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97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96화
“그, 그래, 다른 동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뚫은 건 그렇다 치더라도! 아직 이 동도 완전히 정리한 게 아니네! 우선 이 동부터 완전히 정리하고 나서-.”
“그건 다른 크루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우리는 그저, 계속해서 나아가 지하로 내려갈 뿐!”
“이 1동을 별 무리 없이 빠르게 점령한 것을 보면 굳이 우리가 힘을 합치지 않아도 무난하게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후속 증원도 곧 올 테니까, 우리는 우리대로 나서자고.”
“으, 음…….”
“자아 부테롤, 학부생인 자네에게 싸우는 험한 일은 시키지 않을 테니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나 잘 안내해주게나.”
“안내해라, 안내역.”
“앞장서라 네비게이션.”
“네비? 그건 또 뭐냐?”
“크으으윽…….”
한때 한 학과의 학과장이었던 자가 한낱 학부생 취급을 당하는 굴욕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어쩔 텐가. 진작 제대로 자기 학생들을 잘 지도하고, 어리석은 선택으로 업보를 쌓지 말았어야지.
“젠장…… 내가 어쩌다 저런 놈들하고 만나선, 안 그랬으면 마탑주도 내 자리였을 텐데…… 정해진 운명이 없다던 예언부정학파 놈들의 이론이 왜 떠오르는 거람…….”
“참 한결같은 인간이로군.”
“원래 우리 마법사들이 좀 자기만 아는 경향이 있네. 이해하게나.”
“뒤에서 다른 사람 뒷담 수군거리지 말게나! 하아…….”
구시렁 구시렁거리며 부테롤은 앞장서 안내했다.
“마탑의 지하로 내려가는 특수한 엘리베이터는 정북쪽의 제4동에 있네.”
“그러니까 여기서 그쪽으로 가려면 두 개의 동을 뚫고 가야 한다는 거군.”
“그렇네. 게다가 또 한 가지 곤란한 점이 있네.”
“뭐지?”
“마탑의 일곱 그랜드 마스터 만이 그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킬 수 있네.”
“음? 뭐야, 문제없지 않나. 부테롤 네가 학과의 학과장이‘었으니’-.”
“……아니네.”
“응?”
부테롤은 울컥한 표정으로 아르길을 노려보았다.
“저놈이야! 저놈이 그랜드 마스터의 직위를 가지고 튀어버려서 내가 학과장까지 올라갔는데도! 그랜드 마스터가 못됐다고! 빌어먹을! 전임이 죽기 전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칭호는 반납이 안 된단 말이다!”
“아니 난 그러면 자동으로 그랜드 마스터 직위가 해제되는 줄 알았지~.”
“그런 놈이 이젠 내가 그랜드 마스터라고 주둥아릴 씨부렸냐! 야 이 빌어먹을 자식 역시 네놈은 용서가 안 돼!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부테롤, 헛소리하지 말고 안내나 해라.”
“케엑! 아이고 이 오크놈이 사람 죽인다!!”
버둥거리는 부테롤의 목덜미를 붙잡고 선두에 세웠다.
한참 씩씩거리던 부테롤은 한숨을 크게 쉬며 겨우 진정했다.
“……아무튼, 아르길 놈이 그랜드 마스터긴 해도, 지하로 이어지는 승강기를 재정비한 건 저놈이 떠나고 나서 한참 뒤 지금 마탑주가 한 일이니 지금 아르길은 쓸모가 없지.”
“허허, 그렇다면 그랜드 마스터 한 명이 더 필요하다는 거군.”
“응용마도학과의 오니스는?”
“그쪽은 마탑으로 몰려들고 있는 다른 흑마법사들을 막기도 벅차네. 불러올 여유는 없지.”
“우리가 통과할 생체마법학과, 예언마법학과 중에서 누구 한 명이라도 협조를 할 수 있는 그랜드 마스터가 나와야겠는데…….”
“아아, 생체마법학과의 ‘에리스’와 예언마법학과의 ‘루신’이로군.”
“어느 쪽이냐 하면 두 번째에 있는 예언마법학과의 루신이 그나마 가능성이 크군. 에리스는 예전부터 생체마법을 넘어서 생명 창조, 불멸 쪽에 관심을 가지며 온갖 위법을 저질렀으니.”
“쳇, 예언마법학과 쪽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단 말이지. 최초의 마법 중 하나랍시고 성과도 제대로 내지도 못하면서 학과를 유지하고 있는 게 마음에 안 들어.”
“너희들만 아는 얘기 끝났나? 그럼 가자.”
“그래…… 아무튼 조심하게나, 어디에서 어떤 녀석들이 나타날지 모르니까. 마탑의 구조가 은근히 복잡해서-.”
키아아아악!!
“엇.”
그 순간, 앞장서 가던 부테롤의 앞에 마수 한 마리가 날카로운 이빨로 가득한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들었다.
크리쳐 영화의 클리셰 대로라면 뭔가 많이 알고 있는 학자 타입의 캐릭터는 괴물에게 죽는다.
하지만!
뻐어억!
끼악-철퍽!
“……응?”
“나는 클리셰조차 부순다!”
나는 그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 마치 가위같은 턱이 달린 딱정벌레의 대가리를 탄력봉으로 후려쳐 박살 냈다.
“자기 몸 정도는 자기가 좀 지켜라, 전 학과장.”
“네놈이 앞으로 나오라고 하지 않았나!”
“약한 놈은 뒤로 물러나라.”
크르르르…….
끼아아악!
캬아아악!
“크하하하! 왠 신선한 모르모트들이 왔나 했더니!”
우리들의 앞, 마탑의 복도에 곤충 타입의 마수들이 한가득 모여있었다.
그리고 그 마수들 한가운데, 하반신이 거대한 거미의 몸통에 상반신만 인간의 형상인 존재가 있었다.
상반신은 원래 여성의 모습인데 거기에 곤충의 갑각이 뒤덮은 듯한 기괴한 모습이었다.
“캬-하하하! 암흑신의 힘으로 강해지지 못한 나약해 빠진 열등종 들이로구나!”
“어이쿠, 못 알아볼 뻔했군. 회춘했구나 에리스!”
“으으응? 뭐야, 사원소의 마스터 아르길? 네가 왜 여기로 돌아온 거냐!”
보아하니 구면 같구만. 그리고 저 거미 여자가 그 그랜드 마스터의 일원이라는 에리스인가?
“흥, 무슨 마음이 들어서 돌아왔는진 모르겠지만 빨리 마음을 정하는 게 좋을 거야! 흑마법사가 될 것인지, 아니면!”
끼리리릭!
키아아아!!
“나의 귀여운 아이들의 먹잇감이 될 건지!”
“귀여운 아이는 무슨, 잘도 네놈의 학생들을 이 꼴로 만들다니.”
부테롤은 그 곤충마수들이 인간을 변이시킨 결과물임을 깨닫고 혐오스럽게 노려보았다.
“예전부터 곤충을 사람보다도 좋아했던 자네답군. 그래도 자네는 옛날이 더 아름다웠는데 말이야. 그런 옛날의 자네는 이제 죽어버렸군. 안타까우이.”
그 사람 좋은 아르길도 안타까움과 혐오스러움이 뒤섞여 중얼거렸다.
“닥쳐! 지금의 나는 궁극의 생물! 그래, 인간과 곤충이 합쳐진 진정한 진화체가 되어-.”
“아까부터 계속 마법사들끼리 지들만 아는 얘기나 하며 질질 끄는데! 시끄럽고 말해라!”
나는 그 곤충 마수들에게 탄력봉을 겨누며 일갈했다.
“비킬 거냐, 아니면 싸울 거냐!”
“크으으- 건방진 내골격 유기체 오크따위가! 나의 아이들아, 저 외골격도 없는 살덩어리들을 전부 고기경단으로 만들어버려!!”
키아아아악!!
“진행이 빨라서 좋군!”
“그러네요! 하아앗!!”
콰콰아앙!!
“어?”
그러나 그 곤충마수들이 우리를 덮치는 일은 없었다.
끼긱, 끼기긱…….
끼이익…….
세일럼의 중력 마법이 곤충들을 짓눌렀고, 놈들은 마치 끈끈이에 붙잡힌 곤충들처럼 바닥을 질질 기었다.
“헤에, 정말이네. 카페가 가르쳐준 마법회로 재정렬법이 이렇게 효율적일 줄이야.”
세일럼은 자신의 양팔에 펼쳐진 더욱 강한 빛을 내는 마법진과, 훨씬 부담이 덜해져 여유가 생긴 상완근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라잇 웨잇!”
콰지직!
끼이이이-!!
“히익!”
직후 나와 에이크, 그리고 보탄 등 근접전문들이 앞으로 나서서 그 벌레 놈들을 하나씩 무기로 으깨버렸다.
콰직! 콰앙! 쿠웅! 으지직!
“흥, 외골격이라고 해봐야 별것 없구만.”
“정말로. 예전에 싸웠던 마도괴수 놈들이 더 튼튼한 것 같다.”
“흥, 이정도 강도의 장갑은 똥철로도 만들겠다!”
뻐어억!!
에이크는 사마귀처럼 생긴 마수의 머리통을 박살낸 뒤 메이스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별로 재미가 없군. 가만히 있는 걸 내려치는 건.”
“이, 이 미친 오크놈들이 나의 아이들을!!”
“아이들이 그리도 중요하면 싸우는데 내보내지나 말아라.”
“용서못해! 가라! 나의 최고 걸작, 헤라클맨티스!!”
쿠오오오!!
쿠우웅!
그러자 커다란 문을 부수고, 마치 커다란 장수풍뎅이에 사마귀의 앞발을 단 것 같은 거대한 마수가 나타났다.
“어이구야.”
“허허, 이거 참 인상적이로군.”
“자아, 가라 헤라클맨티스! 저 빌어먹을 살덩어리들을 죄다 박살 내버려!”
“어디, 저건 얼마나 버티려나?”
후웅- 콰앙!
끼이이익!!
세일럼이 중력마법으로 짓눌렀지만, 의외로 그 거대 장수풍뎅이는 제법 잘 버텨냈다.
“헤에, 굉장하네? 이정도도 버티고?”
“마나를 아껴요. 세일럼의 마법사로서의 힘은 나중에 저 밑에 내려갈 때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그래, 실내에 들어오면서 우리 원거리 전문들은 딱히 할 일이 없었으니까.”
“저런 대놓고 나타난 과녁이라도 쏴야지 심심하지라도 않지!”
그러며 프로테나와 카카가 각자 활과 슬링을 쏘고, 휘둘렀다.
피유우웅!!
투화악!
“멍청한 녀석들! 헤라클맨티스의 외골격은 공성 발리스타로도 뚫을 수가 없을-.”
콰가각!
빠카아앙!!
“어?”
프로테나의 활과 카카의 다트 슬링은 거미 마녀의 호언장담이 우습게도 곤충마수의 외골격을 뚫었다.
“그럼 발리스타보다 더 쎄게 날리면 되잖아?”
“그러게 말이다.”
“무, 무슨…….”
끼아아아악!!
괴성을 내며 괴로워하는 곤충마수를 보며 거미의 마녀는 두려운 표정으로 주춤거렸다.
“그래도 한 방에 보내버릴 생각이었는데 좀 얕았나보다.”
“그러네요, 튼튼하다는 건 진짠가 보네.”
““그렇다면!!””
피유우웅!
투화아악!
둘은 경쟁적으로 활을 쏘고, 슬링용 다트를 내던졌다.
투콰아악! 콰드득!
끼아아악!!
둘이 쏜 화살과 다트는 정확하게 곤충마수의 다리 사이 관절을 파고들었다.
쿠우웅!
세일럼의 중력 마법 일격에도 넘어지지않은 곤충 괴수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라잇 웨잇!!”
피유웅! 피유우웅!!
투확! 투화악! 투화악!
둘은 거의 기관총 같은 연사속도로 화살과 다트를 마구 쏘아댔고, 화살과 다트들은 곤충마수의 갑각 틈새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끼, 끼이이이-!
그 곤충마수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힘없는 단말마를 지르며 비틀거리며 체액을 토해댔다.
“마, 말도 안…….”
“아무리 마수라도 괴롭게 죽이는 건 인도적이지 못하지!”
“엇…….”
나는 온몸에 체액을 흘리며 엎드린 곤충마수의 앞에 서서 탄력봉을 머리 위로 들었다.
부웅-콰콰아앙!!
쩌걱! 퍼어억!!
곤충마수의 뿔 달린 단단한 머리가 산산이 부서져서 사방에 체액을 흩뿌렸다.
“흠, 단단하긴 하군. 이정도면 성문 정도는 되겠어.”
처억!
“물론 성문 정도야 나 혼자서도 박살 낼 수 있지만.”
나는 쪼개진 머리에서 탄력봉을 뽑아내며, 경악한 표정으로 얼어붙은 거미 마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랜드 마스터 뭐시기라 했는데 이름따위 알게 뭐람.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마수 놀음은 이미 예전에 질리도록 상대해봤다. 별로 특별한 것도 없군.”
“히이이익!”
그 말에 그랜드 마스터 에리스의 생체마법사로서의 자존심도 박살 나고, 멘탈도 박살 났다.
그리고 남은 것은 그저 생물로서의 본능, 두려움뿐이었다.
“거, 건방 떨지 마라 이 미친 오크!!”
촤아아악!
그녀의 거미배 끝에서 새하얀 거미줄이 뿜어져 나왔다.
“……!”
촤라라락!!
그것은 순식간에 로헨을 휘어 감아서 하얀 거미줄 덩어리로 만들었다.
“로헨!”
“뒈져 살덩어리!!”
퓨퓨퓨퓩!!
그리고 놈의 거미배에 난 날카로운 독침들이 날아들어 거미줄 덩어리에 꽂혔다.
“저 저 오크놈 그렇게 정면으로 나서더니, 꼴 좋다!”
“캬하하하! 살덩어리 따위가 주제도 모르고 덤벼들더니!!”
억하심정이 있는 부테롤과 거미의 마녀가 소리쳤지만,
“어휴 저 정도 가지고?”
“저 정도로 로헨이 어떻게 될 정도면.”
“우리가 이렇게 따르지도 않았지.”
“라잇 웨잇-!!”
찌지지지직- 파아앙!!
“히야아아악!?”
기합과 함께 실덩어리가 갑자기 크게 부풀어 오르더니 폭발했다.
피융! 피피핑!
“우왓!”
“엄마얏!”
“위험하잖아!”
파카앙!
푸욱!
“끄아아악!”
그 탓에 실뭉치에 함께 꽂혀있던 독침까지 동시에 터져 날아가서 로헨 크루는 허둥지둥 피하거나 막아냈고,
거미 마녀는 그걸 맞고는 온몸을 뒤틀어대며 고통스러워했다.
“제법 튼튼한 거미줄이로군. 이 거미줄로 세라밴드 같은 탄력이 필요한 물건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히이이이!”
당연하지만, 고작 그 정도의 거미줄로는 나를 묶어놓을 수 없다!
독침도 겨우 그 정도 강도로는 내 피부를 뚫을 수 없고!
“시간낭비 하지 않도록 걸리적대지 말고 비켰으면 됐을 것을!”
“히, 히이이! 끼야아악!!”
처음의 그 자신만만함은 어디로 갔는지, 그랜드 마스터 에리스,
이제는 그저 흉측한 거미의 마녀는 뒤로 돌아 뒤뚱거리며 마구 도망치려 했다.
“어딜.”
콰아아앙!
으지지직!
“께흑-.”
물론 그걸 그냥 두고 볼 세일럼이 아니었다. 세일럼의 중력마법이 그녀를 짓눌러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했다.
“끼, 이이익…….”
“진정으로 강한 몸은 자신의 몸을 단련하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상하게 다른 생물이랑 접붙이는 흉측한 짓거리가 아니라!”
“자, 잠깐! 나, 날 죽이면 안 돼! 이 귀중한 천재적인 두뇌를 죽이는 건 세상에 극심한 손해를-.”
“걱정 마라. 네 거미줄은 잘 써줄 테니까.”
“끼아아악!!”
꽈아아앙!!
으지지직! 철퍼억!
로헨의 원판 달린 탄력봉에 자칭 천재적인 두뇌는 쓸모없는 단백질덩어리로 전락했다.
생물마법의 그랜드 마스터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쓸모있는 것은,
그저 질기고 튼튼한 거미줄뿐이었다.
“자, 계속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