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32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31화
“……!”
황금모루 대장간 주변의 나무, 건물 지붕, 담벼락 위에 석궁을 든 궁수들이 있었다.
그들은 검은 사자 용병단의 석궁병들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잠복하고 있었다.
명령이 떨어지면 적을 저격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다.
‘신호다!’
처억!
그렉이 왼손을 들어 보이자 그들은 일제히 장전된 석궁을 들었다.
로헨과 세 오크들, 그리고 하켄과 스벤에게 조준이 향했다.
그들이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볼트가 그들의 머리로 날아갈 것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픠유우우-!
“어? 으악!”
퍼억! 콰직! 콰악!
석궁병들의 석궁에 웬 화살이 정확하게 꽂혀 석궁을 부서뜨렸다.
석궁병들은 모두 깜짝 놀라 석궁을 내던졌다.
“움직이지 않는 게 좋아요, 귀 짧은 인간들.”
휘오오!
휘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프로테나가 자신과 가까이 있는 두 석궁병들을 향해 화살을 겨누었다.
그녀가 쏜 강궁 화살이 바람의 정령의 유도에 따라 화살을 맞춘 것이다.
‘휴우, 이게 진짜로 되네 이제?’
숨어 있을 원거리 병사들을 막는 역할을 로헨으로부터 받았을 땐 어떠려나 걱정했던 프로테나였다.
하지만 이젠 능숙하게 바람의 정령의 힘을 빌려 빠르고 강하고 정확하게 화살을 쏠 수 있게 된 것을 자각했다.
“후후…… 그래 제대로 화살을 쏠 줄도 모르는 귀 짧은 것들관 다르단 말이지…….”
그 솟구친 자존감이 그녀를 잠시 귀쟁이 모드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금방 로헨에 의해 잠재워질 운명이지만.
“엘프가 숨어 있었나! 산에나 틀어박혀 있을 것이!”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나머지 세 석궁병들은 빠르게 예비로 등에 차고 있던 숏보우를 꺼내 들었다.
“거기까지.”
“허억…….”
“끄악! 내 팔!”
“뭐, 뭐야 이 힘은…… 끄아악!”
갑자기 나타난 스카, 카토, 토치가 그들의 목에 단검을 들이대거나, 팔을 꺾이거나, 짓눌러 제압했다.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다, 인간.”
단검을 목에 댄 스카의 음산한 말에 궁수는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그런 사정을 그렉이 알아차릴 리는 없었다.
“뭐, 뭐야…… 왜 석궁이…….”
“내가 단순히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무식한 오크라 생각하지 마라.”
정정당당한 일기토라면 모를까,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는 ‘전투’에서까지 생각없이 싸우진 않는다.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하고, 상대가 시도할 방법을 모조리 봉쇄해놓고, 나머지를 내 힘으로 쳐부순다!
이것이 내 전투방식이다!
‘제기랄, 이젠 정말로 정면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가?’
이미 자신이 먼저 싸움을 걸어온 이상 적이 자신을 그냥 보내줄 리도 없다.
그렇다고 저 압도적인 힘을 가진 오크들과, 석궁병들을 모조리 제압한 자들을 상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게다가 실력은 떨어질지 몰라도, 바남의 수비군인 은빛 방패 군단을 완전히 적으로 돌리는 건 재난이나 다름없는 일.
‘어떻게든 저 오크나 하켄 대장에게 중상을 입혀서 물러나게 만드는 수밖에 없나…… 젠장, 단장이 날 죽이려 들겠군!’
애초에 정말로 무력충돌까지 벌일 생각은 없었던 그렉은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훗.”
나는 근심안으로 놈의 심리를 알아차렸다.
애초에 만신창이가 되어 덜덜 떠는 모습만 봐도 심리를 알 수 있지만.
“아까도 말했지만, 쓸데없이 싸움을 벌여서 무익한 피를 흘릴 필욘 없다.”
“뭣……?”
“이렇게 하지. 이 대장간에서 생산된 물품들은 전부 너희가 가져가라. 대신 보탄과 이 대장간, 그리고 시설은 우리가 갖는다.”
내 말에 놈은 순간 숨을 삼켰다.
“그거라면 너희의 원래 목적에도 부합하고, 어느 쪽도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크, 윽…….”
원래라면 대장간의 가져갈 수 있는 시설 일부도 가져가려고 했지만,
‘저 녀석들과 정면으로 싸우게 됐을 때의 피해를 생각하면…… 그 정도 손해는…….’
‘그래, 냉정하게 머리를 굴려라.’
안 그래도 피 좀 터졌으니 피도 빠져서 머리도 차가워졌을 거 아냐.
생각해보니 나도 코피가 나고 있었군. 흥 하고 코를 풀며 슥 닦았다.
“……그래, 우리 둘의 피만 흘리는 것으로 끝내지.”
마지막 자존심을 그러모아 최대한 허세를 부리며 그렉은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로헨, 우리라면 저 녀석들 박살 낼 수 있지 않나?”
“할 수 있지. 하지만 우리도 피해를 입게될거다. 게다가.”
나는 하켄 대장을 곁눈질했다.
“바남의 군대와 용병단이 충돌하게 되면 시끄럽다. 그러면 여러모로 귀찮아지기도 한다.”
“흐음…….”
“어느 쪽이건 인간 놈들 다 박살내면 그만 아니야?”
에이크는 호전적으로 말하지만 일단 나의 말이니 수긍한 듯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상황을 따라오지 못해 멍한 표정을 지은 보탄을 보며 말했다.
내 시선을 느낀 듯 보탄은 흠칫 나를 보았다.
“여기서 우리가 전면전으로 붙어봐라. 저 대장간이 무사하겠나?”
“아…….”
“말하지 않았나 보탄. 네가 마음 놓고 너의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로, 로헨…… 그대…….”
보탄은 울컥한 듯 또 울려고 했다. 야야, 안 그래도 곱상하게 생긴 드워프가 자꾸 그러지 마라. 맘 아프게.
“내 결정에 이의가 있는가? 하켄?”
“아니…… 없네. 오히려 다행이지. 나는 자네가 저들과 싸우려 들 거라 생각해서 긴장했네.”
“다들 나를 왜 그렇게 싸움에 미쳐있을거라 생각하는 건가?”
“그게 오크들의 본능이기 때문이지. 강한 자와 싸워서 이기고자 하는 것이 그대들의 본능이니까.”
“본능…….”
하긴, 이번 싸움도 결과적으로 내가 먼저 걸어버린 거였지.
“이번 건도 결국 자네가 먼저 싸움을 건 게 되지 않았나. 그런 오크의 본능이 결국 과거 오크 제국이 우리 인류 제국에 멸망하게 된 원인이 되기도 했다.”
“흐음…….”
나를 바라보는 나머지 인간들의 눈엔 숨길 수 없는 경계심이 있었다.
“그런 본능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군. 나도 강한 자와 싸워보고 싶다는 충동을 점점 참기 어려워져서.”
그렉이란 녀석도 오히려 약했다면 내가 그냥 윽박지르는 것으로 끝냈을 것을, 싸움으로 이어졌다.
‘오크로서의 전투 본능에 사로잡혀 있었던가.’
게다가 나는 어느샌가, 강자만이 상대할 만한 자이며, 약자는 상대할 가치도 없는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
‘하마터면 그의 근육과, 근육에 대한 관심도로 그를 호의적으로 보았다.’
나는 이 세계에 와서, 지나치게 근육과 강함에 정신이 팔린 건가?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머릿속을 계속 오고 가는 가운데,
“그러나, 자네는 방금 보탄을 두둔했다. 약자를 핍박하는 것이 아닌 강하게 만들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했지. 그것은 그냥 한 말은 아닐 터.”
“그래, 그건 내 진심이다.”
“그렇다면 안심이다.”
그러며 하켄은 훗 웃었다.
“너는 명예를 아는 전사다.”
“……고맙군.”
그 말을 들으니 잠깐 자신에 대해 고민을 했던 것이 쓸데없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 좀 자제하자. 요즘 근육을 너무 사고의 중심으로 두고 있어.’
근육의 유무 그 자체로 상대를 평가하는 건 좀 자제하자.
이건 내 오크로서의 전투 본능을 억누르기 위한 것도 있으니.
‘에이씨, 난 근육을 키우는 걸 좋아하는 거지 근육 페티시즘 같은 게 아니라고!’
*
“오늘은 이만 물러나 주지!”
전형적인 악당의 대사를 날리며 그렉은 용병단을 이끌고 떠났다.
검은 사자 용병단은 별다른 꼬장을 벌이는 일 없이 얌전하게 황금모루 대장간에서 생산된 모든 것을 가지고 떠나갔다.
안에서 일하던 인간 노동자들과, 보관하고 있던 숯과 나무, 그리고 화력을 내기 위한 석탄도.
“오호, 이게 석탄!”
“석탄을 이용하면 더 큰 화력을 내서 더 강한 금속도 녹일 수 있지. 아직 미완성이긴 하지만 특별한 고로에 석탄을 쓰면 우르할콘도 녹일 수 있지.”
“오호오…….”
검은 사자 용병단이 떠난 뒤, 우리는 보탄과 함께 대장간의 상태를 살피러 들어갔다.
다행히 대장간은 용광로나 고로가 꺼진 것 외에는 별다른 손상은 없다.
대신 돈 될만한 건 아주 깨끗하게 싹 가져가 버렸다.
“그래도 망치 같은 도구는 가져가지 않아서 다행이로군.”
보탄은 오히려 텅 빈 대장간이 후련한 듯 보였다.
“고마워 로헨.”
“응?”
보탄은 문득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나를 위해서 그렇게 싸우고, 또 나의 대장간을 생각해줘서. 누군가가 나를 위해 싸워주는…… 그런 경험은 처음이네.”
하지만 보탄은 더는 울지 않고, 의지에 찬 표정으로 날 보았다.
“반드시 그에 보답하겠네! 자네가 원하는 뭐든지 다 해 주지! 우선, 자네의 물건들부터 모두 고쳐주겠네!”
“고맙다. 그게 나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래, 내가 고친 모든 것들이 자네의 몸을 단련시킬 테니!”
그러며 보탄은 조금 새된 허스키 보이스로 껄껄 웃었다.
“인간 일꾼들도 모두 사라졌지만 걱정 마라. 카카와 에이크가 그 몫을 대신 해줄 테니!”
“우오오! 강철의 혼이 끓어오른다!”
“어, 뭐냐. 나도 하는 거냐?”
“지금 당장 남은 철광석이나 재료들로도 그 기구들을 수리하는 건 문제 없네. 하지만 앞으로 다른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거나 한다면…… 재료도, 연료도 모두 다시 공급해야 하네.”
“흐음.”
“지금까지는 용병단이 모든 재료와 연료를 공급해줬지만…….”
하긴 철과 불이 없이는 뭐가 나올수 없지. 게임 속 대장간도 아니고.
“연료로 쓰일 나무나 숯은 우리 군단의 보급에서 어떻게든 유용할 수 있을 걸세. 하지만 철광석이나 석탄 같은 건 우리가 어찌할 방법이 없군.”
“기존의 철광석은 어떻게 공급받았나?”
“바남의 인근의 ‘호스 이어’ 산이 있네. 그곳에 있는 드워프 동포들이 생산한 광석이나 철강을 용병단이 구매해서 공급했네.”
“거기에 보탄 너의 동족이?”
“드워프들이 광산 깊숙한 곳에서 캐낸 고순도의 철광석, 석탄, 그리고 제련해낸 철괴는 최고의 품질이니까.”
“너와 동족인 드워프의 것이라면 직접 구매해도-.”
“그들은 날 동족이라 생각하지 않네. 내 이 모습을 보면 알지 않나.”
“으음…….”
하긴 드워프에게 수염은 자존심이고, 지금 보탄처럼 근육이 별로 없는 얇은 팔다리는 다른 드워프에게 매우 이상하게 보이겠지.
“과거에도 나는 그들에게 거래를 시도했네. 하지만 내 얘기는 절대로 듣지 않지. 동포도 아니고. 드워프란 그런 녀석들이야.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절대 말을 듣지 않지. 그들에게 말을 듣게 만드는 건 딱 둘 뿐이야.”
“뭔가?”
“충분한 힘. 그리고 대장장이로서의 실력.”
“그거라면 문제없겠군.”
나는 씩 웃어 보였다.
“힘이라면 나에게 충분히 있고, 대장장이로서의 실력은 너에게 있으니.”
“너무 과한 기대를 받고 있군.”
보탄도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하지만 보탄, 너도 다시 그들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힘을 되찾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드워프로서의 너를 되찾는 길이다.”
“나도 그럴 수 있다면 그러고 싶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나의 몸은 커지지 않아.”
“이제는 그걸 내가 해결해 주겠다.”
“그, 설마 그 해결책이라는 게, 저 인간들처럼 운동하는 건가?”
“잘 알고 있군!”
“나, 나도 시도는 해 봤네! 하지만 몸이 제대로 불어나지는-.”
“그건 이 로헨 트레이너에게 배우지 않아서이다!”
나는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보탄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 로헨 트레이너의 PT를 받게 되면, 너의 문제는 확실하게 해결된다! 우선은…….”
나는 그의 어깨를 붙잡은 채 수리를 기다리는 머신들을 바라보았다.
“너의 근육을 키워 줄 친구들부터 말끔하게 만들어 줘야겠지.”
*
그리고 며칠 뒤,
“크아아아!”
“좋습니다. 회원님! 계속 미십시오! 앞으로 두 개!”
보탄은 이를 악물고 수리된 레그 프레스 머신을 두 다리로 밀어내고 있었다.
“크아아아악! 내가 고친 물건에 내가 괴롭힘을 당하다니이잇!”
“한탄하고 울부짖어도 레그 프레스는 다리를 펼치지 않으면 끝나지 않습니다 보탄 회원님!”
“크아아아! 바위산의 심장에 대고 네놈을 저주하리라 로헤에엔!!”
“그 저주가 내려지면 봉 무게 늘어납니까! 회원니이임!!”
[보탄 회원이 흥분 상태입니다.] [보탄 회원님의 근육이 성장합니다.] [보탄 회원님의 성장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보탄 회원님의 남성 호르몬 분비가 200% 증가합니다]그래, 웨이트야 말로 보탄의 문제를 해결하는 최고의 해결책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