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215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214화
“그럼, 제도로 가는 여행길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마르두크님의 가호가 함께하길.”
“다녀오세요!”
“…….”
잠시 머뭇거리던 세일럼은 문득 로헨을 향해 고개를 들며 말했다.
“다음에 트레이너를 만날 땐, 전부 봐줄 만한 몸으로, 트레이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마법사로 만들어 놓을테니까……요. 그러니, 꼭 다시 봐요.”
“세일럼…….”
그렇게 말하는 세일럼의 얼굴은 좀 더 붉어져 있다.
“……트레이너?”
“안면홍조증은 혈액순환에 이상이 있다는 증거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펌핑도 잘 되지 않으니 근력훈련 강도를 줄이고 가벼운 유산소로-.”
“아아악! 진짜! 끝까지 그런 소릴! 그냥 빨리 가요! 다시 안 돌아오더라도 내가 트레이너에게 찾아갈 거니까!”
버럭 소리를 지른 세일럼은 씩씩거리며 뒤돌아 자리를 떠났다.
“흐음?”
로헨은 왜 저러나 고개를 갸웃거리고, 세일럼의 마음을 아는 다른 크루원들만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자, 그럼 출발한다!”
쿠르르르르!
로헨 트럭이 활기차게 재건되고 있는 마탑과 아카데미를 뒤로하고 떠나갔다.
휘오오오-!!
[로헨 트레이너! 꼭 다시 봐요!]“오오.”
떠나가는 로헨 트럭의 위로, 이제는 힘차게 날개짓하여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카페리아가 낮게 날며 배웅했다.
짧은 시간, 로헨에게 집중 PT를 받은 카페리아는 전설 속의 멋지고 위엄있는 드래곤의 모습이 되었다.
카페리아의 배웅을 뒤로하고, 로헨 트럭은 제국 남동부의 평원을 거침없이 나아갔다.
“바다라. 분명히 강보다 더 엄청나게 물이 많은 그런 곳이지?”
“부족장님께 들은 적 있다!”
“그러고 보니 너희는 바다를 본 적이 없지.”
슬란 산맥에서 살았던데다, 지금까지 대륙만 전전하며 다녔으니 바다를 본 적이 있을 리가.
“로헨, 꼭 너는 본 적 있다는 듯이 말한다?”
“윽.”
그렇지, 나도 이 녀석들과 똑같지. 이 녀석들, 머리가 좋아져서 쓸데없이 날카로워졌단 말이지.
“나, 나는 책에서 읽고 수정구슬을 통해서 봐서 아는 거다! 너희들은 책 같은 거 한 번도 본적 없잖아!”
“흐음…….”
“확실히, 우리는 책 같은 거 안 보지.”
“그보다, 로헨 너는 인간의 책을 읽을 줄 아냐?”
“늘 말하지 않았나. 근육은 그저 훈련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뛰어난 머리로 아는 것이 많아야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최대득근을 할 수 있단 말이다!”
“그렇지! 그래서 난 인간의 숫자와 계산은 확실하게 익혀뒀지! 글은 여전히 모르겠지만!”
‘카카 너는 네가 좋아하는 거만 관심 두는게 단점이야…….’
속으로 조용히 딴죽을 걸었다.
“인간의 글자 따위 알게 뭐냐! 그런 게 필요하면 말로 하면 되고, 말을 안 들으면 힘으로 알게 하면 될 것을!”
“말은 그렇게 하지만 자네도 이미 인간의 글은 읽을 수 있더만!”
“윽!”
짐짓 오크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던 에이크에게 보탄이 딴죽을 걸었다.
에이크는 답잖게 얼굴을 붉히며 으르렁거렸고, 보탄은 피식 웃으며 로헨트럭 짐칸으로 돌아갔다.
‘에이크는 오크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듯하지만, 속은 은근히 깊다니까.’
겉으론 거칠고 흉폭한 모습을 보여도 결코 의미 없는 폭력은 휘두르지 않는다.
프로테나처럼 자신이 인정한 사람에 대해선 겉으론 거칠게, 관심 없는 것처럼 대해도,
사실은 세심하게 지켜보며 적절한 때에 도움과 조력을 주고 있다.
‘이런 뻔한 남자 츤데레 녀석.’
넓은 세상으로 나가면서 이 녀석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살리며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거다.
‘그러고보니 부족과 로아노르에 남은 푸크랑 우르는 어떻게 지내려나.’
한가하게 페달을 밟다 보니 별 잡생각이 많이 들기 시작한다.
“아- 날씨 좋다.”
한계까지 털어버린 후의 현자타임을 느끼며, 로헨 트럭은 나의 페달링으로 서쪽으로, 서쪽으로 나아갔다.
*
끼룩- 끼룩-
솨아아아-
바다는 가장 먼저 소리로 우리를 맞이했다.
“오, 오오오오!!”
“저것이…….”
“그래, 저것이 바다다.”
로헨 트럭의 지붕 위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던 카카와 에이크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엄청나게 큰 강이다!”
“저렇게 많은 물은 처음 본다!”
녀석들은 놀이공원에라도 온 어린아이같이 눈을 반짝이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그 귀여운 모습에 쿡 웃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니 이 녀석들은 진짜로 아직 어린애인 청소년 나이네.’
“도대체가 저런 커다란 물가에서 살다니, 이해할 수가 없어.”
물과 거리가 좀 먼 드워프인 보탄은 시큰둥한 반응이었지만.
“자아, 내려가면 직접 바다에 몸을 담글 수도 있을 거다. 내려가자!”
““오우-!!””
콰콰콰콰!!
기대가 엄청난 탓인지 보탄과 에이크는 불꽃 페달링을 하였고,
로헨 트럭은 언덕 위에서 아래로 굴러떨어지듯 내달렸다.
“우, 우왁! 뭐야 저게!!”
“수, 수레냐?!”
콰콰콰콰!!
항구도시 아인머스의 사람들은 미친 듯이 달려오는 로헨 트럭을 보고 경악했다.
“부딪친다!”
“모두 피해!!”
으아아악!!
항구도시에 있던 사람들이 곤두박질치는 로헨 트럭을 보며 경악하며 도망치고 흩어졌다.
끼이이이익!!
로헨 트럭은 아인머스의 입구를 지나치자마자 급브레이크를 밟고, 쭉 미끄러져 나갔다.
끼기기긱-쿠웅!
로헨 트럭은 절묘하게 입구 앞에 있는 돌고래 동상에 부딪히기 직전 멈춰 섰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하나둘 모여들던 찰나,
콰앙!
“바다다! 바다!”
“커다란 물! 수영도 겁나 할 수 있겠지!!”
“수중 유산소 훈련 파티다 베이베!!”
로헨 트럭이 벌컥 열리고, 그 안에서 거대한 근육의 녹색 오크 셋이 튀어나왔다.
“으꺄아아악!!”
“미친 오크들이다!!”
“근데 근육 개쩔어!!”
구경꾼들은 당연히 그들의 등장에 경악하며 비명을 지르고 도망쳤지만,
동시에 순간적인 그들의 근육에 경이로워하는 자들도 있었다.
두두두두!!
그러거나 말거나, 세 오크들은 본능적으로 바다의 비릿한 소금향을 따라서 달렸다.
“우오오오!!”
“다이빙 베이베-!!”
타앗-!
그리고 항구의 끝,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를 향해 뛰어들었다.
풍-더엉-!!
그들이 뛰어들자 파도가 생겨 근처에 정박한 쪽배들이 순간 휘청거릴 정도였다.
“오오오! 시원하다! 그리고 짜다!”
“몸이 더 쉽게 뜨는 것 같다!”
근육 덩어리 인지라 물에서는 잘 안뜨는 세 오크들도, 바다에서는 크게 무리하지 않아도 잘 떴다.
이것 또한 그들에겐 신선한 경험이었다.
“바다 수영은 몸의 염증을 가라앉히면서 관절의 부담을 줄고 효율적인 전신 유산소 훈련과 단련하기 힘든 소근육 단련을 할 수 있다!”
처억!
나는 항구에서 좀 떨어진 곳의 조그만 암초를 가리켰다. 아마 등대같은 조그만 기둥이 있는.
“저곳까지 갔다 오는 것을 1회, 워밍업으로 20회 반복한다!!”
“오오오!”
“가장 먼저 마치는 자가 단백질을 차지한다 베이베!!”
촤촤촤촤촤!!
그 순간, 세 오크들은 마치 상어처럼 바다를 헤엄쳐 나갔다.
끼루루룩!!
끼이이이!
그 물살에 물고기들은 밀려나고, 항구 가까이에 돌아다니던 작은 고래나 갈매기들도 놀라서 펄쩍 튀어올랐다.
촤촤촤촤촤촤!!
항구에 오래 살아온 주민들조차, 바다에서 고래보다도 빨리 헤엄치는 녹색의 생물체에 넋을 잃었다.
“크하하하!”
“으하하하!”
“헙! 푸! 헙! 푸!”
그렇게 세 오크들은 암초와 항구 사이를 20회 왕복했고,
“1등!!”
“푸하앗! 젠장!”
“크허어!”
놀랍게도 카카가 1등으로 들어왔고, 에이크가 2등, 로헨은 아슬아슬하게 3등이었다.
정확히 셋의 근육량 차이를 역으로 한 순위. 로헨의 거대한 근육이 수영에는 불리했다.
사실은 근육조작, 속성근육을 동원하면 이길 순 있지만, 로헨은 순수한 운동능력으로만 상대해준 것이다.
“대단하군 카카.”
“흥! 유산소만 열심히 하더니!”
“2, 3등이 말을 하네? 카카카!”
“로헨 트레이너 되십니까!”
“응?”
그렇게 물로 나온 세 오크를, 왠 거대한 몸을 가진 십여 명의 인간들이 열을 지어 맞이했다.
아마 항구의 뱃사람들로 보이는 그들은 뱃사람임을 감안해도 매우 잘 단련된 근육을 가졌다.
그것도 일상생활을 통해 단련된 근육이 아닌, 계산된 운동과 훈련으로 단련되어 그 형태도 아름다운 근육이다.
“너희들은?”
“인사드립니다! 라잇 웨잇-!!”
처억!
불끈!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보디빌딩의 정규 포징을 취해 보였다.
“저희는! 로헨 머슬 크루 아인머스 지부의 회원들입니다!”
후우-!!
중앙에서 더블 바이셉스 포즈를 취한 붉은 머리와 수염의 남자의 구령에 맞춰, 그들이 기합을 내질렀다.
이 판타지 세계에서 내가 처음 온 지역의 처음 본 자들 중 가장 기합찬 모습이었다.
“로헨 머슬 크루라.”
“저는 드렌이라 합니다. 바남서 전역한 은색방패 군단병들 중 한 명이었죠.”
“함께 싸운 전우로군.”
그러고 보니 붉은 머리의 병사를 본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군단에서 전역한 뒤 이곳에 와서 헬스장을 만들었습니다. 이미 로헨 트레이너의 전설적인 활약상이 제국 곳곳에, 이곳에까지 퍼져서 열정적인 회원님들을 많이 받아들일 수 있었죠!”
그러며 그는 자랑스럽게 자신과 함께 온 회원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의 눈은 로헨과 오크들에 대한 동경으로 눈이 반짝였다.
“대단한 근육이로군. 정말 잘 훈련해온 것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내 근심안으로도 그들은 정말 정석적인, 내가 가르쳐준 운동법으로 훌륭한 근육을 만들었음을 확인했다.
“감사합니다! 로헨 그랜드 마스터 트레이너!”
나도 모르게 엄청난 칭호가 붙어버렸군.
터억!
나는 드렌부터, 그들 로헨 머슬 크루원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오오오……!”
“어, 엄청난 악력……! 감사합니다!”
“크흑! 꿈이 이루어졌어!”
그들은 평범한 헬창이 로니 콜먼, 제이 커틀러와 직접 악수를 나눴다면 지을 표정으로 감격했다.
이후 그들을 따라 보탄과 합류한 뒤 로헨 머슬 크루 아인머스 지부 헬스장도 방문했다.
“오호, 머신 제대로 만들었는데.”
“그렇군. 우리가 만들어둔 설계도대로 잘 만들었는데.”
“필요한 건 모두 갖췄군. 쉽지 않았을 텐데.”
“다들 로헨 트레이너처럼 되고 싶었기에, 각자 힘을 보태서 모두 장만했습니다.”
그곳엔 카카와 보탄의 설계도대로 만든 머신, 탄력봉과 원판, 덤벨 등이 잘 구색 맞춰 있었다.
게다가 독특하게도,
“닻이로군?”
“닻과 쇠사슬입니다!”
조그만 어선에 쓰이는 정도 크기의 닻과 쇠사슬이 있었다.
“쇠로 튼튼하게 만들어진 물건이라 운동기구로 쓸 수 있을까 해서 뒀습니다. 제법 잘 쓰고 있습니다. 흐음!!”
부웅!
드렌은 그 닻을 들어 마치 클럽벨 운동하듯 휘둘렀고,
촤라라락!
“라잇 웨잇!!”
다른 한 명은 닻에 쓰는 쇠사슬을 허리에 찬 뒤 철봉에서 풀업을 했다.
“아주 좋군!!”
단지 나의 가르침을 그대로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장비로 새로운 운동을 시도하다니!
“이 로헨 트레이너는 감격했다!”
“감사합니다, 트레이너!”
솔직히 이들과 함께 근육과 땀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빨리 제도로 가야한다.”
“이미 연락망으로 전해 들었습니다. 저희도 흑마련의 침공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제도로 가기 위한 배를 수배해 두었습니다.”
“고맙다!”
우리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회원들을 뒤로하고, 로헨 트럭을 몰며 드렌의 안내에 따라 항구로 향했다.
“호오.”
“대단히 큰 배로군!”
그것은 커다란 무역선이었다.
대규모 무역을 위한 거대한 배여서, 아예 배의 후미 짐칸을 통재로 열어서 커다란 짐들을 실을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 배로도 로헨 트럭을 겨우 싣는 게 고작이겠군.”
“오직 로헨 트레이너만을 위해 준비한 배입니다.”
“상당한 수고가 들었을 텐데, 정말로 고맙군.”
“로헨 트레이너를 위해선 뭐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저 배의 선원들도 ‘근육의 구원자’ 로헨 트레이너의 힘이 되고 싶어 했고요.”
드렌은 훗 웃으며 말했고, 나도 웃음으로 답했다.
쿠르르르르- 터엉!
철러엉!
로헨 트럭을 무사히 적재한 배는 곧바로 떠날 준비를 마쳤다.
“아, 그러고 보니 한 가지 조심하셔야 할게 있습니다.”
“뭔가?”
떠나기 전, 드렌이 말했다.
“최근 악명높은 해적들이 출몰합니다. 무역선인 이 배라면 목표가 될 확률이 커서…….”
“알았다. 하지만 걱정마라!”
타앗!
그러며 나는 단숨에 뛰어올라 배의 갑판 위에 섰다.
그냥 얌전히 떠나기엔, 항구에 나와 있는 회원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이 나의 힘이라면 해적 따위 문제없다! 예압 버디-!!”
콰악! 촤라라락!
“헉, 서 설마!”
항구에 선 로헨 크루원들은 내가 배의 닻 쇠사슬을 잡자 놀라워했다.
“라잇웨잇 베이베-!!”
콰라라라라락!!
철커어엉!
쿠우우웅!!
나는! 나의 힘만으로 커다란 닻을 들어올려 배 위에 올렸다!
“오, 오오오오……!!”
와아아아-!!
항구에 모인 로헨 머슬 크루의 회원들이 환호했다.
이 정도면 팬서비스 대성공이겠지.
펄-럭!
돛이 펼쳐지고, 배가 출항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