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221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220화
덜커덩!
투확!
철망으로 이루어진 문이 열리자, 그곳에서 어떤 형체가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우웃!”
두두두두두!!
와아아아!!
지축을 울리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환호했다.
‘말발굽 소리?’
그건 분명 여러 마리의 말이 달려가는 소리였다.
‘이거, 경마였나?’
말이 있는 이 세계에서 경마가 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흙밭 위를 달리고 있는 형상들은 확연하게 말보다 작았다.
그건 분명히 인간의 형상이었다.
그것도, 인간 여성들의 형상이었다.
“달려라 프레이니야!!”
“에클레스! 너한테 내 전 재산 걸었어! 오늘 못 이기면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와아아아-!!
내 오크-이어조차도 순간 먹먹해질 엄청난 열광, 욕설과 원망과 분노와 기쁨과 한탄이 경기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저기 달리고 있는 건?”
“켄타우로스들입니다.”
“켄타우로스?”
분명히 내가 아는 켄타우로스라 하면-.
“상반신은 사람에, 하반신은 말의 네 발이 달린 종족 아닌가?”
“무슨 끔찍한 상상을 하시는 겁니까.”
진심으로 어이없다는 듯이 필립이 말했다.
“아니 말의 다리가 달린 것까지는 맞습니다.”
“흐음?”
두두두두!!
오크-아이로 보니 달리고 있는 켄타우로스 종족 여성들은 상체는 근육이 탄탄히 붙은 인간의 몸이지만,
‘다리가, 말이로군?’
다리는 얼핏 보기엔 마치 뒤로 꺾인 역관절 처럼 보였다.
그건 인간으로 치면 발끝의 발톱으로 땅을 박차며 달리는, 말의 다리구조였다.
“뭐 어쨌든 말의 하체라는 건 맞군.”
“예에 그렇긴 하죠.”
“근데 여자뿐인데?”
“켄타우로스 종족은 여성만 있습니다. 다른 종족 남성과 교합 하여 아이를 낳죠. 아이는 무조건 켄타우로스 종족이 됩니다.”
“허어.”
두두두두!!
[에클레스가 나왔다! 에클레스가 선두로 나섭니다!]그러던 와중, 남색의 긴 머리에 갈색 피부를 한 켄타우로스 여성이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빠르다 빨라! 벌써 독주 태세! 2번 인기 프레이니아가 집단에서 뛰쳐나와 추격에 나선다!]분홍 색 머리의 하얀 피부의 켄타우로스가 뒤를 충격한다. 그 뒤로는 긴 검은 머리의 켄타우로스가 쫓는다.
[남은 거리 300m!]거리상으론 아마 마지막 스퍼트로 모두가 최대 속도를 내는 구간일 터.
‘시속 60은 가볍게 넘는군. 굉장하다.’
아마 내가 전력으로 달려도 저 정도의 속도는 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누구도 에클레스를 쫓지 못한다!]“강하군. 저 검은 머리의 켄타우로스.
검은 머리에 갈색 피부의 켄타우로스, 에클레스는 따라잡히지 않고 홀로 달려 나갔다.
뒤의 두 켄타우로스 들도 보통 속도는 아니었지만, 에클레스란 켄타우로스는 차원이 다른 수준에 있었다.
[에클레스가 일등! 그 외에 누구도 없다! 에클레스! 이번에도 완벽하게 1등!!]와아아아-!!
엄청난 환호성, 이미 관객들은 뒤에 들어오는 나머지 두 켄타우로스는 안중에도 없었다.
“크으, 역시나 엄청난 신예로군요. 에클레스, ‘제왕’ 신볼리아 이래 최강의 켄타우로스라는 평가 그대로입니다.”
필립은 뭔가 자기만 아는 이야기를 계속 늘어놓지만,
내 눈은 선두에 들어온 세 명이 아니라, 다른 쪽에 가 있었다.
“헤엑! 헤엑! 헤엑! 헤엑!”
출발한 7명의 켄타우로스 중 6마리가 모두 들어왔지만, 마지막 일곱 번째 켄타우로스가 아직도 달리고 있었다.
그 켄타우로스는 동그랗게 하얀색 점이 있는 밤색 머리를 하고 있었다.
해설도,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철저한 꼴찌.
앞선 켄타우로스들과 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에헤헤헤! 모두 진짜! 헤엑! 빠르네!!”
‘호오.’
그녀는, 그러면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
마치 달리는 것 그 자체가 즐겁다는 듯이. 승패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들어왔다아! 헤엑, 와아 지금까지 중에 최고로 빨리 들어왔어!!”
그 누구도 꼴찌인 그녀에게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 빨간 머리의 켄타우로스는 폴짝폴짝 뛰며 기뻐했다.
“흐음?”
왠지 필립도 그녀를 내려다보며 쓴웃음을 짓는 게, 어쩐지 구면 같군?
“뭐어, 재미있기는 했다. 내가 직접 여기서 뛰어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하하! 로헨 트레이너라면 정말로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농담 맞으시죠?”
필립은 나의 시선을 슬쩍 피한뒤 헛기침했다.
“그래서, 재미있기는 했다만 우리는 어떻게 하면 황제와 만날 수 있는지를 얘기하던 중 아니었던가? 왜 여길 데려온 거지?”
“아아! 바로 이겁니다!”
“이거?”
“센토우르 더비 시리즈를 우승하는 겁니다.”
“……뭐?”
갑자기 뭔 소년 스포츠물 만화 같은 소릴 하고 있나 이 녀석은.
“신마전이 있는 이번 달이 끝난 다음 달부터 열리는 센토우르 더비는 5개월에 걸친 대회입니다. 매 월마다 한 경기 있는 총 4번의 1등급 대회와 매 월 마다 두 번 있는 2등급 대회, 매 주마다 있는 3등급 대회가 있습니다.”
“그렇군.”
“네 번의 1등급 대회는 착순 별로 1등 3성, 2등 2성, 3등 1성의 별점을 줍니다. 그리고 2등급 대회는 1등만 1성을 주고요. 그렇게 5달 뒤에 열리는 최고 대회인 ‘엠퍼러 더비’가 열립니다.”
“그게 아마 결승전인 모양이로군.”
필립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3성 이상을 획득한 선수 우선으로 엠퍼러 더비에 참가할 수 있게 됩니다. 획득한 별점 순으로 8명 그리고 인기투표를 통해 2명 총 10명의 켄타우로스가 출전하게 되죠.”
이야기가 그쯤 되니, 그가 뭘 말하려는 지 알 것 같다.
“그 엠퍼러 더비에 우승하게 되면, 황제를 알현하는 기회를 얻게 되는군.”
“그렇습니다.”
필립은 훗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우승한 켄타우로스와 그녀의 ‘조련사’는 반드시 황제와 직접 알현하는 영광을 얻게 되며, 황제라 할지라도 그 의무를 절대로 피하지 못합니다.”
“겨우 켄타우로스의 달리기 대회에 그 정도의 권위가 있나?”
나는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제국을 세우신 산도프 1세가 ‘뒤틀린 자들’을 상대한 2차 건국 전쟁에서 위기에 빠지셨을 때, 그를 보좌하던 10명의 켄타우로스 결사대가 뒤틀린 자들의 포위를 뚫고 본대에 구원요청을 전하러 달렸다고 합니다.”
갑자기 제국의 옛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하품이 나오려는 걸 참는 정도의 매너는 있다.
“그 열 명의 켄타우로스 중 단 한 명만이 동료들의 희생을 뒤로하고 본대에 산도프 1세의 위기를 알린 뒤 절명했고, 본대는 산도프 1세를 구원하여 2차 건국전쟁이 승리로 끝났습니다.”
‘전생의 마라톤 이야기 같군.’
“이후 산도프 1세께선 자신을 위해 희생한 10명의 켄타우로스를 추모하기 위해 최초의 센토우르 더비를 개최했고, 역대 황제들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엠퍼러 더비의 우승자를 직접 알현하였습니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말이로군.”
“그렇습니다. 어떤 켄타우로스건, 어떤 ‘조련사’건 말이죠.”
“그거면 됐다!”
어차피 황궁에 들이닥쳐서 강제로 황제를 만날순 없으니, 황제를 만나기 위해선 당장 이 방법밖에 없을 터.
게다가 내 본업은 근육으로 남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체력과 힘이 필요한 자가 그것을 얻도록 돕는 트레이너의 역할!
“일단 조련사란 말이 마음에 안 드는군. 트레이너라고 하지!”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로헨 트레이너.”
“네가 이렇게 말을 꺼낸 것을 보니 내가 가르쳐야 할 켄타우로스가 있나보군. 누구지?”
훗 웃던 필립은 문득 갑자기 표정에 근심이 어렸다.
“……그게, 있긴 합니다만.”
“어째 많은 뜻을 내포한 침묵 같군.”
“오직 로헨 트레이너니까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마음에 드시진 않겠지만…….”
“당장의 선택지가 없으면 마음에 들고 자시고는 소용없다. 나를 믿고, 안내해라.”
“예. 거듭, 죄송하단 말뿐입니다.”
그러며 필립은 앞장서 나아갔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내 돈 내놔 이 빌어먹을 년아!!”
“역배들아 정신 드냐! 에클레스에 이길 켄타우로스 따위 없다고!”
관중석은 여전히 열광과 분노와 광기로 뜨거웠다.
*
“필립! 어서 와!”
켄타우로스들이 대기하는 곳에 찾아가자,
그 밤색 머리카락의 켄타우로스가 해맑게 웃으며 반겼다.
그곳에 있는 다른 켄타우로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작다.
그야말로 말 같은 근육들로 찬 다른 켄타우로스들과 달리, 근육도 확연히 적다.
“오오, 열심히 달렸구나 ‘바라야’!”
“응! 오늘 엄청 힘들었는데 그래도 역대 최고로 빨리 들어왔어!”
필립에 바라야 라고 불린 그 붉은 머리의 켄타우로스는 방방 뛰면서 필립을 꽉 끌어안았다.
인간의 귀 자리에 난 말의 귀와 닮은 귀가 연신 쫑긋거리고 꼬리가 휘적거렸다.
“그래그래, 정말 잘했어!”
풋-.
그걸 지켜보던 다른 켄타우로스들이 비웃었다.
“저것 좀 봐, 주제도 모르고 센토우르 더비에 출전해서 꼴찌를 해놓곤 저런 멍청한 모습이라니!”
“인간을 끌어안아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다니 정말 켄타우로스는 맞는 거야?”
“그냥 인간 애가 꼬리랑 귀 달고 켄타우로스라는 거 아닌지 몰라!”
“…….”
제 3자인 나도 불쾌해질 정도의 야유다. 그런데 그걸 듣는 바라야 라는 켄타우로스는,
“모두 오늘 같이 열심히 달려줘서 고마워! 다음에 또 같이 달려! 다음에 안 질 거야!”
그러며 그저 바보 같을 정도로 해맑게 웃었다.
다른 켄타우로스는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린 뒤 떠나갔다.
‘상황은…… 쉽게 이해할 수 있군.’
“근데, 거기 이상한 아저씨는 누구야?”
“아.”
바라야는 문득 나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그렇지. 이분이 너의 새 ‘조련사’-.”
“아니.”
오크-센스로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음을 확인했다.
스륵.
나는 모습을 감쳐주는 아티팩트 로브의 머리 덮개를 벗었다.
화아악!
“우와아…….”
그러자 평범한 체격인 남자의 모습에서 키 3m에 가까운 오크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내가, 너의 트레이너가 되어주겠다.”
“아, 아아아…….”
으음, 역시 너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나. 이런 조그맣고 약한 여자에겐 두려움을 줬을지도-.
“완전 멋지다!!”
“음.”
아무래도 그건 기우였던 모양이다.
다다다다-꽈악!
바라야는 나를 마치 커다랗고 귀여운 리트리버를 본 것 같은 표정으로 보고, 껴안았다.
그녀의 질주 후 허그는 생각보다 꽤 묵직한 타격이었다.
*
“그래서, 로헨 조련사님?”
“로헨 트레이너다.”
나는 필립과 바라야와 함께 제도 밖의 교외에 있는,
센토우르 더비에 등록된 켄타우로스들이 지내는 훈련소 겸 기숙사에 있다.
나는 침대 위에 앉아있는 바라야의 다리를 세심하게 매만졌다.
“필립, 바라야 와는 무슨 관계인가?”
“아아, 대전쟁 당시 켄타우로스 종족과 인간이 같이 살던 한 마을이 전란에 휘말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부모를 잃은 바라야를 발견했고, 저희 서문 근위대가 딸아이처럼 키웠죠.”
“전부! 바라야의 가족들!”
“그런가.”
이거 겉모습과 달리 바라야는 나랑 동갑내기이거나, 오히려 연상일 수도 있겠군.
“워낙 달리는 걸 좋아하고, 다들 응원하고 싶어서 원하는 대로 센토우르 더비에 출전할 수 있도록 힘은 썻습니다만…….”
“문제는 알겠다.”
내 손이 이 아이의 말을 닮은 다리를 매만지고, 근심안으로 내부 근육 구조를 들여다보았다.
“미묘하게 발목 관절이 틀어져 있군.”
“예에. 아무래도 전란 와중에 입은 상처 때문에…….”
“괜찮아! 나 그래도 열심히 달릴 수 있어!”
확실히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을 정도의 장애는 아니다.
하지만 신체의 극한을 겨루는 레이스에는 확실히 엄청난 문제가 된다.
‘게다가, 이 녀석의 근육…….’
“아하하하! 로헨 트레이너 만지는 거 간지러!”
나는 다리를 너머 바라야의 등, 팔 등 여러 근육들을 만져보았다.
“저희가 로헨 머슬 크루원으로서 운동 지식을 얻은 뒤, 이 아이에게도 그 운동 지식을 전해주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효과가 그리 눈에 띄게 나오지 않았군.”
“그렇습니다. 그래도 저게 나름대로 근육이 붙은 겁니다.”
“응! 나 엄청 무거워지고 힘도 쎄졌어!”
필립은 해맑은 바라야에 그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당연히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 켄타우로스의 근육은 인간과 전혀 다르다. 특히 다리 근육이.”
“역시나…….”
“그리고, 아마도 훈련의 방향성도 잘못잡은 듯 보이는군.”
“방향성을요?”
“으익! 으히히, 시원하다!”
나는 바라야의 다리근육을 전체적으로 마사지해주며 손을 떼었다.
“필립, 앞으로 있을 센토우르 더비의 모든 대회의 정보를 가져와라. 앞으로의 대회 일정을 잡아야겠다.”
자, 로헨 트레이너의 센토우르 더비 도전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