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62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61화
쿠우웅!
성의 정문이 굳게 닫혔다.
“기다려!!”
“제발! 닫지마!!”
후퇴가 늦어진 탓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검은 사자 용병단의 병사들이 울부짖었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애원해도, 성문이 다시 열리는 일은 없었다.
결국.
“으윽!”
처억!
그들은 뒤쫓아온 은색 방패 군단에 따라 잡혀버렸다.
“무기를 버리고 즉각 항복하라!”
은색 방패 군단은 그들에게 항복을 권했다.
분명, 그들 때문에 쌓인 원한이 있었을 텐데.
복수가 아닌 관용을 배풀었다.
“하, 항복한다!”
“무조건 항복하겠다! 제발 목숨만은!”
“그래, 이리 와라. 정당한 포로 대접 해줄 테니까 말이지.”
역시나 자신의 이득만으로 싸우는 용병들인지라,
그들 중 하나가 먼저 항복하자, 다른 병사들도 연쇄적으로 항복하기 시작했다.
“서구 지역에 있는 3중대 녀석들도 항복합니다.”
“동부 지구에도 항복사절이 왔습니다.”
“전부 항복을 받아주고, 각 구역 주둔지에다가 나눠서 수용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마레스 공작은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렸다.
과거 전쟁터의 명장으로 돌아온 그의 모습에 하켄은 감격마저 느꼈다.
“하켄.”
“앗, 네.”
“미안하네. 내가 그동안 정신이 혼미해서 모든 것을 놓고 있었네.”
“앗…….”
“그동안 병사들을 훌륭히 키워준 자네의 노고가 정말로 많았네.”
그러며 마레스는 하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하켄은 속에서 울컥하고 올라오는 것을 애써 넘겼다.
“아닙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훌륭한 병사들을 키운 것이 아니라…….”
그러며 하켄은 선전으로 의기양양해져 있는 부하들을 돌아보았다.
“크으, 봤냐! 내가 이 개쩌는 이두근과 전완근으로 들어올린 방패로 툭 치니까 저 녀석들 휙 날아가는 거!”
“넌 임마 아직 대흉근이 약해! 날 봐라, 이 개쩌는 광배를! 이 광배의 힘으로 휘두르는 할버드로 녀석들 방패를 한 방에 걷어치우는 거!”
서로를 향해 포징을 취해 보이는, 이제는 진성 헬창이 다 된 부하들이었다.
“로헨이 모두 다 한 것이죠.”
“아니, 로헨을 만나게 될 때까지 그 상황에서 군단을 유지한 것 자체가 자네의 공일세.”
듣지는 않아도 상황을 유추한 것만으로도 하켄이 얼마나 힘든 상황에서 군단을 유지했는지를 알기에,
마레스 공작은 하켄을 두둔하고 위로했다.
“그리고 로헨에게 구원받은 건 자네뿐만이 아니네. 나도 구원받았지.”
“저희 모두가 그에게서 큰 신세를 졌죠.”
“신기한 기분이야.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난 것 같은 느낌일세. 몸도 망가져 있었지만, 그보다 뭔가 다른 무언가에 씌어있던 느낌일세.”
“씌어 있었다라…… 저주란 말입니까?”
“저주란 것과도 뭔가 다른 느낌이네. 정말……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일이네. 마치 최면에 걸려있다는 게 이런 느낌일지도.”
마레스 공작은 조금 혼란스러운 듯 말하다,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부인과 얘기를 해 봐야겠군그래.”
“예, 정말로 그렇습니다.”
그러며 둘은 눈앞에 닫혀있는 공작 성 정문을 바라보았다.
“그러려면 저걸 뚫고 들어가야겠군.”
“공성전이 되겠군요. 이건 골치 아프겠습니다.”
당연히 공성전은 전 근대인 판타지 세계의 보병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전투다.
공성 규모의 마법이라도 쓸 수 있거나 와이번, 그리폰 등을 탄 공중강습병, 아니면 드래곤 같은 거대 종족이라도 불러올 수 없는 이상,
성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깡으로 버티며 성벽을 넘거나,
성벽을 부수면서 안으로 진입해 성의 수비군과 맞다이를 까야 하는, 보병으로선 하기 싫은 최악의 일들만 연속이다.
“당연하지만! 후욱! 저 성에 정면으로! 후욱! 공성전을 걸어선 안 되겠지! 후욱!”
“으음.”
“그러니! 후욱! 다른 방법으로! 후욱! 공략하는 것이 나을까! 후욱! 싶은데! 후욱!”
“……근데 자네는 지금 뭘 하는 건가?”
“보면 모르나! 후욱! 워밍업이다!”
“…….”
마레스 공작은 자신의 옆에서 원판 달린 우르할콘 탄력봉으로 중량 스쿼트를 하고 있는 로헨을 뜨악하니 보았다.
후욱! 후욱! 후욱!
그 옆으로 카카와 에이크, 그리고 스벤을 비롯한 실버 머슬 크루들과.
“……그럼 저 다크 엘프들도?”
“그렇다! 후욱!”
후욱! 후욱! 후욱!
그 옆으로 나란히 죽 늘어서서, 맨손 스쿼트를 하는 다크 엘프들도 있었다.
단체로 뭐하는 짓거리일까, 대체.
그들의 행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공작의 표정에는 당혹스러움이 저절로 묻어나왔다.
“공작 전하께서 잠들어 계신 동안, 로헨이 바남 주변의 여러 종족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그들을 같은 편으로 이끌어 들였죠. ……주로 근육을 단련하는 것으로 해결하게 했습니다만.”
“으음, 알 것 같네.”
마레스 공작은 탄탄한 크로스핏 특화 근육을 자랑하는 남녀 다크엘프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잘 보이니까 말이다.
“대전쟁 시기에는 다른 종족들과 연합해 싸우는 일은 당연한 일이었지. 마르두크 교단에서도 모든 지성체는 다 같이 마르두크님의 은총을 받을 수 있다 하였으니.”
“예. 정말로 그랬죠. 대전쟁을 겪지 않아서 편견을 가지던 젊은 병사들이 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더니,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가 됐습니다.”
“벗윙크 안 나게 잘해라, 인간!”
“너희야말로! 지난번 덤벨 하는 자세가 완전 틀렸다고!”
“뭣이! 하여간 이래서 근육만 키운 인간 무게충들이란! 진짜 유산소가 무엇인지 곧 보여주지!”
서로 운동을 통해 농담을 주고 받는 군단 병사와 다크 엘프를 보며 하켄은 쓴웃음을 지었다.
“무엇보다, 운동이란 공감대가 있어서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군…….”
“그럼, 함께 땀을 흘리고 단백질을 나눠 먹은 사이는 강철과도 같은 유대를 쌓는 법이다!”
온몸에 펌핑을 완료하여 더욱 근육이 부풀어 오른 키 2미터 20을 넘어선 거대한 오크, 로헨이 둘에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까. 이대로 정면으로 나서다간 분명 큰 사상자가 날 터인데.”
“당연하지만 난 사상자를 근손실처럼 최소화하는 것을 추구한다. 정면으로 공성전을 벌일 생각은 없다.”
“그렇군. 게다가…….”
마레스 공작은 총기로 반짝이는 눈으로 생각에 잠겼다.
“기묘하군. 녀석들, 분명 로라를 사로잡고 있을 텐데 아직 그녀를 인질로 삼아서 협상을 시도하거나 하지 않아.”
“흐음.”
아 그랬지. 공작 부인이 저 안에 있었지.
저들과 협력했던가, 아니면 포로로 잡혀 있거나 할 텐데.
“이런 말 하면 미안하다만, 네 마누라는 너를…….”
“그녀가 내게 뭔가 했다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나를 배신해서까지 저 녀석들과 붙은 건 절대로 아니네.”
“흐음?”
“그녀는 나를 사랑하네.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처럼.”
“…….”
나는 그 말에 뭔 쌉소리냐 하는 눈으로 바라보다 겨우 눈빛을 바꿨다.
“……뭐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난 그런 일에 대해선 잘 모른다.”
“아무튼 로라를 아직도 인질로 내세우지 않는 건…….”
최악의 상황을 생각한 마레스 공작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녀석들은 시간을 끌 생각 따위 없네. 어쩌면, 우리가 빨리 공성전을 걸어오길 기대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가장 불리한 순간을 원한다면, 이유는 하나뿐이군.”
“외부에서 원군이 올 거다. 그리고 우리들의 전력이 내부 공성전으로 소모되는 틈을 노리겠지.”
“내 생각도 그렇네.”
마레스 공작은 끙하고 앓는 소릴 내었다.
“아직 저들의 반마수로 이루어진 정예 중대가 상당수 남았다고 들었네. 그렇다고 내부의 적을 두고 외부로 군단을 재배치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로군.”
“그럼 간단하다. 성안으로 침투조를 보내어서 빠르게 함락하면 된다.”
“흠, 적합한 인원은 있나?”
“저들이 있지 않나.”
나는 운동 기구와 훈련 조언으로 한층 더 강해진 다크엘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평범한 엘프와 달리 정령술은 쓸 수 없지만, 몸을 단련하는 걸 숭상해서 더 강한 신체 능력을 지닌 자들이다. 그 말은-.”
“저 정도 높이쯤이야, 숲에서 나무 타는 거보다 더 쉽죠.”
프로테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다크엘프 대장로 크레아와 나타났다.
“우리가 정면에서 공성전을 유도하고, 저들이 그 틈에 성으로 잠입하면 될 것이다.”
“정말로 괜찮겠나? 그렇기에는 너무 소수의 인원이라-.”
“저들도 이 로헨 크루의 회원들이다. 저들을 믿는 게 아닌, 저들의 근육을 믿어라.”
““라잇 웨잇!””
라잇 웨잇!!
그 순간, 크레아와 프로테나, 그리고 다크엘프들이 각자 더블 바이셉스, 프론트 랫 스프레드, 백 더블 바이셉스를 보였다.
“허어…… 자네와 함께하면 모두가 성격이 비슷하게 되는 것 같군.”
어째서일까.
그들의 자세를 보던 마레스 공작은 기묘하게도 믿음이란 감정이 생겨나 버렸다.
“좋아, 그럼 자네만 믿겠네.”
“내가 함께하겠다 공작. 두려워하지 마라.”
“두려워? 내 성에 내가 정문으로 들어가겠다는데, 왜 내가 두려워해야 하지?”
공작은 수많은 전장을 넘나든 베테랑이 지을 수 있는 호전적인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걸 보고 직감했다.
‘남성 호르몬 아주 뿜뿜 넘쳐흐르고 있구나.’
갱년기 고개 숙인 남성의 극복, 성공적.
*
와아아아!!
성 밖에서부터 몰려드는 병사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녀석들이 오는군요.”
“그래.”
공작성의 가장 깊은 곳, 본디 공작의 좌에 앉은 마엣센이 미하일의 말을 듣고 이죽였다.
“녀석들이 우리의 전략에 말렸습니다.”
“그래, 우리는 여기서 버티기만 하면 된다. 곧 놈이 마수 군단을 이끌고 와 줄 테니.”
마엣센은 손을 깍지끼며 훗 하고 웃었다.
“바남을 폐허로 만드는 건 가슴 아프긴 하겠지만, 그러면 나에게 얌전히 먹혔어야지.”
사악한 미소를 짓는 그의 눈동자는 이미 검보랏빛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오크 놈이…….”
“그래. 그 놈은 분명히 성 안으로 들어오겠지. 그렇게 되면, 너와 남은 레오넬 결사대, 그리고.”
두쿵! 두쿵!
푸쉬이이-.
좌의 뒤에 설치된 수상한 기계장치에서 검보랏빛으로 빛나는 유리 실린더 속 액체가 부글거렸다.
“내가 함께 상대하면 그 오크 놈을 상대하는 덴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함께 싸우겠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마왕과의 최종보스전을 준비하는 용사와 그 동료처럼 보일 정도였다.
와아아아!!
그런 한편, 성 밖에서는.
“놈들이 공성추를 가지고 왔다!”
“쏴라! 쏴!”
바퀴 달린 상자에 거대한 나무 말뚝을 박은 공성병기가 성문을 향해 돌진했다.
“발리스타 준비!”
“쏴라!”
투화악!
콰지직!!
성벽을 지키던 병사들은 커다란 공성 발리스타를 공성병기를 향해 마구 쏴댔다.
콰직! 콰삭! 콰앙!
공성병기의 허름한 나무로 된 지붕과 벽을 부수고 거대한 발리스타의 볼트가 박혔다.
그리고 돌진하던 공성병기는 느려지는가 싶더니, 정지했다.
“흥, 그렇게 어설프게 접근해오다니.”
“여기 녀석들은 공성전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나?”
크하하하!!
멈춰선 공성병기에 검은 사자 용병단이 비웃던 그 순간,
“라잇 웨잇-!!”
투카앙!!
커다란 여자의 목소리와 함께 공성병기의 거대한 말뚝이 엄청난 속도로 튀어나와 성의 정문으로 날아들었다.
꽈꽈아앙-!!
“히에엑!”
“으갸아악!”
그 말뚝은 성의 정문을 관통했다.
직후,
“베이베-!!”
투카앙!
괴성과 함께, 말뚝과 같은 속도로 녹색의 근육이 뛰쳐나왔다.
그것은 50kg 원판 세 개를 단 우르할콘 탄력봉을 든 로헨이었고,
“맘껏 날뛰어 보세요!”
말뚝과 로헨을 날린 것은 로헨과 함께 공성병기 안에 숨어있던 세일럼이었다.
꽈꽈아앙!!
로헨이 휘두른 탄력봉이 정문을 관통한 말뚝을 내리쳤고, 성문은 박살났다.
“으아악!”
콰콰콰앙!
공성 말뚝은 그대로 성안으로 파고 들어가더니 중앙탑의 문까지 날아들어 부숴버렸다.
성안에 있던 용병단의 병사들이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사이,
“마엣센 대장! 네놈이 근육을 가진 남자라면 나와라!!”
[스킬 : 전쟁함성-슈퍼세트]쩌렁쩌렁!
“끄아아악!”
로헨의 전쟁함성이 성안을 뒤흔들었고, 병사들은 귀를 막으며 웅크렸다.
콰아아아!
“큭……!”
그 함성은 마엣센까지 날아들어 그를 전율하게 했다.
“단장……!”
“그래, 근육으로 승부를 보자 이거지.”
꾸욱!
그 순간 마엣센은 그가 쥐고 있는 막대 모양의 ‘스위치’를 눌렀다.
촤르르륵!
푸푸푹!!
“크으윽!”
그 순간, 옥좌 뒤에 있던 기계장치의 기계촉수가 날아들어 그의 등에 주사를 꽂았다.
“좋지…… 네놈과는 결국, 이렇게 맞상대할 거라 예상했다.”
불끈!
그의 목을 타고 핏대가 검보랏빛으로 물들어 불거졌다.
“진정한 암흑신의 힘을 받아들인 육체를…… 보여주지!”
꿈틀! 꿈틀!
마엣센은 꿈틀거리는 근육을 움직이며 좌에서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