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81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80화
“어, 저기…… 괜찮아 보이나요?”
잠깐의 소란 뒤, 카페리아는 내가 미리 준비한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의외로 옷을 만드는 데 꽤 조예가 있던 프로테나가 힘을 써줘서 만든,
반팔에 얇고 잘 늘어나며 속건성인 운동 티셔츠, 그리고.
마찬가지로 다리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게 잘 늘어나고,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짧은,
특유의 약간 옆트임이 있고 흰 바짓단이 있는 반바지.
‘돌핀팬츠’다.
“움직여 봐라. 이렇게.”
카페리아는 내가 움직인 대로 팔을 벌리고 열심히 돌리거나, 다리를 좌우로 쭉 뻗거나 들어올리거나 하는 동작을-.
“으, 윽! 으읏…….”
……못했다.
이 뻣뻣한 관절의 방구석 폐인 드래곤은 관절이 오래된 로봇 프라모델 마냥 90도 이상으로 움직이질 않아!
“……그쯤하고, 옷은 불편한 건 없나?”
“네에. 이렇게 편한 옷은 처음 입어봐요. 꼭 아무것도 안입은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고 보니 조금 전, 옷 갈아입힐 때 소동이 떠올랐다.
『아 회원님! 방금 그렇게 난리 치셨으면 지금 여기서 훌러덩 벗지 말아주십쇼!』
『엣, 그치만 방금 벗으라고…… 조, 좀 전엔 트레이너가 갑자기 말 하셔서 놀랐지만, 하등한 필멸자하고 몸 구조가 달라서 딱히…….』
그 덕분에 의도치 않게 보게 된 카페리아의 맨몸은-.
음, 뭐랄까. 너튜브로 애완 도마뱀 다루는 영상을 본 적 있는데.
그런 동글동글한 도마뱀의 아랫배를 그냥 그대로 사람으로 바꾼 모습이랄까,
성적 특징이 매우 옅은 중성적인 몸인데다, 생물이라면 가지고 있어야 할 ‘기관’이 전혀 없는 맨들맨들한 살이다.
정말로 살찐 개구리, 아니면 도마뱀 같아 보이는, 그런 몸이었다.
뭐 자기 말대로 하등한 필멸자들과 다른 드래곤이니까, 생물의 성별 관념과 동떨어진 몸이지.
굳이 표현하면, 중성…… 아니, 무성?
‘그런 녀석을 그녀 라고 표현하다니, 아르길 그 영감 취향 한번…….’
“그렇다고 진짜로 안 입고 다니면 숭한데다, 땀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방해된다. 앞으로 운동할 때는 이 복장을 한다.”
“네, 네 알겠습니다 필멸자 트레이너!”
“그냥 로헨 트레이너면 됩니다, 회원님. 자 그럼, 기본 스트레칭을 재개합니다!”
그렇게 다시 카페리아에게 기본 스트레칭을 시켰다.
아직은 내가 꾹 누르거나 하는 식으로 손대진 않고, 뻣뻣하더라도 본인이 스트레칭을 하도록 두었다.
“자, 스트레칭을 모두 끝났으면. 이제 저기에 앉는다!”
그러며 나는 실내 자전거를 가리켰고,
“이, 이런 건 처음 보는데…….”
카페리아는 긴장과 호기심이 뒤섞인 표정으로 자전거 안장에 앉았다.
그리고 페달을 밟았다.
붕붕붕붕붕붕!!
“어, 어?”
카페리아는 처음으로 실내 자전거를 밟는 감각에 놀라워했다.
처음으로 밟아본 자전거 페달은 크게 힘들지도 않았고, 의외로 꽤 재미있었다.
“지금 정도가 좋다. 지금 정도로 20분 정도 계속한다.”
“저, 정말로 이 정도로요?”
오히려 각오한 것보다 너무 힘들진 않고, 적당한 수준이어서 카페리아가 의아해했다.
“아예 운동이 처음인 데다 성장기인 어린이에겐 이정도 강도로 충분하다.”
“어, 어린아이…….”
실제 연령으로 따지면 근 천년 가까이 되는 세월을 보내온 카페리아가 그보다 훨씬 더 연상일 텐데,
‘어째서지, 이렇게 어린아이 취급 받는게…….’
그리 싫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지금 하고 있는 자전거라는 운동처럼.
“헉…… 헉…… 헉…….”
어느새 숨이 차오르고 땀이 날 정도로 자전거를 밟고 있었다.
‘숨이 차올라…… 머리가 멍해져…….’
카페리아는 자신의 숨소리와 두근거리는 심장소리, 그리고 차오르는 열기를 느꼈다.
‘뭐지? 조금 힘들어서…… 아프기 시작하는데도…….’
숨이 차서 멍한 와중에 들어오는 열기, 고양감.
온몸에 피가 돌면서 느껴지는 짜릿한 느낌.
지금까지 방구석 폐인이기만 했던 카페리아는 거의 처음으로 느끼는, 운동의 희열이었다.
‘힘들고, 아프기만 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건…….’
“하아……! 하아……!”
‘기분, 좋을지도…….’
“자, 그만. 그 정도 면 됐다.”
“하아…… 네?”
카페리아가 실내 자전거를 20분 밟고 5분 쉬며, 다시 20분을 밟고 난 뒤, 로헨은 운동 끝을 알렸다.
“저, 정말 이거로 끝인가요?”
다시 현실로 돌아온 카페리아는 놀랍게도,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발을 멈췄다.
“아쉽나?”
“앗…….”
자신도 선뜻 이해할 수 없는 그 심리와 감각에 카페리아는 혼란을 느끼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조금.”
“호오,”
[카페리아 회원님의 신체 특성 파악] [‘운동의 즐거움’ 스킬 보유중]이건 좋군. 운동 그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다니.
이거야말로 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원동력이다!
생각보다도 더 성공적이고 빠르게, 카페리아 회원의 다이어트 프로그램 수행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무리하지 말고 페이스를 조절해야 한다. 운동이 재미가 들고,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하니까.”
“위험해요?”
“자신도 모르게 현재의 신체 한계를 넘어서 무리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크게 부상을 입게 된다.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
“네, 네에…….”
카페리아는 아쉬운 표정으로 실내 자전거 안장에서 내려왔다.
‘그래, 그 아쉬움을 품고 있어라.’
운동에 전력을 쏟아내고 난 뒤에도 계속 의지를 가지기는 힘들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면, 더 운동하고 싶다는 욕망을 남겨놓는다면.
다음번 운동을 하고자 하는 의지와, 동기를 가지게 되는 거다.
마치 달리는 말 앞에 당근을 가져다 놓듯, 길게 운동을 할 수 있는 미끼를 던져놓는 거나 마찬가지.
길고,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자, 마무리로 지금 몸에 피가 돌고 근육이 따듯해져서 잘 풀려 있을 때, 스트레칭으로 유연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엣.”
“이번 스트레칭은 조금 아플것이다!”
“아, 아파요? 자, 잠깐만!”
“소프트 웨잇!”
“아, 아파파파팟?!”
나는 카페리아가 다리를 펴고 앉은 채 상체를 완전히 앞으로 엎드릴 수 있도록 등을 지그시 눌러주었다.
“좋아, 몸이 풀려서 잘 되지 않나!”
“@#$%&!!”
납작해진 덕에 숨이 막힌 카페리아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아파! 그, 그런데, 아픈데…….’
로헨은 무식하게 누르지 않고, 지그시 섬세하게 강약을 조절하며 스트레칭이 될 수 있도록 카페리아를 눌렀다.
“자, 다음은 발을 좌우로 펼쳐서 납작하게!”
“으그그극!”
“다음은 옆구리를 옆으로 기울이며 스트레칭!”
“으갸갸갹~!!”
‘아픈데…… 뭐지, 이 기분?’
마치 풀리지 않던 공식을 풀어냈을 때처럼, 마치 꼬인 실뭉치가 저절로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단단하던 쇳덩어리가 고열에 녹는 것을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아, 풀린다…….’
마치 가슴 속에 응어리진 무언가가 고통과 함께 풀리는 듯한 감각.
풀리지 않는 답답함이, 움직이지 않는 관절이 펼쳐지면서 풀리는 것 같아서 해방감이 들었다.
‘이게, 몸을 움직인다는 것…….’
우드드득!
“응기이잇!”
카페리아는 시원하게 관절이 펼쳐지는 소리와 함께,
단단하게 뭉친 몸이 한올 한올 풀리는 쾌감에 빠져들었다.
“하아…… 하아…….”
로헨이 조력한 스트레칭이 끝났을 무렵엔, 카페리아는 땀과 눈물에 젖어서 축 늘어졌다.
“고생했다. 이제 붉나무 드링크와 단백질 보충제를 먹고 쉬어라.”
“네에…… 하아…….”
기분 좋게 힘이 빠져 축 늘어진 카페리아는 간신히 힘을 내서 로헨이 준 붉나무 드링크와 단백질 보충제를 마셨다.
“어……?”
[카페리아 회원님이 단백질 보충제와 붉나무 드링크를 섭취했습니다.] [카페리아 회원님의 소모된 무기염류가 보충됩니다.] [카페리아님의 근손상이 회복됩니다.]드래곤 특유의 감각으로, 카페리아는 금방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감지했다.
“슬슬 잘 시간이군.”
“엣…… 제가 잘 시간은 아직 한참…….”
“다이어트는 생활 전반 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 밤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그래야 몸이 제대로 활성화되고, 호르몬 분비가 활발히 일어나 지방 감소와 근성장을 이룰 수 있다.”
“네에…….”
드래곤인 카페리아조차 잘 모르는 단어의 연속에 그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 레어에 목욕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고 들었다. 씻고 푹 자라. 찬물로.”
“아, 그 그건…… 사실 아르길 같은 다른 종족 친구가 있으면 쓰라고 만들어 둔 건데…… 그, 드래곤은 애초에 땀이나, 신체 활동 부산물이 거의 안 나와서…… 그, 목욕 별로 안 해도 괜찮거든요……?”
“…….”
“그, 너무 자주 목욕을 하면, 그 몸에 안 좋다고도 들어서…….”
‘무슨 개삽소리를 하는 거냐’라는 듯한 로헨의 표정에 카페리아는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드래곤의 모습이었다면 또 네가 말한 대로 일지도 모르겠는데, 지금의 네 모습은?”
“이, 인간에 가까운…… 폴리모프…….”
“지금 땀하고 침하고 다 흘렸지 않나?”
“네에…….”
“그럼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가서 씻어라! 필멸자 종족에게 더럽다 소리 듣고싶나!”
“히잇! 아, 알겟습니다!”
그 필멸자 오크에게 휘둘린 카페리아는 결국 몇 년만에 하는 건지도 모를 샤워를 하고야 말았다.
뜨겁던 몸이 찬물 샤워로 식혀지니 곧 엄청난 피로감이 와서 카페리아는 곧바로 빠르게 잠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꼬르르륵-
“으으…….”
맹렬한 허기가 카페리아를 깨웠다.
당연히 평소라면 야식을 먹었을 시간이니, 운동을 해서 칼로리 소모가 된 배가 고파올 수밖에.
그리고 그 다음, 조금 눈을 떳을 땐.
‘……뜨거워.’
몸 안쪽에서부터 솟구치는 엄청난 열기, 그리고 그 열기가 온몸에.
특히 오늘 계속 움직였던 다리에 휘몰아치는 감각을 느꼇다.
‘뭐야 이거…… 뜨거워…… 뜨거워서 잠을 못자겠어…….’
단지 몸이 뜨거운 것을 넘어서, 몸이 분해되었다가 다시 재조립되는 것 같은 느낌.
그런 몸을 당장 움직이고 싶다는 충동.
카페리아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운동의 열기에 혼란스러워하며 몸을 뒤척였다.
쿵!
그러자 무거운 쇳소리에 살짝 눈을 떴다.
“어……?”
“후욱! 후욱! 후욱! 마지막 1회……!”
철커덩- 쿠웅! 철커덩- 쿠우웅!!
그곳엔, 우르할콘 탄력봉에 있는 대로 원판을 끼워놓고 스쿼트랙에서 스쿼트를 하는 로헨이 있었다.
‘저게…… 운동……?’
인간 모습으로 폴리모프 한 지금의 자신은 들기는커녕, 움직이지도 못할 거대한 쇳덩어리를 연신 드는,
녹색의 거대한 근육의 오크의 한 껏 펌핑된 근육을 보니, 가슴에 두근거림이 심해졌다.
‘나도…… 저렇게 강해질 수 있는 걸까?’
과거, 진정한 드래곤의 위엄을 보이던 엘더 드래곤을 봤을 때 느꼈던 감정.
순수한 동경심.
카페리아는 그것을 지금, 로헨을 보고 느꼈다.
그것이 운동의 영향으로 활성화되어 뜨거워지는 신체와 함께 뒤섞여서,
그 드래곤에게 하나의 충동을 느끼게 했다.
‘몸을 움직이고 싶다.’
‘저렇게 되고 싶다.’
‘더 강해지고 싶다.’
그리고,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다.
[카페리아 회원님의 심박수와 혈류가 증가합니다.] [카페리아 회원님의 근성장이 이루어집니다.] [카페리아 회원님의 지방 연소가 일어납니다.] [카페리아 회원님에게 강한 운동 동기부여가 발생합니다.]그리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던 로헨 또한 그런 카페리아의 시선을 광배근으로 느끼며 훗 미소지었다.
‘그래, 느껴라 카페리아. 더 운동을 하고 싶다는 욕망을! 더 나아지고 싶다는 욕구를!’
그것이 지금은 그저 살찐 도마뱀인 너를, 진정한 판타지 속 드래곤으로 만들어 줄 테니.
*
“몇 명이 사라졌다.”
같은 시간, 인근에 주둔한 마법사 무리들을 지그시 지켜보단 에이크가 중얼거렸다.
“교대로 몇 명씩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 몰래 가면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했나.”
“그렇군. 그것도 환영까지 써서 눈을 숨기다니. 그러고도 자네들의 눈을 피할 순 없군. 대단하네.”
에이크 옆에서 아르길이 거들었다.
“분명히 카페리아의 레어를 감시하러 가는 거겠지.”
“지금 당장이라도 박살 낼까 싶지만.”
“아서게, 명분이 서지 않는 선제 타격은 적을 만드는 법이니.”
“알고 있다. 그러니 이렇게 계속 지켜보는 것 아니냐.”
에이크는 퉁명스럽게 말했고, 아르길은 다시봤다는 듯 훗 웃었다.
“역시, 지혜가 있으므로 근육을 만들 수 있단 건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당장은 뭔가 저지르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니까 그냥 두겠지만, 로헨의 일을 방해할 셈이라면…… 그땐, 단백질로 만들어 버릴 테다.”
“그건 나도 막지 않겠네. 아니 오히려-.”
“오히려?”
“그렇게 어리석은 짓을 저쪽에서 했으면 하는군.”
에이크 또한, 싱긋 인자한 듯 미소지으면서도 눈에 호전적인 빛이 어린 아르길을 의외라는 듯 곁눈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