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89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88화
나의 교통정리로 성을 지키던 마법 경비병들은 무력화된 흑마법사 사용자들을 체포했다.
“우, 우리는 그냥 새로운 마법을 연구하는 연구 동아리에 들었을 뿐이야!”
“호기심에 잠깐 참석했다가 다신 안 나갔어요! 흑마법인줄도 몰랐어요!”
“흑마련이라니 무슨 개소리야! 난 그저 마법의 자유를 추구하여-.”
그렇게 마법 경비병들이 체포한 흑마법 사용자들은 전부 흑마련과는 관계없이,
모임이나 동아리 등에서 호기심이나, 자기 신념에 따라 흑마법을 다소 배워본 정도이지,
진심으로 흑마련에 찬동한 건 아니었다고 한다.
‘분명히 흑마련의 일원이라 생각했던 부테롤은 정작 아무것도 모른 녀석이었고.’
적당한 여관을 잡은 뒤, 부테롤과 아르길과 나는 삼자대면을 했다.
“……사실은,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네.”
카페리아가 타준 커피를 마시며 겨우 정신을 가다듬은 부테롤이 첫마디를 꺼냈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던 아나벨이 나에게 직접 말을 걸어온 것도, 그리고 드래곤을 포획하지 않겠냐는 것을 제안한 것도 모두 의심스러웠네. 그가 가르쳐준 마법도 흑마법에 가까운 마법식이었단 것도 어렴풋이 알았네.”
“그런데도 자네는 그 아나벨인지 뭔지 모를 자의 말을 들었군.”
“……그만큼 절박해서 그 모든 걸 외면한 걸세.”
아르길은 이미 아나벨을 자칭한 자를 본인이 아닌, 그자로 위장한 흑마련 측의 인물이라 간주하고 있다.
“업적이…… 필요했어.”
“업적? 자연 원소 학파의 학과장이자, 마탑의 7인의 그랜드 마스터의 1인인 자네가 대체 무슨 업적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그건 전부! 네놈과 아나벨이 없어서 거저 얻은 명성이란 말이다!!”
부테롤은 문득 울분을 터뜨리듯 목소리를 높였다.
“나에겐 아르길 네놈과 같은 천재적인 마법 조합 능력도, 아나벨과 같은 마법식 탐구 능력도 없어! 단지 네놈들이 마탑에 남지 않았기에, 네놈들이 마땅히 가져야 했을 그 업적과 칭호를 거저 얻은 것뿐이다!”
“으음…….”
보디빌딩 대회에서도, 계속 우승하던 선수가 출전하지 않아 만년 콩라인인 선수가 우승하게 되면,
『근육도 모자란 게 실력자가 나오지 않아서 운 좋게 거저먹었다.』
라는 말이 종종 나온다.
‘그럴 때 우승한 콩라인 선수의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지.’
차라리 최고 실력자와 정면으로 붙어서 패배하면 내가 모자랐다고 인정이라도 할 수 있지.
왜 그걸 잘 아냐면, 내가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 심정을! 멋대로 마탑을 뛰쳐나와서 지 잘난 맛으로 사는 네놈이! 이해할 수 있겠나!!”
‘조금은, 녀석에게 공감이 되는군.’
나는 거의 울먹이려는 부테롤의 표정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네놈을 능가하고, 마탑에 백년, 천년 간 남을 업적을 남겨서 마탑주가 되려면…… 드래곤을 포획해 오는 정도의 위업을 이뤄야 했네…….”
“하지만 자네는 그릇된 길을 선택했지.”
“…….”
“자네만의 마법을 만들어 내거나 새로운 발견을 하는 업적이 아니라, 다른 존재를 억지로 잡으려 드는 게 자네가 업적을 세울 기회라고 생각했던 건가?”
“으, 음…….”
방금 느낀 아주 잠깐의 동정심도 사라졌다.
이 녀석은 그냥 싹이 글러 먹은 녀석이다.
“하, 하지만 드래곤이 가지고 있는 고대의 주문이-.”
“그냥 친구로서 다가가서 물어보고, 가르쳐 달라고 하면 될 것 아닌가!”
“윽…….”
“카페리아는 상처가 많은 친구일세. 그에게 오직 마법에 관한 지식만 갈구하니 질려서 자네들을 만나기 싫어한 거 아닌가! 그럼에도, 자네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라고 용기를 쥐어 짜내서 조금씩 가르쳐주던 친구일세!”
이번에는 아르길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 친구를 잡아다가 강제로 가진 걸 뜯어내는 무도한 짓이 어찌하여 마탑의 업적이 되는가! 부끄러운 줄 알게 이 친구야!”
“크윽…….”
“그렇다. 네놈이 아무리 절박했다 한들, 지금 이 사태는 결국 네놈이 자초한 짓이다.”
뒤이어 나도 신랄하게 일갈했다.
“게다가 자기 스스로의 능력으로 이루려는 것도 아니고, 자기 아랫사람을 희생시켜가며 하려 들다니. 그러면서 정작 자기들이 흑마련에 잠식되어 있었단 것도 까맣게 몰랐고.”
“으, 으…….”
“저 녀석은 예전부터 자기만 알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이기적인 경향이 있었지. 높은 자리에 오르면 조금은 바뀔 줄 알았건만…… 쯧쯔, 이 친구야.”
아르길도 이제는 정이 떨어졌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긴, 이 정도로 적당히 무능하고 무심해야 속여서 일을 도모할 수 있겠지. 그러면서도 적당히 높은 위치에다 뭘 하려는 쓸데없는 의지만 강해서 이용하기 좋은 유용한 인물…….”
“부테롤 자네야말로 흑마련이 일을 도모하는 데 적임자였겠군.”
“크으윽…….”
부테롤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나와 아르길의 비아냥에도, 어떤 반론도 꺼내지 못하고 이를 악물 뿐이었다.
“그런 자네 때문에 마탑에 흑마련의 첩자들이 들어와 버렸네, 게다가.”
그러며 아르길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봐, 응용마법과동이 봉쇄됐어!”
“마법시약과 동에선 지금 안에서 엄청난 소란이 일어났어! 조심해! 유독물질들이 퍼져나가고 있다고!”
“경비대는 대체 뭘 하는 거야! 지금 실종된 녀석이 한두 명이 아냐!”
“동쪽 구역 마도구연구과 지하 연구동이 완전히 잠겼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창밖의, 마탑의 상황은 혼돈의 카오스 그 자체였다.
우리가 마탑 안의 흑마련 동조자들을 밝혀낸 결과, 벌집을 쑤신 듯 흑마련 동조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흑마련 동조자들은 비밀리에 몸을 빼거나, 아니면 이미 정해진 대로 내부에 비밀리에 혼란을 일으키거나,
흑마련 동조자들에게 잠식당한 학과의 경우 학과의 동을 장악당하고 봉쇄하는 일도 있다.
흑마련 동조자가 거의 없는 학과들 조차 외부의 침입을 막는단 명분으로 학과를 봉쇄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한마디로, 지금 마탑은 내전 상태다.
마탑 역사상 처음 있는 이 사건에, 마탑은 대체 어떻게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할지 감도 못 잡는 상황.
그나마 마탑의 자경단이라 할 수 있는 마탑의 마법 경비대가 노력은 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심지어, 이 상황에서 마탑의 최고자리에 있는 마탑주는 행방이 묘연하여 연락조차 닿지 않는 모양이었다.
“자네가 이 혼란을 초래하는 시발점이 되었으니, 그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터. 전력으로 협조하게나 ‘전 학과장’”
“뭐, 뭣?”
“친구와 동기 좋다는 게 뭔가. 친구와 동기의 실수를 커버쳐주는 게 아닌가.”
“너…… 설마…….”
“그래, 4원소 마스터 아르길이 그랜드 마스터가 되어서 복귀한다.”
아르길은 평소의 웃음기가 사라진 위엄있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부테롤을 내려다보며 선언했다.
“이의 있는가, 전 학과장?”
“…….”
무슨 할 말이 있겠나. 부테롤은 그저 한숨만 푹푹 쉬며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러면 일단 둘 다 따라 나와라.”
“오오, 바로 시작인가?”
“더 머뭇거릴 틈은 없다. 흑마련 세력은 이 혼란을 이용해서 목적을 이루려 할 테니까.”
“그렇다고 이 혼란을 전부 진압하기엔 시간도 노력도 들 터네.”
“그렇다면 한시라도 더 빨리 마탑으로 향해야지.”
“하지만, 마탑은…….”
“으음.”
우리가 여관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건.
콰앙!
쿠웅!
피유우웅!
퍼퍼펑!
아주 불꽃놀이처럼 온갖 마법이 하늘로 솟구치고, 형형색색의 폭발에,
화염, 얼음, 토사, 물, 바람, 빛, 어둠, 가끔은 그것들이 뒤섞인 마법들이 터져 나오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쉽게 갈 순 없겠군.”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해지는데.”
이건 솔직히 나도 예상 밖의 결과라서 조금 당혹스럽다.
“자아, 그래서 이 개판 속에서 이뤄야 할 목표는 뭐죠?”
세일럼이 다가와 물었다.
“우리는 곧장 마탑으로 향해야 한다. 흑마련이 노리는 건 마탑의 지하에 숨겨져 있는 것이니까.”
그것 외에는 생각할 수 없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이 혼란을 잠재우려면 최종적으로 마탑을 장악해야만 하니까.
“문제가 생겼어요. 지금 마탑 전체에 푸르스름한 보호막이 뒤덮은 거 보이시죠?”
“흐음.”
듣고 보니, 마탑 전체가 푸르스름한 보호막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딱 봐도 마탑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쳐놓은 것 같아 보이지 않아요?”
“저건 마탑이 비상을 대비하여서 만든 자체 마법 보호막이 발동한 걸세.”
부테롤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걸 해제하지 않으면 마탑에 생체 정보가 등록되지 않은 자들은 절대로 저 보호막을 통과하지 못하지. 애석하게도 자네들은 등록이 되어있지 않으니 통과를 할 수 없네.”
부테롤이 씁쓸한 기색으로 말했다.
“걍 가서 때려 부수면 안 되나?”
“불가능해요. 저 방어막은 넘어오는 모든 것을 입자 단위로 분해해버리는 방어막이니까요.”
주목받는 게 썩 기분 좋진 않았는지 다시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카페리아가 말했다.
“물론 우르할콘 같은 강력한 금속이면 약간은 버티겠지만 무리죠. 어떤 마법으로도 통과가 안 될 거예요. 제 마법을 포함해서.”
“대단하군. 저런 강력한 마법을 인간이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적어도 내가 마탑에 있을 때는 없었던 거로 아는데.”
아르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했다.
“저거…… 천 년 전 쯤에 제가 가르쳐준 마법식이에요.”
“아.”
정말 간도 쓸개도 다 내주던 시절이었구나.
“그렇지만 저걸 정말로 실현할 줄은 몰랐어요. 저걸 작동시키려면 엄청난 마나가 필요한데, 마탑 크기만큼의 최상급 마나석 정도는 필요해요.”
“그렇다면 어디선가 저걸 작동시킬 만한 마나를 끌어온다는 건데.”
“정말로 저 아래에 근원의 힘이 나오는 대균열이 있다는 얘기로군.”
“더더욱 흑마련이 저 마탑 아래에 있는 것을 노리는 것이 확실해졌군그래.”
“드래곤의 말 대로, 저 기술을 처음 시도한 건 마탑의 초창기였지만 실현하지 못하고 있었네. 저걸 실현한 건…… 최근의 일일세.”
“흐음? 그럼 내가 왜 모르고 있었던 거지?”
“당연하지. 자네가 없는 동안 해낸 일이니까! 저 기술을 발굴하고 실현한 건 5년 전에 새로이 취임한 마탑주, ‘페드린’일세.”
그 말에 아르길은 허어 하고 조그맣게 감탄했다.
“내가 없는 사이 마탑주가 바뀌다니, 이거야 내가 여기에 너무 무심했군그래.”
“그 마탑주란 자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군. 그래서, 중요한 저걸 여는 방법은?”
“외부에선 열 방법은…… 없다네. 생체 정보가 등록된 최근 5년 이내의 마탑의 정규 마법사들만 들어갈 수 있지. 그들이 내부에서 마법식을 해제하여 여는 수밖에 없네.”
“지금 당장 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 우리 로헨 크루원이 아닌, 이 마탑의 등록된 마법사들이란 말인가?”
“그렇네.”
“흐으음…….”
예기치 못한 난관의 연속이군. 차라리 엄청 쎈 적이라도 나와주면, 예를 들면 악의 드래곤이라던가 나와주면,
그냥 힘으로 두들겨 팰 수 있으면 못 이길 놈이 없는데 말이야.
“이건……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달리 오히려 내가 역으로 공성전을 해야 하는 판국이군.”
한탄하듯 중얼거리며 퍼렇게 빛나는 마탑을 바라보고 있던 와중,
“저, 저기!”
“음?”
나를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마법 경비대들의 사람 여러 명이 나타났다.
‘호오.’
다들 마법사라기엔 상당히 체격이 크다. 마법사 특유의 로브 너머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솔직히 이 마탑 안에서 이런 정도의 체격을 가진 마법사를, 그것도 여러 명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실례합니다! 그쪽의 훌륭한 근육을 가지신 분이, 로헨 코르막이십니까?”
“흐음?”
이거 놀랍군. 내 이름을 다른 곳에서 듣게 될 줄이야.
“그래. 내가 핏빛 함성 부족의 대전사 로헨 코르막이다.”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허어?”
처음 겪어보는 일에 나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어딜 가서 나를 먼저 알아보는 데다, 나에게 예의를 지키는 사람이 있다니?
그것도 나랑 가장 거리가 멀 것 같은 이 마법사 집단의 마법사에게서?
“저희는 마탑을 지키는 마법 경비대, ‘메타볼릭’이라고 합니다! 흐음!”
그러며 그들은 로브 너머로 드러난 두 팔을 앞으로 모으며 어설프지만, 나름 진지한 포즈를 취해 보였다.
그들의 상완근은, 분명 운동한 듯 발달해 있었다.
“저희는 로헨,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희와 함께해 주십시오! 로헨 트레이너!”
“……호오.”
처음으로 나를 먼저 찾아주는 회원님들을 보게 되다니! 신선한 뉴비의 등장에 대흉근이 득근거리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