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251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250화
발락의 항복 권유에도 싸울 놈들은 계속 싸웠다.
물론 끝까지 항전하기로 한 것 또한 그들의 선택, 그것을 존중해 전사로서 최선을 다해 싸웠다.
그렇게 다시 절반 이상의 다크 나이트들이 전사하고, 마지막 최후의 저항조차 무의미하게 된 시점에 이르러서야,
”……항복하겠다.“
발락과 마찬가지로 흑마련과 강제로 시한부 로이더가 된 것에 반감을 가졌던 일부가 결국 투항했다.
그렇게 약 100여 명의 다크 나이트들이 한 번에 투항한 것이다.
“이렇게나 많은 흑마련의 포로를 잡게 될 줄이야.”
“솔직히 흑마련에게서 포로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 못 했습니다.”
아서와 에르만은 자신들이 나설 필요도 없이 흑마련의 대규모 침공이 허무하게 박살 난 것보다,
흑마련의 최정예 기사인 다크 나이트들이 포로로 잡힐 수도 있다는 사실에 엄청나게 놀라워했다.
“과거 대전쟁 시기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흑마련 포로라곤 들어본 적도 없다는 것 같습니다.”
“죽거나 죽임당하거나, 아니 애초에 흑마련 쪽이 대화가 통하는 놈인지조차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과거였다면 변하지 않았을 터다.”
흑마련의 군세의 절대다수는 지성이 희박하거나 애초에 지성체로 취급도 당하지 않는 고블린, 코볼트 등이니까.
그런 자들을 고기방패 겸 인해전술로 내보내고, 그럼에도 함락이 되지 않는 곳엔 다크 나이트와 흑마법사들을 비롯한 정예 인력을 보낸다.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전쟁을 치러왔으니, 당연히 그들이 포로가 될 기회조차 거의 없었을 터.
“이번 뒤틀린 근원의 힘으로 각종 마수와 육체개조, 도핑을 시도했겠지만,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된 것이다.”
나름의 긍지를 지닌 전사에게 자신의 의지가 아닌 싸움을 강요한 순간부터 돌이킬 수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저 다크 나이트 포로들은 어쩝니까?”
“무장을 해제한 후 수용소에 수용한다. 내가 직접 그들의 도핑 중독과 부작용을 치료할 것이다. 그 이후는 새로이 정립된 제국의 전쟁포로 협약에 의해 대우할 것이다.”
“허어, 이미 전부 준비되었군요.”
“이런 일을 예상했으니까.”
“하지만…… 대체 왜 포로를 이런 식으로 대우해야 합니까? 저쪽은 제국민들을 포로로 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을 텐데.”
그렇게 말하는 아서와 에르만의 표정과 말투엔 약간의 불만이 어렸다.
이해할 수 있다. 적은 온갖 개짓거리를 다 하는데 왜 우리만 답답하게 적의 편의를 봐줘야 하냐 이거지.
“불합리해 보이지만 넓은 대국을 봐야 한다. 만약 이번에 적의 포로를 붙잡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 것 같나?”
“적은…… 끝까지 싸웠겠죠.”
“로헨 트레이너가 없었다면 아마 저희의 피해도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의 피해는 없이 전투를 끝낼 수 있었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일들이 계속될 거다.”
“으음…….”
“결사항전 하다 죽는 것 이외의 선택지가 있다면 적의 행동은 분명 달라진다. 그런 포로를 우리가 정당하게 대우한다면 더더욱.”
“……그렇군요.”
전부 납득한 것은 아니지만, 그 의도는 이해하겠다는 듯 아서와 에르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쉽지 않은 것은 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승리를 가져다줄 것이다.”
“알겠습니다.”
충분히 설명 후, 나는 포로들의 무장해제를 맡은 발락에게 다가갔다.
“무장해제를 하고 준비가 된 포로들은 내가 직접 치료하겠다.”
“감사한다.”
“용기 있는 선택을 한 그대에게 감사할 따름이지.”
내 말에 발락은 쓴웃음을 지었다.
“자네들의 부하는 정당한 포로로 이곳의 수용소에 있을 것이다. 삼시세끼 단백질 풍부한 식사, 그리고 적당한 노동이 있고 전쟁이 끝난다면 포로송환 협상도 할 수 있다.”
“으음…….”
애초에 포로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지라 하나 같이 모르는 말만 나오니 발락은 그저 어버버할 수밖에 없었다.
‘옛 전쟁사에도, 결사항전 밖에 모르던 나라의 군대가 정작 정식 포로 취급을 받으니 어쩔 줄 몰라 알고 있는 모든 걸 술술 불었단 사례가 있었지.’
내가 하려던 것도 바로 그런 거다.
‘후후후, 네놈에게 따뜻하고 안락하며 단백질과 쇠질이 가득한 생활을 맛보여주지.’
나는 발락 몰래 웃었고, 로헨 크루원들은 ‘저거 또 시작이네…….’라고 바라보았다.
*
그리고 며칠간, 우리는 예정대로 R.M.M.T의 보급과 재정비를 하고,
그동안 흑마련의 포로들은,
“후욱! 후욱!”
철컹! 철컹!
매우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슬기로운 포로생활을 하고 있었다.
“자아, 쟁기로 밭을 가는 것은 하체에 강한 저항운동을 한다!”
“장작을 패는 동작은 상체 전반의 협응력과 근력을 키운다!”
“통나무를 옮기는 동작은 훌륭한 전신 운동이 된다!”
그들은 정당한 포로 대접을 받는 대신 간단한 작업에 동원당했다.
물론 그 노동이 훌륭한 근력운동이 될 수 있도록 조언을 해 준 것은 바로 나다.
“자아, 노동시간 끝! 식사 시간이다!”
오오오오-!!
식사 시간이 되자 그들은 마치 급식을 맞이한 급식이들처럼 환호하며 달려갔다.
불과 보름 만에, 그들은 전쟁만 알던 전쟁 기계에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자들이 되었다.
“자, 오늘은 제육이다!”
“제육! 제육! 제육!”
제육과 고기, 닭가슴살 불고기, 안심 돈까스.
단백질로 풍부하고 남자라면 싫어할 수가 없는 메뉴들로 이루어진 식사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참고로 포로의 식단은 로헨 머슬 크루의 식단과 완벽하게 동일하다.
“식사가 모두 끝났다면 지원자는 로헨 머슬 크루의 웨이트 특강을 와라!”
오오오-!!
당연하다는 듯 그들은 로헨 머슬 크루와 함께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참석했다.
이것 또한 우리가 그들에게 준 포로의 정당한 대우였다.
쿠웅! 쿠웅! 쿠웅!
후욱! 후욱! 후욱!
크아아아!!
익숙한 쇠질의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포로 수용소에서 울려 퍼졌다.
“운동이 모두 끝나면 배급되는 단백질 보충제를 가져가도록!”
에엡-!!
그들은 이제 아무렇지 않게 로헨 머슬 크루의 지시에 답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오늘도 좋은 운동이었다!”
“이봐, 등의 하부에 자극을 주려면 어떻게 하지?”
“흥! 마족 놈에게 그걸 알려줄 것 같나! 절대로 언더그립으로 바벨로우를 하면 등 하부에 자극을 줄 수 있단 걸 말해주지 않겠다!”
“어깨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은데 어서 로헨 트레이너에게 가 봐라!”
“대흉근 단련엔 당연히 벤치 프레스지!”
“아니! 덤벨 프레스다!”
당연히 같이 운동하면서 로헨 머슬 크루와 마족들은 서로 교류를 나누고,
근육과 땀으로 뜨거운 대화를 나누며 사이가 좋아졌다.
“…….”
그 생소한 광경에 발락은 뭐라 할 말이 없어서 그저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이다.”
그는 딸기맛 단백질 보충제를 마시며 내게 말했다.
“이런 모든 것이…… 평화롭게 신체를 단련하고, 생산적인 일을 하며, 맛있고 충분한 식사를 하는…… 이 모든 것이.”
“평범한 운동하는 자들의 삶일 뿐인데, 대체 그 허무의 대지에서 마족들은 무슨 삶을 사는 건가?”
“지금의 삶을 평범한 삶이라 말한다면…… 우리는 살아있는 게 아니겠군.”
“그런 상황이니 억지로 도핑을 시키는 것도 알만하군. 이렇게 건강한 삶과 충분하게 단백질이 풍부한 식사만 한다면 근육은 자연스럽게 붙는 것이거늘.”
“그래, 우리는 우리의 삶을 개선하려고도, 이런 삶을 가지려고도 노력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죽이고 빼앗는 것만 생각했을 뿐.”
발락은 후회만이 남은 듯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정말로 내 의도보다도 더, 이 ‘슬기로운 포로생활’이 문화적 충격을 준 모양이다.
“만약 흑마련이 제국을 침공한다면, 그대들이 살아왔던 끔찍한 삶을 모두에게 퍼뜨릴 뿐이다.”
“으음…….”
“너희의 종족을 배반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항복의 의사가 있는 자들이 헛된 목숨을 잃지 않도록 설득해주는 역할을 맡아달라는 거다.”
“…….”
“우리는 너희 허무의 대지에서 마족들을 점령하거나 할 생각이 없다. 지금 이 누구도 원치 않는 전쟁을 시작한 자들을 없애고, 모두가 평등하게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으음…….”
“살아만 있다면, 언제든 근육은 키울 수 있다. 전사로서 부탁한다 발락. 나와 함께 해다오.”
그리고 나는 발락에게, 나와 함께하자고 했다.
그에게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흑마련의 계획도, 작전도, 의도도.
다만 흑마련도, 우리에게도 무익한 희생이 나오지 않도록 전투 의사를 잃은 자들을 설득한다, 오직 그 역할만을 요청했다.
그리고 발락은 로헨 머슬 크루의 다른 종족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흑마련의 흑마법으로 뒤틀린 로이더 근육이 아닌, 매우 건강하고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근육을 가진,
자신의 부하와 동료 마족들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좋다.”
나는 그 말에 가슴이 뛰었다.
“단, 항복 의사가 있는 자들을 권유하고 거둬들이는 것뿐이다. 그 이상은 맡지 않겠다.”
“알았다. 나도 그 이상을 요구하지 않고, 포로들을 지금과 같이 대우하도록 제국의 황태자이자 오크의 반신으로서 약속하마. 이 근육에 맹세한다. 맹세를 깨트리면…… 나는 근손실을 겪을 것이다!”
발락은 나의 맹세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에게 처음 보는 웃음이었다.
*
“그럼, 먼저 가보마.”
“예, 부탁합니다, 어머니.”
로헨 기동대대가 출정을 앞둔 가운데, 나는 로아노르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대륙의 동부를 관통하는 데프로 강에 향했다.
그곳에는 구 엑자일드 해적단, 이제는 로헨 머슬 크루 해군의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엑자일드의 배 오크트릭스 호와 그와 동일한 마도기기와 드워프 기술이 융합한 추진 장치가 장착되어,
얕고 바람이 적게 부는 강에서도 충분히 추력을 내어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특수한 함선들이었다.
“먼저 허무의 대지로 향해서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으마. 너무 늦진 말고.”
“어머니도 조심하십시오. 무리하지 마시고요.”
“어머, 나는 무리하는 것으로 해적단을 이끌어 왔는걸?”
그러면서도 어머니는 훗 웃으며 내 삼각근에 손을 올렸다.
“기다리고 있으마. 너라면 해낼 수 있어.”
“예.”
그러며 로흐나는 자신을 기다리는 해군들에게 향했다.
“자아! 출항이다! 우리는 이제부터 데프로 강을 거슬러 허무의 대지로 나아간다!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은 녀석은 지금 당장 도망쳐라!”
와하하하!!
그녀의 부하들은 농담에 껄껄 웃는 것으로 응수했다.
“어서 출발하시죠 제독님!”
“좋아! 로헨 머슬 크루 해군! 허무의 대지로 출정이다!”
AHOY-!!
키이이잉!
배들은 마도기기의 추력을 내며 도도히 흐르는 데프로 강을 거슬러 동쪽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로헨 기동대대보다 먼저 강을 타고 허무의 대지로 가 보급로의 확보를 시도할 것이다.
그들의 속도에 따라서 진격한다면 허무의 대지의 흑마련은 대응할 엄두도 내지 못하겠지.
“애초에 감히 대규모 선단으로 발을 들일 거라 생각도 못 했을 터.”
나는 어머니의 배웅을 끝내고 다시 로아노르로 돌아왔다.
“자아, 로헨 머슬 크루! 준비는 되었는가!”
오오오오-!!
자전거를 끌고 슬란 산맥을 넘어 허무의 대지로 향할 준비가 된 로헨 머슬 크루 기동대대가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우리는 흑마련의 영토로 들어간다! 확실하게 할 것은! 우리는 흑마련의 무고한 시민들이 아닌! 이 전쟁을 획책하고 스스로 나서지 않는 비겁한 겁쟁이들을 치러 가는 것이다!”
오오오오-!!
로헨 머슬 크루원들은 나의 생각에 공감하였고, 그런 나의 목표에 따르기로 했다.
“사방이 적인 적지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 되어 이겨낼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예-압 버디-!!
종족은 다르나, 우리는 근육으로 하나된 것이다!
“아서, 에르만. 너희는 이 국경지대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라.”
“알겠습니다!”
“잘 다녀오거라 로헨. 핏빛함성 부족은 언제나 너의 돌아올 고향으로 널 기다릴 것이다.”
“예.”
사실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약속을 버라던 부족장과 나누었다.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그러며 나는 로아노르와 슬란 산맥을 찬찬히 둘러보며 눈에 담았다.
모든 것이 시작한 나의 제2의 삶의 고향을.
“좋아, 로헨 머슬 크루! 출정이다!”
라잇 웨잇-!!
쿠르르르르!!
수많은 바퀴들이 슬란 산맥의 잊혀진 길을 넘어가며 먼지구름을 일으켰다.
제국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