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2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화
‘아니, 잠깐 상황을 파악해 보자.’
호랑이한테 물려…… 아니, 바벨 놓쳐서 깔려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날 수 있다고 하지 않…… 아니, 난 죽었지 않나?
암튼 난 분명 벤치 하다 바벨을 놓쳐서, 그래서 죽은 거…… 맞지?
깨어나 보니 피부는 녹색이고 입에 엄니가 툭 튀어나온 몸이 되었다.
“나, 설마…… 오크로 다시 태어난 건가?”
오크라니…… 내가 오크라니!
“-아, 씨X! 최고잖아!”
드림 컴 트루! 꿈이 이루어졌다!
난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사실 오크를 동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산만한 대흉근! 깊은 계곡 같은 복근! 광활한 광배와 떡 벌어진 어깨, 솟아오른 승모근! 떡장 같은 삼각근!
나는 오크의 야성 넘치는 몸에 매료되었었다. 그리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었다. 그래서 ‘헬창 오크’라는 별명도 즐겁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실은 로이더가 되지 않는 한 그런 몸을 만들 수 없었다.
왜소한 체구, 근육도 잘 붙지 않는 빈약한 체질. 그럼에도 난 근수저도 타고나지 않은 것을 한탄하기보다 열심히 쇠질에 쇠질을 거듭하며 노력하여 근육을 키웠다.
그럼에도 한계는 명확했고 그것이 계속 나에게 매번 좌절감만을 가져다주었다.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거라고 말한 그 개X끼 입만 졸라 패주고 싶다.
사나이를 키우긴 뭘 키워, 근육은 쇠질과 영양과 휴식만이 키운다고! 파괴! 휴식! 창조!
아무튼 나는 정말 그렇게 살았고 그러다 죽었다.
‘하지만 오크가 된 지금이라면!’
-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내 팔을 만져보니 그런 기대감이 싹 날아갔다.
그냥 뼈만 남은 듯한 앙상한 팔이었으니까.
‘이 팔은 뭐야? 이거 설마 오크가 아니라 고블린인가?’
순간 그런 불안감이 엄습할 정도였다.
하지만, 주변의 가재도구들의 수준을 보니 그건 아닌 것 같고.
아무리 봐도 고블린이 쓴다고 보기엔 물건들 크기가 컸다.
‘어린애라고 해도 이 정도면 그냥 영양실조 수준인데. 대체 이 몸뚱아리 상태가 어떻게 된 거야? 상태창 같은 거 없냐?’
그렇게 생각하던 중,
칭!
“어?”
느닷없이 눈앞에 반투명한 홀로그램 창이 떴다.
게임을 즐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것이 RPG 게임에 나오는 ‘상태창’이란 것은 알아차렸다.
‘진짜 게임 세계에라도 떨어진 건가? 응?’
찬찬히 살펴보니, 내가 알고 있는 게임 상태창 하곤 좀 달랐다.
이름 : 로헨 코르막
나이 : 만 10세
종족 : 하프 오크
체력 : 72/100
‘로헨 코르막, 그게 지금 내 이름인가? 거기다 하프 오크라고? 순혈 오크가 아냐?’
여기까지는 여느 게임 상태창과 별 다를 바는 없었다. 하지만 그 아래가 조금 이상했다.
[근육 발달도]-골격근 : 15%(0%)
-체지방 : 6%
-목 : E-(0%)
-가슴 : E(0%)
-왼팔 : E-(0%)
-오른팔 : F(0%)
-복부 : E-(0%)
-왼다리 : F(0%)
-오른다리 : F(0%)
-엉덩이 : E-(0%)
[운동 능력]-최대 근력 : F
-순발력 : D-
-지구력 : E
[상태 이상]-근육량 부족
-지방 부족
-근력 부족
-성장 저해
“……뭐야 이건? 내가 아는 게임 상태창이 아니잖아 이건?”
상태창이라기 보단…… 체성분 측정 결과표 같은데.
그렇다면 나는 이걸, ‘근태창’이라 불러주지.
칭!
그렇게 생각하던 중, 또 하나의 창이 다시 떴다.
[튜토리얼 퀘스트 시작] [퀘스트 목표 : 근육을 키우십시오] [보상 : 스킬 : ‘근수저’ 해금]“퀘스트라니.”
화악!
“헉!”
갑자기 천막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오크. 남성. 머리가 희끗한 게 나이가 들어 보인다. 키는 180정도 되려나? 근육은…… 기대만큼 있진 않다.
그래도 저 나이 대에서 저 정도면 사람이라면 준프로 보디빌더 급의 몸이다.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뭐 하고 있나? 로헨. 아직도 잠이나 퍼 자고 있는 거냐?”
“아…….”
취이익이라고 말하진 않는군. 한국 판타지소설 업계의 위대한 유산이 이렇게 부정되는가?
왠지 모르게 실망감이 느껴졌다.
“당장 나와라. 밥 먹을 시간이다.”
차갑게 말한 그 희끗희끗한 머리의 오크가 다시 밖으로 나갔다.
밥, 그렇지. 밥은 중요하지.
운동 후 충분한 영양 섭취만이 근육을 키우는 법!
안 그래도 뱃가죽이 등가죽하고 붙으려 한다.
그런데 오크는 뭐 먹을까? 역시 사냥감을 바로 직화로 구운 야성적인 바비큐인가? 분명 그럴 거다!
근육을 키우라고 했지? 근 성장엔 단백질이 필요하다고! 가자!
*
철퍽!
“…….”
“뭐 하냐, 받았으면 빨리 가.”
낡은 나무 그릇에 꿀꿀이죽이 철퍽 쏟아졌다. 아…… 이거 어이가 없네.
사냥감을 통째로 구운 고기……는 무슨!
뭘 넣었는지 감도 안 잡히는, 이 연갈색 진흙 같은 무언가를 지금 나보고 먹으라고?
아마도 곡물가루나 풀떼기 같은 걸 집어넣어서 끓인 거 같은데?
풋내는 둘째 치고 전혀 먹고 싶은 비주얼이 아니다. 하다못해 고기 조각 비슷한 거라도 떠다니면 그거라도 먹을 생각은 들겠는데…….
촵촵촵촵!
갸아아악 구와아악!
“…….”
깡말라 배만 올챙이처럼 툭 튀어나온 오크는커녕, 고블린처럼 생긴 애들이 꿀꿀이죽을 꾸역꾸역 먹어대고 있다.
아, 그냥 바닥까지 혀로 핥을 기센데?
무슨 삼 일 굶은 이처럼 꿀꿀이죽이라도 좋다고 먹어대는 또래 오크 애들을 보노라니 딱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구호단체 광고에서 본 풍경이었던가.’
그나마 나이가 있는 오크들은 좀 건장한 사람 정도는 되는 체구였지만, 그 숫자는 또 극히 소수였다.
‘성인 남자 숫자도 너무 적어.’
마을은 제대로 된 건물도 없이 인디언 텐트 같은 낡은 천막이 줄지어 있다.
그나마 통나무를 대충 세운 장벽이 있어 마을로서의 경계가 있을 뿐이고.
이건 내가 상상하던 판타지의 그 강인한 오크 종족이 아니라 제3세계 난민촌 같은 모습이다.
어이가 없어져서 나무그릇만 쥔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저기 저기!”
“뼉다구 로헨!”
올챙이배가 튀어 나온 꼬마 악마들 같은 놈들이 나한테 몰려들었다.
‘뼉다구 로헨?’
이게 지금 이 몸의 별명인가?
근데 얘들은 왜 나한테 몰려오…… 아, 그렇구만. 여기도 사람 사는 데라 이거지?
짐작이 갔다. 현실 아니 전생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으니까.
“뼉다구 로헨!”
“우리 왔다! 안 일어나?”
툭!
내게 모인 쬐그만 악마들이 날 툭툭 건드리며 낄낄거린다.
익숙하다. 나도 어릴 때 남들보다 키도 작고 왜소했으니.
녀석들은 나보단 키는 좀 작지만 대신 근육은 더 붙어 있다.
내가 약한 놈이니 괴롭히는 거겠지.
“로헨, 뼉다구만 남았다!”
“밥 먹어봐야 살 안 찐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아무리 어린 나이라도 어째 말하는 게 띨띨해 보이는데.
그래서 화가 나지도 않는다. 내가 당한 괴롭힘에 비하면 이 정도는 귀엽지.
“로헨, 안 먹어도 된다!”
“더 뼉다구나 돼라!”
퍼억!
“아이 썅!”
녀석들이 내 밥그릇을 걷어차 엎어버렸다.
솔직히 이 꿀꿀이죽은 먹고 싶은 생각도 안 들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밥그릇 걷어차는 건 대체 누구한테 배워 처먹은 버릇이냐 새끼들아!”
내 안의 유교 드래곤이 포효했다. 감히 밥그릇을 걷어차?
이건 못 참지!
빠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