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244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243화
슥-.
턱까지 짧게 친 밤색 머리카락에 하얀 점처럼 이마 부근에 하얀 털이 난 켄타우로스가 창을 치웠다.
“그게 무슨 말이지?”
“너희 초고로스(하얀혜성) 부족의 부족장의 혈족을 데리고 왔다.”
“그게 무슨……!”
그 켄타우로스는 상상도 못 한 발언에 경악하며 비틀거렸다.
“네 이놈! 부족의 신성한 하얀 유성 혈족은 이미 끊긴 지가 15년도 더 넘었거늘 무슨 헛소리냐! 용서할 수 없다!”
스르릉!
척! 척!
그녀의 분노에 맞춰 함께 온 유목 켄타우로스 들이 창과 화살을 겨누며 일행을 압박해왔다.
“게다가 네놈은 오크! 오크는 켄타우로스 종족과 같은 땅 위에 함께할 수 없는 더러운 종족이다! 감히 우리 부족을 능욕해! 네놈들을 대지의 거름으로 만들어 주겠다!”
“이것들이 한판 붙어보자 이거지?!”
“덤비신다면 쳐죽여드리겠사와요!!”
“…….”
에클레스는 조용히 로헨의 앞에 나섰다.
사실 내가 힘만 쓴다면야 다 박살 낼 수 있지만,
그래서야 저들을 아군으로 끌어드릴 수 없으니, 여기선 일단 참는다.
그리고 내가 왜 이 애들을 데리고 왔겠나.
“잠깐,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줘.”
“네놈은?”
그러자 밤색 머리카락의 켄타우로스 앞에 선 에클레스는 자신의 품속에서 목걸이를 하나 꺼냈다.
“그건?”
“나는 바이란(너른풀) 부족의 에클레스다.”
“바이란 부족……! 인간 놈들의 손에 전멸한 그 부족이 아닌가!”
“애석하게도 발이 빠른 덕에 홀로 살아남았다.”
“그래, 바이란 부족과는 예전부터 많은 교류가 있었지. 그대들 부족의 비극은 우리도 안타깝게 생각했네. 그나마 생존자가 있다니 다행이로군.”
“나 또한, 그대들 부족 지도자의 핏줄을 그대들에게 돌려줄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정말인가?”
로헨의 말에는 전혀 믿을 생각이 없던 밤색 머리의 켄타우로스는 에클레스의 말에는 반응을 보였다.
“정말이다. 바로 이 아이다.”
“엣?”
그러며 에클레스는 바라야의 손을 잡고 끌어왔다.
“이 아이는……?”
“이 아이가 바로, 그대들 초고로스 부족의 혈족이다.”
“……!”
그러자 밤색 머리카락의 켄타우로스가 눈을 크게 떴다.
“밤색 머리에 유성…… 게다가, 너의 두 발……!”
“신기하지? 나 두 발이 전부 하얀색이야! 인간이 양말 신은 것처럼!”
바라야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하얀 두 발을 보여주었다.
“……분명히, 초고로스 부족장님 혈통의 특징이다.”
그 말에 다른 초고로스 부족의 켄타우로스 들도 웅성거렸다.
“하지만…… 분명 부족장님의 혈통은 오크들 때문에 끊겼다고…….”
“그날의 일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
“읏.”
내가 끼어들자마자 밤색 머리카락의 켄타우로스가 움찔했다.
언제든 반격을 날릴 수 있는 전사의 움직임이었다.
“물론 너희 부족과 우리 오크가 과거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굳이 온 것은, 종족이 모두 힘을 합쳐야만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뭣?”
“그러니, 너희들의 ‘웅칸’을 만나게 해 주어라.”
“어떻게 합니까, 자미르 대장.”
“…….”
자미르라 불린 밤색 머리의 켄타우로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
그곳은 드넓은 평원 위에 수많은 천막이 펼쳐진 곳이었다.
메에에에~
우우우우~
나무로 대충 지어진 울타리 너머에선 그들이 키우는 염소, 사슴 무리가 있었다.
그야말로 내가 다큐멘터리 등에서 본 유목민족의 정착지의 모습이었다.
“저게 뭐야?”
“몰라, 엄청나게 큰 수레다!”
“오, 오크다! 오크가 왔어!”
“그런데 왜 동족들이 놈을 따르고 있지?”
“그만! 소란 피지 마라!”
당연히 우리들의 출연으로 초고로스 부족민들이 놀라 소란이 일어났지만 자미르의 엄한 외침에 순식간에 진정되었다.
“이쪽으로 와라. 오크와 바라야 둘만이다. 나머지는 이곳에서 기다리도록.”
“엣,”
“여기서?”
“뭐야 우리도 들어가게 해 주지!”
“…….”
황금세대의 넷은 멀뚱하게 천막 밖에 서서 기다리는 편이 됐고,
“언니들은 뭐야?”
“옷차림 이상해!”
“꼬리털은 왜 이렇게 길어?”
호기심 넘치는 부족의 아이들이 와서 호기심에 그녀들을 툭툭 건드리거나 하며 놀고 있었다.
그리고 바라야와 로헨은 자미르를 따라 커다란 천막 아래로 들어갔다.
딱 봐도 높으신 분이 있을 것 같은 분위기의 천막 가운데 있는 커다란 의자에,
“……그래서, 자네가 나의 아이를 데리고 왔다고?”
희끗한 머리카락에 세월이 어린 주름진 얼굴을 한 노인 켄타우로스가 그 좌에 앉아 말했다.
“그렇다. 초고로스 부족의 족장, 웅칸, 부세팔라.”
“나를 알고 있군.”
“제국의 황태자는 여러 가지를 알게 되는 법이지.”
“훗…… 그 오크가 인간 제국의 황태자라니, 세상이 바뀌긴 한 모양이야.”
그러며 부족장, 부세팔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15년 전, 나의 딸은 어리석게도 사랑에 빠진 제국의 기사와 함께 부족을 떠났지…… 나는 굳이 잡지 않았어, 무엇을 하건 이 다리로 달려갈 수 있는 대지 위에 모두가 함께였으니까.”
그녀는 회한이 넘치는 목소리와 표정으로 말했다.
“그 아이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서 죽어서 행복했을 진 몰라도, 나는 언제나 후회했다. 이렇게 초고로스의 혈통이 끊긴다는 것에 슬퍼했다. 그런데…….”
그녀의 강인한, 전사의 눈이 나를 노려보았다.
“오크, 네가 헛된 희망을 가져왔다면…… 네놈의 머리뼈를 술잔으로 쓸 것이다!”
“나도 그럴 각오로 온 것이다.”
“……!”
나의 말에 그녀는 흠칫 놀라는 눈치였다.
‘기란이 알면 황태자 위치에서 자중좀 하라고 잔소리를 늘어놓겠군.’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나는 바라야 에게 다가가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
그녀는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바라야에게 손을 뻗더니, 그녀의 귀를 살짝 만졌다.
“아핫! 간지러워요!”
바라야는 그녀의 손길에 꺄르르 웃고, 부세팔라의 손길이 바라야의 하얀 점같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이 귀 뒤의 하얀 털…… 떨어지는 유성 같은 하얀 털…… 이 얼굴, 이 웃음…… 이 냄새까지…….”
“냄새…….”
그러다 문득 웅칸이 코를 킁킁거렸고, 바라야도 함께 킁킁거렸다.
“신기하네요…… 뭔가, 마음이 따뜻해지는 냄새…….”
“틀림없구나, 너는 이 웅칸의 손녀딸이로구나…….”
그러며 웅칸, 부세팔라는 바라야를 꼭 끌어 안아주었다.
“정말 잘 돌아왔다, 초고로스의 아이야…….”
부세팔라의 눈에 눈물이 흘렀고, 바라야는 그저 그녀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정말로 고맙네, 오크여. 우리 혈족을 다시 이을 수 있게 해 주어서.”
부세팔라는 나를 바라보며 감사의 인사를 했고, 나도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했다.
“그대에게 어떤 대가를 선물해야 할지 모르겠군. 분명 원하는 것이 있기에 나에게 이 아이를 돌려 보내준 것이 아닌가?”
혈육을 되찾은 기쁨도 잠시, 그녀는 역시 부족의 우두머리다운 냉철한 판단을 했다.
적대한 자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호의를 보일 리가 없다, 그렇게 판단한 것은 매우 합리적이었다.
“내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 종족 사이의 모든 앙금을 이 기회로 털고 함께 적에 맞서서 싸워야 한단 것이다.”
“흑마련인가…….”
“그대들도 과거의 대전쟁에서 흑마련에 큰 피해를 입었던 거로 알고 있다. 바라야를 잃어버렸던 것도 그 때문이었지.”
“……그랬다.”
바라야의 어깨에 올려진 부세팔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대들 켄타우로스의 빠른 발이 강대한 흑마련을 상대하는 데 필요하다. 제국의 일원이 되어달라고 하는 게 아니다. 지금 침공하는 흑마련에 대항할 다음 대전쟁에서 함께 싸워달라고 하는 것이다.”
“흑마련의 세력이 우리들의 힘까지 필요할 정도인가.”
“제국의 모든 종족의 힘이 필요할 정도이다.”
“…….”
그녀는 잠시 근심 어린 표정을 짓더니, 재차 입을 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당시 흑마련들 보다는 그때 발호했던 다른 종족들에게 더 큰 고통을 받았다. 나는 그 대의에 납득을 하더라도…… 다른 부족원들은 납득을 하기 힘들 것이다.”
“그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곧 우리가 협력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게 될 거다.”
“뭐라고?”
부우우우-!!
그 순간 강렬한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그건?”
“적이 몰려오고 있다는 척후의 신호다!”
그 말에 나와 바라야, 그리고 부세팔라는 족장의 천막에서 나왔다.
“적이! 적이 온다!”
“엄청나게 빠른 적들이 오고 있어!”
“우리 어떻게 해야 하지?!”
“빨리 아이들과 남편들부터 데리고 도망쳐야 해!”
당연히 갑작스러운 침입에 부족 전체가 공황에 빠져서 웅성거렸다.
이미 켄타우로스 종족은 대전쟁을 거치면서 대다수 전사들을 잃고 쇠락해, 적의 침입에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모두! 진정해라! 척후! 적은 대체 어떤 놈들인가?”
“기괴한 놈들입니다! 늑대인데! 이상한 게 나 있고, 거기에 코볼트들의 상체가 늑대 위에 붙어있습니다!”
“우리가 화살을 쏴도 저들의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어서…… 겨우 우리가 도망친 것이 고작입니다!”
“빠른 적이라니…… 좋지 않아.”
그나마 켄타우로스들의 장점이라면 빠른 기동력이지만,
적이 그보다 상회하는 기동력을 가졌다면 대응은 물론이거니와 하다못해 도망치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웅칸!”
“우리는 어떻게 해야…….”
부세팔라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하는 와중,
“걱정 마라.”
내가 나섰다.
“오크?”
“내 이름은 로헨 코르막 산도프, 핏빛함성 부족의 대전사이자 제국의 황태자다. 기억해라.”
“그리고 트레이너!”
바라야가 해맑게 웃으며 내 곁에 왔다.
“나는 이 스텝 평원에 몰려오는 흑마련의 마수들을 막기 위해서도 이곳에 온 것이니!”
“우리는 그저 고향 순례하러 온 게 아냐!”
“싸우러 왔지!”
스릉!
채앵!
그러며 바라야를 비롯한 황금세대는 곡도, 장검, 창, 그리고 석궁과 활을 꺼내들었다.
그녀들은 이제 달리기만 하던 켄타우로스들이 아니었다.
로헨 머슬 크루의 트레이닝법으로 단련된 육체에, 로헨이 직접 전수해준 지금까지 배운 전투 기술들,
여기에 제국 근위대에게서 직접 배운 병법과 무기술로 단련된, 단련된 전사였다.
그것도 어지간한 군마 이상의 기동력을 가진, 정예 켄타우로스 병사, 황금세대다!
“괜찮아! 모두!”
바라야가 해맑게 웃으며 두려워하던 켄타우로스 부족들을 돌아보았다.
“우리가! 로헨 트레이너가 모두를 지켜줄 거야!”
*
두두두두두!!
키아아악! 캬아아악!
초고로스 부족의 정착지를 향해 달려오는 마수들은 기괴한 형상이었다.
척후들의 말 대로, 그건 검보랏빛 늑대 마수의 위에 코볼트의 상체가 억지로 붙은 듯한 기괴한 형상.
어찌보면 로헨이 알고 있는 켄타우로스의 형상과 닮은 기괴한 합성 마수였다.
저마다의 무기를 들고 돌진하는 그 코볼트-늑대 합성 마수들을 막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으아악!”
“애야!”
“엄마아!”
정착지 밖에 있다가 습격을 당한 초고로스 부족의 켄타우로스들이 비명을 질렀다.
날아드는 무기와 늑대의 이빨에 누구도 그들을 구해줄 수 없을 거라 생각 했지만,
피유우웅-
퍼억!
케케엑!
콰당탕!
“어라……?”
갑자기 날아든 화살이 한 켄타우로스 모녀를 덮치려 한 합성마수의 머리를 꿰뚫어 죽였다.
“하아앗!”
“자아, 황금세대의 이름이 단지 잘 달려서 생긴게 아니란 걸!”
“똑똑히 알려드리겠사와요!!”
“이얏호오!!”
공격당하던 켄타우로스 들이 본 것은, 저마다 무기를 든 황금세대 켄타우로스 다섯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합성 마수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달려가며 그들을 베고, 쏴 죽이는 광경이었다.
촤악!
키에에엑!
퍼어억!
“흥, 별것도 아니네!”
“우리보다 한참 느려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와요!”
“바라야! 괜찮은가요?”
“응 괜찮아! 이야앗!”
촤악!
그러며 바라야는 한 마수의 머리를 곡도로 떨구며 달려갔다.
피묻은 얼굴로 해맑게 웃는 모습에 헤일리가아 오히려 섬뜩할 지경이었다.
“이젠 내 힘으로 지킬 거야! 나의 소중한 가족들을!”
그러며 바라야는 눈을 반짝이며 곡도를 고쳐쥐었다.
*
“온다!”
키아아악!
케아아악!
합성 마수들의 무리가 평원을 검게 물들일 정도로 몰려들었다.
“로헨, 자네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저들을 모두 상대할 순 없네!”
“자네가 100마리를 없앤다 해도, 우리 부족도 똑같은 수가 죽을 거야!”
“나는 혼자 싸운다고 하지 않았다.”
그래, 나는 언제나 혼자가 아니었다.
이곳에서 나와 함께하는 모두와 제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나와 함께할 크루원들을 모았다.
“전쟁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너희들도 보아라! 이것이!”
아우우우-!!
키야아아아-!!
늑대의 울음소리와 함께, 고블린 특유의 찢어지는 듯한 함성이 들려왔다.
“뭐, 뭐지……?”
“이것이 종족이 힘을 합쳐! 함께 싸운다는 것이다!”
두두두두두-.
또 다른 엄청난 돌진 소리가 들려왔다.
늑대를 탄 고블린들이 스텝 평원을 달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