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25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24화
쿠워엉! 꾸워어엉!
불곰은 얼굴에 달라붙은 녀석에 당황하여 앞발을 허우적거렸다.
으르르르르! 캐앵?!
녀석도 불곰이 마구 얼굴을 휘두르자 버티지 못하고 떨어졌다.
터억!
“고맙다, 하양빨강이! 아니, ‘레타’!”
순간적으로 떠오른 거지만, 녀석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으로 활약에 보답해 주었다.
놈이 벌어준 몇 초로 몸을 회복시켰고, 놈을 상대할 준비 시간을 벌었다.
타악!
난 허리춤에 있던 가죽 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솔직히 만지기도 싫은 건데!’
짐승의 똥과, 지독한 민물고기 젓갈의 밑바닥 찌꺼기를 뒤섞은 그것을!
“폭탄 받아라!”
휘익- 철퍽!
쿠오오오?!
그 주머니는 정확히 불곰의 코에 맞고 풀어져 내용물이 팍 튀었다.
원래는 하얀 갈기를 상대하기 위해 만든 건데 결국 쓸 일이 없었지.
오크의 코도 삐뚤어질 정도로 지독한 물건이다. 짐승의 코엔 진짜 죽을 정도로 괴로울 거다!
쿠오오오!
녀석은 한참 코를 부여잡고 구르다 화난 듯 마구 팔을 휘둘러댔다.
콰직! 으지직!
‘허이구, 막 휘두르는 팔에 나무도 걍 부서져 나가는구만. 하지만, 이 틈이다!’
“일루 와, 이 말 안 듣는 녀석!”
캥!
놈이 광포화 된 틈에 레타를 품에 안고 잽싸게 튀었다.
“로헨!”
“무슨 소리가 나서 왔다!”
뒤늦게 사총사가 찾아왔지만, 나는.
“빨리 튀어어어!”
“으, 으어어어!”
사총사는 날 따라 부리나케 튀기 시작했다.
뒤에 다시 합류한 사냥꾼들도 마찬가지였다.
쿠오오오오!
분노한 불곰의 울음소리가 우리의 뒤로 멀어져 갔다.
*
“그 녀석은 ‘핏빛털’이라는 녀석이다.”
너덜너덜한 채 살아 돌아온 내게 버라던이 말해주었다.
“본래 붉은 숲 너머 있는 깊은 골에 틀어박혀 있던 녀석이다. 그렇기에 붉은 숲에서 사냥꾼이 사냥을 하는 것도 방해받지 않았을 텐데.”
“그런 히키코모리가 튀어나온 것엔 이유가 있겠죠?”
“히키…… 뭐?”
“아무것도 아닙니다.”
“뭐…… 그 녀석이 나온 건 역시 하얀 갈기의 세력이 무너진 것과…….”
버라던은 문득 날 바라보았다.
“상대를 할 만한 강자가 나타난 것이 기뻐서 나왔다. 그런 거겠지.”
“허…….”
‘족장님, 무슨 소년만화 같은 소릴 하시는 겁니까?’
짐승은 기본적으로 먹기 위해서만 싸우는 녀석들이다.
강자가 있다면 굳이 충돌할 이유가 없다. 피할 뿐이지.
강자와 싸우고 싶다. 그런 자기 파괴적 욕구를 가지고 있는 건, 오직 인간 뿐.
‘그래, 인간처럼 누군가를 비웃고, 분노할 줄 아는 그 녀석이라면.’
핏빛 털이라면,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거다.
“녀석은 하얀 갈기와는 달라. 놈은 혼자. 그러니 숲 밖으론 나오지 않을 거다. 하얀 갈기 때처럼, 숲 밖에서 약해진 녀석과 싸울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버려라.”
“네…….”
이런 때에 그의 연륜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내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하얀 갈기와 싸울 때와는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
“핏빛털을 상대하기 위해선, 너는 사냥꾼이 되어야만 한다.”
사냥꾼.
그래, 잠시 헬스러가 아닌, 사냥꾼이 되어야만 한다.
“본래라면 사냥꾼이 되려면 성인 오크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나서 가능하지만…….”
버라던은 문득 날 바라보다, 훗 웃었다.
“너는 이미 네 능력을 증명했지.”
“그럼-.”
“내일부터 체이카에게로 가 봐라.”
아, 그놈 아래에 들어가라는 말인가?
“그건 좀 싫은데…….”
*
“사냥꾼들!”
오크 사냥꾼들을 앞에 두고 체이카가 목소리를 높였다.
“너희들은 핏빛함성 부족의 명예로운 사냥꾼들이다!”
그 가운데, 나도 서 있다. 그리고, 아니꼽다. 겁나게.
키 165, 아니 그 잠깐 사이에 성장해서 170인 내 키는 180에 근접한 성인 오크들에 비하면 작지만,
벌크업된 근매스나 갈라진 근육의 양만큼은 내가 압도적이다.
‘흐흐, 슬쩍슬쩍 쳐다보고 있군. 이런 시선이 내 근육에 자부심을 주지!’
“아니, 아직 사냥꾼으로 인정받지 못한 애송이도 끼어 있긴 하지!”
체이카는 노골적으로 날 바라보며 이죽였다.
나와 내 뒤에는 새로이 신참 사냥꾼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다.
이번 늑대 습격으로 사냥꾼 결원이 생겨서 대거 새로이 선발한 것. 그래 봐야 나 포함 7명 정도지만.
“비록 힘든 싸움이 있었지만, 우리 사냥꾼의 일은 계속된다! 우리가 사냥하지 못한다면 부족 모두가 굶는다! 그러니, 사냥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못 멋지게 연설 비슷하겐 하네.’
“체이카 대장, 오늘따라 말이 많네.”
“뭐, 이번 늑대들 습격에서 큰 활약을 못 했으니까.”
“이번 기회에 만회하고 싶은 거겠지.”
“집중해라!”
체이카는 귀신같이 뒷담을 하는 녀석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근데, 그 와중에 나는 왜?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오늘도 우리는 붉은 숲으로 사냥을 간다! 햇병아리 녀석들은 사냥꾼들의 사냥을 적극적으로 돕도록! 단독행동은 허용하지 않는다! 자, 이동!”
“가자!”
그러며 사냥꾼 집단은 고참들을 선두로 이동했다.
“로헨!”
체이카가 나한테 다가왔다. 표정을 보아하니, 이건 전형적인 꼰대짓 하러 온 표정이로군.
“네가 운 좋게 늑대 무리를 물리쳤다만, 그것으로 사냥꾼의 능력을 증명했다고 생각하지 마라.”
‘거 늑대 우두머리 잡은 거로는 사냥꾼 못되나 봅니다.’
내 가슴을 향해 삿대질하며 표정을 찌푸려대는 체이카를 뚱하니 보며 속으로 딴죽을 걸어봤다.
“족장님이 널 편애하지만 나까지 거기에 따라줄 거라곤 생각 마라. 네놈이 사냥꾼의 능력이 없다면 당장 돼지 먹이로 던져 버릴 테니까.”
‘댁이나 잘 하시지. 이젠 네 동생이 너보다 셀 텐데?’
칫 혀를 차며 내게서 뒤돌아가는 체이카를 보며 가볍게 한숨을 쉰다.
꼭 운동 쪽에선 이런 식으로 능력도 쳐지는 게 선배랍시고 꼰대짓, 갑질하는 녀석들이 많지.
너무도 익숙해서 순간 전생으로 다시 돌아온 줄 알았네.
‘저런 녀석들을 뭉개 주는 방법은 딱 하나뿐이지.’
바로, 압도적인 실력 차를 모두에게 보여주는 것.
*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참들은 멧돼지 몰이를 해라! 고참들은 저 반대편에서 대기해서 멧돼지가 오면 사냥할 거니까!”
붉은 숲으로 들어서자 고참 사냥꾼들은 전형적인 몰이사냥을 지시했다.
‘늘 몰이를 시키는 입장에서 몰이꾼이 되어 보는 건 또 신선하긴 하네.’
하지만 날 자기들 뒤치다꺼리나 시키는 모습은 별로 맘에 안 드는데.
워어어어!
와아아아!
다른 오크들은 사냥꾼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는 듯 열심히 소리를 지르며 몰이꾼 노릇을 한다.
하지만 당연히, 내가 이런 것을 할 이유가 없지.
부스럭, 푸스슥!
꽤애애액!
“나왔다!”
“멧돼지다!”
몰이꾼들의 소리에 마침내 멧돼지가 뛰쳐나왔다.
“잘했다! 이제 저놈을 서쪽으로 몰아서-.”
두두두두!
“엑?”
‘나는 몰이꾼 노릇 할 생각은 전혀 없지!’
멧돼지 따위, 몇 마리고 잡아봤다. 전에는 놈을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빠르진 못했지만.
“우오오오!”
지금의 내 유산소 능력과 다리 근육이라면 저런 멧돼지 따위! 두 다리로 따라잡고도 남는다!
“우라앗!”
꽤애액!
퍼억!
나는 멧돼지 위로 뛰어들어 놈을 깔아뭉갠 뒤,
“조용히 잡혀라!”
빠악!
놈의 머리에 주먹을 내려쳐서 한방에 침묵시켰다.
녀석은 머리가 깨진 채 사지를 뻣뻣하게 뻗은 채 바들거리며 절명했다.
“뭐, 뭐야…….”
“방금 로헨…… 자기 발로 뛰어서, 멧돼지를 잡았어?”
“그것도 맨손으로?”
몰이꾼들은 얼빠진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뭐야, 왜 몰이를 제대로 안- 어?”
뒤늦게 온 체이카 휘하의 사냥꾼들은 잡은 멧돼지를 간단히 어깨에 들쳐 멘 로헨을 보고 멍해졌다.
“그만 제가 먼저 잡아버렸네요. 이 정도면 사냥꾼 감은 되겠죠?”
나는 체이카 보란 듯 어깨에 멘 멧돼지를 들썩여 보였고, 체이카는 불쾌하다는 듯 혀를 찼다.
“아직 사냥은 끝나지 않았다! 겨우 멧돼지 한 마리 가지고 돌아갈 셈이냐! 자, 어서 움직여!”
‘하여간 할 말이 없으면 목소리가 커진다니까.’
‘흐음?’
감각으론 별 이상이 없는데, 근태창이 경고를 보낸다.
[퀘스트 획득] [퀘스트 목표 : 유산소 능력을 더욱 키우시오] [퀘스트 하위 목표 : 지방 함량 증가, 탄수화물 기반 칼로리 축적]‘아하, 몸에 축적된 칼로리가 부족하다 이거로군.’
고기와 열매 등 저탄고지에 가까운 식단을 해 오니 확실히 유산소성 운동을 위한 칼로리는 부족하지.
‘이렇게 뛰어다니는 사냥꾼인 이상 유산소 능력을 키워두는 게 중요해. 그런데…… 대량의 탄수화물은 어떻게 구한담?’
고민이 들어서 하릴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
그리고, 어이없을 정도로 금방 답을 찾았다.
‘왜 그렇게 쓸 만한 탄수화물 작물을 가진 나무들이 없나 했더니.’
붉은 숲의 깊은 곳에 이렇게 많이 있었던 거다!
그냥 보이는 것만으로도 도토리, 밤나무들이 가득하다.
오크들에게 이런 것들을 먹는 풍습이 없는 건가? 아니면…….
‘마을 주변에 있는 모든 도토리나 밤나무들을 먹어 치우다, 이런 깊은 숲에만 남았고 그걸 먹는 문화까지 사라져 버린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바닥에 떨어진 대량의 도토리와 밤송이를 바라보았다.
굳은살로 뒤덮인 손은 밤송이 정돈 박히지 않았다. 까 보니, 실하게 큰 밤이 있었다.
‘오호, 이거 괜찮군.’
잘하면 좋은 탄수화물 공급원이 되어주겠는데.
[섭취 분석 완료] [명칭 : 밤주요 성분 : 탄수화물, 칼슘, 비타민, 지방, 무기질
독성물질 : 없음]
‘음, 역시 제대로 밤이다. 잘 익어서 달달하니 맛있는데? 그럼, 저 도토리 쪽은…….’
[섭취 분석 완료] [명칭 : 도토리주요 성분 : 탄수화물, 지방, 비타민……
독성물질 : 탄닌 소량]
“도토리 그 자체네, 크엑! 떫어!”
오크의 입에도 떫은 건 떫은 거구나.
“로헨! 여기서 뭘 노닥거리고 있나!”
잠깐 탐색 좀 했다고 겁나 뭐라 하네.
“당장 네 역할로 돌아가라! 네놈에게 사냥을 허가한 적은 없어!”
‘네놈에게 허가받으며 사냥을 한 기억도 없는데.’
여기서 귀찮게 싸울 생각은 없다. 일단은 잠자코 따라 주지.
‘일단 이번엔 이 붉은 숲의 지리를 알아놓는 목적이 있으니.’
*
이후로도 체이카는 나에게는 몰이, 아니면 탐색, 내지 그날 먹거리들을 주워 오는 잡일밖에 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덕분에 숲의 여러 가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건 먹을 수 있는 버섯이다.”
어쩐지 오크답지 않게 초연하고 이지적인 분위기의 청년 오크가 내게 표고버섯 같은 버섯을 내밀었다.
“버섯을 먹는군요.”
“나랑 몇 명만 먹는 거다.”
그의 이름은 ‘무르시’.
고참 사냥꾼이지만 부상을 당한 이후 사냥엔 나서지 않고 지원 등의 잡무와 신참을 교육을 맡고 있었다.
“다른 녀석들은 베리, 산딸기 같은 것들만 먹거든. 그 외에도 먹을 건 많지만 다른 녀석들은 모르고, 알아도 안 먹으려 한다. 그런 건 우리들 차지지.”
“그렇죠. 은근히 먹을 게 귀한 줄 모른단 말이죠.”
“여기 있는 산나물들도 데쳐서 이 향이 나는 땅 열매랑 붉나무 열매즙을 뿌려서 먹으면 맛있거든. 이런 건 나 같은 지원 역들만이 아는 맛이지.”
그는 두릅과 같은 각종 산나물들을 보여줬다. 게다가, 저 향이 나는 땅 열매라는 건 마늘이다!
‘(전)한국인으로서 슬슬 체내 마늘 성분이 줄어 곰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이로군!’
“저기, 무르시 선배님.”
“선배는 무슨. 같은 사냥꾼끼리 그런 게 어딨냐.”
“진즉에 뵈었어야 했습니다!”
“어?”
나는 그의 손을 양손으로 꾹 쥐었다.
이제야! 내게 정말 큰 도움이 될 사람을 만나게 된 기쁨에!
“앞으로도 선배님을 도와서 이런 먹거리들 많이 구하게 해 주세요.”
“그러고 보니 넌 고아들을 이끌고 있구나. 늘 먹을 게 걱정이겠는데.”
“그렇죠. 사냥을 아무리 잘해도 고기만으론 살 수 없고, 턱없이 부족한 법이니.”
“바로 그거야! 고기만으론 살 수 없는데 저 사냥만 아는 것들은 그걸 모른다니까!”
다른 게 아니라 바로 이 남자를 만난 것만 해도! 꼰대 짓을 참아가며 사냥꾼 집단에 있을 가치가 있다!
“그나저나 너도 참 기분 나쁘겠는데. 부족을 구해 놓고서 제대로 대우도 못 받고 말이야.”
“뭘요. 신경 쓰지도 않습니다. 그보다, 선배님을 만난 게 기쁜걸요.”
“어?”
“앞으로도 많이 배우겠습니다! 선배님!”
“이봐, 식사 준비는 다 됐냐!”
“예엡! 거의 다 되갑니다!”
‘젠장, 분위기 좋은데 산통을 깨네.’
“좀 더 서두르자. 다른 사냥꾼들도 먹어야 움직일 수 있으니.”
“네.”
무르시 선배도 내 말을 듣고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