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222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221화
“바라야는 완전히 다른 두 가지의 근육 적성을 가지고 있다.”
“예?”
“호엥?”
나의 근심안과 마사지를 통해서 바라야의 근육을 분석한 결론이었다.
“지금까지 바라야가 뛴 경기의 거리가 어떻지?”
“지난 데뷔전이 1200m, 지난번 경기가 1500m 였습니다.”
“센토우르 더비에 있는 경기 거리의 종류는?”
“1200, 1400, 1600, 1800, 2000, 2400, 3000입니다.”
센토우르 더비에 사용되는 경기장만 해도 제도 밖 동서남북 각지에 있는 네 개의 경기장에서 열린다.
북쪽의 경기장이 가장 길고, 남쪽의 경기장이 가장 작다는 듯했다.
“최고 등급 경기의 거리는 어떻지?”
“제 1경기가 1600, 2경기가 2000, 3경기가 2400, 4경기가 3000입니다.”
“그렇군. 결승전 엠퍼러 더비는?”
“다시 2400입니다.”
“좋아, 그 정도면 되겠어. 나머지 2, 3등급의 2000m 이상의 거리 경기들도 보여주도록.”
“중장거리 경기들 말입니까? 하지만 저 아이는…….”
“긴 거리 달리면 힘들고 다리아파! 그래도 재밌어!”
바라야는 그저 해맑게 웃을 뿐이다.
“저 녀석의 근육은 지근의 비율이 높다.”
“지근?”
근육에는 두 가지가 있다. 상대적으로 느리게 수축하는 대신 피로에 강하고 유산소성 운동에 관여하는 지근,
그리고 우리 헬창들의 영원한 워너비이자 연인이자 친구,
지근 보다 강하고 빠르게 수축하여 힘을 낼 수 있으나 피로에 빨리 지치는 속근.
“바라야의 근육은 지근의 비율이 높다.”
“그, 그렇군요.”
그렇기에 다른 켄타우로스와 달리 몸의 전체적인 근육량은 적고, 근육질이 아닌 마른 체형이다.
“지금까지 바라야가 달린 거리는 짧은 단거리 경기들이었다. 그러니 바라야가 가진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을 거니까.”
“하, 하지만 바라야는 오히려 긴 거리에서 더 느려서-.”
“그건 지금 가지고 있는 장애와, 아직 충분한 심폐지구력이 갖춰지지 않아서다.”
자동차로 치면 차체는 완성되어 있지만 엔진이 형편없는 거다.
“흐흐흥~.”
물론 지금 날아다니는 나비를 멍하니 바라보는 바라야는 차체도 완성되어 있지 않지만.
“그, 솔직히 저희도 바라야가 너무 힘들어하던 터라 길게 달리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필립은 깊이 한숨을 쉬었다.
“바라야는 저희의 딸 같은 아이입니다. 워낙 해맑고 밝은 아이라서 팍팍한 저희에게 활력소가 되었고, 그래서 저희도 정말 소중하게 여기고 있죠.”
“이해한다.”
그렇게 가까운 사이이기에, 비정하게 고통스러운 훈련을 시키는 것을 주저할 수밖에 없을 터.
“아하하하! 예쁘다!”
게다가 저런 순수한 아이인 만큼.
‘하지만, 단순히 운동이 좋아서라는 것만으로는 승부의 세계에서 이기지 못해.’
어떤 운동 선수가 말했다. 선수인 이상, ‘운동이 즐거워서’라는 말은 그저 가식에 불과하다고.
자신은 피를 토하고 밤에 울 정도로 고통스럽고 강박증이 올 정도로 승부에 집착하고서 최고가 된 거라고.
즐거움만으로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버티지 못한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고통으로 가득하니까.
물론 그 고통의 결과가 득근이라는 결과로 나와주니 그것마저 즐길 수 있는 거다.
‘바라야를 이기게 만드려면, 이기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바라야가 가지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나 해맑고 순수한 아이가 이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할 수 있는 걸까?
‘어렵군. 훈련을 시킬 수는 있어도 스스로 훈련을 하게 만들 순 없는 법이니.’
“필립.”
“옛.”
“지금부터 나는 바라야의 전속 트레이너로서 한 가지를 확실하게 한다.”
“예.”
“내가 바라야를 훈련 시키는 것에 함부로 관여하지 마라.”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그렇게 말은 해도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일 터였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이기기 위해서는 피를 토하고 땅을 구르며 고통에 몸부림칠 정도로 훈련을 해야 한다. 그건 이미 잘 알고 있을 터다.”
“저희는 그걸 저 아이에게 시킬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약속한다. 절대로 이 아이에게 치유 불가능한 부상을 남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
나는 바라야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선언했다.
“바라야를 반드시 우승시킬 것이다.”
“……바라야를, 잘 부탁합니다.”
필립은 정중하게 내게 고개를 숙였다.
*
“그래서, 이제부터 뭐할거야 트레이너?”
“우선은 그 다리를 치료한다.”
필립이 떠난 뒤, 나는 바라야와 단 둘이 방에 남았다.
꿀렁!
“마셔라.”
“으응?”
나는 바라야에게 쉐이커 병을 건네주었다.
“뭐야 이게?”
“마시면 운명을 손에 넣을 것이다.”
“운명?”
“1등이 되는 운명 말이다.”
“진짜로?! 마실래!”
바라야는 한 점 의심도 없는 눈으로 내게서 쉐이커를 뺏어서 마셨다.
“으에…… 이상한 향이 나고 시고 떫어! 맛없어!”
“그래도 쭉 마셔야 1등을 할 수 있다.”
“으, 응! 나 1등 꼭 해야 해!”
“흐음?”
순순히 다 마실거라 기대는 안했지만, 어째선지 바라야는 의지에 차서 힘들어하면서도 그걸 다 마셨다.
“아우우……?”
그걸 다 마신 바라야는 금방 헤롱거리기 시작했다.
“아하하하~~ 세상이 돌아~ 빙빙 돈다아~”
“그래, 침대에 누워라. 그렇지 천천히.”
“으히히히 뜬다! 몸이 붕 떠!”
바라야가 마신 것은 독한 증류주를 붉나무 열매 드링크와 섞은 것이다.
이 세계엔 마취약이 없다. 그런데 나는 바라야의 다리를 고치기 위해선 마취가 필요하다.
그래서 마취약의 대용으로 독한 술을 마시게 했다.
뭐 미성년자 음주 금지가 있는 세상도 아니고, 의료용이니 법적으로도 문제 없겠지.
“음냐음냐…….”
바라야는 금방 술에 취해 골아 떨어졌다.
지금의 상태면 수술을 하더라도 아픔을 느끼진 않을 거다.
“너의 다리부터 금방 치료해주겠다.”
촤악!
독한 증류주로 손과 바라야의 다리를 씻고, 나는 다리를 두 손으로 잡았다.
“이겨야…….”
“응?”
문득, 바라야가 웅얼거렸다.
“이겨야 해…….”
바라야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필립…… 다들 나 좋아해…… 다들 내 가족…… 기뻐하게 해주고 싶어…… 그러니까…… 나 이겨야 해…….”
“이 녀석…….”
앞선 내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이미 이 녀석은, 이겨야 할 이유를 가지고 있어.’
자신이 이겨야만 하는 이유를, 다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을 이미 바라야는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그 의지에 답을 해주고, 그것을 이룰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조력할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손에 힘을 주었다.
[스킬 : 천국과 지옥 발동!]“라잇 웨잇!!”
뚜둑!
그리고 나는 바라야의 굽은 다리를 순간 부러뜨렸다. 이것이 지옥!
다행히 잠든 바라야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 듯 잠깐 움찔거렸을 뿐 계속 잠들어 있는 채였다.
슈우우우!
직후 스킬의 완전 치유능력이 발동한다. 이것이 천국!
[스킬 대상의 손상된 신체가 회복됩니다!]굽은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려서 원래의 형태로 되돌린 후 그 부러진 뼈를 빠르게 회복시킨다.
“흐음!”
슥슥슥슥슥슥!
동시에 딥티슈 마사지로 굽은 뼈에 맞춰 뒤틀리게 자란 근육을 다시 풀고, 되돌린 형태에 맞춘다.
근육이 회복된 조직에 들러붙는 유착을 막고, 되돌려진 뼈에 맞도록 형태를 잡아준다!
“후우.”
시술 자체는 순식간에 끝났다. 아마 평범한 사람들은 극심한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끝났을 터.
‘아무리 그래도 어린 여자애가 맨정신으로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다시 맞춰지는 걸 보게 만들긴 그렇지.’
“지금은 푹 자둬라.”
“음냐음냐…… 당근 스테이크…….”
자신의 다리가 온전히 돌아온 것도 모른 채 바라야는 완전히 골아 떨어져서 잠꼬대를 중얼거렸다.
“내일부터, 너의 더비를 향한 질주가 시작될 것이다.”
[켄타우로스 바라야가 로헨 머슬 크루의 회원님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종족이 회원으로 들어왔습니다!] [이종족의 신체 구조를 분석했습니다!] [‘이종족 신체 이해’ 스킬 획득!]늘 그렇듯이 스킬은 언제나 뜬금없이 획득하게 된다.
[이종족 신체에 대한 뛰어난 이해로 그들에게 적합한 훈련법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됩니다!]“오호.”
하지만 그 스킬들은 언제나 내가 필요할 때, 꼭 필요한 것들이 찾아온다. 예외는 없었다.
[스킬 : 이종족 신체 이해의 효과로 당신의 회원님들에게 당신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흐음?”
그런데 이 특전은 어떻게 쓰일지 당장 이해가 가진 않는군.
*
사각사각사각사각
또각! 또각!
탕! 탕! 탕!
기묘한 소리가 바라야의 방에서 들려왔다.
그것은 한 여자가 바라야의 두 발의 발굽을 다듬고 새로운 편자를 달아주는 소리였다.
“오오, 오오오?”
“어때 바라야?”
“완전 좋아! 다리가 엄청 편해! 뭐야 이거!”
그러며 바라야는 신난 망아지처럼 방방 뛰었다.
“발굽 관리가 제대로 잘 된 모양이로군.”
“네에. 그러네요.”
나는 바라야와 한 방에 있는 탱크탑 위에 셔츠를 입고 반바지를 입은 가벼운 차림의 ‘여기사’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약간 지저분한 밤색 머리카락을 한, 매우 단련된 근육을 가졌다.
“리오 라고 했던가? 좋은 근육이로군.”
“감사합니다. 라잇 웨잇!”
그녀는 밝게 웃으며 더블 바이셉스 포즈로 내게 답했다.
“발굽 관리가 익숙한 모양이다.”
“집안이 목장을 하고 있어서 어릴 때부터 말 발굽 관리를 해왔거든요! 저희 서문 근위대의 말들의 관리도 제가 하고 있죠! 말들에 비하면 켄타우로스들의 발굽 관리는 그냥 취미 수준이에요!”
리오는 바라야의 낡은 편자를 들어 보이며 쾌활하게 웃었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바라야의 다리를 고쳐주셔서. 바라야의 말굽을 경사지게 깎아낼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그간 바라야의 굽은 오른 다리에 맞춰서 말굽을 경사지게 깎아야 했다.
하지만 이젠 그 말굽을 똑바로 깎고, 똑바르게 생긴 편자를 박을 수 있었다.
따가닥! 따가닥!
리오는 금방이라도 울 듯 신난 망아지처럼 발을 동동 구르는 바라야를 보았다.
“나! 빨리 달리고 싶어!”
“안 그래도 그럴 것이다!”
“어, 트레이너도 같이 달리는 거야?”
“그렇다 바라야! 함께 아침 루틴인 아침 유산소 러닝을 한다!”
“신난다!”
나는 곧바로 바라야와 함께 제도 밖의 드넓은 초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하아!”
‘과연, 이게 켄타우로스인가.’
나도 평소보다 강하게 달리고 있지만, 바라야는 조금 힘든 기색은 있어도 내 뒤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켄타우로스 최약체인 바라야가 이 정도인데, 다른 켄타우로스는 과연 얼마나 빠를지!
“와아! 로헨 트레이너 대단해! 켄타우로스도 아닌데 엄청 빨라!”
“다리는 어떤가 바라야!”
“완전 좋아! 이렇게 달리기 편한 적이 없어!”
타앗!
“음!”
순간, 바라야가 빠르게 발을 놀리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좀 전까지 ‘도도도도’ 정도 였던 그녀의 뛰는 속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나, 얼마든지 계속 뛸 수 있을 것 같아!!”
[바라야 회원님의 감정이 고조됩니다.] [바라야 회원님의 엔돌핀 분비가 증가합니다!] [바라야 회원님의 심폐기능에 부하가 걸립니다!]바라야는, 굽은 다리란 다리의 족쇄를 풀고 달리기 시작했다.
순간 가속하는 그 속도는 나조차 잠시 앞질러 갈 정도였다.
‘그래, 바로 저거다.’
내가 바라야의 가능성을 본 것이 바로 이거다.
그녀는 그저 지구력이 강한 지근만을 가진 것이 아니다.
그녀 자신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 지근 깊은 곳에 숨어있는 속근.
비록 그 비율은 적지만, 내 근육 분석에 의하면 그 속근의 잠재력은 분명히 강하다.
‘하지만 잠들어 있는 그 속근을 깨우고, 스스로 사용법을 알게 하기 위해서는 강한 부하가 걸려야 한다.’
“패스트 라잇 웨잇!!”
두두두두!!
“앗!”
로헨이 한층 더 가속하며 그녀를 앞지르자 바라야가 탄성을 내질렀다.
“로헨 트레이너 대단해!! 좋아, 안질거야! 이야아앗!!”
두두두두!!
자신을 앞서가는 자의 뒤를 쫓는다,
그것이 레이스를 달리는 자의 본능이니까.
‘그래, 쫓아와라 바라야.’
네가 나의 등을 뛰어넘는 그 순간! 네가 1등이 될 것이니까!
“헤엑, 헤엑…….”
물론 지금은 아니었다.
“아이고…… 숨차…… 다리 안 움직여…….”
쿠당탕!
“어이쿠.”
갑작스러운 인터벌에 무리를 하고 만 바라야는 비틀대더니 풀 위로 털썩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잠시 휴식 후, 다리를 풀기 위해 가볍게 뛰는 것으로 아침 유산소를 마쳤다.
“인터벌은 요령과 적정 강도가 있는 법이다. 그건 내가 천천히 가르쳐주지.”
“네에엥 로헨 트레이너어…… 에고 온몸이 다 아파아…….”
내게 업혀서 숙소로 돌아온 바라야가 웅얼거리듯 말했다.
“이대로는 다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못하겠지.”
“후냐!”
털썩!
나는 헤롱거리는 바라야를 침대에 눕혔다.
“하지만 나의 손길에 금방 다시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꾸우욱!
“후끼야아악!!”
바라야는 난생 처음 겪는 엄청난 마사지의 고통에 인생 최대의 비명을 내질렀다.
“크흑…….”
“견뎌야 한다 리오. 로헨 트레이너가 바라야를 우승시킬 때까지……!”
리오와 필립, 두 근위대 기사는 바라야의 비명을 듣고 그저 이를 악물며 견딜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