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83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82화
“……저건 또 뭐냐?”
숲속에 숨어서 카페리아의 레어를 정찰하고 있던 마법사 페리오는,
“잘하고 계십니다! 마지막 1세트!”
웬 고블린 한 마리가 청소년 정도 나이의 아이 형체 앞에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고 있는,
기묘한 상황을 목격하고는 황당해하고 있었다.
“도대체 뭘 하는 걸까요…… 그보다, 감히 블루 마운틴에 들어가려는 고블린이 있다니, 이런 건 처음 봅니다.”
곁에서 지켜보던 동료 마법사 에파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고블린 같은 지성이 있는 몬스터들은 드래곤을 두려워하며 블루 마운틴에 들어서지 않았다.
그런데도 난데없이 나타난 고블린, 게다가 마도구가 분명한, 아이의 형상을 비추는 떠다니는 구체 기기라니.
그건 어느 마법사 길드를 가더라도 마스터 대우를 받을 만한 페리오도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좋습니다 카페리아 회원님! 잠시 휴식하도록 하죠!”
“카페리아?”
“그 이름은…… 저 레어 안의 블루 드래곤의 이름이 아닙니까?”
“저 마도구는 외부와 소통하는 용도인가 보군. 예전에 마도구 학회에서 본 기억이 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페리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드래곤을 레어에서 꺼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러며 페리오는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자기 딴에는 엄청난 흉계를 꾸미고 있다 생각하겠지만,
“카토, 저 인간 녀석들 뭘 저렇게 기분 나쁘게 웃는 거람.”
“나도 모른다. 인간 놈들 생각하는 것 따위.”
그들을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던 나머지 두 고블린들은 한심하다는 듯 서로 중얼거렸다.
그들은 멀찍이 떨어져서 멀리서도 볼 수 있는 보탄이 만들어준 망원경으로 마법사들을 관찰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어쩔까? 제압해?”
“그럴 생각이었다면, 스카 대장이 먼저 지시했겠지. 일단은 지켜보고 있자고.”
그들의 말 대로, 스카 또한 이미 마법사들이 자신을 감시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로헨 크루의 첩보와 비밀공작을 맡은 그들이었다.
어설프게 그들을 지켜보는 마법사들 따위, 숲에 들어오면서 이미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다.
그럼에도, 스카가 전혀 모르는척 한 것은-.
따닥- 딱- 따닥-
『잠깐 가만히 지켜보고 있어라.』
라고 로헨이 모스 부호를 이용, 그에게 명령했기 때문이다.
로헨 또한 가상 화면을 통해 스카를 훔쳐보고 있는 마법사들의 존재를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것.
그 순간부터 로헨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럼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하아……! 네, 네에!”
처음엔 딱딱하게 스카를 대했던 카페리아도 이제는 숨을 몰아쉬면서도 웃으며 대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은 직접 만남이 아닌 간접 만남이기에 가능했을지도.
후웅!
기묘한 소리와 함께 마법이 종료되고, 카페리아는 꺼진 마도 기기 안에서 비틀거리며 나왔다.
“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제대로 걸을 수가 없어요…….”
“단백질 보충제를 마시고 쉬면 금방 괜찮아질 거다. 하체를 단련하는 건 중요하다.”
나는 돌핀 팬츠 너머 아직은 가느다란 허벅지를 보며 말했다.
“단련된 하체가 있어야 몸을 지탱하고 달리기, 자전거와 같은 강한 유산소를 할 수 있고, 더 무거운 무게를 들어 상체를 단련할 수도 있는 법이다.”
“그건…… 마치 마나 운용법 같네요.”
“흐음?”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나왔군.
“저희가 쓰는 마법은 마나를 이용해서 구사해요. 그리고 마나는 마법사 안에 있는 마법 회로에 흘러 마법식을 통해서 마법으로 발현되죠.”
치이잉!
카페리아는 검지 하나를 들어 조그만 마법진을 만들고, 그곳에서 얼음꽃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마법 회로는 계속해서 구조를 정리, 변경하여 효율을 극대화하는 과정이 중요해요. 그건 많은 지식과 치열한 명상을 통해 이루어지죠.”
“과연. 효율 증대란 거군.”
“인간들은 이 부분을 상당히 간과하더군요. 그나마 이 중요성을 아는 사람도 그 방법은 굉장히 원시적이고 뒤떨어져 있어요. 워낙 지루한 과정이고 시간도 오래 걸리니, 결국 필멸자인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도…… 아, 아무튼!”
역시나 마법 덕후답게 아는게 나오는 순간 말이 많아졌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마법의 위력과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마법 회로 최적화’를 계속 반복해 마법을 구사할 기반을 닦아 놓는 게 중요해요. 그게 지금 로헨 트레이너가 하체를 강조하시는 것과 닮아 있어서…….”
“기초와 바탕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점에선 일맥상통하군.”
“인간들은 그걸 신경 쓰지 않고, 어떻게 하면 마나를 더 강화하거나, 술식을 정교하게 하는 데만 신경 쓰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세일럼이 최근 마법의 정교한 구사와 응용을 고민하는 것 같던데.”
“아아, 그 중력 마법의…… 그 필멸자의 마나는 엄청나게 강해요. 하지만 그걸 그냥 타고난 그대로인 마법 회로에 때려 넣을 뿐이고, 술식도 정교하지 않은데 그걸 힘으로 억지로 구사하는 거예요.”
“과연.”
“솔직히 저도 처음 봤어요. 그런 식으로 마법을 구사하는 필멸자는…… 그런 식으로도 가능하구나 싶었지만, 결과물이 위력은 뛰어날진 몰라도, 정교함과 효율이 극히 떨어져요.”
세상에는 타고난 힘만으로 자세나 요령, 기술을 무시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런 사람이 기술까지 익히면, 어떻게 될까.
‘세일럼은, 지금보다 더 강한 마법사가 될 수 있겠군.’
“제, 제가 너무 많이 떠들었죠…….”
“아니, 아주 좋은 비유를 해 주었다. 앞으로 너의 힘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저, 정말……요?”
날 올려다보는 카페리아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려면, 이제 슬슬 밖으로 나갈 차례가 되었군.”
“바, 밖으로요? 그, 그게…….”
“그래.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지 않았나.”
“저기, 그…… 생각해 보니 그냥
…… 이 가상 마도 기기를 이용하는 게 더 나을 거 같기도 해요…….”
“흐음?”
이 녀석, 갑자기 현자타임이라도 왔나? ‘그것’도 없는 녀석이?
“그, 그리고 바깥의 사람들도 차라리 이런 식으로 만나는 걸 더 좋아할 수도 있고…….”
“왜 그렇게 생각하나?”
“그게…….”
문득, 카페리아는 조금 울적한 표정으로 말한다.
“다들, 드래곤인 저를 밖에서 직접 보면 두려워하거나, 아니면 절 이용하려고만 해서…… 여전히 나가기가, 좀 그래요.”
“흐음.”
카페리아가 밖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는 그리 쉽게 치료될 것은 아니었다.
‘이 가상 기기가 외부인과의 교류를 쉽게 해 주는 건 좋지만…….’
내 전생의 세상에도 이것과 비슷한 VR로 외부와 소통을 대신하고, 더욱 방구석으로 파고든 사람들이 있었다.
“이 기기를 통해서 보면…… 저도 드래곤이 아니고, 상대도 고블린이 아닌…… 스카랑 카페리아로 만날 수 있으니까요…….”
시무룩한 카페리아의 표정에는 많은 것이 담겨져 있었다.
“게, 게다가! 이렇게 운동을 하는게 가능한 것도 확인했잖아요! 아주 안 나가겠다는 건 아니고! 좀 더 시간을 주세요!”
“시간이라면?”
“대략…… 한 10년 정도? 자, 잠깐이면 되니까!”
하여간 장수종들의 시간 관념이란. 무슨 ‘오후부터 시작할게요~’ 같은 느낌으로 말하고 있어.
‘이 녀석을 지금 당장 어떻게든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오히려 저 마법 VR에 심취해서 더 밖으로 안 나가게 될지도 모르겠어.’
내가 굳이 스카에게, 우릴 훔쳐보고 있는 마법사들을 가만히 놔두고,
녀석들이 할 ‘짓’에 어울려주라고 지시한 것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할 ‘강수’를 두기 위해서였다.
‘자아, 그럼 그 마법사 놈들이 내가 의도한 대로 움직여주려나.’
*
바로 그날 밤.
“크읏!”
치이잉!
콰아앙!
스카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화염 마법을 지그재그로 달려 피했다.
“젠장 에파! 파이어볼 쓰지 마라! 그러다 태워 먹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네, 네엣!”
두 마법사는 화려한 마법을 날려댔다.
쾅! 쿠르르릉! 콰직!
파이어볼로 숲을 태우고 아이스월로 퇴로를 막아 스카를 도망치지 못하게 가둬놓는다.
퓨퓨퓽!
쿠쿠쿵!
그러면서 마나 소모가 적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볼트 마법으로 계속해서 스카를 공격해 압박했다.
‘제법 싸움이 익숙한 마법사들이로군요.’
그 연계는 스카도 감탄할 정도였다.
‘하지만, 약하군요. 이 정도론, 역시 주군의 몸엔 근손실 1그램도 초래하지 못하겠어.’
하지만 스카는 그저 여유만만이었다. 지금까지 헤쳐온 전쟁터에 비하면,
이 마법사 두 명의 공격은 귀찮긴 해도, 딱히 위협적이진 않았다.
탓! 파팟! 쉬이익!
그것을 증명하듯, 스카는 모든 볼트와 마법,
콰드드득!
심지어 발아래를 무너뜨리는 대지 마법까지 전부 피해서 빠르게 마법사들을 향해 쇄도했다.
그런 와중에도, 퇴로를 막기 위해 막아놓은 얼음 너머에서,
‘도와줄까요?’
라는 눈으로 보는 부하들을 포착할 여유까지 있었다.
‘필요 없다. 너희는 대기하도록.’
이라고 눈빛으로 전달한 스카는,
“라잇 웨잇!”
투화악!
로헨만큼 자유롭게는 아니지만, 다리 근육에 전력을 낸 스카는 더욱 빠르게 마법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검은송곳니 류 오의! 질풍 밟기!”
“우, 우와앗!”
고블린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달려드는 것을 본 마법사 에파는 당황했다.
“크윽!”
콰드드득!
하지만 곧바로 대지 마법으로 흙벽을 올려서 스카를 막으려 했다.
“좋은 방법이군요. 하지만, 흐음!”
타다다닷!
“히익?!”
스카는 그 정도쯤 예측했다는 듯 흙벽을 박차고 뛰어올라 피했다.
“겨우 이 정도로 절 막을 순 없습니다!”
“꺄악!”
쉬익!
에파가 후속 마법을 쓸 여유도 없이 그녀의 목을 칼로 그어버리려던 찰나,
“멍청한 고블린 놈.”
“……!”
그 옆에, 흙벽으로 몸을 숨기고 있던 마법사 페리오가 나타나, 바로 스카의 옆에서 손을 뻗었다.
이미 그 손엔 마법진이 펼쳐져 있었다.
“잡았다!”
솨아아악!
“키엑!”
쩌정!
쿠웅!
마법진에서 쏟아져 나온 강렬한 냉기는 바로 스카의 몸을 얼음덩어리로 만들었다.
얼음덩어리가 된 스카는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고, 고맙습니다…….”
“겨우 고블린 따위에게 고전하지 마라. 우리 ‘검은 손’의 일원이라면.”
페리오는 동료 에파를 싸늘하게 내려다보며 손을 거두었다.
“고블린 놈을 포획했다. 이제 남은 건, 드래곤 녀석을 레어에서 빼내 오는 것뿐이지.”
그러며 페리오는 씩 웃었다.
‘……역시 그럴 속셈이었군.’
한편 얼음덩어리가 된 스카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로헨 크루로서 단련된 그의 몸으로 이까짓 얼음쯤은 조금만 힘을 주면 부서뜨릴 수 있었다.
게다가 그가 마음만 먹었으면 에파의 목은 벌써 그의 나이프에 달아나고,
페리오는 그가 던진 표창에 머리에 구멍이 났을 터.
명백하게 봐준 것이 분명한 것에, 부하 카토, 토치도 딱히 돕진 않고 관망만 하고 있었다.
부하들 앞에서 얼음과자가 된 꼴을 보이는 게 오직 굴욕일 뿐이었다.
‘자아, 과연 카페리아 공께서 저를 얼마나 생각하고 계신지, 한번 확인할 수 있겠군요.’
스카가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페리오가 지시했다.
“그럼, 그 마도기기를 찾자.”
*
“이상하네요…… 오늘 스카가 약속 장소에 안 보이는데…… 이렇게 늦은 적은 없었는데…….”
“흐음.”
다음날, 가상 마도 기기 안에 들어간 카페리아는 스카가 약속 장소에 보이지 않자 의아해했다.
로헨은 모든 것을 다 알면서도 모른 척 시치미를 뗐다.
“호, 혹시 스카에게 무슨 일이…….”
카페리아는 진심으로 걱정하며 말했다.
그리고,
[그 기기 너머에 있는 드래곤 카페리아. 듣고 있나?]“앗!”
가상 화면에, 스카를 단단히 굳힌 토사로 포박해둔 마법사 페리오가 나타났다.
“네, 네네네놈들!! 스카에게 무슨 짓을!”
[이 녀석의 목숨이 아까우면, 당장 레어를 열고 나타나라! 그렇지 않으면!]치이잉!
페리오는 막 아이스 볼트를 발사할 기세의 마법진을 펼친 손을 스카의 머리를 향해 겨누었다.
[이 녀석의 머리에 얼음을 박아서 레어에 던져주마!]물론 그 협박을 받는 스카의 얼굴 표정은 지루하다는 듯 뚱한 표정이었다.
나는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짐짓 참고,
“어, 어어어…….”
패닉에 빠져 어버버 거리는 카페리아에게 다가왔다.
“어어어어떻게하죠?! 스, 스카가 저, 저러다가! 어, 어어어어떻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는 건 나중이다.”
“네?”
나는 카페리아의 푸른 사파이어 같은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 카페리아?”
카페리아는 내 말을 듣고 잠시 숨을 삼켰다.
이내, 눈을 낮게 내리깔며 좌우로 돌리다, 애써 입을 떼었다.
“……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