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50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49화
“으허, 저게 뭐시여.”
“뭔 오크에, 땅딸보들에, 저, 저저 숲 귀쟁이들 보소!”
“뭔 인간도 아닌 것들이 몰려온다냐!”
“쟤내들은 왜 저렇게 까매?”
바남의 성 외곽에서 살고 있던 주민들은 갑자기 몰려온 불청객들에 대경실색했다.
그들로서도 평생 몇 번 볼까 말까인 오크, 드워프, 엘프, 심지어 듣도 보도 못한 검은 엘프들까지 몰려왔으니까.
만약 그들과 동행한 은색 방패 군단원들이 아니었다면,
당장 이종족의 침입이었다고 바남의 수비대에 신고했을 것이다.
“금의환향을 바란 건 아니지만요.”
동행한 은색 방패 군단의 소대장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이것이 종족이 다르단 이유만으로 차별을 당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흑마련에 대항하기 위해 종족들이 힘을 합칠 일이 많을 텐데, 그럴 때마다 불화가 일어나면 곤란하다.”
“그렇군. 하지만 이해해주게. 우리도 드워프를 제외하면 다른 종족은 대부분 적대적으로밖에 만난 적이 없으니.”
“그건 어쩔 수 없군.”
숲의 엘프들도 인간들을 침입자로 간주해서 몰아내고, 오크들은 말할 것도 없이 과거 제국의 적이었다.
그나마 협력이 되는 드워프들도 타 종족에게 배타적이고 완고한 성격이니.
“종족 간의 감정이 골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란 건 이해하겠다. 하지만, 적어도 바남 만은 달라졌으면 하는군.”
불끈!
그러며 나는 기합처럼 더블 바이셉스 포즈를 취해 보였다.
“근육은 어느 종족에게라도 평등하다. 함께 단백질을 나눠 먹고 근육을 키우는 자들과 마음을 함께 할 수도 있을지니!”
“오우!”
“그럼요!”
내 뒤로 에이크와 프로테나가 사이드 체스트 자세를 취하며 호응했다.
“……뭐어 자네들을 보면 확실히 그런 것 같기도 하다만.”
소대장은 실없는 헛웃음을 흘리며 적당히 답했다.
“흐음!”
그러다 나는 문득 나의 부풀어 오른 이두근을 보았다.
‘오호.’
핏대가 서 있는 솟구친 이두근은 분명, 성소에 갔다 온 이전보다 훨씬 더 커져 있었다.
게다가 기분 탓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부풀어 오른 근육 자체가 금속성의 광택을 띄기 시작하는 것 같기도 하다.
“후우……!”
그 모습을 보니 흥분된 한숨이 절로 나왔다.
툭 불거져 나온 핏줄에서 콸콸 흐르는 피의 소리까지 들려오는 것 같다.
“더 커졌군. 자네.”
보탄이 흥분감에 몸을 떨고 있는 나를 보며 말했다.
“그래, 위기를 넘기고서 새로운 힘을 얻고, 더 커졌다. 흐음!”
카랑! 터벅! 카랑! 터벅!
참을 수 없는 충동에 나는 50kg 덤벨을 양손에 들고 늘 하던 대로 런지를 했다.
“아니야, 이 무게감이 아니야. 너무 가벼워!”
얼마 전까지만 해도 50kg도 무게감이 느껴졌건만, 이젠 핑크덤벨 같이 느껴질 정도다.
‘속성근육 스킬을 얻은 뒤, 근력(根力)과 뒤틀린 근원의 힘을 내 몸에 받아들이고 뭔가가 한 번 더 바뀌었어.’
근태창의 변화는 없다. 하지만 한번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힘을 받아들이자,
근육의 질 자체가 다시 한번 변모한 느낌이다.
그래, 마치 갈기갈기 찢겼다 회복된 근육과도 같이.
“아아, 삼대 측정 하고 싶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여서 말했다.
“갑자기 큰소리로 소리 지르는건 참아주게나 깜짝 깜짝 놀라 호흡이 흐트러진단 말일세! 훗, 훗!”
옆에 있던 크레아는 과연 크로스핏의 종족 다크 엘프답게 제자리뛰기를 하며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근육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그 말 만큼은 지금 풍경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군. 흐음!”
끼기기긱!
보탄은 운동에 여념이 없는 여러 이 종족들을 보며 허허 웃다, 힘차게 플라이 동작을 취했다.
그의 등에는 예전에는 모자란 근력을 보조하기 위한 물건이었던 외골격이,
이번에는 팔에 저항을 줘서 플라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개조되어 매여 있었다.
“그거 정말로 좋아 보이는군.”
“나는 이걸…… 근육단련 깁스라고 이름을 붙였지! 흐으음! 흐음!”
나중에 무게가 아쉽다 싶으면 저걸 달고 해볼까.
‘아아, 무게! 무게가 들고 싶다! 젠장, 내 탄력봉과 원판이!!’
“조금만 기다리게 로헨.”
“아…….”
나도 모르게 프레스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머쓱하게 두 팔을 내렸다.
“자네가 탄력봉을 잃어버린 것을 알고 있네. 걱정하지 말게나. 이미 충분한 철괴와, 우르할콘 주괴를 가져왔으니.”
보탄은 함께 오고 있는 드워프들의 수레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 우르할콘과 주괴로, 로헨 자네를 위한 새로운 탄력봉과 원판을 만들어 주겠네.”
“저, 정말인가!”
나는 순간 목소리가 뒤집어졌다.
그 우르할콘으로 탄력봉을 만들다니, 대체 얼마나 개쩌는 탄력봉이 나올지 상상도 안 된다!
“하지만, 그건 엄청난 고가의 금속이 아닌가.”
“자네는 호스 이어 산의 모든 우르할콘보다도 값진 것을 선물해줬네. 당연한 보답이야.”
어휴, 그런 보답을 바라고 한 건 아닌데. 그렇게까지 말해준다면야…….
“걱정 말게. 최고의 우르할콘 탄력봉과, 원판을 자네에게 선물해주겠네.”
아아, 떨린다. 내 대흉근이, 내 광배근이, 삼두가, 대퇴이두와 대퇴사두근이!
그 우르할콘 탄력봉과 새 원판으로 삼대 측정을 하게 될 날이 기대되어 모든 삼대 주동근들이 떨려온다!
“예압 버디!!”
“악! 시끄럽다니까요 트레이너!”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
“드워프 분들은 곧바로 황금모루 대장간으로 들어가셔도 됩니다. 다만 다크엘프 분들은…….”
바남에 도착한 후 만난 경비대장 스벤이 말했다.
은색 방패 군단과 연계하는 경비대와는 말을 마췄지만, 역시 다크엘프는 바남 시 안으로 들어올 순 없었다.
“아무래도 일반 시민들이 극도로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숫자가…….”
우리는 높새바람 공동체 다크엘프들을 모두 공동체 본진을 포기하고 떠나도록 했다.
크게 두 곳, 시트라가 싸울 수 있는 인원 절반과 너무 어려서 전력이 되지 못하는 다크 엘프들을 데리고 호스 이어산으로.
크레아 대장로가 나머지 전력의 절반, 최정예 병력을 바남으로 데려왔다.
그렇게 추려왔음에도 100명을 조금 넘는 숫자.
안 그래도 익숙하지 않고, 적대적이라고 해야 할 종족 100명이 넘는 자들이 도심에 들어오는 것은 바남의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일이리라.
“로헨. 우린 괜찮네. 숙영지를 만들어 두면 지내는 덴 문제없지.”
“내가 빠른 시간 안에 마레스 공작과 얘기를 해 보지.”
바남을 지키고, 이 지역에서 세를 불리는 흑마련 분쇄를 위해선 마레스 공작과 힘을 합쳐야만 하니까.
일단 다크 엘프들은 에페소 수도원의 목장 겸 농장에서 지내도록 했다.
“제가 함께 있을게요.”
“그럼 난 드워프들을 데리고 가겠다.”
“저희도 본대와 합류하겠습니다. 하켄 대장님께서 사령부에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좋아, 몸이 근질거려서 죽겠지만 우선은.
“정치부터 시작인가.”
아아, 정말 귀찮고 싫은 일이다.
*
“로헨, 다시 만나서 반갑네.”
“하켄 대장.”
꽈악!
나는 하켄과 다시 만나 뜨거운 사나이의 악수를 나눴다.
꾸구구국!
그리고 그 악수는 곧 팔씨름 자세로 변했다.
“호오, 못 보던 사이 제법 근육이 성장했군.”
“그래…… 자네가 가르쳐준 덤벨 운동을 열심히……큭! 수행했지!”
분명 경무장 상태인 하켄의 셔츠 옷자락 너머 부풀어 오른 이두근은 전보다 훨씬 두꺼워졌다.
‘훌륭한 성장이다. 하지만!’
나는 더 성장했다!
“크으으으극!”
하켄이 온 힘을 다해 내 팔을 밀어내려 했지만, 당연히 옴짝달싹하지 않았다.
“크하! 젠장, 이 정도로 커졌으면 그래도 조금은 넘길 수 있을까 했더니!”
“그래도 훌륭히 성장했다. 좋은 성장세다. 운동을 게을리하지만 않으면 나와 같은 육체가 될 것이다!”
“빈말이라도 고맙군. 그래도…….”
그는 문득 나를 올려다보았다.
“설마 그 잠깐 사이에 키가 더 클 줄이야.”
“음.”
“로헨! 기다리셨죠!”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잘생긴 얼굴, 카이란이 나타났다.
“흐음.”
근태창으로 옷 너머로 본 카이란의 몸은 확실히, 저 곱상한 얼굴과 불협화음이 생길 정도로 두터워졌다.
‘내가 말한 분할 운동을 착실하게 해왔군.’
바남을 떠나기 전, 카이란은 아무래도 매스가 부족한 자신의 몸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당신과 같은 몸이 되는 건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도 더 강한 힘을, 더 많은 근육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이 마르두크님에 대한 제가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찬사니까요! 저는, 에페소 님의 십자가를 더 잘 다루고 싶습니다!』
‘그냥 그 몸 그대로 있다면 여자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연예인 근육일 텐데 말이지.’
하지만 더 고중량을 다루기 위해 근매스를 키우고 싶다는 그의 마음은 잘 전해졌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분할 운동을 추천했다.
나는 지금까지 카이란에게는 여러 가지 근육부위를 동시에 쓰는, 복합 다관절 운동을 주로 시켰다.
우리 오크들에 비해 약한 그의 몸은 일단 전체 근력과 근매스를 같이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였으니까.
그리고 어느 정도 기초 체력과 힘이 완성되었다 싶은 때에, 운 좋게 에페소가 남긴 수많은 머신들을 구한 것이다.
“이 머신들을 이용하면 정확하게 구분된 근육 부위만을 운동할 수 있다. 한 부위에 더 집중된 운동으로 더 근육의 크기와 강도를 키울 수 있지.”
등과 어깨, 가슴과 팔, 그리고 하체. 이렇게 세 그룹으로 나눠서, 하루에 한 그룹씩 바꾸어 운동을 한다.
이 ‘3분할 운동’을 카이란에게 가르쳐주고 떠났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그의 몸으로 증명되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혼자서도 잘 했구나 싶어서 말이다.”
“위대한 선지자의 유산을 헛되이 둘 순 없죠. 사실은 카카 부 트레이너가 많이 봐줬습니다.”
“그래.”
“그보다, 이제 공작님과 접견이 통과되었습니다. 하켄 대장과 함께 들어가도록 하죠.”
“음.”
나는 하켄과 카이란과 함께 공작의 성으로 들어갔다.
“흐음.”
성 안에는 금색 장식이 있는 검은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지키고 있다.
잘못 본 게 아니다. 성은 검은 사자 용병단이 지키고 있었다.
“하켄, 너의 군단이 공작의 성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후우, 그게 복잡한…… 아니, 뭐 단순한 일이네.”
“무슨 일이기에?”
“우리 군단이 신임받지 못하고, 저들이 신임받았단 단순한 사실이지.”
그러며 하켄은 쓴웃음을 지었다.
곧 우리는 공작 집무실에 당도했다.
덜컥.
공작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고급스러운 방이 나타났다.
“아, 손님들이 오셨어요.”
“음…….”
“흐음.”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신음과 한숨이 석인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커다란, 고급스러운 붉은 가죽과 금색의 세공으로 장식된 소파와 같은 좌에 앉은 것은,
“여보, 중요한 손님들이 오셨으니 일어나셔야죠.”
“으, 으음…….”
툭 튀어나온 배. 굽은 허리와 움츠린 어깨, 축 늘어지고 반쯤 잠든 몽롱한 상태의 희끗한 머리의 중년 남성이,
아름답게 치렁거리는 금발, 가늘게 뜬 벽안의 눈, 요염함이 피어나는 하얀 피부의 미인인,
로맨스 판타지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붉은 드레스 차림의 여성의 품 안에 마치 어린아이처럼 있었다.
“죄송합니다, 공작께서 간밤의 업무로 피로하셔서…… 바남 공작령의 주인이신 마레스 공작이십니다.”
‘자기소개까지 다른 사람이 하는 건가?’
공작의 상태는 내 눈에도, 누가 봐도 전혀 정상적인 상태라고 할 수 없었다.
“근래 공작께선 업무 과중과 지병으로 힘들어하십니다. 때문에 저, 로라 공작부인이 이번 회담의 대리를 맡도록 하겠습니다.”
잘 돌아가는군. 수렴청정도 아니고, 다 큰 중년 공작을 품속에 안고서 대리라니.
‘그것뿐이라면 또 모르지만.’
어차피 누구한테라도 협력만 이끌어내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읏.”
그들의 뒤에 서 있는 남자다.
내 곁에 있던 하켄 대장이 나와 같은 것을 보고 낮게 신음했다.
“이거, 은빛 방패 군단의 단장님이 아니십니까.”
황금 장식이 된 검은 갑옷, 붉은 망토를 지닌 재수 없는 인상의 금발 양아치 같은 녀석이다.
“그쪽의 오크는 처음 보는군. 자네 얘기는 많이 들었네. 내 부하들이 신세를 많이 졌다고 들었는데.”
“부하?”
“내 이름은 마엣센. 검은 사자 용병단의 용병대장이다.”
젠장, 이건 좀 귀찮아지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