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281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280화
콰드드득! 쿠우웅!
“마, 말도 안 돼…… 내가, 하찮은 살덩어리 따위에게…….”
“다음 생에는 그런 남자의 로망이지만, 결함투성이인 쇳덩어리가 아닌 진정한 근육을 키우도록 하라.”
“이건 뭔가 잘못 됐어! 빌어먹을, 아니야! 이 결함을 고치고 다시 올 것이다! 그러면-.”
“그럴 틈은 없다, 용광로에 녹여서 새 삶을 사게 해 주지! 라잇 웨잇!!”
콰가각-!!
보탄의 우르할콘 도끼가 울카르의 두뇌와 중추신경이 담긴 금속 용기를 부수고,
근육을 버리고 강철의 육신으로 갈아탄 드워프는 결국 동족의 손에 최후를 맞이했다.
그러나 아직 흑마련과의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로헨 기동대대는 소수의 병력에 비해 엄청난 분전을 했지만,
결국 누적되는 피해와 근손실을 피하지 못하고, 적의 압도적인 숫자의 군세에 점차 밀리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이길 수 없다, 그러나 로헨 기동대대의 모두는 로헨을 믿고 싸웠다.
회원이 트레이너를 믿지 않고서야 어찌 근성장을 이룰 수 있으리.
그렇게 그들의 희망이 점차 꺼져가는 것처럼 느껴지던 순간,
“응?”
지친 보탄이 고개를 쳐들다 문득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 이봐 에이크!”
“뭐냐! 말 할 틈 있으면 한 놈이라도 더 쳐죽여라!”
“저걸 봐라!!”
“어……?”
카카가 가리킨 하늘을 신경질적으로 올려다본 에이크가 순간 헉 하고 숨을 삼켰다.
뿐만 아니라 그 전장에서 싸우던 모두가 하나둘 하늘을 올려다보니,
“저, 저건…….”
“뭐야 저게…….”
“세, 세상에…….”
저마다 할 말을 잃고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것은 흑마련 측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지성이 없을 마수들 조차도 그 엄청난 광경에 행동을 멈추고 넋을 잃을 정도였다.
그것은 흑마련의 침공군과 치열하게 싸우던 제국의 영토에서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화, 황제 폐하, 저게 대체…….”
“마르두크시여……!”
“저게 대체, 뭐란 말입니까!”
황제도, 그리고 황제를 곁에서 지키는 천인대 기사와 종군 사제들 또한 넋을 잃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황제에게 물었다.
“나도 모르겠구나…….”
황제 또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쿠구구구구-.
그야, 흑마련의 허무의 대지도, 제국의 영지에서도, 사실상 대륙 전역에서 볼 수 있는 그 거대한.
하늘을 향해 솟구친 빛과 어둠의 거인의 모습을 그 누가 설명을 할 수 있을까.
“로헨…….”
황제는 그저, 자신의 아들의 이름을 나지막이 중얼거릴 뿐이었다.
*
“뭐지?”
나는 눈을 뜨자마자, 그렇게 중얼거렸다.
분명 뭔가 엄청난 힘이 내 안으로 들어오고,
내가 쌓아온 힘과 뭄쳐서 거대한 무언가를 이루었다는건 알았는데.
그렇다면 내 눈앞의 이 새하얀 방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의 이, 근손실난 팔은.
어린 시절의 팔과도, 그리고 다시 태어난 오크의 아이의 팔과도 같다.
그래, 이건 마치 내가 죽고 다시 오크로 태어났을 때와 같은 감각이다.
다른 것은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하얀 공간에,
오직 나 혼자만이 오롯이 있을 뿐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내가 실패한 건가?’
‘실패해서 죽어서 이번에야말로 사후세계로 온 건가?’
‘다른 크루원들은, 다른 것들은, 모두 어떻게 된 거지?’
“…….”
아무리 생각을 하더라도 답은 나오지 않고, 내 앞에 펼쳐진 이 하얀 공간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것은 그날, ‘근신’을 처음으로 만난 그 순간이다.
“중요한 순간에 이게 무슨 짓이냐! 마지막 한 세트를 남겨놓은 때 머신을 빼앗는 것 같은 짓을 하다니!”
답이 없다.
“당장 나와라! 나는 끝을 봐야 한단 말이다!”
그러나 답이 없었다.
“…….”
아무리 기다려도, 체감 상 몇 시간이 걸려도.
그 어떤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미쳐버릴것만 같은 이 하얀 공간에, 근손실난 아이의 모습으로 덩그러니 버려졌다.
‘이제부터 뭘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피어오르기 시작한 그 모든 잡다한 생각을 잠재우기 위해선, 내가 언제나 해오던 일을 할 뿐이었다.
“일단 맨몸운동부터!”
후욱! 후욱! 후욱!
인간 김제이였던 때도, 로헨 코르막으로 다시 태어나던 때도,
이 약한 근손실난 몸을 키우기 위해서 나는 맨몸운동부터 했다.
고통이 몰려오고, 숨이 차오르고, 팔다리가 후들거린다.
“크하악!
쿠당탕! 쿵!
쓰러지고, 또 엎어지고, 한참을 누워 숨만 헉헉거리다 다시 일어났다.
나는, 계속 운동을 했다.
근손실이 났다면, 다시 채울 뿐이다.
부상을 당했다면, 최선을 다해 회복하고 다시 운동을 계속할 뿐이다.
다시 0으로 돌아갔다 해도, 다시 한번 더 달리면 그만이다.
나는 언제나 그렇게 했고, 그렇게 근손실을 메꾸며 근육을 키우고 단련해왔다.
내 꿈은, 그 어떤 순간에도 변치 않는다.
“맨몸운동으로…… 이런 고통……아아, 신선하군.”
웹소설로 치자면 약 280화 이전의 프롤로그로 돌아간 기분이다.
처음에는 황망하고, 황당했지만. 나는 어느새 그 처음의 고통을 즐기기 시작했다.
팔굽혀펴기 3개는 10개가 되고, 20개가 되었고,
윗몸일으키기 3개는 20개가 되고, 50개가 되었다.
스쿼트 5개는 30개가 되고, 100개가 되어간다.
그렇게 조금씩 이 근손실 난 몸에 근육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차오르던 순간,
띠링!
“허.”
눈앞에 덤벨이 나타났다.
마치 ‘다음 단계를 계속하시오’라는 듯.
나는 그 잊고 있었던, 하지만 잊을 리 없는 사소한 성취감을 느끼며 덤벨을 쥐었다.
그리고 영겁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지나갔다.
덤벨은 탄력봉이 되고, 탄력봉의 원판이 많아졌다.
벤치가 생겨났고, 케이블 머신이 생겨났으며, 각종 프레스, 익스텐션 머신들이 계속해서 생겨났다.
“후우우-!!”
쿠우웅!
하나의 개인 헬스장이 된 그 하얀 공간에서, 나는 어느새 다시금 내가 키워온 근육을 되찾았다.
인간 김제이 시절의 근육, 우상이었던 로헨 콜먼의 근육, 그리고,
“라잇 웨잇-!!”
콰아앙-!!
오크 로헨 코르막의 근육으로.
영겁과도 같은 시간, 오직 고통과 땀과 성취감만이 가득한 그 시간을.
나는 마치 내 인생을 되돌아보듯, 다시금 근성장의 과정을 되짚어갔다.
쿠우우우웅-!!
“호-우-!!”
그리고 마침내, 3대 1200을 초월하던 바로 그 순간,
[역시 너는 내가 지켜본 존재 답구나!]“허어.”
이 하얀 공간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들려오는 타인의 목소리.
“근신.”
[그래, 나다.]하얀 공간에, 형체가 나타났다.
평범한 인간이면서도 또 이상적인 근육의 형상을 하기도 한,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신적인 존재가.
[잠깐 자네를 지켜봐 왔지.]“나를 시험해보겠다고 여기서 처음부터 다시 하도록 만든 건가?”
[아니아니, 아니야. 이건 내 의지와는 다르네. 나조차도 뛰어넘은, 뭐랄까…… 이 세계라는 것의 의지라고 할까?]“네놈이 신인데도 더 큰 무언가가 있단 건가?”
[신은 그저 세계의 일부일 뿐이야. 그리고 그 세계는 신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크지. 심지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흐음.”
[너는 분명히 나와 같은 신의 반열에 들어섰다. 그리고 세계는 새로운 신의 정체성을 묻지. 그리고 자네는-.]근신이 나에게 손가락을 가리켰다.
[훌륭하게 자신을 증명해냈다.]“자신을.”
[그 어떤 상황에서도 너는 근육을 사랑하고, 근육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한다. 육체를 사랑하는 신, 육체를 키우는 모든 행위를 사랑하는 신.]근신이 나에게로 한 걸음 다가온다.
[그렇기에 자네는 이 세상의 신이 될 자격이 생겼어.]타악!
그러며 그는, 내 손을 붙잡았다.
그 얼굴 없는 얼굴이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바로 나다. 근육을 가지고 살아있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의 신. 근신.]“나는 자격을 증명했단 거로군.”
[너 이외의 자격을 증명한 자는 없었다. 나는 그저 세상에 존재하는 시작도, 끝도 없는 존재일 뿐이니. 그저 한 명의 생명으로 나의 자리에 올라온 것은…… 내가 알기론 오직 자네뿐이네.]“그럼 블라릭은?”
[그 자는, 근신이 되기엔 너무 다른 것에 욕심이 가득했지. 그는 신의 그릇은 되어도 내용물은 될 수 없었다. 뭐 쉽게 말해, 자네와 같은 확고한 자아가 없어 나 근신에 잡아먹혀버렸다.]“내 그 근손실 난 로이더가 그럴 줄 알았지.”
나는 놀랍지도 않아 조소했다.
근육을 사랑하는 마음도 없이, 타인의 근육을 이용하고, 근손실을 일으키는 그런 놈이.
근육의 신이 되겠다니, 내가 용납할 수 있어도 이 세계가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내가 근신이 되나?”
[아직 마지막 단계가 남았네. ‘나’는 암흑신의 그릇에도 담겼으니까.]그러니까 암흑신과, 그에 대적하는 바로 나, 근신이 맞서 싸워서 누가 진정한 근육의 신이 되느냐를 겨루란 말인가?
“그거 마음에 드는군.”
그 정도는 되어야 신이 되는 기분이 들지!
“그래서, 어떻게 싸우란 말인가. 신들 끼리 주먹질이라도 해서 싸우기라도 하란 건가?”
[자네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이미 알고 있을 터네.]그러며 근신의 형상은 낮은 웃음을 흘리며 사라져갔다.
“그래, 알고 있지.”
그리고, 하얀 세상이 무너지며.
나는 세상에 내던져지듯 다시 태어났다.
*
“맙소사, 이건-.”
“허허허허, 정말로 누가 봐도.”
“로헨 트레이너라는 걸 알아볼 수 있겠군요.”
“아하, 아하하하핫! 진짜 로헨 트레이너예요!”
“해내셨군요, 로헨 트레이너.”
부서진 돔을 나와, 두 거대한 빛과 어둠의 형상이 취하는 모습을 본 로헨 머슬 크루의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흐으음-!
으으으음-!!
처억! 처어억!
파앗! 타아앗!
모르는 이들의 눈에는 거대한 빛과 어둠의 거인이 서로를 향해 뒤얽혀가는 모습처럼 보일 터였다.
하지만 아는 자들, 로헨 머슬 크루원에게는 보였다.
그것은 세계적 규모의 ‘보디빌딩’이었다.
빛의 거인과 어둠의 거인,
근육의 신으로 거듭난 로헨 코르막과 그에 대적한 암흑신.
둘은 어느 쪽이 이 세상의 근원을 이루는 근육의 신에 어울리는지,
서로의 근육의 힘과 아름다움을 겨루었다.
그 순간, 세상의 모든 근육을 가진 생명들이 그 신들의 보디빌딩을 보았다.
그들의 눈에 선명히 그려지는 이상적인 근육이,
거대한 대흉근이, 산과 같은 승모근이, 융기된 지형과 같은 이두와 삼두가, 골짜기처럼 갈라진 전완근이,
첩첩산중과도 같은 복근이, 대양과도 같이 넓어지는 대퇴근과 대퇴사두근이, 그 대양이 다시금 좁아지며 대륙의 사이를 파고든 것과 같은 장딴지근이,
서로의 근육을 뽐내고 있는 것은 세상이었다.
빛과 어둠, 세상을 이루는 두 본질이 서로를 과시하고 있었다.
그것에 폭력은 없었다.
그저 서로의 강한 점을 보이고, 서로가 평가하며, 서로가 감탄하며,
그것이 다시 서로를 더욱 아름답게 가다듬게 하는 정반합의 과정이었다.
“아름답구나.”
황제 유진은 무심코, 그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신을 찾지도 않고,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다.
그저 그 다시없을 신들의 향연을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바라볼 뿐,
후우우우-.
흐으으음-.
그렇게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 흘렀다.
마침내 두 빛과 어둠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들은 한참을 서로를 바라보고, 한참을 서로가 취했던 동작을 떠올리며,
한참을 서로의 근육을 근섬유 하나까지 바라보며 평가했다.
그리고,
쿠구구구구-!!
크하하하하-!!
“우, 우웃!”
“허어어억!!”
그것은 신의 웃음이었다.
천지를 뒤흔드는 신의 웃음과 함께, 마치 결론을 내렸다는 듯 두 빛과 어둠이 하나를 이루었다.
“로헨 트레이너-!!”
“로헨!!”
“라잇 웨잇-!!”
라잇 웨잇 베이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로헨 머슬 크루원들은 로헨의 이름과 그가 외치던 기합을 내질렀다.
신이 아닌, 자신들과 함께 근육을 키우고 함께 땀 흘리며 함께 운동을 해오던,
바로 그 로헨 코르막, 로헨 머슬 크루의 트레이너가 돌아오길 바라며.
콰아아아-!!
하나가 되던 빛과 어둠은 뒤섞이더니, 마침내 거대한 빛이 되어 폭발하듯 퍼져나갔다.
차르르르르-.
슈우우우-.
그러자 뒤틀린 근원의 힘이 빛으로 변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이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흑마련의 도핑을 이루고, 제국의 영토, 대륙 곳곳을 오염시키고 있던 뒤틀린 근원의 힘이 사라져갔다.
마수들은 평범한 동물의 형상으로, 아니면 단백질 살덩어리도 돌아가 허물어졌으며,
뒤틀린 근원의 힘에 뒤틀릴 대로 뒤틀린 자들은 다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갔다. 근손실 난 몸이었지만.
“이건…… 혹시?”
“그래, 로헨 트레이너가…….”
“로헨이 이겼어!”
“로헨이 드디어 신이 되어 승리한 거야-!!”
“우리 로헨 머슬 크루가! 제국이 이긴 거라고-!!”
와아아아아-!!
승리의 한호성이 로헨 머슬 크루와, 제국의 병사들에게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 흥분도 잠시, 로헨과 여정을 함께했던 크루원들은 다시 모두 돔으로 달려갔다.
“로헨-!!”
“정말로 신이 되어, 이대로 떠날 셈인가 로헨!!”
“시, 싫어요! 당신과 함께 더 많은 운동을 하고 싶은데!”
“로헨 트레이너가 아니었으면…… 저희는……!”
“그대와 함께 다시 가슴 뛰는 모험을 하고 싶네!”
“너와 함께 슬란 산맥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우리 모두…… 함께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근육을 키우고 싶어요!!”
““로헨 코르막 트레이너, 당신과 함께-!!””
그들의 삶을 변화시켜주었고, 그들을 이 자리까지 오게 했으며,
마침내 세상을 구한 그가 사라지는 것에 슬픔을 느끼며, 로헨 머슬 크루원들은 그를 애타게 불렀다.
반짝반짝-
그러나 세상을 뒤덮은 빛이 사그라들며, 허무의 대지를 뒤덮은 먹구름이 사라지고 푸른 하늘이 나타날 때까지,
아무런 일도, 누구도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다.
모두가 슬픔에 침통한 침묵을 이어가던 그때,
저벅-.
“어……?”
눈물을 흘리던 세일럼이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신발을 신지 않은 유연하고도 강인한 맨발이 잔해를 밟고 나아가는 소리.
그 무거운, 그리고 익숙한 발걸음 소리를.
“뭐냐, 왜 울고들 있나.”
크루원들이 잊을 리 없는 모습.
녹색의, 근육의 오크가 두 다리로 서서 그들의 앞에, 보란 듯이 나타났다.
비록 근손실이 나, 반신의 시절처럼 생물을 벗어난 몸이 아닌 과도한 근육 오크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그것은 분명 그들이 기억하는 오크, 로헨 코르막의 모습이다.
“울지 마라.”
그래, 나는 신 같은 건 되고 싶지 않아.
신이 되면 더 이상 근육을 키울 수도 없잖아?
아 물론 다른 사람의 근육을 키워주는 트레이너 일엔 자부심을 느끼고, 즐거움도 느끼지 하지만.
근육을 키울 수 없는 삶은, 내게 아무런 가치도 없어!
‘그것이 신의 자리라 할지라도!’
“울면 근손실 나니까.”
나의 말에, 눈물을 흘리던 모든 크루원들이 와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아아, 그래. 좀 근손실이 심하게 났지만, 그 말은 곧 다시 이 몸의 근육을 키울 수 있단 말이지.
[근태창이 재시작 됩니다.] [당신의 스테이터스와 스킬을 재정리합니다.] [로헨 코르막 : 상태 : 종족 : ‘오크’]다시금 뜬 클래식한 근태창을 보며, 나는 한껏 웃었다.
이 세상은 나에게 근육을 키우라고 칼 들고 협박을 다 한단 말이야.
‘자아, 이번엔 어떤 식으로 이 세상에서 근육을 키워볼까!’
“이건 상상만으로도, 득근득근 하구만!”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END]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Epilogue
훗날 ‘최후의 대전쟁’이라 불리게 될 흑마련과 제국의 대전쟁.
그 결과 세상의 뒤틀린 근원의 힘은 사라졌고,
그것에 오염되었던 마족과 흑마련의 종족들, 허무의 대지는 모두 원래 있었어야 할 모습을 되찾았다.
제국은 오크들을 비롯한 이종족들을 하나의 주권국가 시민으로서 받아들이는 연합국가의 형태로 재정립되었고,
흑마련들은 과거처럼 각 종족별로 나뉜 채 느슨한 연맹체계를 유지하였다.
제국과 흑마련은 불가침 조약을 맺고, 조금이나마 교류를 이어가며 과거의 대립과 투쟁이 아닌, 교류와 소통을 조금씩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잘 해결되고, 대륙의 모든 종족들이 로헨 머슬 크루의 운동법을 익히고,
단백질과 영양이 충분히 포함된 식사를 먹으며 근성장을 이루는 세상이 되어,
모두가 행복하게 근육을 키우며 강인한 몸에 강인한 정신을 함양하며 살아갔다고 합니다.
잘 됐군 잘 됐어.
“크워어어! 라잇 웨잇!!”
철컹!!
그리고 지금 근손실을 복구하기 위해 격렬하게 운동 중이던 한 오크가 있었다.
그는 이번 스쿼트로 삼대 2000을 복구하며 보람찬 땀을 흘리고 있었다.
“라고, 황태자 일도 내팽개친 채 근성장에만 매진한 백수가 말하고 있군.”
“백수다 백수.”
“직무유기라고 한다 그거!”
“에에이, 시끄럽다! 삼대 무게와 근회복을 이루고 한창 보람찬 기분이었는데!”
로아노르에 지어진 로헨 머슬 크루 짐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여념 없는 로헨을 두고 오크 사총사들이 입방아를 찧었다.
그는 황태자의 일도 집어치우고 다시 로아노르로 돌아가서 그저 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념할 뿐이었다!
“거 세상 한번 구했으면 평생 할 일 끝낸 거 아니냐!”
“그걸 우리는 백수라 부른다.”
“일하지 않는 자 단백질을 먹지도 말라.”
“일 안하면서 운동만 하면 보람찬 하루를 보낸 것 같이 느끼면 갈 데까지 간 거다 로헨.”
“크으으으 이 녀석들 키워준 단백질을 이런 식으로 갚다니!”
로헨이 욜로 라이프 선언을 하고 로아노르에 낙향한 뒤부터 계속 반복되던 일이라 다른 회원들은 그러려니 하고 있던 참이다.
띠링띠링, 띠링띠링,
“흐음?”
그러던 중, 헬스장에 설치된 소형 수정구슬이 소리를 내었다.
“어? 오오 오랜만이다 세일럼. 뭐? 응? 뭐라고? 어, 있다. 백수 헬창 여기.”
“쓰으읍 황태자에게 예를 표하라!”
나는 투덜대면서 낄낄거리는 카카에게서 수정구슬을 받았다.
“뭔가 세일럼. 갑자기 나를 다 찾고.”
[그야 뭐, 백수 황태자님이 흥미로워할 걸 찾아서 말이예요.]‘이 녀석도 저 녀석도 백수 백수 정말 배은망덕한…… 응?’
“흥미로워 할 거라?”
[와 보시면 알아요. 로헨 트레이너가 아니면 누구도 손대지 못할 것 같은 일입니다.]“흐음.”
그렇다면, 오랜만에 자전거로 장거리 유산소를 해야 할 때로군!
*
“여기예요.”
“카페리아가 근원의 힘의 지맥을 탐색하다 우연히 발견했다네.”
쿠우웅- 쿠우웅-
제국의 가운데, 깊은 자연 속에 숨겨져 있던 한 유물.
그곳에선 근원의 힘이 솟구쳐 오르며 발생하는 특유의 감각이 강하게 느껴졌다.
“별 특이할 게 없는 근원의 힘의 균열이지 않나?”
“그렇진 않아요.”
청소년의 모습으로 성장한, 폴리모프 한 카페리아가 나서서 말했다.
“저 유적은 지금까지 발견한 근원의 힘을 사용하기 위한 유적과는 뭔가 달라요. 그리고 이 아래에 있는 것도, 단순한 근원의 힘의 균열도 아니고요.”
“흐음?”
나는 그 말에 잠시 유적의 일부에 손을 대었다.
치이이잉-!
“이건……?”
이건 확실히 근원의 힘의 기운과 다르다. 생소한 느낌이지만,
나는 이 느낌을 알고 있다.
‘그 때, 그 근신과 만났던 그 하얀 공간.’
그곳에서 근신이 말한 어떤 것이 생각났다.
“저와 세일럼, 아르길이 여러모로 탐사를 하고 남은 마도기기와 마나를 탐색을 한 결과…….”
『신은 그저 세계의 일부일 뿐이야. 그리고 그 세계는 신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크지. 심지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때 근신은 그렇게 말했었다.
“아마도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는 관문으로 만드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건, 정말.
“아주 흥미롭군.”
*
후웅후웅후웅후웅-!!
꽤 시간이 걸려서 유적을 복원하고, 마도기기와 마나회로를 복원한 결과,
유적이 의도한 용도-‘관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분명 계산상으론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이어지는 통로이긴 합니다.”
“하지만 저 너머에 마도기기를 집어넣어도 연락이 끊기는 데다, 어떤 방법으로도 너머에 뭐가 있는지를 알 방법이 없으니…….”
“그거면 됐다.”
나는 자리에 모인 왕년의 로헨 머슬 크루원 들을 돌아보았다.
나와 여정을 함께한 그들이 내 또 다른 여행을 마중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로헨 트레이너는 가시겠죠.”
카이란이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누가 로헨 트레이너를 말려요.”
세일럼이 한탄하듯 말했다.
“돌아오시면 선물이라도 사오세요!”
프로테나는 여전히 철없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저 너머에 있는 기술! 그 기술을 가져와주게나!”
보탄은 기술에 대한 욕망이 근성장의 욕망 만큼이나 똘똘 뭉쳐 있었다.
“트레이너! 당근맛 보충제 꼭 가져가! 바라야가 직접 키운 당근으로 만들었어!”
바라야의 해맑은 말에 나는 당근 보충제를 가방에서 슥 꺼내 보여주었다.
“다녀오십시오ㅡ 주군!”
컹! 컹!
언제나 내 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스카는 조금 섭섭한 표정이고, 레타도 아쉬워하는 울음소리였다.
“다녀와라 로헨.”
“백수 오크 한 명쯤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니까.”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 지나 돌아와서 들려줘라.”
“로헨 사가, 새로운 세계 편!”
“맛있는 먹을 거 있으면 가져오고!”
오크 사총사는 내가 어디 옆동네에 마실 다녀온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만큼 나를 믿는다는 뜻이었다.
“그래, 새로운 세계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하고 오겠다. 특히 근성장에 도움이 되는 거라면 말이다.”
그러며 나는 훗 웃으며 그들에게 더블 바이셉스 포즈를 취했다.
“내가 없다고 근성장을 게을리 하지 말도록! 라잇 웨잇-!!”
라잇 웨잇-!!
여전히 든든한 로헨 머슬 크루의 여간 기합이 아닌 목소리와 더블 바이셉스 자세, 근육에 나는 만족스러워했다.
“다녀오겠다!”
처억!
나는 그 소용돌이치는 관문에 발을 들였다.
*
“흐음.”
관문 너머, 그곳은 우주 그 자체였다.
정확히는 우주이나, 수많은 세계들이 엿보이는 틈새로 가득한 우주.
그 틈새 너머에는 내 전생과 같은 현대 세상, 미래세상, 우주 함선이 돌아다니는 세상,
고대 동양의 세상, 판타지의 세상,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세상 등, 여러 가지 세상이 보였다.
“이미 이것만으로 충분히 설명이 된 것 같군.”
“그런가.”
그 우주의 한 복판, 형체가 없는 ‘누군가’가 있었다.
마치 우주에 녹아드는 듯한, 하지만 그 존재는 뚜렷하게 알 수 있었다.
“과연 한 세계를 구원하고 신의 자리에 올랐던 자, 로헨 코르막. 이해가 빠르군.”
당연하지. 내가 헬창이긴 해도 마X 영화는 드라마까지 다 챙겨봤거든.
다차원, 평행세계, 멀티버스. 이해 완료.
“아니면 인간 ‘김제이’ 라고 불러드릴까?”
“내 전생을 아는가?”
이건 솔직히 좀 놀랐다.
“나는 이 수많은 세상을 조율하고 있는 관리자. 지켜보는 자, 아무렇게나 생각하게나. 개인적으론 ‘주시자’라고 불러주었으면 좋겠군.”
그는 정중히 내 세계의 예법과 같이 고개를 숙였다.
“나는 자네와 같은 자를 필요로 하며, 모으고 있네.”
“그런가.”
“한 세계를 구한 자, 세계를 파괴한 자, 여러 세계를 구하기도 하고 지배하기도 한 자들, 수많은 다중차원에 통하는 영웅들, 빌런들, 뭐라 딱 짚어 말할 수 없는 자들…… 나는 그런 자들을 모으고 있다네.”
“무엇을 위해?”
“이 광활한 다중차원의 우주의 안위와 관련된 일이라고 말 해 두지.”
치이이잉!
그가 손짓하자, 우주의 균열이 열렸다.
“이곳에 자네의 힘을 필요로 하는 세상이 있네. 가는 것도, 자네의 선택일세.”
이렇게까지 재미있는 장면을 보여주고 돌아가라고?
최신 머신으로 가득한 완벽한 헬스장을 보여주고
‘등록 안하실거면 꺼지세요.’
라고 말하면 ‘아 그렇습니까’라고 헬창이 말할 것 같으냐!
“비켜라. 지금 갈 테니까.”
“협조에 감사하네. 그대의 여행에 근성장이 함께하길.”
센스가 좋은 녀석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그 ‘주시자’를 뒤로하고, 갈라진 차원의 틈으로 들어섰다.
세상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
[도봉구에서 알파 플러스급 게이트 관측!] [다른 세계 차원과 연결되는 급의 게이트입니다!] [지금 즉시 ●●●들을 그쪽으로 보내!] [마포구 A급 게이트에 파견되어서 지금 당장은 무리입니다!] [게이트 주시를 계속! 시민들을 대피시켜!] [앗, 잠깐! 지금 게이트 너머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인간……? 아니! 인간형입니다! 녹색 피부에……세, 세상에! 뭐야 저 근육은!] [무슨 일이야! 뭐가 나타났다고? 근육?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로니 콜먼 같은 근육을! 아니 그보다 더 엄청난 근육을 가진 헬창 오크가 게이트에서 나타났습니다!!]“허허,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기대했더니 고향으로 돌아올 줄이야.”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전생의 서울과는 뭔가 많이 다르다.
내 앞에 줄지어 선, 판타지 게임에서 쓰는 무기 같은 것을 든 요리보고 조리 봐도 한국인인 남녀들이 보인다.
“확실히 여기는 내가 기억하는 대한민국은 아니로군.”
그 기묘한 위화감이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내 온 몸의 근육이 기대에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이 전생의 세상과 같지만, 다른 이 다른 차원의 세상에서 나는 어떤 근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기대감에 차오르며, 나는 균열의 너머 아스팔트 거리에 한 발을 내딛는다.
[새로운 시스템을 감지.] [근태창 New Phase가 시작됩니다!]근태창의 새로운 알림에, 나의 심장에 아드레날린과 코티졸이 흘러드는 것이 느꼈다.
펌핑 완료! 득근할 준비 완료!
“이건 정말……득근득근 하구만!”
[Rohen Kormack Will Return!]