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218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217화
“우리들 오크들에게는 신이 있다. 전쟁의 신, 힘의 신 오크트루스라는 신이.”
해적 본거지 깊은 곳에, 커다란 괴수의 ‘우상’이 있었다.
“이건.”
그건 내가 부족에 있을 때 스쿼트랙 대용으로 썼던 바로 그, 스쿼트 자세로 앞으로 팔을 뻗은 괴수 우상이었다.
좀 더 크기가 크다는 점이 달랐지만.
“저것이 그 오크트루스란 신입니까?”
“부족에 있는 내 옛날 집에 같은 게 있었지?”
“스쿼트랙으로 잘 써먹었습니다.”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제대로 써먹었구나. 역시 내 아들!”
로흐나의 감탄이 낯간지러우면서도, 싫지 않았다.
“저 오크트루스는 이미 내 때부터 거의 잊힌 존재였지. 과거에 있던 오크 제국의 중심을 세우기 위해서 과거의 유산이었던 그 신을 다시 발굴해낸 거야.”
하긴, 종교가 사회를 이루는데 중요한 중심이 되긴 하지.
“고대에 있던 그 신에 대한 기록과 각종 유물을 파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오크트루스를 섬기는 자들이 행하던 신체단련법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그 운동기구들이 있었던 거군요.”
“마침 운이 좋았지. 흑마련의 군세가 오기 전 그것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단련해 그들과 싸울 힘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네 아버지를 비롯한 인간들은 우리와 함께 싸우며, 우리의 단련법을 받아들였지.”
“아버지…… 얘기는 들었습니다.”
“인간이지만 강하고, 좋은 남자였지. 내 등을 맡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남자였고.”
로흐나는 그때를 떠올리듯 훗 웃었다. 그러나 문득 씁쓸한 표정으로 변했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지. 흑마련과 싸우면서, 그리고 몸을 단련하면서 정신과 마음 까지 단련되지 않았던 이들이 그들에게 물들기 시작했어. 오크 제국은, 흑마련의 무절제한 힘에 취한 자들에 의해서 분열되기 시작했어. 그 탓에 인간 제국들에 의해 우리 오크들은 찢겨나갔지.”
지금의 나는 그 모든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쳤기에 인간 제국은 오크를 박해하고, 몸을 단련하고 키우는 모든 것을 금기시하게 되었을 터.
“나도 고민했어. 너희 아버지는 나와 등을 지키던 동료로서, 그리고 인간 제국의 기사 사이에서 갈등했지. 그러던 중, 나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
“계시를요?”
“대전쟁이 끝난 뒤, 모든 고민을 잊기 위해 3대 무게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오랜만에 3대 무게를 갱신하는 그 순간이었어.”
[너의 아이가, 네가 하지 못했던 위업을 이룰 것이다.] [너의 아이가 오크트루스, 아니 그보다 더 강한 신이 될 것이다.]‘그렇군, 근신인가. 왜 나한테 그렇게 들러붙어서 잔소리질이었는지 이해가 되는군.’
근신이 어머니를 부추겨서 자신을 낳게 하고는, 나를 자신의 화신으로 만드시겠다?
‘마음에 안 드는군.’
상대가 신인지 뭔지 몰라도 내 인생을 자기 맘대로 통제하려 드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안들어.
물론 어머니 앞이니 그걸 말하진 않겠지. 낳아주신 어머니한테도 실례고.
“어째선지, 나는 그걸 믿었어. 그래서 마지막까지 부족과 함께 하기로 남았던 너의 아버지를…… 음…….”
“…….”
해적을 이끄는 여걸조차도 차마 아들에게 ‘네가 태어난 과정’을 말하는건 좀 그랬나 보다.
“……굳이 말씀 안하셔도 됩니다.”
“뭐어, 전쟁과도 같이 대단히 격렬했다고만 해두자. 우리는 정말 대전쟁의 한가운데서 싸웠던 것처럼-.”
“아바바바바- 안들립니다아-.”
내가 귀를 막고 에베베 하고 나서야 로흐나는 겨우 입을 다물었다.
“과거의 일은 알겠습니다. 그럼 저를 두고 떠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국에게 주목받는 내가 부족에 남아있으면 언젠가 꼬리가 밟혔을거야. 너와 부족을 위해서라도 나는 떠날 수밖에 없었지. 물론 인간과 붙어먹었단 것만으로도 부족의 배신자로 찍혔고 말이야.”
“으음…….”
“제국도 설마 내가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갈 줄은 모를 테니까. 여기서 제국에 의해 박해받고 갈 곳을 잃은 오크와 같은 처지인 인간들을 모아서 세력을 만들었지.”
그러며 로흐나는 나의 팔에 손을 올렸다.
“그런 뒤 너를 찾으러 가려 했단다. 물론 네가 이렇게 스스로 올 거라 믿고 있었지만.”
“예, 그리고…… 어머니의 믿음대로 이렇게 왔습니다.”
어쩌면 무뚝뚝하게 들릴 나의 말에 로흐나는 그거라면 됐다는 듯 훗 웃으며 나를 한 번 더 안아주었다.
이번엔 나도 그녀를 안아주며, 등을 쓸어내렸다.
‘잘 단련된 척추기립근과 광배……아니지, 어머니한테 무슨 생각 하는 거람.’
좋구나. 이게 어머니가 있다는 거로구나.
이 세상에 와서 근수저가 된 만큼이나 소중한 것을 찾은 것 같다.
“그런데, 그래서 대체 제 아버지는 누구입니까? 아직 살아는 있으신 인간입니까?”
“아아…… 그렇지, 그걸 알려줘야겠구나. 네 아버지는-.”
*
“뭐 하고 있었나?”
“아, 로헨. 어머니와는 잘 얘기했나?”
“엄마가 있다는건 좋구나. 부럽다~.”
“으, 으으윽…….”
“끄으윽…… 내, 내 다리…….”
“아악 머리가, 머리가 깨진 것 같아…….”
오오오오!
어머니와 대화를 가지고 다시 해적 본거지의 큰 광장으로 가 보니,
오크 여럿이 머리나 팔다리가 깨져서 바닥에 나뒹굴고 있고, 카카와 에이크가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
무슨 일인지 대충 짐작이 가는군.
“뭐, 가벼운 바쿠라를 하고 있었다.”
“그렇군.”
당연히 오크들인 만큼 텃세를 부릴거라 생각했고, 역시나 바쿠라가 이루어졌군.
그리고 당연히, 여기서 우리 셋을 이길 만한 오크들은 없었다.
“텃세야 어디든 있는 법이지. 너도 그랬지 않았나 에이크.”
“언젯적 이야기를…….”
에이크는 내 놀림에 조그맣게 투덜거렸다.
“그리고 텃세를 부린다는 것은! 나약하다는 증거다!”
나는 그곳의 모두가, 특히 텃세를 걸고 지금 처발려버린 오크들이 들으라는 듯 말했다.
“이곳은 오크도, 인간도, 어떤 종족도 평등하게 해적단이란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곳이라고 들었다! 그럼에도 같은 오크인데 그저 밖에서 온 오크라고 텃세를 부리나! 그러고도 너희가 로흐나 코르막의 해적들이라 부를 수 있겠나!”
쩌렁! 쩌렁!
전쟁함성의 힘이 깃든 로헨의 연설은 그곳의 모든 이들의 가슴을 휘어잡았다.
“로흐나 코르막의 아들, 로헨 코르막! 제국의 위기를 수없이 부순 영웅이자, 흑마련 분쇄자! 드래곤 슬레이어가 말한다! 자신의 나약함을 타인을 박해하는데 쓰지 마라! 그 나약함을! 흐음!”
[스킬 : 포징]나는 곧바로 더블 바이셉스 포즈를 취했다.
“나를 따라! 로흐나를 따라 몸을 단련하여 그 나약한 마음을 떨쳐내도록 하라! 라잇 웨잇!!”
라잇 웨잇-!!
쩌렁! 쩌렁!
나와 함께 카카와 에이크도 포징을 취하며 외쳤다.
[스킬 : 단체 포징 발동!] [좌중의 모든 종족이 당신의 말을 가슴에 새깁니다!]우리를 의심스럽게, 고깝게, 적대하던 모든 자들이 우리의 말을 듣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며 로흐나가 대견하다는 듯 훗 하고 웃던 찰나,
“큰일났다!”
밖을 감시하던 보초가 급히 달려와서 다급히 말했다.
“녹색 수염이! 녹색 수염의 함선이!!”
쿠쿠우웅-!!
그 순간 엄청난 충격이 해적 본거지를 뒤흔들었다.
“아무래도 공격받는 모양이로군.”
“저게 그 마석포란 것의 공격인가?
”
“어디 한번 가 보지.”
“엇, 자 잠깐! 그렇게 함부로 나가면!”
급히 달려온 보초가 만류하지만 로헨 크루는 대수롭잖다는 듯이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뭐, 뭡니까 저들은…… 이런 엄청난 공격이 무섭지도 않은 겁니까?”
“이정도 일쯤이야 아무렇지 않게 여길정도로 많은걸 겪고 여기까지 온 자들이다. 게다가,”
로흐나는 보초를 보며 훗 웃었다.
“내 아들이니까!”
*
“흐-음”
“투석기도 아니고, 신기한 걸 쏘는구만.”
피유우우- 쿠쿠우웅!
퍼어엉!
녹색이 어린 해적선에서 날아오는 폭발성의 ‘포탄’이 주변으로 날아들어 터지는 와중에도,
로헨과 카카, 에이크, 보탄은 태평하게 구경이라도 나온 분위기였다.
“저 배에서 날아오는 건가?”
“마탑에서 들은 적 있네. 과거에 불안정한 폭발성 마석을 이용해서 발사하는 무기가 있다고 말이야.”
대포인가? 이 세계에 화포 같은 무기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무기화 한곳이 있나보군. 왜 마탑은 그걸 쓰지 않은거지?”
“단순하네. 그런 마석이 있으면 그걸 기반으로 공격 마법을 쏘는게 훨씬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이었거든.”
“아하.”
실로 합리적인 이유였군.
“더러운 오크 놈들아! 네놈들이 눈꼴시려도 참고 봐줬더니! 이것들이 이젠 내 장사까지 건드려!”
녹색의 배 위에 선 녹색 수염의 영감이 구멍 뚫린 고깔을 확성기 삼아 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녹색수염 녹색수염 하더니 정말로 녹색 수염이네.”
나의 오크-아이가 그 녹색 수염이라는 나이 든 선장을 보았다.
“뭐냐 저거, 수염에다 해초 달아놓은 거야?”
“무슨 의미가 있는거람.”
“저 배도 녹색인게 전부 해초와 이끼가 낀 거네. 그냥 정비를 안해놨군.”
그러고 보탄의 눈은 뱃머리에 장착한 길쭉한 금속 포, ‘마석포’를 보았다.
“저게 마석포인가. 어떤 구조인지 한번 보고 싶군.”
“그런가.”
“저걸 쓰면 흑마련과의 싸움에 큰 도움이 될 거라 말일세. 마법을 쓰지 못하는 자들도 마법에 맞먹는 큰 힘을 쓸수 있게 되지 않겠는가?”
“하긴 그렇지. 그렇다면.”
쿠웅!
나는 챙겨온 우르할콘 탄력봉을 들었다.
요즘 한창 닻을 이용해서 운동하는 것에 맛 들여서 오랜만에 드는군.
“최대한 안 부수도록 노력해보지.”
“부탁하네!”
“항복하지 않으면 네놈들의 섬째로 바다에 가라앉힐 것이다! 이 더러운 오크놈들아!”
“자신 있으면 해 봐라-!!”
쩌렁! 쩌렁!
[스킬 : 전쟁함성] [스킬의 효과로 상대가 강한 도발 상태에 빠집니다.]“크으윽!”
녹색 수염은 바다 너머에서 들려오는 로헨의 함성에 순간 움츠렸다가, 자기도 주체하지 못하는 분노에 빠졌다.
“이 빌어먹을 자식! 쏴라! 당장 놈을 쏴 맞춰!!”
치이이잉!
퍼어어엉!
그의 명령에 따라 해적들은 마석포에 마석을 충진하고, 마법을 쓰지 못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부적으로 충격을 가했다.
그러자 마석이 연쇄폭발을 일으키고, 아직 폭발하지 않은 단단한 마석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피유우우우-.
“오호, 꽤 정확하게 날아드네.”
“그렇군. 어디 그럼! 라잇 웨잇!!”
빠카아앙!
퍼어어엉!!
날아드는 마석이 로헨이 휘두른 우르할콘 탄력봉과 정면충돌, 폭발을 일으켰다.
“핫하! 마석포에 정면으로 맞아 뒤지다니 참 호강스러운 죽음을 맞이- 어?”
휘오오오오.
마정석의 후폭풍 뒤에 나타난 것은, 상처하나 없는 세 명의 모습이었다.
“흠, 확실히. 강력하긴 한데.”
“마법에 비해서는 확실히 속성적인 느낌은 적어서, 역시 효율이 그리 좋진 않군.”
“그래도 마법을 쓰지 못하는 자들이 쓰기엔 꽤 좋은 위력인데?”
오히려 여유롭게 그 위력을 평가할 정도였다.
“뭐, 뭐냐 저놈들은!”
“저 오크…… 설마?”
“제국에서 흑마련 세력들을 박살 냈다는 그 오크들!”
오오오오-!
녹색 수염의 해적들은 자신들의 궁극의 무기인 마석포에 멀쩡한 그들의 모습에 경악했고,
반대로 엑자일드의 해적들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감탄하고, 경이로워했다.
“흐음, 그렇군. 다음으로 이렇게 하면 안 터뜨리고 날려버릴수 있겠는데.”
“쏴, 쏴라! 더 쏴! 저 놈들이 죽을 때까지 쏴!!”
퍼어엉!
또 한발의 마정석이 로헨을 향해 날아들었다.
[스킬 : 근육조작] [근육 정밀조작!]“예압 버디-!!”
그리고, 로헨은 근육 섬유 하나하나까지 정밀하게 조정하여 완벽하게 계산된 동작을 취했다.
휘오오오-!
“바로 돌려주마 베이베-!!”
빠카아앙!
로헨은 정밀하게, 날아드는 그 마석탄환을 올려쳤다.
마석 탄환의 불안정한 탄두 부분을 절묘하게 피한 그 타격에,
마석은 마치 배트에 맞은 야구공처럼 솟구쳐올랐다.
“어, 어어어?”
“선장! 저, 저거 우리쪽으로 떨어집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녹색 수염 해적단의 배 위로 떨어졌다.
“이런 씨-.”
꽈콰아앙!!
그리고 마석은 배 위에서 대폭발을 일으켰다.
와아아아아-!!
그 엄청난 신기에 엑자일드의 오크들이 환호했다.
“어, 엄청나다!”
“어떻게 저런 일을 해낼 수가 있지!”
“역시 로흐나 선장의 아드님이야!!”
와아아아!!
위험에 피할 생각조차 않고 그것을 보고 있던 해적들은 환호했다. 오크와 인간을 가리지 않고.
“…….”
그런 광경을, 에이크는 문득 그 답지 않게 생각이 많아진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로헨의 등을 바라보았다.
두근!
그의 가슴에 지금까지와 다른, 어떤 의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