깁니다!”
우, 움머어어어!
“이, 이건 무슨 고문인 거냐! 끄아아악 내 육질! 찢겨나간다……!”
당연하지만 오랜 나태한 생활에 찌든 그들의 몸은 상당히 굳어있었다.
……애초에 소에 가까운 신체 구조로 인간의 필라테스 동작을 따라하려니 어쩔 수 없는 면도 있긴 하지만.
‘힘내라 스타인. 이것도 다 필요한 일인 거다.’
마음 속으로 격려하며 나는 나머지 인원을 돌아보았다.
“자아, 그럼 어디 농사를 시작해 보자고.”
“농사로군요.”
“아드소에게 얘기를 들었다. 수도원 전용으로 각종 잡곡을 키우는 농장이 있다고.”
“네에, 그렇긴 합니다만…… 아마 아드소 수도사가 그 농장의 상태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
“그럼에도, 가실 거군요.”
“필요하다. 단백질을 필요로 하는 자가 있다면, 나는 언제든 싸울 각오가 되어 있다.”
“예. 저로서도 에페소 님의 동료를 돕는 일에 한몸 바쳐 나설 것입니다.”
“그렇다면, 머뭇거릴 틈은 없다! 가자!”
“오우!”
“우, 우리 농사 지으러 가는 건가요?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니, 프로테나.”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의 그녀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
“우린 사냥을 하러 갈 것이다.”
*
우리는 카이란의 인도에 따라 바남시 성 외곽지역의 북동쪽 숲과 인접해있는 드넓은 농장지대다.
“원래는 화전민이 개척한 땅인데, 에페소 수도원에서 화전민들을 바남에 정착시키고 그 땅을 수도원 소유 농장으로 삼았습니다. 최근 까지도 화전민의 후손들이 수도원의 지원을 받고 농장을 잘 운영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리고 우리의 앞에 넓은 농장이 나타났다. 주로 밭작물들을 키우는 밭 농장이었다.
“으음…….”
“허어.”
그걸 본 모두가 일제히 탄식했다.
“이건, 인간이 가꾸는 밭이 아닌데?”
“마치 우리 예전 아지트에 있던 버려진 밭 같다.”
“콩, 땅콩, 아스파라거스…… 빽빽하게 심어져 있는데, 관리가 안 돼서 서로가 악다구니를 쓰며 땅의 영양을 뺏으려 하고 있어요. 대지의 정령과 식물의 정령이 괴로워하고 있을 정도예요.”
끼에에엑!
꾸익! 꾸익!
그런 을씨년스런 풍경 속에서 고라니와 멧돼지가 어슬렁거리며 마구 자란 작물들을 뜯어먹고 있었다.
“예, 사실상 버려진 밭이 맞습니다.”
카이란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제가 정식 사제가 되어 바남을 떠나고 난 직후부터 바남 인근 숲에서 마수들이 출몰하여서 도저히 농사를 지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마수라. 인간의 도시 인근에선 잘 등장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
“그것도 이젠 옛말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이곳에 와서 수도사들의 말을 듣고 나서야 알게 되었으니까요.”
“바남의 주둔군은? 경비들은? 그들이 마수를 처리해야 하지 않나?”
“그쪽은 그쪽대로 사정이 좀 있나봅니다.”
“지역민을 지키지 못하는 군인들에 무슨 사정이 있는 건지.”
나는 조소하며 밭으로 나아갔다.
끼아악!
부히익!
나의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 만으로도 이젠 고라니나 멧돼지 정도는 겁에 질려 도망친다.
“자아, 개간을 시작하자!”
“오우!”
일단 우리들만으로 버려진 밭 개간을 시작한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수도사들을 데려와서 개간을 시킬 것이다.
그럼에도 일단 우리 소수의 일행만이 와서 밭을 개간하려고 하는 이유가 있다.
“우오오오! 라잇 웨잇!”
“잡초! 조진다! 갈아엎는다!”
“가지치기를 해야 할 거 같은데요. 어떻게 하면 되죠? 프로테나?”
“네, 제가 가르쳐 드릴게요! 정령이시여, 노여워하지 마세요! 안 그러면 물리적으로 구겨드릴 거에요~.”
“다들 단련도 좋지만 일단 도구를 쓰시죠. 쇠스랑 정돈 가져 왔으니까요.”
다들 피지컬이 꽤 좋아져서 이 정도 잡역은 꽤 빠르게 해치워나갔다. 사실 이 정도면 며칠만 있어도 우리가 밭 정리는 다 해놓겠다.
“흠. 콩이 여러종류로군.”
섭취분석을 해 보니 콩의 단백질 함량이 부족 아지트나 로아노르의 콩들보다 훨씬 더 좋았다.
이 정도 양질의 식물성 단백질을 품은 콩이라, 그렇다면 ‘그것’도 해 볼수 있겠군.
키아아아악-!!
“웃!”
“이 소리는!”
모두가 소리를 듣고 일하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크르르르르-.
숲 속에서 촉수가 펄떡이고 있는 늑대, 갑각을 두른 멧돼지, 그리고 커다란 앞발톱을 가진 곰과 날카로운 엄니를 가진 날개 비슷한게 달린 표범.
“허이구, 하나같이 면면이 참 더럽게 생겼군.”
마수들이 숲 너머에서 나타났다.
“저 놈들이 농사를 방해하는 그 놈들이라 이거지?”
“감히 우리의 소중한 단백질 획득을 방해하는 놈들이냐!”
“삿된 것에 홀려서 일그러진 불쌍한 영혼들이죠.”
“그리고 나에겐 소중한 영양분 공급원이다!”
키아아악!
가장 먼저 덤벼든 것은 날개 비슷한 게 달린 흑표범이었다.
푸드덕!
녀석은 높게 도약하고는.
나를 향해 빠르게 날아들었다.
캬아아악!
본능적으로 내가 제일 강한 녀석이라고 판단한 듯 보였다.
날카로운 단검 같은 녀석의 엄니가 번뜩였다.
콰악!
키악?
“지금까지 나에게 이빨을 들이민 녀석들 중에서.”
콰악!
케켁!
“살아남은 놈은 없다!”
나는 놈의 이빨을 오른손으로 붙잡고, 목울대를 왼손으로 움켜쥐었다.
“라잇 웨잇!”
콰앙! 쾅! 쾅! 부웅-콰앙!
그렇게 놈을 붙잡은 뒤 마구 땅바닥에 패대기쳤다. 빨래나 마대자루를 패대기 치듯.
케, 케엑-.
크허엉……?
순식간에 마수 한 마리를 ‘였던 것’으로 만들어버린 로헨의 모습에 달려들던 마수가 순간 멈춰 섰다.
“자아, 로헨 무리!”
오우!
“우리의 단백질 획득을 방해하는 저 놈들을 박살내버려라!”
[스킬 : 전쟁 함성 발동] [적이 당신에게 두려움을 느낍니다.]마수들이 우리를 두려워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