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203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202화
“젠장, 소울 바인딩이라니…… 왜 금지되었는지 알만하군. 정말 더러운 기분이었어.”
도리안 덕분에 소울 바인딩의 영향에서 벗어난 부테롤이 끙하며 머리를 뒤흔들었다.
“더러운 목소리가 귀를 막아도 들려오고, 영혼과 의식 그 자체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뒤틀리고, 점점 타인의 의지에 물들어가는…… 왜 사령술이 학문적 연구로도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지를 이제야 알겠군.”
“하지만 그에 대한 대책은 꽤나 간단한 거란 것도 증명이 되었군! 흐음!”
아르길은 부테롤이 보란 듯 자신의 팔을 접어 이두근을 부풀려 보였다.
“건강하고 강인한 몸에 건강한 정신! 강인한 영혼이 깃든다!”
그의 말 대로, 로헨 크루원으로서 몸을 단련한 아르길은 소울 바인딩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사실 전혀 영향이 없다곤 할 수 없었지만, 가볍게 그 영향을 뿌리칠 수 있었던 정도였다.
“뭔가 했었던가?”
“글쎄, 아무것도 못 느꼈다?”
“나도 마찬가지.”
그러며 세일럼은 소울 바인딩의 영향에서 벗어나 헉헉거리는 부테롤과 다른 마법사들을 보았다.
“이런 몸을 하지 않으니까, 사악한 마법 따위에게 허무하게 지는 거야.”
“으, 읏…….”
부테롤을 비롯한 마법사들은 강인한 몸과 강인한 영혼의 증명인 세일럼의 말에 누구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자신이 특수속성 마법이라 쓸모없다고 자학하기 전에, 자기 몸이라도 단련해두는 게 어때?”
“바로 그것이 이 세상의 멸망을 불러올 것이다!!”
쉬어 터진 목소리가 찢어질 듯 울려퍼졌다.
“저거, 아까 예언마법 학과의 그랜드 마스터 아니냐.”
나는 씩씩거리며 잔뜩 흥분한 채로 나타난 예언학파의 그랜드 마스터 아트로가 나타났다.
거동도 힘들어 보이는 할머니가 자양강장제라도 먹고 온 모양인지 기운이 펄펄 나고 있는 모습이다.
“바로 그 오만함이다! 그 오만함이 이 세상에 파멸과 혼란을 불러올 거란 걸 왜 모르는 거냐!”
“오만함이라.”
좀 전의 소울 바인딩을 당한 것이 자극이라도 되었는지, 처음 봤을 때의 나약한 기색 없이 나에게 바락바락 악을 쓰고 있다.
“그래! 그 몸! 평범함을 넘어서서 강하게 만들어진 그 몸은! 영혼을 강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영혼을 뒤틀어놓고! 생물의 몸에 흐르는 근원의 기운을 더럽히고! 결국 이 세상을 이루는 근원의 힘을 더럽힐 뿐이다!!”
“그런 것 정돈 이미 알고 있다.”
“뭐라고!”
“틈새에서 새어 나오는 근원의 힘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것이 생물의 부정적인 감정에 의해서 오염될 수 있다는 것도. 그것이 무슨 일을 일으키는 것조차도.”
“그, 그런…….”
“왜, 무식하고 난폭한 오크는 그런 것도 모를 거라 생각했나?”
“으, 읏…….”
“마탑의 구석진 곳에 쳐박혀 있는 너희보다 내가 보고 들은 것이 많다. 너희보다 많은 것을 알고 많은 것을 경험했다.”
나는 한층 더 그 앞에 다가가 내려다보았다.
“몸을 단련시키고, 강한 몸을 가지는 것이 욕망을 부추기고 파괴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것 정돈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또한 절제하고 참게 만드는 것 또한 육체다. 반대로 생각해봐라.”
“으, 내, 내 몸에 손대지 마랏!”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아트로의 말라비틀어진 팔을 안 부러질 정도로 잡고 들어 올렸다. 보란 듯이.
“이런 약해빠진 몸을 가졌다고 해서, 추악한 감정을 품지 않는것도 아니다.”
“으, 윽!”
“내가 그동안 상대해온 자들은 약한 자도, 강한 자도 있었다. 육체가 어쩌고 같은 건 그 사람이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결정하지 않는다.”
예전에 ‘알통 굵기가 정치 신념을 좌우’ 같은 개소리를 뉴스에서 씨부렸던 적이 있었지.
그런 것과 같은 짓을, 바로 이 늙고 약해빠진 할망구가 하고 있다.
“네놈은 예언이라는 명목으로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나쁜 존재로 몰아갔다. 그것도 그런 몸을 하고 있으니까, 그런 고약한 성격인 거냐?”
“무, 무슨…….”
“그래서, 네가 지금 이 사태에서 한 일이 무엇이 있나? 나는 흑마련의 침공을 막고, 바남 공국의 내부에서 일어난 그들의 쿠데타를 막고, 지금은 이 마탑이 흑마법사와 흑마련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움직인다.”
나는 더욱 눈을 크게 뜨고, 내 앞의 이 초라한 입만 산 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는 그동안 대체 무엇을 했나. 어떤 업적을 쌓았기에 나를 비난하는 거지? 아니, 질문을 바꿔보자.”
그러며 나는, 일부러 무시무시하게 일그러뜨리던 표정을, 냉정한 표정으로 바꾸었다.
“네놈의 예언이란 것 안에 나는 어떤 모습이었나?”
“으…….”
“이성이라곤 없는 그저 파괴를 일삼는 오크의 모습이었나? 아니면, 이렇게 네 팔을 뜯어버리거나 하지 않고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대화를 하는 오크의 모습이었나?”
“…….”
아트로는 더 말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그 앙상한 팔을 놓았다.
“네가 무슨 말로 나를 비난하건, 무슨 예언을 보건 그건 네가 본 것이다.”
그에게서 등을 돌려, 앞으로 나아간다.
“내가 본 미래는 그런 게 아니다.”
“크으윽!”
아트로는 멀어지는 로헨의 뒤를 무력하게 노려보았다.
“오크! 네놈이 무슨 말을 해도! 난 네놈이 하는 모든 일을 반대할 것이다! 네놈은 세상에 파멸을 가져올 존재라는 것은! 그 예언은 절대로 변하지 않아!”
“흠.”
분노한 나를 정면으로 마주치고도 여전히 저렇게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좀 대단하군.
“그렇다면 그 환상에 갇혀 살아라. 나는 그 환상을 철저하게 박살 낼 테니까. 흠!”
그러며 나는 문득 다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트로와 그녀를 따라 온 예언마법 학과의 마법사들,
그리고 아직 뭐가 뭔지 혼란스러운 특수속성 마법 학과 마법사들을 돌아보았다.
“내 미래의 모습이 세상을 파괴하는 자가 된다고? 헛소리 마라!”
그러며 나는 더블 바이셉스 자세에서 등을 돌려 광배, 승모, 대원근, 삼각근, 척추기립근 등 나의 등 전체를 그들에게 보였다.
“나는 나의 근육 키우는데 바빠서, 세상을 멸망시키는 귀찮은 짓 같은 건 안 한다!!”
오오오오-!!
[스킬 : 포징] [스킬 : 포징의 효과로 마법사들이 당신의 말에 동조하게 됩니다.]“자아, 예언따위 상관 없이! 나를 다라서 이 마탑을 구하고 싶은 자들은 나를 따라와라! 예언이 절대적인 것이 아닌, 바뀔 수 있는 거라는 것을! 내가 이 근육으로 증명해 주겠다!”
오, 오오오오-!!
근태창 페이즈3로 와서 한층 더 강력해진 스킬의 위력으로, 나의 말에 마법사들이,
“우, 우리도 함께 하겠습니다!”
“너, 너희들!”
심지어 예언마법 학파의 마법사들까지도 나에게 동조하며 아트로를 버리고 나를 따라왔다.
‘물론, 나의 이 스킬이 편리한 최면 같은 건 아니다.’
나의 근육에 강한 매료를 느끼지만, 아트로 처럼 나의 말을 듣지 않는 이유가 강한 자에겐 듣지 않을 터.
그렇다면 예언마법 마법사들이 나를 따르게 된 이유는 무엇이냐,
‘그들도 자신들의 예언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의심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지.’
“매번 모든 것은 정해져 있다고 말하는 것부터 질렸어!”
“이런 일이 있을 거란 걸 우리에게도 알려주지도 않고 말이지!”
의심으로 인해 이미 금이 가 있던 마음의 벽은 나의 강력한 근육의 매력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져 내리는 것!
“근육의 마녀님! 저희도 마녀님처럼 될 거예요!”
“특수속성도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신 분!”
“세일럼님! 당신처럼 되고 싶습니다!”
“으아악! 징그럽게 뭐래는 거야! 그렇게 되고 싶으면 당장 버피 테스트부터 해!!”
……어째 특수속성 쪽은 나보다는 이미 다들 세일럼에게 넘어 가버렸던 영향이 더 큰 것 같지만.
“아니야…… 저놈은 분명히 세상을 멸망시킬 거라고…… 어째서 다들 왜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힘도, 설득력도, 인망조차도 갖추지 못한 채 홀로 남겨진 아트로는 그저 주저앉아 중얼거릴 뿐이었다.
[나도 그럴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하던 적이 있었지.]그걸 보며 쓴웃음을 짓는 단 한명 은 오직 도리안 뿐이었다.
*
“일단 여기까진 왔다만.”
부테롤은 마탑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4동의 엘리베이터실 앞에 도착해서 중얼거렸다.
“그래서, 도대체 이걸 어떻게 작동시킬 생각인가? 아트로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그랜드 마스터도 없이 말이야.”
“작동을 왜 시켜야 하나?”
“…….”
부테롤은 로헨의 말을 듣자마자, 저 근육 오크가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렸다.
“……설마하니, 뛰어내리겠다고?”
“안될 것 없지.”
“당연히 안되지!! 제정신인가! 지하라고 해도 사실상 이 마탑의 꼭대기층 까지의 거리를 내려가야 하는 걸세! 아무리 자네들이라고 해도 그 높이를 맨몸으로 뛰어내렸다가는 무사하지 못해!”
“그 꼭대기층 높이가 얼마 정도 하냐?”
“밖에서 봤을 때 창문이 나 있는 제일 꼭대기 층까지 하면 대충 뭐 한 7,80미터쯤 되지 않겠나?”
“흐음, 그 정도면 떨어져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게 말이다.”
“아 우리 드워프들은 50미터 되는 깊이의 광산 지하로 뛰어 내려가는 것 정도는 일상일세!”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과장 아니에요? ……우리 엘프들이야말로! 70미터도 넘는 고대의 나무들 위에서 뛰어내리는 건 일상이라구요!”
“그거야말로 과장 아닌가! 뛰어
내린다 해 봐야 수풀이 받쳐주고 나뭇가지를 타며 내려오는 거겠지! 이래서 되도 않는 허풍만 치는 귀쟁이란!”
“그, 그거 진짜 종족차별적인 발언이에요! 이 수염 난쟁이가!”
“그건 우리에겐 칭찬이라 전혀 타격이 없다네! 크하하하!”
“크으으으……!”
“자, 자 나라고 설마 그렇게 무식하게 높은 거리를 뛰어내리라곤 하지 않는다. 뭐, 길게 설명하기 전에 일단.”
철컹!
나는 내 앞에 굳게 닫혀있는 엘리베이터의 입구를 향해 우르할콘 탄력봉을 겨누었다.
“저거부터 열자.”
내 말에 에이크, 보탄이 씩 웃으며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고 내 옆에 섰다.
“저놈들이 유적이나 다름없는 마탑을 다 때려 부수는구나…….”
“파괴가 있어야 창조가 있는 법이라 하지 않나.”
“대체 뭘 창조한다는 건가?”
콰아앙-!
쾅! 콰직! 콰콰아앙!
한숨 쉬며 타박하는 부테롤에, 엘리베이터 문을 부숴대는 소리를 뒤로하고 아르길이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전에 없던, 새로운 마법사들로 가득한 새로운 마탑을 말이지.”
“라잇 웨잇-!!”
꽈꽈아앙-!! 콰르르륵!!
로헨의 최후의 일격을 가하자 엘리베이터의 문이 완전히 박살나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어스름한 조명이 있는 지하로 통하는 공간이 나타났다.
“흐음, 과연.”
“조명이 있긴 하지만 바닥이 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군요.”
카이란이 흥미롭게 나와 나란히 엘리베이터 통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래서, 안 뛰어내리고 뭐하나?”
부테롤이 시비 걸듯 심드렁히 말했다.
“맨몸으로 뛰어내리는 야만적인 짓은 하지 않는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도구와 머신을 이용해 계산적으로 해야 효율적이듯, 우리의 능력을 이용해 안전하고도 신속하게 가야지.”
“그래서, 그 방법은?”
“너희들 마법사들에게 지금까지 마나를 아껴놓으라 했던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며 나는 엘리베이터 통로 아래를 가리켰다.
“첫째, 받침이 필요하다. 둘째, 받쳐줄 힘이 필요하다. 셋째, 그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지지대’가 필요하다.”
“호오.”
“아하!”
나의 간결한 설명에 아르길과 세일럼이 아! 하고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생각이건, 난 안 갈걸세.”
“따라오라고 한 적도 없다.”
“넌 우리 크루원은 아니니까, 여기까지 온 안내 역할일 뿐.”
“크, 크으으윽……!”
강제로 사지로 끌고 가려는 것보다 그 홀대가 부테롤의 자존심을 벅벅 긁다 못해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자네는 여기 있어서 나머지 마법사들을 통솔하게나. 저걸 보게.”
“응?”
후우우우웅!
키아아아악!
카락카락카락카락!!
마치 아래에서 공중으로 솟구쳐오르듯, 또 다른 스켈레톤들의 무리가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잊혀진 고대의 마법 승강기를 이용해 지하에서부터 마탑으로 올라오는 스켈레톤들이었다.
“저, 저놈들이!”
“자, 그럼 놈들의 뒤처리를 맡긴다!”
“마탑을 잘 지켜주게나! 학과장이자 그랜드 마스터 부테롤!”
“간다! 라잇 웨잇!!”
오우-!!
“자, 잠깐!!”
휘이익!
당혹스러워하는 부테롤을 뒤로하고, 로헨 크루원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의 공간으로 뛰어내렸다.
키아아아악!
“빌어먹을 로헨 크루 놈들! 살아서 나온다고 해도 저 밑에다 파묻어버릴 테다!!”
화르르륵!
치이이잉!!
그러며 부테롤은 뒤따라온 다른 마법사들의 앞에 앞장서서 화염과 얼음을 만들어냈다.
“마탑의 그랜드 마스터 부테롤이 마탑의 마법사 애송이들에게 명한다! 저 뼈다귀들에게 감히 마탑으로 기어 올라온 대가를 치르게 해 줘라!!”
오오오오-!!
자리가, 사람을 새롭게 만드는 법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