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267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266화
“아라트르 산 아래에 동굴이 하나 있습니다.”
카페리아는 자신과 아르길이 찾아낸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그곳에는 과거, 제국의 영역에서 떠나서 동쪽으로 떠난 드래곤 들이 단체로 잠들어 있는 곳이에요.”
“드래곤이?”
“애초에 대체 왜 드래곤이 갑자기 떠나서 그 아래에 잠들어 있었던 거지?”
“정확히는…… 잠들었다기보단, 어떤 목적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거였어요.”
“목적이라 하면?”
“그 아래 잠들어 있는, 이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균열을 막기 위해서죠. 아니, 사실 그렇게 숭고한 목적은 아니었어요.”
카페리아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저의 동족…… 드래곤들은 바로 그 아래에 있는 막대한 균열에서 뿜어져 나오는 근원의 힘을 흡수하여서 더 고차원의 종족으로 진화하려 했었어요. 그래서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면서 생겨난 가장 거대한 균열로 향한 거예요. 균열을 막겠다는 것을 대의명분으로 내걸고요.”
“하지만…….”
“예, 저는 종족의 수치라 불릴 정도로 약한데다 아직 해츨링에 불과했던지라 버림받았죠. 그게 이런 결과로 돌아올 줄은…….”
여전히 씁쓸함을 지우지 못한 채 카페리아는 말을 이어갔다.
“그들의 목적은 달성했어요. 근원의 힘이 뿜어져 나오는 균열이 있는 아라트르 산의 지하에 들어가서 그곳에서 근원의 힘을 받아들여, 더 고차원의 존재…… 신의 반열이 들어선다. 그 계획은 성공할 뻔했어요. 앞으로 천년 정도만 아무도 그들을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그 말은…….”
타앙!
카페리아는 기다란 이빨과 같은 무언가를 탁자 위에 강하게 내려놓았다.
감정이 실려있었던지라 튼튼한 탁자가 순간 빠직하고 갈라져 부서질 뻔했다.
“흑마련이, 그들을 파헤쳤어요.”
카페리아의 목소리에는 분노, 그리고 극도의 혐오감이 어려있었다.
그 어떤 상대에게도 이 정도로 혐오스러운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던 카페리아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스스로를 봉인해 어찌할 수가 없는 그들을 꺼내고, 그들의 몸을 뒤틀린 근원의 힘으로 오염시켰고, 그리고…… 그리고……!”
빠지직!
카페리아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며 들고있던 드래곤의 ‘이빨’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을…… 자기들이 이용한 거예요……!”
콰창!
카페리아의 손아귀에 드래곤의 이빨이 깨지며, 그녀의 손에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카페리아.”
“……알아요, 그들은 저를 버렸어요. 게다가 그들이 세상을 구하겠다는 어떤 숭고한 이유로 그곳에 자신을 묻은 것도 아니었어요. 개인적인 욕심을 위해서 한 일이니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하지만……!”
뚝!
카페리아는 눈물을 흘렸다.
근손실의 두려움과 고통도 카페리아가 느낀 슬픔, 동족을 입은 슬픔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래도…… 그들은 나의 동족들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정말로…… 혼자가…….”
“아니, 혼자가 아니다.”
“트레이너…….”
모든 로헨 머슬 크루원들이 카페리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며 카페리아는 눈물을 흘렸다.
“제 눈물은 이제 마지막이에요.”
“그래, 근손실은 여기까지다.”
나는 카페리아의 어깨에 손을 올려 위로해주었고, 카페리아는 눈물을 멈췄다.
“근데 이상하군. 그 드래곤들이 외부에서 자신을 파헤쳐서 이용할 것에 대해 대비를 안 한 건가?”
“그거야…… 힘을 얻을 기회를 거절하고 파수꾼 노릇을 할 드래곤은 없었겠죠.”
“아아.”
드래곤도 모든 종족을 초월한 초월종족이기 이전에 욕망을 가진 지성체 생물인 것이었다.
“게다가, 오만하기 그지 없었던 동족들은 감히 하등종족이 자신들을 파헤쳐서 이용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게 분명해요.”
카페리아의 말은 거의 확신에 가득차 있었다.
“그래서, 흑마련이 그들을 이용했다?”
“파내서, 각성하기 전에 그들의 욕망 때문에 변질 되기 시작한 뒤틀린 근원의 힘을 추출 해낸 뒤, 각성하지 못한 육체를 마수화 기술로 이용했죠.”
사라락,
그녀가 손을 펼쳐 부서진 이빨의 가루를 흩날렸다.
“그 육체, 이빨, 모든 것을 이용해서 마수로, 그들의 육체로 만들었죠. 특히 그 지하를 파고들어, 퀴클롭스 종족을 노예로 부리던 그 끔찍한 존재…….”
카페리아는 다시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과거 허무의 대지로 넘어간 엘프들이 지하에서 그 뒤틀린 기운을 받고, 또 받다 끔찍하게 변이된 존재, ‘드레이거’ 들이 자신들의 몸을 강화하는 데 이용했어요…….”
“그렇다면, 그 동굴에 드레이거들이?”
“없었어요.”
“뭐?”
카페리아는 처음으로 냉혹한, 섬뜩하기까지 한 눈으로 그렇게 단언했다.
“그런 추악한 생물들, 그곳에는 ‘있었지만 없었던 거’예요.”
그 말에 아르길은 아직도 그 ‘학살’의 광경이 떠오른다는 듯 끙 하며 눈을 손으로 가렸고,
로헨도 할 말을 잃었다.
“……카페리아.”
“읏…… 알고 있습니다. 제가 그만 순간적인 감정에 폭력을…….”
카페리아도 자신이 순간적인 감정이 폭발하여 폭력을 휘둘렀단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고개를 숙였다
“무슨 소리냐. 아주 잘했다.”
“예?”
카페리아가 그 말에 순간 고개를 번쩍 들자,
로헨 머슬 크루원들이 자신을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이 보였다.
“가족을 건드린 놈이라면 그렇지.”
“그것도 가족을 건드리고 가족의 몸까지 이용한데다 다른 종족을 노예로 부려?”
“그러고도 자기가 그 종족의 손에 뒤질 각오 안 했으면 그거야말로 양심이 없는 거지.”
“마르두크 님께서도 가족의 원수를 갚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말씀하신 바가 있습니다.”
“그, 그런가요……?”
다른 로헨 머슬 크루원들 뿐만 아니라 가장 상식적이고 자비심으로 넘치는 카이란조차 그런 말을 하니 오히려 카페리아가 당혹스러워 했다.
“카페리아, 내가 단언한다.”
로헨은 진지하게, 카페리아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X같은 걸 부수는 건 정당한 폭력 행사인 것이다.”
“어……음……네…….”
상상도 못 한 크루원들의 격려에 오히려 당사자인 카페리아만 머쓱해질 뿐이었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 동굴로 들어간다면 아라트르 산을 넘어서 그 안쪽, 별이 떨어진 곳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거죠?”
분위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려는 걸 카이란이 빠르게 바로잡았다.
“예. 그 안에서 노예로 부려지고 있던 퀴클롭스 들의 말로는, 그 동굴 안에 있던 저희 동족들은 모두 꺼내졌고, 사실상 방치되었다고 하는군요. 그래도 그 안에 드레이거 들이 있지만…….”
그 말에 이번에는 프로테나가 표정을 찡그렸다.
“그들은…….”
“옛 이야기 속에서나 있는 줄 알았어. 어린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동화로. 하지만, 이렇게 실제로 있는 이상은…….”
프로테나는 긴 한숨을 내쉰 뒤 마음을 정리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동화 속에 나오던 나쁜 놈들은 내 손으로 직접 처리하는 건 비극이 아냐. 오히려 한때 동족이었던 자들에 대한 자비지. 정령들의 곁으로 빨리 보내줄 뿐이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과거엔 동족이었던 자들과 싸우는 것이 그리 마음이 편할 리는 없을 터.
가장 먼저 동족과 싸워본 나로선 그 마음이 이해가 가서 안쓰럽다. 나중에 근육 형태 잡아주는 루틴을 선물로 알려줘야지.
“그럼 결정된 건가?”
“그래. 우리는 문제의 동굴로 들어가서 아라트르 산 너머로 돌입한다.”
나는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내가 해온 전투는 언제나 똑같았지. 아군이 적의 주공을 막아내는 동안, 나는 적의 지휘부, 수뇌부를 친다.
지금 우리 로헨 기동대대가 허무의 대지로 들어간 것도 바로 그 참수 작전의 일환이니,
참수 작전 중의 참수 작전이 되겠군. 러시아 인형이냐.
“결정이 내려졌으면 서둘러야겠군. 이미 적들과 접촉하여 전투를 벌인 이상, 어떤 식으로든 적들이 우리가 그쪽으로 향할 거란 것을 알아차리고 대응에 나설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군을 전부 다 이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죠. 동굴에 로헨 기동대대 모두가 다 들어간다는 건 무리니까요.”
“그렇지. 다들 한꺼번에 동굴에 들어갔다가는 옴짝달싹 못 할 테니.”
“안 그래도 근육 사이즈 때문에 각자가 보통 사람의 두 배는 되는데 그런 사람들이 좁은 동굴에 들이찬다고 생각해봐요.”
프로테나가 질린다는 듯 말했고, 나는 잠시 그 광경을 상상했다.
땀을 흘리는 근육들이 좁은 곳에 모여서 서로의 근육에 압박을 주는 그 끈적하고 뜨거운 현장을…….
“……나쁘지 않은데?”
“로헨 트레이너, 설마 그런 취향……?”
“지, 진짜?!”
“농담이다. 그러니까 진심으로 혐오스러운 표정은 그만해라.”
몸은 근육으로 단단하고 강인할지 몰라도 마음은 섬세하단 말이다.
그리고 세일럼 너는 왜 세상 무너진 표정을 하고 있는 거냐? 아, 갑자기 안심하는 표정이 됐다.
“아무튼 그렇게 되었으면 작전을 다시 구상해야겠군요.”
“그래, 여기에 맞춰서 철저하게 작전을 구상해야지. 그러니 로헨 기동대대의 각 지휘관급을 모두 모으도록.”
그러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를 돌아보았다.
“최후의 결전을 할 때가 왔다.”
*
쿠웅! 쿠웅! 쿠웅!
금속성의 수많은 발걸음 소리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허어.”
“많이도 왔군요.”
로헨 기동대대의 주력군을 이끌고 있는 지휘관인 필립과 리오가 그 모습을 보고 질린다는 듯 중얼거렸다.
상대는 아라트르 산 아래에 주둔한 흑마련의 주력군, 다크 나이트들을 주력으로.
기이잉! 키이이잉!
금속성의 기동음을 내며 움직이고 있는 ‘강철 덩어리’들이 선두에 나섰다.
“저기, 저 나약한 유기체들을 봐라.”
“근육 근육…… 그렇게 말해도 결국은 나약해 빠진 유기체일 뿐…….”
그들은 바로 스틸러킨.
뒤틀린 근원의 힘을 너무 받은 결과, 기계장치와 제작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게 강해져만 갔고,
뒤틀려가는 기괴한 육체에 혐오감을 느낀 결과, 그들은 하나의 가능성에 모두가 매진했다.
바로 나약한 육신을 버리는 것.
그들은 뒤틀려가는 자신의 육신을 혐오스러워하며, 뒤틀린 근원의 힘을 이용해 육신을 하나씩 기계로 바꿔나갔다.
그리고 그 결과, 그들은 육신 보다 강철이 더 많게 되었고,
스틸러킨을 이끄는 혈족장 울카르는 뇌를 비롯한 중추신경을 제외한 모든 육체를 마도기기장치로 바꿀 정도였다.
“실로 끔찍한 자들이로군.”
동족들의 말로를 바라본 드워프 혈족의 지휘관, 검은수염 모루도가 혐오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해서, 작전은?”
그들의 곁에서 켄타우로스 들의 지휘를 맡은 옹칸 에클레스가 말했다.
“저 고철 덩어리들은 드워프 분들에게 맡기죠. 여러분들이 버텨주신다면 저희는 좌우익으로 펼쳐져서 적의 양익을 틀어막겠습니다. 마법사 분들께선 적의 머리 위에 불벼락을 떨어트려주시죠.”
“음!”
메타볼 마법사단과 마법기사단을 이끄는 브랜과 커레이가 답했다.
“에클레스와 켄타우로스, 그리고 엘프 분들은 전황을 지켜보며 적의 빈틈이 보인다면 그곳을 찔러 주십시오.”
“알았다.”
에클레스와 엘프 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적을 이겨야 하지만, 저희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적을 바로 이 자리에 ‘묶어두는’ 겁니다.”
필립의 말에 모두가 그를 바라보며 경청했다.
“로헨 황태자님을 비롯한 정예군은 바로 아라트르 산의 지하를 통과할 수 있는 루트를 뚫고 적의 본거지로 들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주력인 우리는 확실하게 적을 이곳에 묶고, 소모 시켜야 합니다.”
의지에 찬 필립의 말에 모두의 얼굴에도 의지가 차올랐다.
“로헨 황태자님, 트레이너 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멋지게 싸워봅시다!”
오오오-!!
이제는 로헨이라는 구심점이 없더라도,
함께 단백질을 먹고 땀흘려 근육을 키워 온 머슬 크루의 종족들의 단합된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자아, 싸워봅시다! 라잇 웨잇!”
라잇 웨잇-!!
두 거대한 세력이 동시에 부딪쳤다.
*
카락카락카락카락!
어두운 동굴 속,
아라트르 산의 아래에 풍부한 마나석이 어스름하게 빛나는 동굴 속에서,
거미와 같은 형상들이 움직이며 동굴 천장과 바닥, 틈을 마구 기어다녔다.
“KRRRR…… 놈들이다…….”
동굴의 어둠 속에 적응된 그들의 눈에, 동굴 안으로 들어오는 인간의 형상들이 있었다.
민감한 코에 느겨지는 땀과 단백질과 근육의 냄새,
그들이 가지지 못한 건강한 생명의 냄새였다.
“감히…… 우리의 동굴…… 들어온 것을…….”
스릉! 카앙!
촤라라락!
그들, 뒤틀린 엘프 ‘드레이거’들은 순식간에 온 몸에서 검보랏빛의 근섬유들을 내었다.
촤자자자작!
카라라락!
챠킹!
그들의 몸에 뒤덮인 검보랏빛의 근섬유 위로 카페리아의 것과 같은 형태의 비늘이 뒤덮이고,
목둘레로 기괴한 이빨들이 마치 갑옷의 장식처럼 나기 시작했다.
“후회하게……KKKKKRRRR……만들어 주자…….”
키야아아아!!
그러며 그들은 천장 위에서 들어온 인간 형상들 위로 떨어져 내렸다.
“……!”
콰아악!
그리고 그들의 이빨을 인간 형상들에 박아넣었다. 마치 흡혈귀와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