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33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32화
“네가 지금 다른 드워프들과 달리 근육도 붙지 않고 수염도 나지 않는 것은 남성 호르몬이 부족해서다.”
“호르……뭐?”
운동을 마친 뒤 단백질 보충제를 마시던 보탄이 내게 반문했다.
호르몬이란 게 밝혀진 건 현대 의학이 발전한 뒤였으니 중세 판타지 세계에서 호르몬이 뭔지 알 리가 없지.
“간단하게 설명하면 모든 생물의 내장에서 어떤 물질이 나온다.”
그러며 난 내 머리와, 그리고 ‘거시기’를 가리켰다.
왜, 우리도 거시기 있어. 쓸 일이 없어서 그렇지.
“남자, 여자 각 성별에 따라 분비되는 호르몬이 다르다. 남자에겐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등이 나온다. 그 호르몬들은 근육을 키우고, 목소리를 굵게 하고 수염을 나게 만들어 남자의 몸으로 만들지.”
“뭣……!”
“그래, 너의 문제는 바로 그 남성 호르몬 분비가 어떤 이유에선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생긴 거다. 보통 남성호르몬이 잘 분비되지 않는 이유는 운동 부족, 수면 부족, 그리고 술을 지나치게 마셔서이다.”
“어, 음…….”
그 말에 보탄은 뭔가 뜨끔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뭔가 짚이는 게 있나 보군.”
“……사실 그 세 개 전부일세.”
“전부 말해줘라.”
그러며 보탄은 자신의 과거를 말하기 시작했다.
회원님의 생활 습관을 듣고 그것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트레이너가 해야 할 일이지.
“나는 기존의 우리 동포들의 작업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네. 제대로 된 설계나 구조 개선 없이 그저 감에 의지해서 무언가를 만드는 주먹구구식 작업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지!”
“으흠.”
“그래서 나는 한동안 내가 구상한 아이디어들을 설계하는 데 집중 했네. 그동안 몸으로 하는 작업은 그만두고 탁자 앞에서 설계도를 그리는 데 시간을 보냈지.”
‘데스크 업무로군. 현대인처럼.’
“당연히 밤낮없이 제대로 자지 않았네. 너무 피곤해서 잠시 정신을 잃는 게 자는 것의 전부였지. 생각보다 진전이 되지 않을 때는 맥주를 마셔댔고. 지금 생각해보면…….”
“남성 호르몬 작살 내기 딱 좋은 루틴을 하고 있었군.”
“끄응…….”
“아마 고기도 제대로 안 먹었을 테고.”
“우리 동포들은 인간들보다 고기를 먹는 것을 터부시 하는 건 없지만…… 소화불량에 시달리다 보니 주로 곡물죽 위주로 먹었군.”
“그러니 단백질이 부족하고, 호르몬도 제대로 생성이 안 되는 게 당연하지.”
아주 정석대로 남성 호르몬을 조져대는 짓을 하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그런 안 좋은 습관만이 아니야. 아마 선천적으로 남성호르몬에 몸이 잘 반응하지 않는 면도 있을 터. 보탄에게만 모든 책임을 물릴 순 없다.’
“좋아, 문제점은 모두 파악되었다. 그럼 그 습관들부터 하나하나 해결하자. 우선 운동 부족은 이제부터 로헨 무리의 운동을 함께 하는 것으로 해결된다.”
“하, 하지만 이 정도의 운동을 계속 했다간 내가 작업을 할 시간이…….”
“원래 회원님의 일과 운동을 조화시키는 것이 트레이너의 당연한 소양이다.”
“뭣?”
“다행히 너의 일은 무게를 들고 힘을 쓰는 작업이다. 즉, 어지간한 우리의 쇠질과 동등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단거지. 일을 하는 것만으로 우리가 상체 운동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단 뜻이다.”
“크오오!”
그러며 나는 막 덤벨 프레스를 하고 있는 에이크를 보았다.
“물론 실제 근육 발달을 위해서 요구되는 자세와 세심한 무게 조정이 필요하지. 하지만 지금 당장은 상체는 작업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터다.”
“으음…….”
“앞으로는 이렇게 하루 일과를 짠다. 아침 6시에 우리와 함께 유산소 운동을 1시간 가량 한 뒤 아침식사, 이후 9시부터 작업을 시작한 뒤 오후 6시에 종료한다.”
“뭐? 작업시간이 너무…….”
“원래 일이란 정해진 시간에 집중하여 하는 게 효율이 좋다. 그리고 앞으로 너의 신체 능력이 좋아질수록 작업 시간은 극도로 짧아질 거다.”
“그리고 후우! 내가 보탄 대장의 일을 도와주겠다!”
옆에서 바벨 로우를 열심히 하고 있던 카카가 거들었다.
“돕겠다고 나선 자원자도 있군.”
“흐음…….”
“규칙적인 생활이야말로 망가진 몸을 복구하는데 좋은 일이다. 6시에 칼같이 일을 끊고, 그 뒤론 우리의 저녁 운동 루틴에 참여하라.”
현재 로헨 무리의 정규 루틴은 아침 유산소, 아침 식사 및 일과, 점심식사,
일과 후 오후 3시부터 분할 운동, 저녁, 그리고 오후 6시 이후로 복합 운동이다.
“보탄, 한동안 상체는 너의 일로 자연스럽게 단련되도록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네가 운동으로 우선적으로 키워야 할 곳은 다름 아닌…….”
찰싹!
나는 내 허벅지를 철썩 손으로 내리쳐 보였다.
“하체다!”
*
“크으으윽!”
철컹! 쿵!
저녁, 주로 부위별 웨이트를 하는 시간. 이젠 트레이닝 센터가 된 에페소 수도원의 공터에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탄은 무게가 걸린 봉을 발목 앞에 걸고 다리를 접었다 폈다.
수리를 완료한 레그 익스텐션으로 하체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좋습니다 회원님, 2번째 세트 끝! 1분 휴식입니다!”
“도대체 왜…… 허억, 내가 고친 물건으로……허억! 내가 고통받아야 하는…….”
“허벅지는 인간의 근육 중에서 가장 큰 근육이다. 그리고 하체 혈류의 중심이 되지. 더 강하고 큰 허벅지는, 더 많은 혈류를 불러온다!”
“그, 그건…… 후우, 지금 핏줄에 피가 콸콸 흐르는 게 느껴지는 걸로도 알겠네…….”
“그리고 하체의 혈류가 증가하면, 남성 호르몬의 근본인 너의 ‘분신의 방울’이 열일하게 만든다. 그러면 남성 호르몬이 펑펑 뿜어져 나온다! 그렇게 되면!”
철썩!
“으걱!”
나는 눈에 띄게 커지기 시작한 보탄의 허벅지를 장난스럽게 때렸다.
“너는 드워프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말인가?”
[보탄 회원님의 남성 호르몬 분비가 증가합니다.] [보탄 회원님의 근육이 증가합니다]“그래, 반드시 그렇게 된다. 턱을 만져봐라.”
“어……?”
로헨의 말에 자신의 턱을 만져보던 보탄은 흠칫 놀랐다.
지금까지 그저 수염 한 올 없이 매끌거리던 그의 턱에 까슬거림이 느껴졌다.
“이, 이건……! 이건!!”
“나를 믿어라. 그리고 꾸준히 운동을 해라. 근육은…… 너에게 구원을 줄 것이다.”
나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보탄을 보며 훗 웃엇다.
“자아, 뜨거운 눈물을 땀으로 바꿔서 계속 한다! 너무 오래 쉬었습니다, 회원님! 3세트 시작!”
“우오오오!!”
보탄은 약간 더 굵어진 목소리로 힘차게 다리를 펼쳤다.
“하아앗!”
그 옆에서 로헨 무리들과 하켄과 군단원들은 머신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키우고 싶은 근육들을 조져댔다.
“이야아앗!”
철컹- 쿵!
프로테나는 더 강한 등 근육과 팔 힘을 키우기 위해 시티드 로우를 선택해 반복했다.
“흐으읏!”
카랑! 카랑!
세일럼은 가슴과 어깨를 잇는 근육군들의 강화를 위해 버터플라이 머신을 한다.
‘중력 마법을 스태프 없이 다루기 위해선 상체로 중력 마법의 반작용을 견뎌야 한다며 최근 상체 근육을 키우기 시작했지.’
라는 게 최근 가슴 운동에 집중하게 된 이유라고 하는데.
“아악! 체지방이 주니까 사이즈가 또 줄었어!”
라는 절규를 들었던 건 그냥 넘어가자. 음.
애초에 대흉근을 발달시킨다고 해서 그…… 사이즈가, 뭐 커지긴 하겠지. 다른 방향으로 말이야.
“오늘은 버피 테스트로 전신 근력과 기초체력을 키웁니다! 온몸을 납작 엎드려서 마르두크님에 대한 존경과 겸손함을 보이는 것입니다!”
예-엣!
“시작!”
훗! 후웃! 하앗!
“주의 앞에 기도드리나이다!”
휘익-파앗!
수도사들은 카이란의 지시대로 버피 테스트 등 맨몸 운동에 집중하고 있었다.
애초에 수도사들의 목적은 근육을 키우는 게 아니라 기초적인 체력을 만드는 게 주목적이니까.
“잘하고 있군.”
“네. 순조롭게 수도사 분들의 건강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수도원 전체에 활력이 돌고 있어요.”
“후웃! 하아앗!”
심지어 가장 카이란에게 반대했던 캠벨 수도원장은 지금 빈봉 벤치 프레스를 하며 근력운동으로 들어갔다.
“수도원장님이 지금은 제일 적극적이시죠.”
그걸 곁눈질하며 카이란이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나중에 근력운동을 희망하는 자가 있다면 내가 PT를 시켜주겠다. 그보다, ‘카이란 개혁’이 잘 되어가는 것 같아 좋군.”
“저도 기쁩니다. 수도원에 활기가 생겨났거든요.”
지금까지는 수도원 내 잡무를 담당하는 시종들에게 맡겼던 일들도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수도원은 더욱 활기가 생기고, 수도사들은 더욱 근면해졌다.
신경질적이던 성격은 둥글어졌고, 육체 노동에 힘을 보태주기 때문에 시종들이나 농장 인부 등, 외부의 인물들과 일으키던 갈등도 줄어들었다.
‘카이란 개혁’은 확실히, 그리고 생각보다도 더 빨리 그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
“야간 기도에 조는 인원도 없어졌고, 교리 공부의 진도도 배는 더 빨라졌다고 합니다.”
“단백질 보충제 생산도?”
내 물음에 카이란은 자신 있게 끄덕였다.
“수도사 분들 중 체력이 좋은 분들이 자원해서 단백질 보충제 생산 작업을 돕고 있습니다. 덕분에 엄청나게 늘어난 우유 생산량을 소화하고 있어요.”
음머어어어!
마치 그것을 과시하듯 소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음머! 음머!
음무! 음무!
워킹 젖소…… 아니 타우러스들도 각자 덤벨과 바벨, 농장에서 버려지던 낡은 맷돌이나 누름돌 등을 운동 기구 삼아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우두머리인 스타인은 뭘 하고 있느냐 하면,
“음머어어!”
“오늘도 잘 부탁하네! 간다앗!”
퍼벅! 퍼버버벅!
오늘은 운동보다는 하켄과 맨손 대련을 통해서 격투술 연마를 하고 있는 듯 보였다.
[타우러스 회원님들의 근육량이 증가합니다] [타우러스 회원님들의 호르몬이 증가합니다.]나의 근태창을 통해서도 타우러스 족들의 건강 상태가 계속해서 업데이트 되었다.
[타우러스 회원님들의 우유생산량이 200% 증가합니다.]아니, 그것까지 알려주는 건 좀…….
“모든 타우러스 족들의 건강이 좋아지고, 그 덕분인지 우유 생산량까지 급증했습니다.”
“앞으로 더 단백질이 많이 필요해질 거다. 농장에서 콩의 생산량이 궤도에 오르면 그들의 식사용으로 올리는 걸 단계별로 올리는 게 좋다.”
“그동안 마수들 때문에 접근하지 못하던 숲 가까이 버려진 토지에서도 콩 만은 마구 자라 있다고 하더군요. 아마 생산은 순조롭게 올라갈 겁니다.”
“좋군!”
안배한 모든 것이 하나하나 톱니바퀴처럼 맞아간다.
이 모든 것이 이제 하나의 시너지 효과를 터뜨릴 때가 올 거다.
“자아, 그러면 슬슬 나도…… 외부로 나가볼까?”
음머어어!
“우와앗!”
퍼버억!
스타인의 뛰어난 격투술에 하켄이 거꾸러져 땅에 쓰러졌다.
*
“네놈이 분명히 말했어. 이 대륙의 그 누구보다도 강한 육체를 주기로! 그런데 뭐냐! 그 오크는!”
검은 사자 용병단의 부단장 그렉은 인간의 형상이 어려있는 수정구슬을 향해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수정구슬에 비친 남자는 후드를 뒤접어 써서 전혀 그 모습을 알수가 없었다.
[슬란에서 왔다는 그 오크들은 저도 예상 외였습니다. 아마 슬란과 로아노르를 치려다 전멸한 흑마련의 선발대와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그 놈이 이 바남에 활개 치고 다닌다면 당신에게도 별로 좋은 일은 아니지 않나!”
[흐음…….]“부탁한다, 그놈을 이길 만한 힘을 가지게 해줘! 그렇다면 당신이 시키는 대로 뭐든 하겠다!”
[자신만만하게 말하는군요. 단장의 의향은 신경도 쓰지 않고 말입니다.]“그, 그건…… 바남 주둔군 만큼은 내 휘하다. 어떻게든 돼!”
[흠…… 하긴, 바남에 있는 당신들 정도라면 충분하겠죠.]수정 구슬 너머 후드의 남자는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좋습니다. 당신의 요청을 들어드리죠. 우선 한 가지를 해 줘야 겠습니다.]“뭐, 뭔가! 뭐든지 말만 해라!”
채근하는 그렉에 후드의 남자가 비릿하게 미소 지었다.
[그 오크들이 뭘 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제게 보고하십시오. 그렇다면…….]후드 너머, 그의 짐승과도 같은 뒤틀린 손이 나타났다.
[제가 적당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