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26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25화
사냥은 크게 특별할 것도 없이 평범하게 멧돼지와 사슴 등을 잡는 것으로 끝났다.
“사냥꾼들이 돌아왔다!”
“잡은 것들은 한데로 모아!”
‘부족 사냥꾼들의 합동 사냥은 사냥감을 개인적으로 가져갈 순 없단 건 알지만.’
그렇더라도 가장 활약이 큰 나에게 한 마리도 떨어지지 않는 건 횡포지!
‘활약이 큰 사냥꾼에게 정당한 몫을 주는 건 암묵적인 룰이라고!’
“본래 사냥감은 부족 모두의 것이다. 그 정도는 알고 있지?”
그러며 체이카는 이죽였다.
‘사냥감의 절반 이상인 멧돼지 네 마리, 사슴 다섯 마리를 잡은 나에게 하는 말이지.’
‘뭐 좋아, 이번엔 붉은 숲의 지리를 익힌 거하고.’
“여 로헨. 고생 많았다.”
‘무르시 선배를 만난 거야 말로 최고의 수확이었으니까.’
“무르시 선배야말로 좀 있다 정육까지 해야 하잖아요.”
“늘 하던 일인데. 그보다.”
무르시 선배는 짊어지고 있던 멧돼지의 배를 툭 쳤다.
“말한 대로 이 녀석들의 ‘그거’, 갖다 주면 되지?”
“예, 먹여 살려야 할 입들이 많아서 말이죠.”
“알았어. 저녁때 보자. 무리 몫의 고기 하고 같이 갖다 줄게.”
무르시 선배에게 부탁한 건 오케이, 그럼 슬슬 아지트로 돌아가 보자.
“로헨!”
“어서 와라!”
“헤엑…… 어서 오세요…… 헤엑! 대장!”
아지트에선 사총사와,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아 있는 아이들이 반겨 주었다.
“오, 훈련 잘 시켰나 보네.”
“오늘도 맨손 루틴을 따랐다!”
“걱정 마라! 애들 무리 안 가게 잘 조정했으니까!”
이 녀석들도 이젠 냅 둬도 제대로 트레이너 역할을 할 만큼 운동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다.
“로헨이 없는 동안 사냥도, 밭을 가꾸고 수확하는 것도 다 했다.”
“콩도 잘 말려뒀고, 얘기한 대로 붉나무 열매도 즙을 짜서 잘 말려 두었다!”
“물고기는 잘 말리고 고기들은 연기에 쏘여서 잘 말려 두었다!”
비가 적고 햇빛이 강한 가을에 가까운 계절에 맞춰서 보존식 만들기 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붉나무 열매즙도 어지간히 소금 농도가 짙었는지, 햇빛에 말리기만 해도 핑크색 소금이 되어 버리네. 히말라야 솔트 같다.
“좋아. 좀 있으면 우리 무리 몫의 고기 배급은 올 거야.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떠나기 전에 말했듯이 그리 많은 양은 기대하기 힘들어.”
“형은 로헨을 싫어하니까.”
에이크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로헨은 언제나 답을 찾는다!”
‘정답이다, 녀석들아!’
“기대해, 지금까지 없었던 엄청난 맛을 보여줄 테니까!”
오오오!
모두 기대에 찬 목소리를 높인다. 그만큼 나도 기대가 된다.
*
“자, 가져왔다 로헨!”
“어서 오세요. 무르시 선배!”
그리고 저녁.
약속대로 무르시 선배는 로헨 몫으로 받은 턱도 없이 작은 사슴 한 마리와 무언가 든 가죽 가방을 가져왔다.
내가 기대한 건 사슴이 아니라 가죽 가방에 든 쪽이다.
“흐으, 로헨이 미리 말하긴 했어도 진짜 쪼끄만 사슴이다.”
“뭐 이런 걸 우리 먹으라고 주냐?”
“로헨이 잡은 멧돼지만 4마리라며!”
“됐어, 마을 사람들 먹을 것들이 많으면 좋은 거지. 그리고 이게 있으면 충분해!”
가죽 가방을 열자 무언가가 쏟아져 나왔다.
“어어?”
“배, 뱀이냐?!”
“아니, 이건 돼지랑 사슴의 내장이야.”
“내장!”
오크들은 사냥감의 살코기만 주로 취하고 내장은 먹지 않았다.
한번 숲으로 나가면 꽤 오래 사냥을 하는 터라, 상하기 쉽고 손질도 쉽지 않은 내장은 기피하게 된 것일 터.
그러니 아무도 내장을 어떻게 하는지 신경 쓰지도 않고, 덕분에 내장을 이렇게 빼돌릴 수 있었다.
물론 그냥 하면 내장이 금방 상하니, 무르시 선배가 알려준 붉은 숲에 흐르는 개울물에 내장을 잘 씻고, 붉나무 열매즙으로 절인 뒤,
“모닥불 연기로 훈제를 했지.”
“정말이다! 훈연 냄새가 난다!”
“예전에 맡은 내장의 그 지독한 냄새가 없……진 않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
세척과 염지, 훈연만으로 오크의 비위가 버틸 수 있는 정도로 냄새를 잡아서 다행이다.
“여기에, 비장의 무기가 있지! 무르시 선배!”
“그래, 여기 있다!”
무르시 선배는 오크가 흥미가 없는 자연에서 나는 각종 향채, 향신료 등에도 조예가 깊었다.
자생하는 마늘, 산마늘, 고수, 산초, 달래, 야생 양파 같은 향신료들을 잔뜩!
‘이런 것을 모르고 살다니, 어찌 이리도 멍청한 거람.’
“이것들을 이 훈제된 내장과 같이 스튜를 끓일 거야! 여기에 더해서!”
그러며 나는 따로 틈틈이 챙겨온 밤도 넣었다.
“오오오?”
새로운 먹거리에 엄청난 흥미를 보이는 사총사는 최선을 다해 먹을 걸 준비했다.
그날 저녁 나온 내장과 고기에 각종 향채와 밤까지 들어간 스튜는.
“우와아!”
“엄청난 맛이다!”
“내장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여기 들어간 몽글몽글한 건 뭐냐?”
“달다! 맛있어!”
엄청난 호평이었다.
물론 전생에 먹던 내장탕, 곱창은 비교도 안 되게 누린내가 나기는 했다.
하지만 오크의 비위에는 문제가 아니었다.
‘어째 점점 식도락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부족한 영양 섭취] [탄수화물, 지방 대량 섭취] [상태이상 해제]지방이 부족한 야생동물 고기에 얻기 힘든 지방과, 밤으로 대량의 양질의 탄수화물을 얻었다.
앞으로 붉은 숲 안쪽에 있는 내가 봐 둔 곳을 이용한다면, 겨울이 오기 전 원활하게 식량 공급이 가능할 터.
그리고.
[스테이터스 : ‘유산소 능력’ 해제] [‘유산소 능력’ 수치화로 유산소 능력을 통한 근육 성장 효율성 증가 보정이 붙습니다.]‘좋아, 드디어 유산소 능력을 해제했군.’
순조롭게 근태창을 늘려가는 것에 성취감을 느낀 후, 나는 식사를 마치고 사총사와 무르시 선배를 한데 모았다.
“붉은 숲 안쪽에는 이런 도토리, 밤 같은 것들이 엄청나게 있어. 도토리는 가루를 내서 물로 섞어 반죽해 가공 뒤 먹을 수 있고, 밤도 마찬가지야.”
“오오.”
“그것들은 보리나 콩처럼 먹을 수 있겠구나!”
카카 정답. 똑똑해 역시.
“오늘 가져온 내장들은 안에다 열매나 콩 같은 것들을 채워서 말려둘 거야. 그러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지.”
“숲속에는 산딸기 같은 열매도 많고, 땅에서 나는 콩도 있지! 그것들을 동물 지방에 뭉쳐 먹는 거만 생각했는데 내장에 넣다니, 그건 생각도 못했군!”
무르시는 아지트에서 벌어지는 온갖 새로운 것들이 즐겁다는 듯 말했다.
그가 알고 있는 것들 또한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거다.
“무르시 선배. 앞으로는 이 녀석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검은 숲 깊숙이 가서 채집을 맡아 주세요. 얼마든지 부려 먹어도 좋습니다.”
“에에~.”
“그럼?”
“네. 선배만 좋다면 저희 무리의 일원이 되어 주셨으면 해요.”
‘유능한 인원은 바로 스카웃해야지!’
“하, 하지만 나는 보다시피. 무릎이 안 좋은데다, 어깨도…….”
“괜찮아요. 제가 가르쳐드리는 운동을 하면, 다른 오크들 못잖게, 아니 그 이상으로 강해지실 수 있습니다.”
“정말이냐?!”
“대신 무르시 선배의 지혜를 저희에게 빌려 주시면 됩니다. 서로 좋은 거죠?”
무르시 선배는 조금 감동한 듯 울컥한 표정을 지었다.
저 풍부한 감수성도 그렇고, 확실히 무르시 선배는 다른 오크들과 다르다.
“아, 그리고 너희들에게 한 가지 말해 줄 것. 앞으로 난 사냥꾼으로서의 사냥 말고는 사냥에 나서지 않을 거야. 그건 너희들에게 맡길게.”
“그건 괜찮다. 그런데, 갑자기 왜?”
“난 앞으로 몸을 단련하는 데 시간을 보내려고.”
“아.”
그동안 아지트를 정비하고, 무리를 위해 여러 준비를 해야 했다. 앞으로는 사냥꾼의 사냥행에 동행해야 한다.
이 이상 단련을 위한 시간을 뺏길 순 없다.
사냥 그 자체가 실전 운동이라고 해도 쇠질로 키울 수 있는 운동과는 다르니까.
“로헨, 그럼 너 설마…….”
“그래. 난 그 핏빛털을 잡을 거야.”
컹!
“어?”
아, 그리고 내가 또 하나 할애해야 할 시간이 있다.
“레타, 밥은 맛있게 먹었냐?”
컹! 컹!
지금 내 곁에 와서 팔을 핥고 있는 이 녀석, 하얀 갈기의 마지막 남은 혈족이자.
앞으로 나의 동료가 될 녀석. 레타를 키우는 일 말이다.
*
“이거로 몸을 강하게 만드는구나.”
프라이빗 짐에 운동을 하러 가면서 나는 무르시 선배를 함께 데려왔다.
“예. 일단 여기 좀 앉아 보세요.”
트레이너 일을 하면서 부상을 입었거나, 몸이 불편하거나 재활을 하려는 사람들도 많이 가르쳐봤다.
전문적인 재활 전문의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의 부상 정도에 맞는 운동을 가르쳐줄 정도는 된다.
“부상당하신 곳이 오른쪽 어깨와 왼 무릎이죠?”
“그래. 붉은 숲의 주인 중 하나인 ‘산늙은이’에게 멋모르고 덤볐다가 일격에 이 모양이지.”
운 좋게 목숨은 건졌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번 어깨가 빠졌다 무리하게 끼워 넣으면서 인대를 다쳤군요. 그 뒤로 어깨를 올리는 게 힘들고.”
왼 무릎은 십자인대에 충격으로 인해 일부 손상이 생긴 모양이다.
무릎을 직접 만져보고, 평소에 산행 정도는 큰 문제는 없는 걸 보니 아주 심한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에요. 부상 부위 주변 근육을 강화하면 충분히 치료됩니다.”
“정말이야?”
“근육은 많은 걸 해결해 줍니다! 이렇게!”
불끈!
그러며 나는 바로 프론트 렛 스프레드로 나의 전면 근육을 과시해 보였다.
[포징 효과 발동] [무르시가 당신의 말에 믿음을 가집니다]‘근육은 정말 많은 걸 해결해 주는군.’
“처음부터 무리하면 안 되니 제가 맨손으로 할 수 있는 운동법을 알려준 것을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러며 나는 탄력봉을 근육의 신의 팔 위에 올려놓고 원판을 달았다.
원판의 무게는, 지난번보다 5kg 더 무겁게!
“지금부터 제가 하시는 모습을 보며, 강해지고 싶은 마음을 충전하시면 됩니다! 하압!”
오늘은 오랜만에 하체 단련이다. 먼저 스쿼트로 조지는 것으로 시작!
“으음……!”
나를 지켜보는 무르시의 눈에 불꽃이 일기 시작한다.
부상 이후 전사로서 더는 싸울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초연해진 그의 얼굴에, 다시 열정이 피어오른다.
“라잇 웨잇! 크아아!”
철컹!
컹!
나도, 내 곁에서 가장 가벼운 덤벨을 입으로 물어 들어 흉내를 내는 레타도.
다음 만난 원수이자, 최강의 적을 향한 리벤지 매치를 준비하는 거다!
*
갸아아악! 구와아악!
오크 종특인가? 나도 뭘 많이 먹으면 해괴한 소리가 나와 버리네?
‘아니, 나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불과 얼마 전의 니들도 그랬거든!’
“로헨 요즘 먹는 양이 엄청나게 늘지 않았냐?”
“특히 고기보다 달달한 거 먹는 양이 늘었다.”
그 말 대로, 나는 요즘 고기 양을 줄인 대신 탄수화물의 비율을 높인 식단을 하고 있다.
사총사가 로테이션으로 무르시와 함께 붉은 숲 깊이 들어가 무진장 있는 도토리와 밤을 구해 오면서 가능해졌다.
도토리는 가루를 내어서 빵이나 쿠키로 만들어 먹고, 밤은 여기저기 섞어서 먹고. 살코기보다는 내장을 먹는다.
특히 내장에 짐승 피, 베리나 견과류, 밤 등을 집어넣고 훈제 건조한 내장 소시지는 굉장히 유용했다.
‘이거 하나에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 다 들어 있군. 게다가 전생에 먹던 음식을 먹는단 기분도 들어서 좋고.’
그러며 커다랗게 썬 소시지 조각 하나를 먹었다.
[지방 섭취] [-체지방 : 10%(9%)]‘역시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를 늘리니 금방 체지방량이 오르네.’
한때 4%까지 떨어져서 근육 성장률까지 저하되는 상태이상도 순식간에 해결되었다.
“로헨, 요즘 몸이 갈라진 게 잘 안 보인다.”
“예전엔 겁나 갈라졌는데.”
“당연하지. 몸에 지방이 채워졌는데.”
“그러면 뭐가 좋은 거냐? 단백질로 근육 만드는 거랑 뭔가 다르냐?”
“근육이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거야. 그리고.”
나는 약간 살이 붙은 배를 툭 쳤다.
‘흔들리면 지방이라던 말은 사실이군.’
툭 치니 흔들리기 시작한 배를 보며 쿡 웃었다.
“이 지방이 들어찬 곳이 근육이 들어갈 자리가 될 거야.”
내 말에 모두가 오오, 하고 감탄했다.
“그럼 나도 먹는다!”
“나도 지방, 먹는다!”
“아니아니, 너희들은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야. 지금보다 조금 더 근육이 늘면 그때 내가 할 때를 알려줄게.”
‘일단 너희까지 벌크업에 들어가면 내가 먹을 탄지가 부족해지잖아!’
이기적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싸워서 이겨야 할 상대가 정해진 이상,
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몸을 만들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