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236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235화
[대형 퀘스트 : ‘혈통의 비밀을 찾아서’ 2/3 달성]퀘스트 중간 목표 달성을 알리는 근태창을 치우고 나는 황제, 유진 산도프를 바라보았다.
사실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된 것이 사실이다.
어린 시절 나를 버린 종족조차 다른데다, 쇠락한 오크 종족의 전사인 나와 정 반대 되는 제국의 황제란 위치.
그리고…… 솔직히 나는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서 꽤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전형적인 무뚝뚝하고 무심한 사람이어서 좋은 기억이 있진 않았으니까.
그래서 솔직히 걱정은 했지만-.
“잠시 편하게 앉아서 그동안 못했던 얘기나 하자꾸나. 혹시 술 마시나?”
“저 아직 미성년입니다.”
“아…… 그랬지.”
순간 표정으로 ‘그 모습으로 미성년?’이라고 생각하시는 거 다 봤습니다, 아버지.
“그리고 전 술 안 마십니다. 근손실 나니까.”
“그럴 거라 생각했다. 자, 탄산수로 대신하자꾸나.”
그러며 황제, 유진은 망토를 벗어 던진 옥좌를 뒤로하고 소박한 탁자와 의자를 가져왔다.
“자아, 우리가 나눌 이야기가 정말 많지.”
“예에.”
나는 오히려 내가 예상하지 못한 황제의 소탈한 모습에 어려움을 느끼며 그와 마주 보고 앉았다.
그리고 우리는 날이 저물 때까지 길고 긴 이야기를 했다.
먼저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여정의 이야기를 했다.
그는 나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때론 웃으며 정말 진심을 다해 들어주었다.
나도,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자에게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어색했지만.
곧 그 어색함도 가시고, 열심히 나의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흥미진진하게 이어가던 이야기가 어느덧 끝에 가까워지면서-.
“해서 저희 어머니를 만났는데 말입니다.”
“푸헙!”
한창 탄산수를 마시던 황제 유진이 대차게 뿜었다.
“……괜찮으십니까?”
“괘, 괘괘고개괘괜챃고말고! 으흠!”
“아뇨, 전혀 안 괜찮아 보이십니다.”
유진은 끄응 하며 입을 닦았다.
“뭐, 네 어머니와는 참 여러 가지로 복잡한 관계였으니까. 처음엔 적으로 만났기도 했고.”
“얘기는 들었습니다.”
처음엔 적으로 만났다, 흑마련이란 공동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임시로 손을 잡았다.
자신의 약함을 절감한 아버지는 어머니가 복원해낸 오크 전통의 신체 단련법을 통해 몸을 단련했다.
그리고 내가 헬스장에서 늘 보아온 대로, 남녀가 같이 운동하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동하기 마련이지.
“아예 그런 마음이 없다고는 못하지만, 그래도 같은 적을 두고 함께 싸우는 동료에게 그런 불손한 마음을 품을 순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네 어머니의 그 선명하게 갈라진 등근육과 대둔근으로 이어지는 뒷태는…….”
“음…….”
“게다가! 당시에는 숨기고 있었지만 나는 제국의 황위 계승 후순위인 한미한 황자였다! 그런 황자가 다른 종족과 이어진다는 건…… 누구도 용납하지 못하는 일이었지.”
“그건 이해합니다.”
“애초에 워낙 사나운 성격이었어! 적의 피를 뒤집어쓴 채 웃으며 스쿼트를 하는 그 모습을 네가 봤어야 하는데!”
“어…… 저도 많이 해 봤습니다.”
“동료란 걸 알더라도 등줄기가 오싹해지며 적에게 동정하게 되는 바로 그런 모습! 동료라도 불안하긴 한데, 적으로는 더더욱 절대로 돌리고 싶지 않은! 그것이 너의 엄마였다!”
그러더니 유진은 한숨을 내쉬며 숨을 골랐다.
“솔직히 너의 엄마에게 느낀 감정은 두려움이 절반, 동경이 절반이었다.”
나와 함께 하는 크루원 들도 날 보고 같은 기분이 들까? 새삼스럽게 내 행동을 돌이켜보게 되는군.
“그래도 젠장! 너희 어머니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아니 여기서 급발진을?
“그 엄청난 힘! 선명한 근육! 아름다운 복근! 그 마음을 숨기기 위해! 단념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아느냐!”
“아니, 뭐…… 예에.”
어째 아버지의 입에서 어머니 이야기 나오는 게 참…… 불편하게 느껴진다.
원래 부모님 연애하던 시절 이야기 듣는 자식 기분이 이런 거였나?
“그렇게 간신히 마음을 참고 모든 걸 끝낸 뒤 다시 돌아가려던 찰나, 그때! 갑자기 너희 엄마가 날 붙잡았는데!”
“그, 그만. 그만하죠 그 얘기는.”
그래, 이거 맞는 거 같다. 부모님의 연애 시절 이야기니 내가 만들어진 이야기니 듣는 건 엄청나게 불편해!
‘모르는 게 약이란 걸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거군…….’
유진도 너무 흥분해서 나갔다는 것을 의식한 듯 헛기침했다.
“미, 미안하구나. 어디 가서 이때 있었던 일을 터놓지도 못하고…… 하여간 그래서 나는 거의 도망치다시피 떠나갔다. 그 뒤로는…… 얘기한 대로고.”
“예. 아무리 그래도 제국 황제의 후손이 오크라는 말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겠죠.”
“이 얘기를 입 밖으로 낸 건 처음이란다. 들은 것도 네가 처음이고. 하지만-.”
그러더니 유진은 문득 깊어진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비록 너를 찾을 수도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분명 네가 세상 어디엔가에 있고, 그런 널 언제나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나의 커다란 손 위로 그의 손을 올렸다.
“나는 네 어머니를 두려워한 만큼 사랑했고, 그 이상으로 널 사랑했다. 정말 잘 컸구나, 로헨.”
“아버지.”
내 생각 이상으로 나를 온전히 받아준 진정한 아버지에게,
전생에서도 느껴본 적 없는 아버지의 사랑에 나는 뭉클해져서 하마터면 울뻔했다.
하지만 난 울지 않는다. 근손실 나니까.
“그리고 네가 지금까지 제국을 위해 해온 모든 것에 감사한다.”
“아버지, 바로 그겁니다. 저는 이 제국을 다른 모든 종족과 힘을 합치게 해서, 더 강하게 만드려고 합니다.”
그러며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니, 저를 당신의 아들임을 공표해주십시오. 그렇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입니다.”
오크와 인간의 혼혈이 황제의 아들이다, 그렇다면 제국이 다른 종족과 연합하기에 좋은 명분이 된다.
게다가 그 황제의 아들이 제국민들을 강하게 만들기 위한 운동법을 직접 들고 왔다?
전 제국민들을 로헨 머슬 크루의 회원으로 만들고, 그들을 운동법으로 강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내게 지금까지 이룬 것 이상의, 제국 전체 규모의 엄청난 업적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이 끝없는 성장 끝에 더더욱 거대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어쩌면.
바로 그 근육의 신인지 뭔지 하는 놈에 비견될 수 있을 정도의 성장을!
“으음…… 물론 나도 당장에라도 너를 자랑스러운 나의 아들이라고 말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혹시, 제 배다른 동생이라도…….”
“아니아니, 없다. 아직 혼인도 하지 않았지. 때문에 매일 신하들이 혼인을 해야 한다고 성화라네. 가끔은 멋대로 유력 집안의 여식을 침실로 밀어 넣기도 하더군.”
유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왠지 얘기만 들어보면 배다른 동생이 몇 명이고 생겼을 것 같습니다만.”
“아니, 그래도 안 생겼다.”
“……혹시, 그-.”
“기능엔 이상 없다! 다만!”
황제는 눈에 띄게 당황하더니, 멋쩍은 표정으로 시선을 돌리며 얼굴을 붉혔다.
“그…… 네 어머니 로흐나와 같은 근육과 강인함이 없으면…… 그, 전혀…… 동하질 않아서…….”
“……이 얘기는 그만하도록 하죠.”
이 이상은 정말로 내가 못 견딜 것 같아서 칼같이 잘라냈다.
역시 페티시즘이란 어쩔 수 없다는 걸 실감한다.
‘일단 경쟁해야 하는 형제가 없는 건 편하군. 그건 다행이다.’
“아버지가 우려하는 거야 당연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국은…… 이 정도로 엄청난 충격을 주지 않으면 다가올 적에 맞서 싸울 수 없습니다.”
“흑마련의 군세가 그 정도인가?”
“그 정도입니다. 저의 여정에서 저만이 성장한 것이 아닙니다. 저와 대결하고서 몰래 자신들의 힘을 강하게 만들 방도를 확보해낸 그들도…… 아버지가 상대하던 시절보다 수십 배는 강해질 것입니다.”
“으음…….”
지금까지 로헨의 여정을 들어오고, 그래도 제국의 정보망으로부터 흑마련의 세력에 대한 말을 들어왔다.
지금도 제국 국경지대부터 침공해 들어오고 있는 흑마련의 기세를 보더라도,
로헨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저의 힘을 전 제국민에게 나눌 수 있다면…… 그들과 싸울 힘을 전 제국민에게 나눠줄 수 있습니다!”
그 확신에 찬 로헨의 말에 황제 유진은 잠시 진지한 표정으로 침묵했다.
“……분명히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다. 너를 지지하는 제국민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도 많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제국에는 신체 단련의 터부가-.”
“그건 당신을 비롯한 상위 계급의 자들이 조장한 일이죠. 이미 저의 운동법의 효과를 알게 된 일반 시민들에겐 그런 터부 따위 알 바 아니게 될 겁니다.”
걷지 못하는 자를 일어서게 하고, 고통받는 자의 고통을 줄여주고, 강한 몸으로 더 쾌적한 생활을 하게 해준다.
그 엄청난 효과를 몸소 체험한 자에게 터부 따위가 알게 뭐겠나.
“게다가 종교적인 문제 또한 카이란 개혁으로 논파된 겁니다. 무엇이 문제인지만 알면, 그것을 해결하는 것도 좋죠.”
“……나는 네 어머니에게서 전쟁의 신을 숭상하는 오크의 전통 운동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가르치면서 생긴 온갖 문제도, 무엇보다 근원의 힘을 더럽히는 문제도 직접 보았지. 그래서 나는 그 터부를 유지하는 것에 동의한 것이다.”
사실 제국이 그저 이대로 유지만 한다면 굳이 위험을 감수한 새로운 개혁을 황제 입장에선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해야 할 때다.
“저는 그 문제를 모두 해결했습니다.”
“으음…….”
“이 문제를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받아들이고 이기느냐, 받아들이지 않고 흑마련의 손에 짓밟히느냐입니다. 저 혼자서 제국을 지킬 수는 없습니다. 당신의 천인대도, 당신의 근위대도 제국 전체를 지키지 못합니다. 흐읍!”
불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업도미널 앤 타이 자세를 취했다.
스킬을 쓴 것은 아니다. 그저 나의 근육이 최고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음을 믿고 보인 것이다.
‘나의 근육엔 한 점 의심도, 부끄러움도, 망설임도 없다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으음……!”
황제는 순수하게, 로헨의 그 다이아몬드처럼 연마된 근육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는 확신이 들었다.
자신의 아들이자, 궁극의 근육을 가지고 있는 로헨이 제국을 구원할 것임을,
그리고 분명히 다가올 반발을 어떻게 물리칠 것인지에 대해서.
“너에겐, 방법이 있겠지?”
“그저 이 진실된 근육으로 호소할 뿐입니다.”
“너에게 가장 크게 반발할 자를 알고 있다. 그 문제가 해결된다면…… 나는, 너를 정식으로 나의 후계자로 제국 전체에 공표할 것이다.”
그러며 황제 유진의 눈은 옥좌실의 한쪽 구석으로 향했다.
*
“결국 황제께서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수정구슬을 통해 황제와 로헨이 나눈 대사를 들은 콜칸이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믿을 수 없습니다. 황제께서 오크와의 사이에 자식이…… 지금까지 후사가 없었던 것도…….”
“황자 신분으로 활약했던 대전쟁 때의 일을 아는 자들은 그리 많지 않으니…… 황제와 가장 가까이 지냈던 나조차 모르던 사실이니 말이야.”
콜칸은 이마를 감싸 쥐며 탄식했다.
“하지만…… 안 되네, 이 제국이 한낱 오크와의 천한 잡종이 황위를 잇는 것을, 그 잡종이 몸을 단련한다는 천박한 짓으로 제국민을 타락의 길로 이끄는 것을 막아야 하네.”
그러며 그는 황금색 갑옷을 입은 근엄한 짧은 회색 머리카락에 짧은 수염의 남자를 돌아보았다.
“자네들이 나서줘야겠네, 미구엘.”
“하지만 그것은 황제폐하에 대한 반역이 되기도 합니다.”
“알고 있네. 하지만 황제께서 그릇된 판단을 하신다면…… 그것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 또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네. 제국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야.”
“…….”
“걱정 말게. 황제 폐하에 대한 나의 충심은 변치 않네. 오직…… 저 제국의 녹색 불순물만을 제거하면 될 일이야.”
“…….”
“자네들의 힘을 빌려주게.”
그 말에 천인대의 천인대장 미구엘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극적이게도, 그들은 진심으로 제국을 위한 마음에서 일을 꾸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