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21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20화
“쭉 당겨!”
“이야앗!”
푸드드득!
아이들이 내 지시에 맞춰 줄기를 당기자 땅에서 고구마가 줄줄이 나왔다.
품종이 내가 있던 세상만큼 잘 발달되진 않았는지, 농사가 서툴러서인지 그리 큰 고구마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한동안 무리가 먹을 정도는 되는 수확량인 듯했다.
“후.”
[상태 이상 : 무기염류 부족, 단백질 부족, 칼슘 부족, 칼로리 부족.]한숨을 돌리다보니 근태창이 영양 부족을 경고해 준다. 참 편리하다니까.
‘그래, 오늘 멧돼지 잡느라 좀 많이 뛰긴 했지.’
“좋아, 그럼 영양 보충을 확실하게 해 보자! 다들, 오늘 수확은 이 정도로만 하고 식사 준비!”
예-엣!
지금 대답 소리가 좀 전보다 더 크다고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겠지?
*
나와 푸크는 붉나무 열매즙에 절여놓은 민물고기 젓갈을 개봉했다.
덜컥!
“으악, 냄새!”
흐음, 확실히 젓갈치고도 독한 냄새가 나긴 하는데.
‘에라, 죽기야 하겠냐! 눈 딱 감고 먹어보자!’
물론 평범한 인간은 따라하면 진짜 죽을 수도 있으니, 돈 트라이 디스 앳 홈이다.
[섭취 분석 완료] [명칭 : 민물고기 젓갈주요 성분 : 나트륨, 단백질, 아미노산, 칼슘, 비타민B, 미네랄, 기타 미량 원소
독성물질 : 포름알데히드 극미량. 식용 가능.]
“좋아. 이건 먹을 수 있어.”
“짜, 짜다! 냄새! 어, 어떻게 먹냐, 이걸?”
푸크가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 보다 화들짝 놀라 캑캑거린다.
“이것만 먹는 게 아니야. 기대해라. 이걸 스튜에다 넣으면!”
퐁당!
민물고기 젓갈을 조금 가져와서 스튜가 끓고 있는 솥에 넣었다.
“어?”
비록 잡내와 비린내가 섞이긴 했어도, 아미노산이 분해된 감칠맛 msg 성분으로 가득한 젓갈이 들어갔으니.
‘이게 맛이 없을 리가 없지!’
“뭐, 뭐냐 이 냄새는!”
“겁나 맛있는 냄새다!”
그것만으로도 스튜가 전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맛있게 만들어졌다.
“자, 식사를 시작하자!”
타닥! 탁! 지글지글!
야외의 모닥불에 통째로 잘 구워지고 있는 멧돼지 고기,
“자, 다 됐다!”
젓갈이란 전근대의 MSG 치트키가 들어간 특별 스튜.
수확한 고구마를 구운 것에, 수확해 말려놓은 야생 보리로 만든 재로 구운 얇은 빵, 계절을 맞아 열리는 열매들!
마치 가을의 추수감사절 같은 식사 자리가 완성되었다.
“자, 오늘 농사의 첫 수확을 얻었다! 이걸 기념하며, 배불리 먹자!”
와아아아!
[오크들의 충성도가 증가합니다] [카리스마가 증가합니다] [카리스마 스킬 승급 : F->D]먹을 것 앞에서 높아지는 충성도 덕에 카리스마 스킬 랭크가 높아가는군. 아주 좋아.
갸아아악 구와아아악!
“……언제 한번 식사예절이란 것에 대해서 좀 교육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나마 사총사는 날 보면서 예절이란 걸 조금은 배웠는지, 근육과 함께 점점 머리가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된 건지, 저런 아귀 같은 식사는 안 했다.
오히려, 자기가 먹는 것에 집중을 하는 듯 보였다.
“근데, 로헨 표정이 밝지 않다.”
에이크가 날 보며 말한다. 티가 났나.
“그래. 멧돼지를 처음으로 사냥할 수 있었던 건 우리가 성장해서도 있지만,”
“그 멧돼지, 검은 숲에서 뛰쳐나왔었다.”
“마치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듯이.”
이제는 내 말뜻을 알아듣는 사총사는 그 말에 표정이 굳었다.
“드디어 늑대 무리가 멧돼지 무리를 밀어낸 거야.”
“그 말은.”
“배부르게 먹어. 그게 다 우리의 피가 되고 살이 된다.”
나는 말없이 돼지 뒷다리를 뜯고 스튜를 먹었다.
간이 되어 있지 않은 음식들만 먹다 간이 된 음식들을 먹으니 그야말로 온몸에 스며드는 것 같다.
[상태이상 회복] [칼슘 섭취로 골격 성장이 진행됩니다.]“늑대 놈들이 곧 올 거야. 그때를 대비해야지.”
으적! 으적!
와구, 와구, 꿀꺽!
사총사도 비장하게 식사했다.
마치 자신의 총을 준비하는 병사와도 같이.
그들이 온다.
늑대들이, 이빨을 들이밀며.
우리를 노리고!
*
우드득!
하얀 갈기는 회색 멧돼지의 목을 우득, 물어뜯어 숨통을 끊었다.
붉은 피가 그녀의 갈기 털에 튀어 수놓였다.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몇 번이나 거듭한 시간 동안의 싸움이 끝났다.
하나의 싸움이 끝나고, 이제 새로운 싸움을 준비할 때다.
아우우우-!
하얀 갈기의 하울링에 숲의 늑대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그녀 휘하의, 검은 숲을 지배하던 늑대들.
그들의 모습을 돌아보며 하얀 갈기는 검은 숲 너머를 노려보았다.
털 없는 자들.
『그들이 감히 검은 숲을 침범했다.』
처음에는 그저 털 없는 자들의 새끼들이 벌인 일탈이라 생각했고, 경고까지 했건만
그들은 무기를 들고 숲을 침범했다.
검은 숲의 지배자로서, 이제는 그들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다.
그들을 방해하던 돼지들을 짓눌렀다.
이제 털 없는 놈들을 사냥할 차례이다.
카우우우우!
그녀는 혈족들과 부하들을 향해 분노의 하울링을 했고, 그들은 검은 숲을 내달려갔다.
지금이 이 숲의 최상위 포식자를 가릴 순간이다.
끼잉…….
그리고 풀숲에 숨어 홀로 남아, 멀어져 가는 그들을 지켜보는 새끼가 한 마리 있었다.
누구도 그 새끼에게는 관심 하나,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
“이상입니다.”
사냥꾼 무리 척후의 보고를 들은 버라던의 얼굴이 굳어졌다.
“검은 숲의 멧돼지가 숲을 빠져나오고 있다……. 무리 지은 것도 아닌 개별의 자들이……. 이건 심각한 일이다.”
버라던도 로헨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늑대들이 멧돼지 무리를 이겼다. 그렇다면 그들의 다음 목표는 우리다.”
“그럴 수가……!”
“부족 전체에 명을 내려라! 늑대들의 습격에 대비하라!”
척후 사냥꾼은 즉시 이것을 체이카의 사냥꾼 무리에 전달,
“마을의 목책을 걸어 잠가라!”
쿠웅!
핏빛함성 부족민들도 그동안 아무 방책도 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마을 주위에 세워진 목책을 더 높이고, 두 개의 문을 보강했다.
“식량은 충분히 비축해 두었다. 저들도 겨울을 앞두고 오랫동안 마을을 노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마을을 목책으로 둘러싼 채 틀어박혀 농성한다는 일차원적인 전술을 세우는 실책을 범했다.
늑대들이 목책을 넘어서진 못할 거라는 단순한 믿음의 결과였다.
“대장, 그런데 마을 밖에 있는 아이들도 마을로 들여보내야 하는 게 아닙니까?”
“아앙?”
체이카는 부하의 말을 듣고 고까운 눈으로 흘겨보았다.
“됐어. 그놈들은 어차피 부족에서 내놓은 녀석들이야. 죽더라도 누구 한 명 신경 쓸 녀석들도 아니고.”
로헨과 삼총사는 물론, 그들에게 의지한 10여 명의 아이들 또한 고아거나 버림받은 아이들이었다.
사실상 부족민에게 있어선 없는 거나 다름없는 존재들이었다.
무엇보다 이 기회에 사냥꾼의 권위에 도전하는 로헨을 포함한 눈엣가시들을 없애버릴 기회였다.
“하지만, 대장의 동생이…….”
“그 녀석은 혈족의 수치다. 난 그런 동생 따윈 없어.”
자기 혈족조차도 손바닥 뒤집듯이 버리는 그 냉혹한 모습은 부하 사냥꾼도 질릴 정도였다.
쿠웅!
마을의 문이 잠겼다.
*
콰앙!
“크하아!”
삼대측정의 마지막, 데드 리프트가 끝났다.
“배, 220! 220을 성공시켰다 로헨!”
비록 양발을 크게 벌린 스모 데드 리프트로 이룬 거지만!
“좋았어!”
나는 오랜만에 3대 무게 측정을 한 뒤에 기쁨에 차 소리를 질렀다.
벤치 프레스140, 스쿼트 180, 마지막 데드 리프트 220!
목표로 했던 3대 무게, 500이 아니라 무려 540! 목표가 초과 달성한 것이다.
“로헨, 굉장하다!”
“목표 무게를 훨씬 넘었다!”
“게다가 로헨, 키도 훨씬 커졌다!”
그들의 말대로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몇 달의 시기,
나는 밭에서 자라난 콩과 고구마들처럼 미친 속도로 성장했다.
“근태창!”
[기본 정보]이름 : 로헨 코르막
종족 : 하프오크
체력 : 94/100
키 : 165cm
[근육 발달도]-골격근 : 35%(11%)
-체지방 : 5%(9%)
-목 : B(13%)
-가슴 : B(5%)
-왼팔 : B+(9%)
-오른팔 : B+(13%)
-복부 : B(22%)
-왼다리 : B++(35%)
-오른다리 : B++(37%)
-엉덩이 : B+(29%)
[운동 능력]-최대 근력 : B
-순발력 : B+
-지구력 : B
[특수능력치]-카리스마 : D(11%)
-매력 : E++(13%)
[스킬]-근육 조작 : D
-성분 분석 : D+
-포징 : B+
-위기 상황의 괴력 : E+
키는 그 몇 달 사이 5cm나 자랐다. 모든 근육량이 B 이상으로 증가, 스킬들도 늘어났다.
이제 초기의 근태창과 비교 자체가 불가한, 훌륭한 스탯창이 완성됐다!
“좋아, 그럼 내 몸은 완성되었고.”
그리고 난 사총사를 돌아보았다.
나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녀석들도 이젠 전생의 어느 체육관에 갖다 놔도 중급자 정도 소릴 들을 정도의 근육은 된다.
다들 키도 이제 160을 훌쩍 넘겼다. 삼대도 300은 가볍게 넘기고 가장 기록이 좋은 우르는 350에 이르렀다.
“좋아, 다들 충분히 잘 단련되었어.”
내 평에 모두 시험지를 확인한 애들 같은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짜식들, 겨우 이 정도로 안도해? 다음에 좀 더 굴려야겠다?
‘하지만 이 정도면 성체 늑대와 정면으로 싸운다 해도 해 볼 만하겠어.’
“그럼 이제 외부의 방어 시설을 점검하러 가자.”
“로, 로헨 대장!”
그러다 한 아이가 아지트로 헐레벌떡 들어와서 말했다.
“무슨 일이야?”
“마을…… 마을이! 문을 걸어 잠갔다!”
“……!”
“갑자기 문을 걸어 잠그고 아무도 마을에서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 하게 한다! 어, 어떻게 하냐?”
나는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때가 왔다. 카카.”
“오우.”
“지금 당장 농성 준비를 시작해.”
*
나는 카카와 빠르게 달리며 지금까지 우리가 준비한 모든 ‘방어 시설’을 빠르게 점검했다.
모두 점검을 끝냈을 즘엔 서서히 노을이 져가며 어둑해지고 있었다.
“방어 시설은 아무리 충분히 만들어 놔도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할 만큼은 했어.”
나는 우리 아지트 주변에 정면으로 비스듬히 세워진 목책을 보고 말했다.
적이 기어오르기 힘들게 비스듬히 설치한 목책, 할 수 있는 만큼 튼튼하게 만들어진 정문.
그걸 보강하는 것과 동시에 목책 뒤에 올라설 수 있는 석재 성벽 겸 발판을 만들었다.
“밭에서 모은 적당한 크기의 돌들이랑 틈틈이 모으게 시킨 돌들도 여기 있다!”
“화살은?”
카카는 대답 대신 아지트의 목재를 모아놓는 지붕 아래를 가리켰다.
“깃털이 달린 화살로 50발 정도 만들어 두었다. 깃털을 달지 못하거나 깃털이 아직 다 붙지 못한 건 두 배는 더 많아.”
“짧은 시간 동안 많이 만들었네. 수고했어.”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기대보다 훨씬 많이 만들어졌다.
“녀석들이 수백 마리씩 몰려오진 않길 바라야지.”
“목창은 1인당 두 개를 상정하고 만들어 두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 두었네.”
이제 남은 건 아이들이 내가 시킨 훈련대로 잘 움직이길 바랄 뿐인데…….
딸그랑 딸그랑 딸그랑 딸그랑!
“……!”
갑자기 무언가가 부딪치는 종소리 같은 소리가 난다.
바로 우리들이 검은 숲 곳곳, 늑대들이 지나다닐만한 길목에 설치해 둔 경비용 나무종이었다.
그게 한두 개도 아니고 동시다발적으로 달랑거린다는 것은-.
“놈들이 온다. 카카, 푸크, 우르, 에이크!”
“오우!”
순식간에 내 앞에 선 넷에게 나는 가장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작전 개시!”
*
놈들의 터전으로 나의 아이들과 함께 들어섰다.
놈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알고 있다.
놈들은 저 나무를 세워 놓고는 그 안에 틀어박혀 있을 거다.
그러면 우리의 발톱에, 우리의 이빨에 안전한 줄 알겠지.
카우우우!
나의 울음소리에 나의 아이들은 지금까지 죽인 멧돼지 놈들의 사체를 가져와, 놈들의 나무에 던졌다.
쿠웅! 퉁!
놈들의 나무를 쓰러트릴 순 없다. 하지만 멧돼지의 시체들은 놈들의 나무 아래에 우리의 발디딤이 되어줄 거다.
카우우우!
『나의 아이들아, 놈들의 나무를 뛰어넘어라.』
타닷 탓!
늑대들이 명에 따라 목책을 향해 일제히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