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31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30화
이 세상에 와서 나는 단 한번도, 근육으로 비교당해본 적이 없다.
전생의 나는 언제나 타인과 근육을 비교당하고, 깎여 내려졌다.
근매스가 부족하다, 벌크업이 덜 되었다, 하체가 약하다, 광배가 약하다, 커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나는 그게 너무도 싫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계속해서 비교당하던 것이 나를 이 악물고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했다.
덕분에 이 세계에서, 이 정도로 근육을 키운 뒤로는 나는 단 한번도 근육을 비교당해본 적이 없다.
모두가 나를 경이롭게 바라보고, 두려워하며, 찬양했다.
그 생활이 너무도 오래 되었다. 그리고 너무 익숙해졌다.
“……지금.”
그래서, 지금 듣게 된 이 어이없는 말에 잠시 할 말을 잃어버린 거다.
“내 근육을, 네놈과 비교한 것인가?”
“근육을 키울 줄 아는 것이 오직 너뿐만이라 생각하며 자만하지 마라. 흐음!”
철컥!
그러더니 그는 자신의 갑옷을 스스로 벗기 시작했다.
철컥, 스륵! 쿠웅! 철컹!
오오오오!
그의 갑옷이 벗겨지고, 땅에 떨어졌다.
얇은 셔츠 한 장만 입은 그의 상체가 드러났다.
굳이 근심안으로 살펴보지 않아도 그 셔츠 너머의 근육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근매스다.
“으음…….”
“네놈이 보아온 그 어떤 인간보다 강인한 몸이지 않나!”
‘확실히 지금까지 만난 어떤 인간보다 큰 근매스를 가지긴 했다.’
“자아, 나의 몸을 보아라!”
“오오오! 시작되었다!”
그는 별안간 자신의 셔츠 옷자락을 양 손으로 붙잡고, 잡아당겼다.
찌지지직!
‘어우, 그런 거 하기냐.’
그런 건 옛날 대충 망한 세계를 권법으로 평정하는 내용의 만화에서나 나오던 건데 말이야.
파앗!
“나왔다!”
“그렉 부대장님의 ‘몸 자랑’ 이다앗!”
상의를 모두 벗어 던진 그렉이란 자는 양 팔을 들어 보이며 자신의 상체 근육을 과시해 보였다.
그러니까, 꽤나 저열한 수준의 보디빌딩 흉내를 내고 있단 거다.
“크으, 엄청난 근육이야!”
“저것이 바로 말이 끌어야 움직이는 거대한 돌도 밀수 있다는 바로 그 그렉 대장!”
‘흐음, 그럭저럭 괜찮은 근육인 것 같군.’
역시 싸우는 자의 몸이라 그런지 지방 커팅은 별로 되어 있지 않지만 워낙 근육의 형태가 좋아서 둔해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진짜로 전쟁터에서 싸우는 병사의 몸이라고 볼만한 형태다.
‘나쁘지 않은데?’
근심안으로 보니 이론상으론 삼대 700 정도는 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웨이트나 리프팅에 특화된 훈련을 한 근육은 아니다. 그럼에도 삼대 700을 칠 정도의 근육이라면 상당한 재능러다.
비교 대상이 나나, 대놓고 근수저 스탯이 박힌 프로테나가 아니라면 근수저 타이틀을 가져도 될 정도다.
“근육을 보인다면, 이쪽도 근육으로 답하는게 인지상정!”
불끈!
[스킬 : 근육 조작] [상체 근육 최대 펌핑, 컷팅 강조]근력을 내는데 쓰던 근육 조작을 간만에 보디빌딩용으로 사용했다.
“오오옷!”
“로헨의 근육이, 엄청나게 갈라진다!”
“저런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당연하지, 이런 오직 ‘보여주기’용 근육 조작은 진심으로 내보인 적은 없으니까.
근육은 내가 아는 한 가장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형태로 펌핑되고, 결이 갈라졌다.
뿌드드득-
빠직! 파앙!
그리고 한동안 내 몸을 감싸고 있던 가죽 벨트가 결국 작별을 고했다. 고생했다.
[스킬 : 포징의 효과가 근육조작 : ‘보디빌딩’과의 시너지 효과로 증폭됩니다.]“허어어억!”
근태창이 알려준 대로, 나를 보던 모두가 일제히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뭐, 뭐야 저 근육은!”
“엄청나다!”
“오거도 트롤도 저 정도 근육 크기는 아니었어!”
“마치 퀴러시어 말 같은 근육이야! 아니 그 이상!”
“이, 이런 말 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뭔가, 아, 아……!”
“아름답다!!”
그곳에 있는 모두가,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한 목소리로 외친 모두가 자신의 말에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째서 남자의 근육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가.
지금 자신의 가슴을 울리는 이 고동은 무엇이란 말인가!
모두가 처음 느끼는 그 감각에 혼란에 빠졌다.
“으, 으음…….”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렉은 그 감각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그 충격에서 벗어나는것도 빨랐다.
“대단한 근육이로군!”
처억!
그러며 그는 나를 향해 다가서서 사이드 체스트를 취해 보였다.
“당연하지! 흐음!”
그러며 나는 등을 돌리고 양팔을 들어 올린 포즈로 응수했다.
“우웃……!”
그렉 또한 역력히 로헨의 근육에 자신의 근육이 밀리는 것을 알았다.
그 패배감보다도, 로헨의 근육에 매료당했다.
“너의 근육에 비하면 나의 근육은 그 크기도, 아름다움도 빛이 바래는군.”
“그런 너의 근육도 만만치 않다. 적어도 내가 본 그 어떤 인간들보다도 뛰어난 근육을 가지고 있다. 자신을 가져라.”
“허, 오크에게 근육을 칭찬받기는 또 처음이군.”
쓴웃음을 짓던 그는 나에게 손을 척 내밀었다.
“네놈과는 적이 아닌 친구가 되고 싶군. 서로 근육의 아름다움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니 말이다.”
“으음.”
나는 그 손을 맞잡으려 했다. 그의 말대로, 이 세계에서 처음 본 근육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인간이니까.
이해자를 만나는 건 내게도 기쁜 일이니까.
‘이 녀석이면 제법 대화가 잘 통할 것 같은데?’
“…….”
그러다 문득 뭔가 석연찮은 것이 있어서 나는 뻗던 손을 머뭇거렸다.
뭐지, 이 알 수 없는 꺼림칙함은?
“저 수염도, 근육도 없는 드워프 같은 녀석 같은 약한 자들은 절대로 이해못하겠지. 그러니 우리 같은 강자들이 그들을 지배하는 것이다.”
“……뭐?”
그 순간, 나는 내가 느낀 꺼림칙함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근심안이 상대의 근육에서 심리를 분석하기 시작합니다.]이 녀석에게 철철 흘러넘치는, 그릇된 오만함과 멸시였다.
“여기서 우리가 굳이 충돌해서 남좋은 일을 시켜줄 필요가 있겠나. 여기선 적당히 협력하도록 하지. 어차피 우리로서도 굳이 저 보탄이란 녀석이 꼭 필요한건 아니거든.”
“뭣……?”
“우리와 협력하고 있는 드워프는 저 녀석만이 아냐. 보탄은 부려먹기 편해서 쓴 거지. 기형인 드워프로 외톨이 신세라 조금만 추켜세워주거나, 일좀 해달라고 하면 좋아라 해 주거든!”
“너, 너어…….”
그 말을 들은 보탄은 순간 얼굴이 붉어지며 부들거렸다.
당연히, 자신을 그저 써먹기 편한 ‘호구’로 말하고 있는데 화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차피 그 녀석보다 다른 드워프에게 시키면 더 생산성이 좋거든! 우린 필요 없으니까 그 녀석은 너희가 가지든 맘대로 하게!”
“으, 윽…….”
“대신 우리는 기존에 생산된 물건들이랑 가져갈 수 있는 시설들은 가져가도록 하지. 그거로 합의가 되겠나?”
“…….”
마치 선심스듯 두 손을 벌려 말하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나는 보탄을 보았다.
“내, 내가…… 그래도 너희에게 필요한걸 그렇게 열심히 만들어 줬는데…….”
좀 전에도 순간 어정쩡한 반응을 보였을 정도로, 비록 강제로 착취당한 입장이었다만.
보탄 본인은 진심으로 자신에게 일을 맡겨준 검은 사자 용병단에 고마움과 책임감을 함께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순수함이 배신당한 충격에 그는 새빨개진 얼굴로 눈물을 그렁거렸다.
……불쾌하다. 아주 불쾌해.
“똑같이 근육을 이해하고 있다고?”
“음?”
나는 나지막하게, 아직도 내게 손을 내밀고 있는 놈에게 말했다.
“아니, 너는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진짜 근육을 키운 자가 갖춰야 할 마음가짐을 말이다.”
“무슨 소릴 하는 건가.”
“근육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누구나 근육을 키울 수 있고, 근육을 키워 강해진 신체와 체력을 통해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저벅, 저벅.
나는 놈에게 한층 더 가까이 걸어갔다.
“근육 그 자체를 사랑하는 자라면, 근육을 가지지 못한 자들을 도와 근육을 가지게 도와줘야 한다. 근육은 겸손함과 자기 절제로 만들어지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터억!
나는 놈의 내민 손을 맞잡았다.
“근육을 가진 자는, 약자를 멸시하고 괴롭히며 착취하지 말아야 한다.”
우득!
“으, 윽……!”
나의 악력이 놈의 손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네놈은, 근육을 이해하고 있지 않다! 그런 근육은, 아름답지 않아! 네놈은!”
콰아!
“크악!”
나는 놈의 손을 붙잡고, 들어올렸다.
“근육을! 모욕했다!!”
“헉-.”
부웅- 콰아앙!!
나는 놈의 손을 잡고 빨랫감처럼 휘둘러 땅에 메다 꽂았다.
“크허억!”
조금 무겁긴 했지만, 지금의 나는 이 정도의 덩치도 한 손으로 잡고 휘둘러 내려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오크가…… 크흑! 그런 약한 소릴 하다니!”
“으읏?”
콰악!
아직 내가 잡고 있는 그렉의 손이 나의 손을 강하게 움켜잡는다.
“크윽!”
“나를 내던진…… 그 힘은 강하구나 오크! 하지만……!”
놈의 악력은 예상 이상으로 강했다. 나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보다 근육이 부족한 자의 악력이 나에 비견될 정도라니!
“네놈은 모른다! 약자를 짓밟고 잡고 강해지는 투쟁을!”
화악!
“우웃!”
“그 투쟁의 현장에서 살아온 자의 싸움을 알려주지!”
뻐어억!
놈은 내 손을 붙잡고 벌떡 일어나 빠르게 내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윽……!”
상당한 충격. 나도 코에서 코피가 났다. 맨주먹으로 나에게 이런 타격을 주다니!
지금까지 맞아본 그 어떤 주먹 타격보다도 강렬한 일격이었다.
“로, 로헨이!”
“인간의 주먹을 맞고 코피를!”
‘그렇군, 녀석은 전투에 필요한 힘을 내는데 특화된 녀석이다!’
역시나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전투로 단련된 근육 답다!
“네놈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투쟁으로 다져진 나의 전투력에 무사하진 못할거다!”
퍼버버벅!
“크헉!”
놈의 주먹은 내 두터운 근육을 뚫고 내장에까지 유의미한 타격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싸워온 그 누구와도 다른, 베테랑의 주먹질이다!
“로헨이…….”
“미, 밀리고 있다?”
로헨이 순간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인간이 내지르는 주먹을 속수무책으로 맞고 있다.
그것은 카카와 에이크도 처음 보는 일이었다.
“저것이…… 검은 사자 용병단의 부단장을 하는 자의 힘이란 말인가!”
그래, 확실히 나보다 약한 근육을 가진 자가 하는 공격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거다!
좀 아프고, 때문에 좀 놀라긴 했지만!
“소용없다.”
“뭣……?”
“네놈은 결국, 근육도, 힘도 턱없이 모자라다!”
“으윽!”
터억!
나는 날아드는 놈의 주먹을 왼손으로 붙잡았다.
“하앗!”
그러자 그렉은 곧바로 뻗은 내 왼팔의 관절을 노리며 주먹으로 내려치려 했다.
빠아악!
“윽!”
하지만 난 관절 주변 근육에 힘을 줘서 관절을 단단히 보호했다.
어설픈 관절 공격따위, 내게 통하지 않는다!
“쿠오오옷!”
퍼버버벅!
“크허억!”
놈의 몸통과 얼굴에 주먹을 연타를 날렸다. 받은 공격을 그대로 돌려준다!
“커허억! 허억!”
내가 아무리 전투에 익숙한 자들에 비해 맨손 격투가 익숙하지 않더라도!
“그정도 근육으로는 내가 내는 힘을 견딜 순 없을 거다!”
“크아아악!”
퍼벅!
“크억!”
놈이 방어를 하려고 해도 내 주먹질엔 막는 부위가 고통스러울 터다.
퍼억! 퍽! 퍼억 뻐억!
그때부터 로헨은 일방적으로 마구 주먹을 날려 두들겨패기 시작했고,
그렉은 그 공격을 받아치거나 막는 것에 급급했다.
“그저 동네 시정잡배의 주먹질에 불과하긴 하지만…….”
“저렇게 엄청난 힘으로 때려 박아서야…….”
기술조차 넘는 압도적인 힘에서 나오는 우격다짐으로 베테랑을 압도하는 로헨의 모습에 하켄도, 스벤도 모두 멍해졌다.
“크오오오! 라잇 웨잇!”
“허어억!”
방어 자세를 취하는 놈을 계속 때려봐야 내 손만 아프다! 유산소로 근손실만 온다!
그렇다면, 리프팅!
콰악!
“베이베에!!”
“으, 으아아아!”
나는 놈을 꽉 끌어안은 뒤 들어올렸다. 놈은 방어 자세 그대로 꼼짝하지 못했고
부웅!
그대로 지면을 향해 파워밤을 시전했다.
“커허억!”
그렉은 지면에 내동댕이 쳐진 뒤에 충격에 펄떡거렸다.
“크허억! 이, 이 자식!”
하지만 곧장 벌떡 일어났다.
‘제법이군.’
분명 충격이 꽤 클텐데도 역시 근육으로 어느정도 상쇄한 건가. 이런 녀석은 또 처음이다.
“로헨의 내던지기를 당하고도 일어날 수 있다니.”
“저 인간, 제법이다?”
카카와 에이크도 인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녀석은 역력히 충격의 여파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었다.
좀 전의 여유와 오만 따위 보이지 않는다.
“부, 부단장님!”
“저 오크 놈들이!”
‘놈들은…… 수비군단 놈들 보다 더 위험한 놈들이다……!’
그렉은 고통 속에서 그렇게 판단했다.
‘단장님은 일단 지켜보라고 했지만…… 여기서 놈들을 그냥 보낼 순…… 없어!’
슥!
그렉은 왼손을 들어올렸다.
그것을 본 용병단원들 모두 흠칫 하며 전투태세를 가다듬었다.
그것은 미리 숨겨 놓은 궁병들에게 사격을 명하는 제스쳐였다.
“로헨……!”
그것을 알고 있는 하켄이 급히 로헨을 찾았다.
하지만,
“흥.”
로헨은,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