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40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39화
도핑.
호르몬제 약물을 통해, 근육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행위.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근육을 쉽고 빠르게 키워낼 수 있다.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중시되는 스포츠에선 금지됐다.
반면, 보디빌더들 사이에선 근육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암암리에 사용되곤 했다.
자고로 보디빌더들이란 더 많은 근육을, 더 강한 근육을, 더 아름다운 근육을 만드는 숙명을 짊어진 자들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건강을 대가로, 금단에 손대는 것이다.
그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근육을 사랑하는 이로서, 그 선택을 존중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은 근육이, 진정한 근육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냥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크기만 거대하지 전혀 아름답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다.
부풀어진 거대한 풍선과 다를 바가 없다.
자고로 근육이란, 순수한 노력으로 만들어야 되는 법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근육을 만들어낼 수 있는 법이다.
때문에 나는 생각한다
도핑은 결코 올바른 행위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
“라잇 웨잇!”
빠카앙! 카캉!
“크윽!”
이 50kg 덤벨은 바로 에페소의 유물 중 하나.
순수한 우르할콘은 아니지만 질 좋은 강철, 그리고 우르할콘으로 이루어진 손잡이라 내가 사용하기에 완벽한 물건이었다.
그동안 나는 원판 끼운 탄력봉을 주로 무기로 써서 싸워왔다.
나보다 약한 잔챙이들, 그저 힘과 몸크기만 믿고 나대는 거대한 괴수급의 적들에겐 문제없었지만.
그렉처럼 나와 동급의 힘을 가지고, 전투 스킬을 가지고 민첩함과 빠른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상대에겐.
‘너무 느리다!’
하지만 그동안 나는 스타인에게서 맨손 격투술을 배웠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양손에 덤벨을 들고서 하는 ‘덤벨 격투술’을 창안해냈다.
“크오오오! 라잇 웨잇!”
퍼버버벅! 카카캉!
“크윽!”
난 그렉을 향해 날카롭게 파고들어 연타를 먹였고, 그렉은 로헨의 덤벨 펀치를 대검으로 막기 급급했다.
“이 빌어먹을 오크 자식!”
파캉! 부우웅!
그렉은 힘으로 억지로 받아치면서 다시 휘두르지만.
“라잇 웨잇!”
스팟!
퍼어어억!
“크허억!”
나는 놈이 반격하며 휘두른 칼날을 덤벨의 옆면으로 빗겨낸 뒤,
다시 거리를 좁혀서 놈의 명치에 어퍼를 날렸다.
아쉽게도 자세가 무너진 순간 날린 공격인데다 놈의 복근에 막혀 확실한 타격이 전해지진 않았다.
“크윽!”
“네놈에게 간격을 주지 않겠다!”
놈은 커다란 대검을 휘둘러 나에게 공격을 가한다.
하지만 그 말은 놈의 간격 안에서 놈을 두들기면, 녀석의 공격력은 급감한다!
“크으윽! 이 빌어먹을 자식! 왜 이렇게 빠르게!”
“강한 근력은 강한 순발력, 빠른 속도로 이어지는 걸 모르나!”
퍼버버버벅!
“크허어억!”
그렉은 제대로 막지도, 그렇다고 공격을 하지도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나의 연쇄적인 타격을 맞았다.
콰직! 퍼벅!
놈의 남은 갑옷과 가죽옷이 내 타격의 충격에 찢겨나가 그의 맨몸이 드러난다.
“크하악! 네놈!!”
‘이렇게 두들겼는데도 버티다니, 내가 지금까지 상대해 본 그 어떤 근육보다 강하군.’
그의 맨몸은 대흉근이 기괴할 정도로 튀어나왔고, 복근은 터질 것 같이 갈라져 있다.
울룩! 불룩! 빠직! 빠지직!
하지만 그 근육들은 보랏빛 혈관이 툭 튀어나와 있고, 군데군데가 그 보랏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여기저기 미친 듯이 경련을 하는 모습이, 자신의 근육을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죽인다! 널 반드시 죽여버리…… 끄아아아악!!”
그렉은 내가 가한 타격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는 게 아니라, 제어되지 않는 자신의 근육 탓에 괴로워한다.
마치 옛날 모 좀비 게임에서 변이를 일으키는 보스 몬스터 같은 꼴이다.
“어리석긴, 지금 너의 근육은 너의 힘으로 키운 것이 아니로군.”
“크으으으……!”
“약을 쓴 건가? 아니면 뭔가 이상한 걸 먹은 건가? 어느 쪽이건, 근육이 네놈의 의지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네놈이 노력해서 키운 것도 아니로군!”
“닥쳐……!”
“그런 식으로 만든 게 네놈의 힘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런 근육으로 자신만만하게 내게 덤볐단 말이냐!”
“닥치라고 했다아아!!”
“그렉 부대장님!”
“부대장님이 위험하다!”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절규하는 그렉에게 주변의 다른 용병들이 그를 돕기 위해 달려왔다.
거대한 근육의 오크, 미쳐 날뛰는 마수,
그 마수들을 메이스로 두들겨 패거나 활로 사냥하는 엘프와 오크.
그런 괴물들이 날뛰는 현장에서 용병들은 그에 가까이 가는 것조차 하지 못하고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어차피 돈을 벌기 위해 싸우는 용병.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할 수도 있는 단결된 군단병과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그들 몇 명의 용병들은 그런 공포조차 이겨내고, 부단장 그렉에 대한 충성심으로 그를 도우러 온 것이었다.
그러나-.
“비켜 이 쓰레기들아!”
콰드드득!
“……!!”
그렉은 분노하며 자신이 들고 있는 대검을 내던졌다.
그 대검의 날에 그를 도우러 다가왔던 용병들이 반토막 나거나, 배가 갈렸다.
“그, 그렉 대장…… 어째서…….”
후욱-! 후욱-!
그렉은 그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방해하지 마……! 저놈을 해치우는데 방해 하는 놈들은…… 전부 쓸어버린다!!”
“이…… 자식……!”
그 모습에 나조차도 분노를 느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달려온 부하를,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하고 팀킬을 하다니!
헬스장에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힘의 강약, 근육의 유무와 상관없이 회원들은 다른 회원을 존중할 것.
트레이너라고 다른 회원을 함부로 할 수 없고, 올림피아 우승자라고 해서 다른 회원에게서 머신이나 기구를 뺏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기지도 않는다.
순수한 근육과 힘으로 가득 찬 공간. 그렇기에 자신의 힘과 근육에 대한 책임을 같이 짊어지는 것이다.
“네놈은!!”
그렇기에, 난 분노했다.
놈은 근육을, 힘을 가진 자의 책임감을 가지지 않는다!
자신이 스스로 키운 근육같지도 않은 근육의 힘에 취해서! 같은 편을 해치다니!
“네놈은 근육을 가질 자격이 없다!!”
“크아아아 오크으으으!!”
대검을 내던진 그렉은 미친 듯이 근육을 불룩거리며 내게 달려들었다.
부웅-
빠가아악!
놈의 주먹과 내 주먹이 충돌했다.
엄청난 충돌 소음과 함께,
“끄, 끄아아악!!”
놈의 주먹이 으스러져서 터져나갔다.
“크으……!”
나의 주먹도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이겨낸다!
“라잇 웨이잇!!”
퍼어억!
“크허어억! 으아아아!”
뻐어억!
“크윽!”
놈에게 한 방 먹이면 놈이 다시 반격한다.
놈의 부서진 주먹에서 근육이 미친 듯이 부풀어 오른다. 마치 부상을 멋대로 치료하듯이.
“라잇 웨잇 베이베!!”
“크아아아!”
퍼버벅! 퍼벅! 뻐억! 콰앙! 뻐어억!!
과거 핏빛 털과 싸웠을 때처럼, 나는 방어 따위 없이 영혼의 한타를 시작했다.
아무런 기교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힘으로 놈을 패고, 나도 놈의 주먹을 막지 않는다.
서로의 주먹이 서로의 근육을 두들기고, 뼈를 부순다.
놈의 주먹이 내 얼굴을 때리고, 나도 놈의 얼굴을 때린다.
놈은 이성이 날아가 있었다. 하지만, 미칠 듯 공격을 주고받으면서도.
나는 차갑고 냉정한 분노를 이어갔다.
“우오오오!!”
뻐어억!
“커헉-.”
놈에게 리버블로를 날려 놈의 근육을 넘어 장기에 충격을 준다.
“크아아아!”
놈이 내 심장을 노리고 주먹을 날린다. 하지만!
[근육 조작 : 대흉근 방어 최대]뻐어억!
으지직!!
“끄아아아!”
나는 대흉근의 방어를 극한으로 올려 놈의 주먹을 막아낸다.
놈의 근육덩어리 주먹이 다시 으스러진다.
“스스로 만든 게 아닌 근육의 힘에 취한 녀석이! 제대로 근육의 힘을 쥐어짜고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겠나!!”
나는 근육조작 뿐만 아니라, 근육을 단련으로 만들어내며 어떻게 하면 최대의 힘을 짜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주먹에 힘을 실을 수 있을까를 철저하게 몸에 체득해두었다.
분명 놈의 폭주하는 근육은 부분적으로 나보다 많다. 어쩌면 나보다 최대 근력이 클지도 모른다.
“근육을 어떻게 쓰는지 알지 못한다면!”
뻐어억!
“커허억!”
다시 명치!
뻐어어억!
턱주가리! 목! 옆구리! 명치! 명치! 명치!!
“네놈의 그 폭주하는 근육 따위! 단백질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끄, 허어어…….”
부풀어 오른 근육이 볼품없게, 내 맹공을 있는대로 맞은 그렉은 의식을 잃기 직전이었다.
“도핑을 해도 신중하게 했어야지! 그런 식으로 도핑을 해봐야, 결국 네놈의 파멸을 불러올 뿐이다!!”
“크어어어어!”
놈은 내게 두 손을 뻗으며 최후의 발악을 하려 들었다.
그래, 그냥 무식하게 힘으로 날 끌어안아 베어허그라도 할 생각이었나?
“우습군, 단백질 덩어리가!!”
콰악!
나는 놈의 두 손을 맞잡았다.
내가 이 꼴이 되기 전, 놈에게 인상깊었던 건 그 근매스, 그리고 악력.
“그래, 네겐 고마워해야 할 일이 하나 있지. 내가 악력이 약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 준 것 말이다!”
꾸구구국!
“크, 크으으……!!”
“그래서 나는 내 부족한 악력을 단련했다! 도핑에 의존한 네놈과 달리, 나는 내 스스로의 약점을 단련으로 보강한다!!”
뿌드드득!!
나의 향상된 악력은, 놈이 악력을 채 발휘할 틈도 없이 압도한다!
콰지직!
“끄아아아!!”
놈의 손뼈가 형체도 안 남을 정도로, 악력으로 우그러뜨려 파괴한다!
“라잇 웨이잇!!”
부웅!
그리고 들어 올린 뒤,
“베이베에-!!”
내려친다아!
콰콰아앙!
“커헉-.”
이 정도면 무력화되겠나? 아니다. 놈은 이미 폭주상태다.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다.
놈의 근육이 놈을 가만히 두지 않을 거다!
“그리고 나도, 네놈만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터억!
나는 놈의 위로 올라타 마운트 자세를 취한다.
“근육을 모욕한 네놈만은! 절대로 살려둘 수 없다!!”
“끄아아아!!”
뻐억! 콰직 콰앙! 콰앙!
다시 손에서 에페소의 덤벨을 들어, 놈의 머리를 마구 내리친다.
폭주하는 근육이 놈의 머리를 회복하는 것보다 더 빨리!
콰콰콰콰쾅!!
그야말로 놈의 머리가 형체를 잃고 분쇄되도록!!
“로, 로헨…….”
“트레이너…….”
이 정도로 분노한 로헨은 거의 처음 본 프로테나, 그리고 에이크조차 그 무자비한 모습엔 질릴 정도였다.
“후우…….”
얼마나 두들겼을까, 놈의 머리가 그저 푹 파인 땅만 남기고 사라지고 나서야,
추욱-.
펄떡거리던 놈의 근육이 멈췄다. 그리고 마치, 썩은 살점처럼 기분나쁘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근육을 모욕한 놈은…… 절대로, 용서 못 한다…… 하아악!”
[체력이 50% 이하가 됩니다.] [내장 손상 및 근육 손상.] [다수의 내출혈 발생] [근손실이 발생합니다.] [최대근력이 50%로 저하됩니다.]하지만 내가 만난 그 어떤 인간형 적보다 더 근력이 강한,
나를 능가하는 근력과 정면으로 상대한 대가는 그리 적은 것이 아니었다.
근태창은 나의 육체의 타격을 계속해서 경고했다.
“크윽!”
몸을 일으키자마자, 몸 전체가 비명을 지르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아직, 마수가 많이 남아 있다…….’
용병 놈들은 그렇다 쳐도, 위협이 되는 괴수급 마수가 남아 있다.
“로헨!”
“트레이너!”
치열하게 싸우고 있던 에이크와 프로테나가 내 곁으로 다가와 나를 보호한다.
“제법 고생 좀 했나보다.”
“처음으로, 나와 맞먹는…… 아니, 그 이상의 근육량을 지닌 녀석과 정면으로 싸워서 말이야.”
“다음엔 좀 우리 스마트하게 싸우자구요. 이런 식이면 트레이너 몸이 남아나질 않겠어요!”
“로헨은 자신보다 삼대가 약한 자의 말은 듣지 않는다.”
“그걸 왜 당신이 말해요!”
“그만…… 아직 더 싸워야 한다.”
나의 말에 둘은 티격태격 대는 것을 멈추고 눈앞의 괴수급 마수들을 보았다.
“걱정 마라, 네가 없어도 저 녀석들 따위 이길 수 있다!”
“글쎄, 전 좀 자신 없는데 말인데요…….”
저 둘과 최대 근력이 절반으로 떨어진 나로 과연 저 마수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쪼금은 힘들지도 모르겠는데.’
하지만 전신 파워 트레이닝으로 털린 뒤에 마지막 세트로 복근을 쥐어짜 조지듯,
‘최후의 힘을 내면 못할 거도 없지!’
“좋아, 라잇 웨잇 베이베!!”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며 전투 태세를 갖추던 순간,
피유웅-
“엇.”
피융! 피융! 피유우웅!
갑자기 수십 발의 화살이 날아드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